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의여왕-39화 (39/226)

<-- 4. 인연 -->

*수위경고*

***

수도의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유렌을 찾았다. 내일 같이 나랑 파티에서 입을 드레스 사러 나가자고 해야지. 그는 수도에 와본 경험이 있으니까 가게에도 잘 안내해 줄 거야. 아, 그렇지. 아젤 님도 함께 가면 좋겠다. 음, 세리안은 바쁜 것 같은데 같이 가 줄까?

유렌은 내 첩이었지만, 공작의 애첩이었기에 공작부인(공작 배우자)의 방까지는 아닐지라도 나와 매우 가깝고 넓은 방에서 지내게 되었다고 오면서 집사에게 들었다. 그 방은 처음부터 조금 여성스럽고 화려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는데, 유렌의 취향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 마음에는 들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만나러 온 사람인 유렌은 없었다. 내 방에 짐만 내려놓고 곧장 황궁으로 갔다가 돌아온 거라서 그가 꽤 많이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정원을 좋아하니 정원에 있을까, 아니면 저택 안을 둘러보고 있을까? 하지만 곧 해가 질 시간이라 유렌도 돌아올 것이다.

나는 그냥 그의 방에서 유렌을 기다리기로 했다. 방 안에는 여자들이 뜨개질이나 수를 놓거나 책을 읽을 때 쓰는 크고 푹신한 안락의자가 테라스 근처에 놓여있었다. 안락의자에 앉아서 마음껏 의자를 흔들어보다가 이윽고 그것마저도 싫증이 나서 침대를 굴러다니며 푹신함을 시험해봤다. 그러기를 한참, 결국 계속 침대에 누워 있으니 저절로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졸려. 그치만 유렌 기다려야 하는데. 내일 같이 놀러가자고 말해야…….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그가 들어왔을 때 나를 깨우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렌의 성격이라면 내가 자신의 방에서 자고 있으면 깨우기는커녕 그대로 아침까지, 혹은 깨우러 오려는 시녀를 만류하며 다음 날의 늦은 정오까지 실컷 자게 내버려둘 것이다. 그래서 깨워달라고 책상에 쪽지를 적어둘까 하다가 순간 장난기가 발동했다.

옷을 남김없이 벗어서 카펫이 깔린 바닥에 내팽개쳐놓고 알몸으로 이불 안에 들어갔다. 차가운 이불에 조금 소름이 돋았지만 늦봄이었기에 춥지 않았고 이불은 금세 체온을 받아 따뜻해졌다. 그리고 나는 푹신한 베게를 베고 그대로 잠들었다.

***

시아가 돌아오자마자 유렌을 찾아간 것과 반대로, 유렌은 세리안이 돌아왔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세리안의 방에 방문했다. 세리안은 기꺼이 여동생의 남첩을 맞이해주었다. 차가운 붉은 눈동자와 무관심한 깊은 녹색의 눈이 둘의 사이에서 맞부딪혔다. 무언의 대치 중인 두 남자는 은빛과 백금빛의 머리카락 색이 묘하게 어우러져 조금 어둑해지는 불 꺼진 방에서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세리안이었다. 그는 자신보다 키와 체격이 약간 크지만 거의 비슷한 유렌을 선 채로 마주보며, 느긋하게 허리를 젖히고 벽에 기대 긴 은발을 쓸어넘기며 떠보듯 말했다.

"어때, 내 여동생은 잘 녹여둔건가? 아니면, 도리어 그 마성에 걸려들어 네가 녹아버린 걸까?"

세리안은 조금 거리를 두며 날카롭게 유렌을 훑어보았다. 처음 그를 시아의 첩으로 들이기 위해 데리고 온 이래로 첫 만남이다. 시아가 수도에까지 데려올 정도로 유렌에게 빠졌다는 점은 조금 의외였다. 그는 내심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여동생에게 그저 남자의 맛만 알게 할 생각으로 그를 들였는데, 정말로 둘이 죽고 못사는 사이가 되면 어떡하지. 앞으로의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유렌은 그가 한창 황실기사단의 단장이었을 때, 우연히 참석한 황실 무도회에서 만났던 위스피닌 가의 엘프 혼혈아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리안의 열다섯 번째 애인인 백작가 영애 쥴리아에게 싫증이 나서 이별통보를 하러 황궁의 정원으로 불러냈을 때 유렌과 만났던 것이다.

