소설리스트

꽃의여왕-43화 (43/226)

<-- 4. 인연 -->

그런 걱정은 금세 본능에 묻혀버렸다. 말할 것도 없었다. 완전히 몸이 녹아버릴것만 같이 좋았다. 온 몸이 짜릿짜릿하고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유렌이 나를 만졌을때처럼.

"기……, 기분좋아……. 그치만……, 싫, 싫어@!"

나는 유렌의 어깨를 꽉 껴안았다. 내 목을 물고 허리를 만지던 세리안은 작지만 분명한 내 거부의 말에 손을 떼고 일어섰다. 세리안이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세리안의 말은 아쉬움같기도 했고 나에 대한 질책같기도 했고 욕망과 애정에 가득차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그 셋 다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느껴버리기 직전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거짓말을 하다니."

"!"

그의 거친 손끝이 내 귓불에 닿은 것 같았다. 분명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곧 그 느낌은 사라지고, 세리안은 평소처럼 쿡 웃으며 허리를 숙여 드레스를 집어들었다.

"뭐, 아직은 너도 어리니까 이 정도로 봐줄게."

"싫다잖습니까. 나가주십시오."

내가 싫다고 말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유렌이 내 허리를 꽉 껴안으며 내 몸을 그의 시선에서 가렸다.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어 뒤의 상황이 어떤지 볼 수 없었지만 대략적인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봐주지 않아."

다음에는 봐주지 않는다니……. 두고보자는 건가? 그렇게 말한 세리안은 유렌인지 나인지 둘 중 하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가 드레스와 속치마를 정돈해 들고 피팅룸에서 나갔다. 천천히 나와도 돼, 하며 그는 웃으며 말했지만 옷 갈아입으러 남자랑 들어갔다가 늦게 나오면 무슨 오해를 받으라는거야. 오, 오해가 아닌지 맞는지는 알 바 아니고.

나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에 갑자기 힘이 풀려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 했다. 그리고 뒤늦게서야 방이 떠나가라 꽥 소리질렀다.

"……이……, 오, 오빠 변태!!!!"

바깥에서는 세리안이 킥킥거리는 소리와 무슨 장난을 쳤냐고 묻는 이루의 목소리, 당황한 아젤이 세리안에게 하는 질책 비슷한 소리가 잇따랐다.

***

하지만 그가 나간 후에도 여전히 몸이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귀 끝부터 허리까지 후끈거리는 게 너무 민감해졌다. 유렌이 천천히 내 옷을 입혀주며 몸을 쓰다듬는것마저 진정되지 않고 더 흥분을 유도하는 것같다.

"달아올라서 참을 수 없는 겁니까?"

유렌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내 귀를 살짝 세게 깨물고, 원피스 아랫자락을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손끝으로 쓸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했다간 밖에 들려버린다. 오래 있을 수도 없고.

유렌도 같은 생각인지 세게 나를 한번 끌어안고 곧 놓아주었다. 내 손을 잡는 그의 손바닥이 분명할 정도로 뜨거워져 있었다.

"세리안을 좋아하는 거지요?"

그는 아까 오빠와 내가 한 짓을 신경쓰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에 유렌이 갑자기 꺼낸 말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내가, 세리안을, 좋아한다고? 오빠로서 좋아하냐는 의미일까, 아니면…….

"별로 내키지 않으시면 방금 일은 잊어버리셔도 됩니다. 하지만 당신이 세리안을 허락하시겠다면……. 적어도……."

그는 한참을 침묵했다. 나는 무어라고 대답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걱정스럽기도 하고 그가 사랑스럽기도 한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마침내 유렌은 정말 싫은 말을 내뱉듯이 짧지만 강하게 말했다.

"……질투하는 것으로 당신을 성가시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질투해도 돼."

나는 재빨리 그의 손을 놓고 밖으로 뛰듯이 나와버렸다.

유렌은, 시아가 나간 자리를 바라보며 잠시 피팅룸 안에서 혼자 남아, 미처 말하지 못한 대사를 혼자 이었다.

