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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여왕-41화 (41/226)

<-- 4. 인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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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의 거리는 시렌느 영지와는 비할 바 없이 혼잡했다. 어찌해서 유렌과 옷을 사러 나오긴 했는데 따라붙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일단, 약속을 너무 착실히 지켜 다음날 아침부터 우리 저택에 놀러온 제 2황자 이룬다인. 내가 옷 사러 나간다고 하자 좋은 데 소개시켜준다고 곧장 달라붙었다. 그리고 세리안은 오늘 바쁜 게 아닌지, 같이 가자며 아직 옷준비를 못한 아젤님까지 데리고 왔다. 덕분에 일행은 다섯 명으로 늘었다.

유렌과 단둘이서 팔짱 끼고 걸으며 거리도 좀 둘러보고 쇼핑도 하려고 했지만 졸지에 수도에서 가장 큰 의상샵으로 마차를 타고 예약방문을 하게 된 나는, 가게의 1층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바로 3층의 룸으로 모셔지게 되었다. 내가 공작인 이유도 있겠지만 정확히는 황실기사단 부단장이자 참모인 세리안과 제 2황자인 이룬다인의 영향이었다. 지구에서의 옷가게처럼 직접 옷을 보고 고르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에서 차를 대접받으며 의상실 주인이 차례로 보여주는 옷들을 구경하기만 하면 된다.

"주문제작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바로 구매하시겠습니까? 구매하시러 오신 것이면 어떤 옷을 보여드릴까요?"

단정하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상인으로 보이는 가게 여주인이 직접 나와서 물었다. 옆에서 종업원이 차를 따라주고는 곧 벽에 서서 머물렀다. 귀족을 상대로 하는 장사이지만 장사꾼은 평민이었기에, 전에 휴이든 남작부인처럼 여성드레스만 디자인하는 초청 주문제작과는 달랐다. 최대한 정중하게 손님인 우리를 대접하는것이다.

"이번 황실연회에서 입을 예복이 필요한데. 사내놈들은 아무거나 입어도 되고, 일단 이 쪽의 레이디 옷 먼저 보여주시죠."

세리안이 의상실 주인의 말에 대답했다. 사내놈들은 아무거나 입어도 된다는 말은 유렌과 아젤을 싸잡아서 말한 것이렸다. 그런 게 어딨어! 유렌 옷은 내가 골라주고 싶었고, 아젤님의 파티복도 기회가 되면 꼭 내가 코디해주고 싶었는데.

가게 여주인은 옆의 조수에게 내 사이즈에 맞는 화려한 파티복을 모두 가져오라고 말했지만, 나머지 남자들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유렌은 태생만으로도 자작과 같은 급의 작위를 가진 공작가의 아들, 아젤은 적어도 백작 작위 이상의 칸스티어다. 게다가 황자도 있고. 그들에게도 어떤 옷을 보여드릴까 직접 물어봐야 하나 고민중인데,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루는 옷 안사?"

그는 오늘 부드러워 보이는 다갈색 머리카락을 하고 둥근 테이블의 내 맞은편에 앉아있었는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난 이래봬도 황자라구. 주위에서 3주 전부터 파티 준비를 한답시고 쪼아대는통에 진작 의상을 맞춰놨지."

"그래도 하나 고르지 그래? 친구가 된 기념으로 한벌 사줄게."

내가 갑자기 배시시 웃으며 이루에게 작업걸듯 말하자, 유렌은 이루를 처음으로 제대로 바라보았다. 친구, 라고 입 안으로 중얼거리며 내 옆에서 오른손을 꽉 쥐었다. 가족-세리안-과 미성년자-아젤-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내가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거라 경계하는걸까? 나는 유렌에게 안심하라고 웃어주며, 옆의 여주인에게 당당히 말했다.

"이쪽의 황자저하에게 맞을 만한 드레스도 보여주겠어요?"

"네."

"예쁜 걸로 가져와요."

"네……, 네?!"

여주인은 자신도 모르게 내 말에 따르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 혹여 말실수가 아닌지 다시 물었다. 드레스. 그 말에 이루는 설마했지만 마침 세리안이 심심했는지 찻잔을 스푼으로 휘저으며 이루에게 못박듯 말했다.

