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인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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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게서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유렌은 침대에 누군가가 누워 있자 방금까지 고민하던 표정은 어디로 가고 금세 풀려버린 표정을 지었다. 누구인지는 당연히 알 수 있었다. 시아였다. 카펫 위에 속옷까지 전부 흩어져있는 걸로 보아 시아는 알몸으로 잠이 든 모양이다. 바닥에 떨어진 그녀의 옷을 주워들고 차곡차곡 개어 의자 위에 올려놓다가, 순간 덮쳐오는 이상한 상상에 당황해버린 유렌은 그 순간부터 그녀의 장난에 완전히 걸려들어버렸다.
자신의 침대에 잠들어 있는 여자가 이렇게 귀엽다니. 지금까지 여자를 자신의 침대에서 재우기는커녕 방에 들여본 적도 없는 유렌에게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감정이었다. 게다가 요 며칠간 그녀와 관계를 가진 것은 유렌의 방이 아니라 큰 침대가 있는 시아의 방, 침대나 욕실 안, 카펫 위, 소파, 그 정도였다.
기절한 것처럼 곤히 잠든 얼굴에 분홍빛 입술이 살짝 열려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장밋빛 속눈썹이 감긴 눈꺼풀 아래 길게 드리워져 있다. 뽀얗고 작은 손은 이불 위에 살짝 얹어져 있었다.
뒤척이며 이불이 들리자, 그녀의 알몸인 상체가 반쯤 드러났다. 손으로 만지면 생채기라도 날듯한 곱고 하얀 피부에 봉긋하게 솟은 가슴, 그 위에 있는 복숭아 젤리같은 보드라운 연핑크색의 유두.
유렌은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귀엽기도 해라."
그렇게 속삭이며, 이불을 덮어주려다 순간 매혹이라도 된 듯 그녀의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귀엽……."
자고 있는 얼굴은 완전히 무방비였다. 물론 언제나 무방비였지만, 지금은 무슨 짓을 해도 허용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이불만 걷어내면 완전히 알몸인데다가, 지금은 시아의 잠꼬대로 맨가슴마저 드러나 유혹적으로 보였다.
"귀……."
유렌은 한숨에 가까운 심호흡을 했다.
"……."
자고 있는 시아는 마치 천사같은 성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깨어 있을 때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그는 마치 깨질 듯이 연약한 수정조각을 만지듯 천천히, 매우 조심스럽게 그녀의 뺨을 쓸었다. 연분홍색의 속눈썹이 금방이라도 깨어날 듯 미미하게 떨렸다. 유렌은 귓가에 입술을 대고 살며시 속삭였다. 애정이 가득 담긴 달콤하고 낮은 어조로.
"……시아……?"
가슴이 크게 오르내리는 것이 보였다. 유렌은 그녀의 뺨을 스치던 손을 눈꺼풀 위로 가져갔다. 속눈썹을 살짝 스치고 콧대로 옮겨간 손가락은 시아의 입술 위로 향했다. 탱탱한 아랫입술을 검지손가락으로 누르다가 살짝 끌어내려 입을 벌리게 해 보다가, 하얀 치아가 드러나자 벌려진 입에 충동적으로 키스했다.
혀를 집어넣었을 때 시아는 잠에서 깬 것 같았다. 유렌은 가만히 혀로 시아의 혀를 핥다가 쪼옥 빨아내서 자신의 입술 안에 당겨넣었다. 순순히 끌려오는 그녀의 혀는 힘이 빠져서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잠에서 방금 깬 그녀에게 큰 자극이 되지 않도록 천천히, 부드럽게 한참 입술을 섞다가 유렌은 이불 아래로 드러난 시아의 허리를 한 팔로 끌어안았다.
하지만 눈을 뜨지 않은 채로 시아는 그를 살짝 밀쳐내었다. 잠에 빠져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인데다가 그냥 어깨에 손을 얹는 것과 비슷할만큼 별다른 힘도 없었지만 유렌은 잠시 멈추었다.
"……싫어……. 좀더 잘래……."
"시아?"
"싫어싫어싫어싫어!"
눈도 뜨지 않고서 이불을 껴안고 절대 깨우지 말라는 듯한 그녀의 투정에 그는 곤란해졌다. 난 어디서 자지? 유렌은 한숨과 함께 침대 옆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하긴, 잠이 오지도 않았다. 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말해도 됩니까?"