"……사실은, 당신이 같잖은 남자를 데려와서 저와 동급이상으로 놓는 것은, ……자존심 상하니까요. 그럴바에는 져도 세리안에게 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

원래라면 다섯 벌 정도면 충분하지만, (기억을 잃고는) 처음으로 쇼핑하는데다가 지금 내가 가진 드레스의 대부분이 어울리지 않게 되어버렸기에 새로 많이 사두는 것도 좋았다. 가지고 있던 드레스라 해봤자 다른 귀족영애들에 비해 몇 벌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결국 처음에 세리안이 골라준 드레스를 포함해서 유렌이 예쁘다고 한 옷이나 아젤이 어울린다고 한 옷이나 이루가 최신 유행이라고 한 옷들을 포함해서 전부 아홉 벌이나 골라버렸다. 더 사도 괜찮겠지만 세리안은 이후에 공짜로 드레스를 얻는 법에 대해 나에게 알려주었다. 연회장에 나가서 남자들에게 매혹적인 눈웃음을 한번 지어주고 나면 곧장 그 다음날부터 온갖 보석과 옷과 꽃들이 선물로 쌓일 거란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세리안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다음 날부터 세리안은 기사단 일 때문인지 매우 바쁘게 돌아다녔고, 이루가 가끔 놀러오긴 했지만 유렌은 이루를 별로 탐탁치 않아하는 듯 했다. 가끔 나 몰래 이루와 유렌이 둘이서만 짧게 무슨 말을 나누긴 했지만, 그 이후마다 유렌은 대놓고 이루의 앞에서 '정말 도움이 안 되는군요', 라는 말을 면전에서 했다. 아마 그가 이루에게 무엇인가 제안했던 것 같은데, 기사 어쩌구 작위 어쩌구 하는 걸로 보아 정치 관련이 아닐까 한다. 나는 공작 주제에 정치에는 흥미가 없었으므로, 생존에 꼭 필요한 정치얘기가 아니면 관심이 없어서 굳이 묻지는 않았다.

그렇게 4일 후, 드디어 황실에서 축하파티를 여는 무도회 날짜가 다가왔다.

저택의 시녀들과 내가 데려온 몇 명의 시녀들은 전부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네리아는 전에 사왔던 옷들 중에서 공식파티에 적당한 의상을 죄다 골라와서 내 앞에 늘어놓았다. 나는 잠이 덜 깬 채로 끌려와서 비몽사몽간에 하얀 색과 붉은색이 섞인 풍성한 리본 드레스를 선택했다. 전신이 물과 이상한 크림으로 씻겨지고 다른 때는 안 하던 화장까지 한 후에 드레스가 완전히 인형처럼 입혀지고 평소에 신던 약간 굽이 낮은 편인 구두보다 조금 높은 붉은 가죽구두와 긴 실크장갑이 준비되었다.

네리아가 머리손질 중에 간단한 아침식사를 가져올 때까지 나는 잠을 다 깨지 못했다. 두 명의 시녀가 오이로 내게 팩을 해주는 동안에 내가 오이를 집어먹으면서도 하품을 하자 네리아는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대체 어젯밤에 뭘 하셨길래 해가 중천에 뜨도록 일어나시지 못하고……, 아앗, 그거 드시면 안됩니다! 피부에 양보하세요!!"

"나는 이런 거 안해도 피부 좋으니까 괜찮아."

나는 네리아의 외침을 못 들은 척 하고 아침식사 겸 점심식사로 꾸역꾸역 오이를 입속에 집어넣었다. 밤에 뭘 하긴. 어젯밤은 유렌이 왜 그렇게 안달을 못하고 내게 매달렸던 걸까. 아마 어제 오전에 만난 세리안과 무슨 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세리안이 언제나 유렌을 도발하고 난 뒤에는 그는 무엇인가 초조해져서 그날 저녁은 나를 쉽게 자게 해주지 않는다. 세리안은 그냥 친오빠일 뿐이라는 말이 이제는 통하지 않았다. 그것도 그렇겠지, 며칠 전에 옷가게에서 그런 일이 있었으니…….