"설마 내 여동생의 호의를 거절하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제 2 황자 저하. 둘은 '친구' 아닙니까?"

이루는 황자였으므로 세리안과 나의 말도 안 되는 요구는 거절할 수 있었지만, 나는 이미 그를 황자로 보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세리안은 반 장난이었겠지만 난 진심이다. 이 녀석에게 드레스를 입힌다면 진짜 동성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자같은 얼굴을 타고난 그에게 두 번이나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모욕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루는 성격이 좋은지 전혀 화내지 않았다. 하지만 심각하게 곤란해했다.

"그……, 내가 형제들 중에서 가장 여자아이같았으니까, 셀리아나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어머니께서 나를 자주 옷 갈아입히기 인형으로 삼으신 적이 있었지. 덕분에 여장에는 익숙하지만 딱히 커서까지 이런 짓을 하는 건 정말 원하지 않아. 한번만 봐주라. 대신 내가 다음에 옷 사줄게, 응?"

진심으로 그는 청보랏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내게 호소했다. 오호, 그런 황실비화가 있었단 말인가. 어린 시절의 소녀 이루를 상상하며 나는 더 불타올랐다. 하지만 황자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일개 공작인 내가 억지로 드레스를 입힐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아깝다.

이루의 드레스 건이 흐지부지되자 나는 다음으로는 오빠를 쳐다보았다. 파티 의상 안 고르냐고.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난 제복입고 참석하면 돼."

그 흰색 기사 제복 말하는걸까. 세리안은 기사이지만 귀족이기도 했으므로 제복 착용이 강요는 아니었다. 하지만 며칠씩 이어지는 파티에 옷 고르기 귀찮으니 그냥 제복을 입으려는 생각으로 보였다.

옷걸이처럼 생긴 철사 모형인체에 매달린 드레스들을 옷가게 직원들이 한벌씩 가져와서 보여주었다. 세리안은 그 옷들을 유심히 보고 있었고, 나도 가끔 끌리는 스타일이 나오면 고개를 돌려 구경했다. 예쁜 옷들이 너무 많았는데 전부 화려한 스타일이었다. 1층 홀에 걸려있던 드레스 중에서는 수수하면서도 심플한 의상들도 있었던 걸 보니 나에게 어울릴것 같은 옷만 일차적으로 골라서 가져왔나보다.

이루는 나와 유렌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아젤은 저번 파티에서 만난 적이 있으니 알고 있지만 대체 유렌은 나와 무슨 사이인지 궁금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차가워보이는 유렌의 기본 표정 때문에 차마 묻지 못하고 있었다. 아젤과 유렌이 직접 만나는 것도 처음이겠지. 아젤님은 오빠가 같이 오자고 하니 얼결에 끌려온 것 같았다. 수도로 오며 아젤과 유렌이 몇번 얼굴 마주칠 일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친 것 같았다. 유렌이 말을 걸 틈을 주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하지만 나도 괜히 정식으로 소개한답시고 이루나 아젤에게 '이쪽은 제 첩입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모른척하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당당하게 남편이라는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는 공자였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내 정식 배우자가 될 자격은 충분했던 것이다. 게다가 모친은 평민이 아니라 엘프였다. 이종족과의 국가간 협의 계약으로 인해 하르아이나 제국을 여행하거나 방문한 이종족들은 최소 남작, 최대 황족의 지위로(물론 임시) 대우하며, 공적인 일로 황실을 방문할 시 국빈으로 대접한다는 법이 있었기에, 비록 첩 소생일지언정 유렌의 혈통은 크게 흠잡을 것도 없었다.

세리안과 나는 드레스 고르는데 여념이 없었고, 여자 옷에 아주 큰 흥미는 없어보이는-그렇다기보다 흥미를 보이면 내가 입히려들까 두려운- 이루는 이윽고 심심함과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유렌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저기, 그쪽은 누구……."

"위스피닌 공자님."