대답은 없었다.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었다. 그는 그녀의 분홍빛 머리카락을 반복해서 쓸었다. 처음으로 그녀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꺼냈을 때 그녀가 지은 표정을 아직 잊을 수 없다. 가까스로 숨기긴 했지만 약간의 어색함과 두려움이 서린 그녀의 그 얼굴이 어째서 그렇게나 어려보였을까.
"사랑합니다."
당신이 내 사랑에 그렇게 부담스럽다는 듯한 눈빛만 하지 않으면, 평소에도 좀더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 텐데. 남들이 보는 앞이건, 둘만이서 사랑을 나눌 때건, 언제든지 얼마만큼이나. 함부로 꺼내기도 힘들만큼 깊고 진실된 연심은, 그녀가 아직 성년도 채 되지 않은 정령 유생체라는 점과 지금은 측실일 뿐이라는 공개적 위치 때문에 밖으로 쉬이 표출되기는커녕 참기 힘들만치 쌓여가고만 있었다. 차가운 머리카락의 감촉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머리카락만큼은 자르지 말고 계속 길렀으면 좋겠다. 잠든 시아 때문에 접촉이 조심스러워진다 해도, 머리카락만은 마음껏 만져도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아주 끊어지기 쉬운 비단실을 만지듯이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머리타래를 손에 쥐고 입술에 가져갔다.
"사랑합니다."
가볍게 눈을 내리깔고, 잠든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사랑합니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는 알지도 못했던 단어였다. 그녀를 만난 이후로는 처음 겪는 생소한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 꺼내기조차 조심스러워져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적이 많다.
"사랑합니다."
대답은 들리지 않는다. 천천히 입술을 시아의 입술에 가져다댔다. 가볍게 입맞추고 떨어져나오며 다시 한번 속삭인다.
"사랑합니다."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는 그녀의 뺨에 다시 손을 얹는다. 가벼운 키스가 입술 위에 다시 이어진다.
"사랑합니다."
이대로 계속 사랑을 속삭일 수 있게 잠에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직접 전할 수는 없어도 그녀의 깨어있는 반응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겹쳐진다.
"……사랑합니다……."
하지만 어찌되든 시아는 평소대로 잠에서 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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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렌의 감정표현이 조금 나왔습니다. 참는 이유도 등장. 시아가 별로 내켜하지 않으니까 들러붙어서 격하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거지요. 왜냐하면 시아는 유렌의 육체에만 관심이 있어서……일 리가ㄷㄷㄷㄷ;; 아직 시아는 어립니다. 미성년 정령이니까 인간 나이로 치면 12~14살 정도? 인간으로 18년 살아와서 그만큼 지능은 높고 생활력은 있지만 애정 쪽에서만 떨어진다고 보시면될듯.
그보다 세리안이 드래곤인거 모르시는분이 계셨다니, 게다가 한분도 아니었다니 ㄷㄷ. 전 다들 아시는 줄 알았습니다. 정체 대놓고 말하는 장면 나오기 전에도 다들 짐작하시길래요. 아마 드래곤인거 알고 나서 앞부분을 다시 읽어보시면 어느 부분이 복선이었는지 확실히 아실듯.
시아의 매력스킬의 효용성은 종족개체에 따라 다릅니다.
시아의 기본 매력수치를 100이라고 친다면.
1. 보통 정신력의 인간 : 100 (모두 통용됨)
2. 강한 정신력의 고위마법사, 고위신관, 고위검사의 인간 : 60~80
3. 정령 친화력이 높은 인간, 드래곤 : 120 이상
4. 엘프 : 300 이상 (눈짓만 해도 넘어옴)
5. 마족 : 0 (효과없음)
6. 초고위마법사, 초고위검사(9클래스나 그랜드소드마스터급 이상)의 인간 : 0~30
엘프는 엘프니까 짱 세도 정령의 매력에는 절대 저항 불가능. 드래곤은 9클래스 이상이지만 기본적으로 정령친화력이 있으니까 60정도는 통합니다. ……라는 설정.
모두 남녀불문입니다. 유렌은 하프엘프니까 200정도 되지않을까요? 하지만 초반부터 시아는 매력스킬 사용을 자제하고 있었기때문에 한번도 스킬이 발동된적은 없습니다. 이제부터 써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