드레스를 입히고 꾸미는 작업은 한참이 걸렸다. 특히 시간이 많이 걸렸던 부분은 메이크업과 머리모양 잡기였다.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조금 남기고 틀어올린 머리에 레이스 달린 리본을 묶었다. 보석이 달린 핀을 꽂고, 마지막으로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걸어주었다.

"목걸이는 필요없어."

팔찌에 귀걸이까지 했는데 왜 목걸이는 안 거냐는 네리아의 질문에, 나는 그냥 웃어보였다. 약간 파인 드레스에 매끄러운 쇄골과 목선이 그대로 드러나서 목걸이가 없어도 노출이 약간 심해보일 뿐 허전해보이진 않았다.

목욕에 팩 하는데 걸린 시간이 전체의 절반을 넘게 차지했기 때문에, 내가 준비를 다 끝낸 시간은 아슬아슬하게 파티에 늦지 않을 정도의 시각이었다. 나는 부채를 들고 나오면서 다른 남자들을 찾았다.

"오빠랑 유렌은? 그리고 아젤님은?"

공식적인 초대장이 온 것은 나와 아젤에게뿐이었다. 하지만 세리안은 이번 축하파티의 주역인 황실기사단의 일원이었기에 당연히 참석해야 했고, 국가 공식 행사라서 공작의 아들이자 자작과 거의 동급의 지위인 유렌도 초대장 없이 참석 가능했다. 지금은 나와 동행으로 가는것이지만 말이다.

내가 방에서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던 유렌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는 나를 보고 빙긋 웃어보였다.

유렌의 차림은 지금껏 본 것중에서 가장 단정했다. 그는 원래도 옷을 단정히 입는 편이지만, 나는 그가 지금까지 한 번도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한 것을 본적 없었기 때문에 평상복이 아닌 예복차림의 그는 처음으로 본다. 짙은 푸른색의 가느다란 타이를 매고 검은 색에 가까운 남색 코트를 걸친 그의 차림새는 정말로 멋있었다. 커프스나 넓은 목깃 끄트머리의 가느다란 금빛 수와 하얀 색의 셔츠, 흐트러지지 않은 타이가 눈에 띄어 화려하면서도 금욕적으로 보였는데, 뒤로 쓸어넘긴 앞머리와 플라티나 블론드의 웨이브진 숏컷에 몇 가닥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짙은 녹색 눈동자는 묘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그의 다리 길이는 정말 잔혹했다. 옆에 서 있으면 내가 작아보이잖아. 유렌은 한 팔에 쏙 들어오는 내 체격이 좋다고 말했지만, 남들까지 그렇게 느낄까?

그는 드레스 태가 흐트러지지 않게 나를 살며시 껴안아주고는 내 손을 잡았다.

"오늘도 예쁘네요."

오늘도, 라니? 특별히 꾸민 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유렌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뺨이 붉어져버렸다. 드레스를 입든 안 입든 언제나 예뻐보인다는 의미겠지? 하지만 가끔은 예쁜 옷에 대한 칭찬도 들어보고 싶다.

"드레스가 무척 잘 어울리시네요, 세이시아 님."

그때 아젤이 흐트러진 목깃을 바로잡으면서 걸어왔다. 자신보다 키가 두 배는 큰 유렌을 바라보더니, 조그맣게지만 공자님께서도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유렌은 아젤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보일 듯 말듯 끄덕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아젤이 조금 대하기 까다로울지도 모른다. 지위로 따지면 자작급인 자신보다 적어도 백작 이상급인 아젤이 더 높은데 나이는 아젤이 더 어리다. 그래도 아젤이 자신을 하대하거나 무시하면 조금 편하겠지만, 아젤은 유렌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을 포함해서, 호의를 보이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어린 소년이 강한 검사나 기사를 동경하는 것 같이 자신에게 약간의 존경같은 것마저 보여주고 있으니 곤란할 수밖에.