이루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찻잔만 구경하던 아젤이 큰맘먹고 입을 연다는 듯이 갑자기 유렌을 불렀다. 유렌은 내 옆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아젤이 자신을 부르자 가만히 시선을 주었다.

아젤은 이전부터 유렌에게 말을 한번 걸어보고 싶었음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유렌이 평소에는 한때 나도 쫄았을 정도로 워낙 무표정하게 있다 보니 함부로 말 걸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수도까지 올 때는 마차도 따로 타고 있었고, 유렌과 같이 있게 된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래도 직접 부르는 것까지는 무시하지 않고 자신을 마주보아주니, 아젤은 과감하게 말을 꺼냈다.

"저, 세이시아 님의 가정교사였던 열세 살의 아젤 칸스티어라고 합니다. 공자님께선 검에 굉장히 조예가 깊다고 들었습니다. 예전부터 무예에 관심이 있었는데,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중에 공자님이 검을 수련하는 모습을 보러 가도 될까요?"

딱부러지는 아젤님의 말에 나는 내심 놀랐다. 하긴, 맨날 방에 박혀서 책만 읽는다고 했지만 저 나이 때 소년들은 누구나 검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남자 애들이 공기총과 나무칼 갖고 노는 거랑 같은 이치겠지. 현자라고 해도 아직은 소년이었다. 실력이 상당하다는 우리 가문 기사단장보다도 강하다고 하는 검사의 검을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할지도.

하지만 유렌의 성격이라면 어린애고 현자고간에 '싫습니다' 하고 가차없이 거절하겠지. 미소년인 아젤이 우는 모습도 보고싶긴 했지만 유렌이 울리면 곤란해진다. 그래서 내가 뭐라고 말해두려고 하는데, 유렌은 아젤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의외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각하께서 허락하신다면."

황자도 있고 현자도 있는 공식적인 자리다보니 그는 나를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해 칭했다. 아니, 잠깐. 근데 거기서 나는 왜 걸고넘어져? 그러고 보니 유렌은 내 정원을 수련장으로 사용하고 있었지. 평소에 나는 내 정원에서 정령들이 인간을 볼 때마다 싹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았으므로 내 정원에는 정원사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명령했었다. 그래서 그 곳은 나와 유렌만이 들어올 수 있었다. 나는 아젤에게도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아젤은 정령친화력이 있으니 꽃의 정령이 겁먹고 도망쳐서 보통 인간이 발을 들였을 때처럼 정원이 싹쓸이당하는 모습은 안 봐도 되겠지.

"아젤 님이시라면 언제라도 제 정원에 방문하셔도 돼요."

그는 눈치가 빨랐기에, 내게 갑자기 웬 정원 얘기냐고 묻지는 않았다. 그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아아, 시아. 저 드레스가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

그들의 대화에는 전혀 관심도 두지 않고 있던 세리안이 크림빛 프릴 드레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프릴과 레이스가 가득 달린 아이보리색의 바탕천에 핑크색과 짙은 자주색으로 장식이 달려 있었다. 응응, 예쁜데. 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세리안은 한번 입어보라고 말했다.

"……응?"

"입어봐. 그래야 피트가 맞는지 알 수 있지. 수선으로 옷을 고칠 수 있는 한도가 있으니까. 몸에 안 맞으면 여기서 새로 주문제작해야 돼."

그냥 입어보고 사는건줄 알았는데 새로 주문제작을 할 수도 있구나. 수도의 주문제작은 삼일 정도밖에 안 걸린다더라. 일단 재봉사의 숫자가 많으니까.

하지만 나는 수행원들도 한 명도 데려오지 않았고, 혼자서 드레스를 입는 법도 모르고(단 한번 입어봤으니까), 입는 법을 알더라도 저런 정식 예복을 남의 도움 없이 혼자 입기는 어려웠다. 내가 망설이자 유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어보실 거면 도와드릴게요."

유렌이 도와준다면 고맙지만, 그 말에 이루는 급 당황해서 나와 유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 그는 우리 사이를 모르지? 보통 사귀는 사이에서도 옷을 입혀주는 일은 없을텐데, 그가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아젤은 그 건방지고 성격 더럽다고 소문난 공자가 여자옷을 입혀주겠다고 나서는 것에 더 놀란 것 같다. 세리안은 전혀 놀랍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내가 입혀주지."