제국에선 공작 위쪽으로는 작위나 예법에 엄격하지만 그 이하는 애매하거나 한두계급 차이나는 정도는 동급으로 취급하고 예절도 그다지 철저하지 않았기에 아젤이 먼저 인사하더라도 연장자에 대한 예의쯤으로 봐줄 수 있지만, 그가 왠지 일부러 유렌이 인사할 틈도 주지 않고 먼저 인사해버린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아젤은 깔끔하지만 조금 화려하고 섹시한 분위기의 성인 남성인 유렌을 빤히 바라보더니, 자신의 하얀 색의 예복이나 단정한 머리모양을 만지작거리며 조금 신경쓰인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아젤은 어른스러운 편이라 나이에 맞게 단정한 차림새를 좋아했고, 심지어 내 칠칠맞은 원피스 차림도 지적한 적이 있는데 그가 외모에 신경쓰는 것은 처음이다. 아젤도 굉장히 예쁜데말야. 예복의 품이 넓었다면 소녀로도 착각할 수 있는 상당한 미소년이었으니까.

세리안은 기사이기에 먼저 가서 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마차를 타고 간 것은 나와 유렌과 아젤 뿐이었다. 유렌은 가만히 눈을 감은 채 팔짱을 끼고 마차의 의자 한편에 앉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자는 걸까, 무언가를 생각하는 걸까? 잠든 것은 아닌지, 그가 눈을 뜨고 간간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수도까지 이르는 길을 외워두기 위해 창문에 달라붙어 밖을 구경하고 있었고, 아젤은 얌전히 의자에 앉아 나나 유렌을 힐끔거렸다.

"머리모양을 바꾸어보는 것도 괜찮을까요……?"

아젤이 자신의 매끈하고 결 좋은 사파이어색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다가, 조심스레 나에게 물었다. 특별히 나한테 묻지는 않았지만 유렌이 헤어스타일 변화 상담에 끼어들리는 없을테니까.

"에……, 아젤 님은 지금도 잘 어울리세요. 갑자기 머리모양은 왜요?"

아젤의 시선이 유렌의 자연스럽게 쓸어넘긴듯한 야성적이면서 화려한 헤어스타일에 잠시 스쳐지나갔다. 유렌은 원래 웨이브가 들어간 결이 가는 머리카락이라 커트머리로 보여도 물에 적시거나 아래로 잡아늘리면 보기보다는 조금 길었다. 아젤은 머리카락을 햇빛에 비추면 보석처럼 반짝일만큼 예쁘고 투명한 직모였다.

"이런 짧은 머리,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거라 조금 변화를 줘 보고 싶기도 해서요. 게다가 너무 어려보이기도 하고. ……세이시아님께서는 역시 어른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하시겠죠?"

"저, 말인가요?"

갑자기 나에게 그런 말을 하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젤의 파란 눈동자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묘한 호승심같은 것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기대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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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

a.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좋아요."

b. "머리를 길러보는 건 어때요?" →머리묶기, 묶지 않기 중에서 선택가능.

c. "조금 다른 방식으로 커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일리가!!!

어쨌든 선택은 아래입니다. 여러분이 선택해주세요!! 어른이 된 아젤은 어떤 모습?? 전 도저히 못고르겠네여. 사춘기를 지나자 키가 훌쩍 커서 유렌(약 188cm)과 비슷해진 것도 괜찮고(이젠 내가 당신을 지켜드리겠어요!! 모드?), 아니면 이대로 학자모습을 계속 가지고 커서 가녀린 체격에 예쁘장한 미청년도 괜찮을지도.

투표합니다. 이거 투표하셔야 담편 나와여ㄷㄷ. 여러분들의 취향대로 쇼타를 키워보겠습니다.

1. 헤어스타일 - 지금같이 깔끔한 숏컷, 터프해 보이는 샤기컷, 세미 롱, 길게 기른 머리(중에서 선택사항-뒤로 묶어서, 혹은 주로 생머리로 늘어뜨려서, 혹은 주로 포니테일 등)

2. 키와 체격 - 170cm/180cm/190cm대, 마른 체격/보통 체격/근육질(응?)

3. 기타? 제가 예시한 것 이외에도 투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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