그 말에 유렌은 약간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착각이겠지? 유렌이 처음에 이루를 조금 경계한 것은 이해가 갔지만, 설마 세리안을 경쟁자로 인식하다니. 세리안은 내 오빠인데. 세리안은 유렌을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넌 여자 드레스를 벗겨본 적만 있고 입혀본 적은 없잖아?"

"……."

유렌은 드레스 말고 속옷이나 간단한 치마, 원피스는 나에게 입혀준 적 있다. 그러나 드레스는 내가 그를 만나고 나선 한번도 입은 적 없으니 유렌도 당연히 모르겠지. 이전의 여자들에게 입혀준 경험이 없다면 말이다.

그나저나 유렌을 일부러 열받게 만드는 듯한 저 발언은 뭐래. 첩을 들이고도 내가 그 첩과 너무 놀아나는 걸 탐탁치 않아했던 세리안이었지만, 그 이유가 유렌을 싫어해서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지금 그 발언은 확실히 유렌의 기분을 상하게 할 목적이었다. 세리안의 기분은 확실히 유렌보다는 읽기 힘들지만 익숙해지면 어느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셋이 같이 피팅룸에 들어와버렸다.

"……."

이건 무슨 상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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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 : 남자 두명 앞에서 옷갈아입어야 하는 상황.

세리안 : 옷입혀준다는 핑계로 마음껏 만질 수 있겠네여(그럴리가).

마족 공략예정 있습니다! 당연히 있죠. 근데 마족땜에 열받으면 모를까 에로도 상승은 없을듯. 걘 동정캐릭이라는 설정이라서요. ㄴㄴ 同精 말고 童貞이요. 미개봉이라구요. 진정 에로도가 올라가길 바라시면 세리안이나 미르헬에게 걸어보도록 하죠.

엘프도 물론 있습니다. 엘프가 하렘에 빠지면 안되죠. 하렘 기본구성이 엘프인데. 근데 엘프와 시아가 만나는 건 좀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동안 하프엘프로 참아주세여.

근데 천족ㅋㅋㅋㅋ 저 까먹었음ㅠ 천족 역시 0으로 치지요 뭐 천족 까맣게 칠한게 마족이잖아여. 어차피 천족은 나올 예정 없어요. 마족도 겨우 하나 스카웃해온거라서. 것도 레알마족 아니고 반마족이요. 반마족이나 레알마족이나 별로 설정상 차이는 없기때문에 그냥 마족으로 취급. 제 소설에는 이상하게 천족이나 마족이 전혀/거의 안나오는군요. 세계관 탓일듯.

검은 머리는 북부인의 특성이지만 지금 북부인은 멸종했으므로 검은 머리=마족 혹은 블랙드래곤, 이렇게 생각하는 지방도 극히 일부지만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색에 대한 차별내용은 안 나올겁니다. 그 설정은 요즘 너무 흔한 것 같아서;

그리고 다음남캐가 빨리 나오길 바라시는 분이 많던데 일단 곧 나올 황실무도회 장면에서 지금까지 이름만 나왔던 이 소설 흑발캐 2인이 나올예정입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하나는 공략불가, 하나는 공략예정 있는 츤데레 주요캐릭입니다. 잘 찾아보시면 앞에 둘다 이름(혹은 성, 둘중하나)이 최소 1번이상 나왔었습니다. ㅋㅋㅋㅋ누구누구게요? 정답을 맞추신 분들께는 ……드릴게 없군요;; 뭘 드릴까요?? 외전요구권……, 은 필요없는거겠고;; 여하튼 두명의 이름을 정확히 맞추셔야 합니다!

미르헬은 다음챕터에서 등장합니다. 다음챕터가 중요한 전환점이지요. 게다가 다음챕터가 지나면 시아 정령능력각성 본격적역하렘 남자수집시작 입니다.

전 별로 진지한 내용은 못쓰는 것 같습니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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