그때 마침 그는 쥴리아와 헤어지는 대가로 뺨을 한대 내준 상태였다. 피할 수는 있었지만 나름대로 페미니스트인데다가 기사였던 그는 순순히 한 대 정도는 맞아주리라 생각해서 그대로 쥴리아의 행동을 묵인해주었고, 그의 뺨을 대가로 그녀는 화를 내며 떠나가버렸다. 생각보다 그녀의 손이 매워서 기분이 약간 저조해진 그는 잠시 하늘의 달을 바라보다가 옆의 수풀 사이에서 숨죽인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아챘다.

여자의 목소리였지만 여자 혼자 내는 소리일리는 없다. 파티장 옆의 한적한 정원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기에 별로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겨우 그 정도에 자리를 피할 만큼 그가 순진한 것도 아니었고 딱히 정원을 떠나 갈 곳도 없었기에 옆의 벤치에 걸터앉았다.

"아, ……아앙, 하흣, ……고, 공자님……, 싫어요 거긴, 아잉, ……그, 그렇게는!"

민감한 청각으로 인해 안 느껴도 될 움직임까지 전부 느끼고 있는 세리안으로서는 어둡고 한적한 밤에 그들의 행각을 제대로 알아버릴수밖에 없었다. 여자의 애원 섞인 부름에도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들린다는 것을 알고도 참을 수 없었는지 끊임없이 나오는 여자의 교성에, 세리안은 달을 보며 무심코 생각했다. 저쪽 남자는 테크닉이 엄청 좋은가보네. 말로는 싫다 싫다하지만 거의 숨이 넘어가서 죽을 것만 같은 여성의 신음소리는 가차없는 남성의 행위로 인해 기절 직전까지 가 있었다. 10분을 훌쩍 넘겼는데도 남자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세리안이 들은 것으로만 자그마치 세 번이나 절정에 이르러버린 여자는, 이윽고 남자가 사정을 하고 끝난 행위에 거친 숨을 고르며 나긋하게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하아, 하아……, 기분……, 좋았어요, 세 번이나 가버린 것은 처음이에요……. 유렌님."

그 순간 수풀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남자 쪽이 먼저 옷을 추스르고 일어섰다. 그리고 차갑고 냉랭한 목소리로 그 여자에게 단 한 마디만을 했다.

"이름 불러도 좋다고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방금 정사를 나눈 상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시리도록 찬 남자의 반응에 세리안은 아연해했다. 그토록이나 여성을 황홀경에 몰아붙였던 상황은 온데간데없고 원수를 바라보듯, 아니, 완전히 무관심한 눈으로 그 남자는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쟤 뭐임. 세리안이 처음으로 본 유렌에 대한 평가는 그것이었다.

여자는 조금 당황한 듯 했지만 남자의 차가운 반응이 예상했던 일이었는지, 곧바로 더욱 더 나긋하게 달라붙었다. 세리안은 귀여운 여자가 꼬리를 흔들며 애교어린 몸짓으로 자신에게 들러붙어오는 것을 즐기는 편이었지만 저 남자는 아무래도 그런 취향이 아닌가 보다. 풀밭에 누워있던 여자가 옷을 대충 여미고 유렌이라는 남자의 팔에 매달리려고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이제는 볼일 없으니 꺼지십시오."

"……."

우와, 저녀석, 완전 매너 꽝인데? 여자가 뺨을 때려도 피하거나 마주 때릴 놈이야. 벤치에 앉아 등받이에 턱을 괴고 세리안은 그 둘을 바라보았다. 마침 세리안이 있는 곳은 어두운 나무그늘 아래인데다가 기척을 숨기고 있어서 발견되지는 않은 듯 했다. 뭔가 재미있게 돌아가는 상황에, 세리안은 자리를 피하는 것도 잊은 채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뺨 한대 맞고 좋은 거 보는구나. 물론 여기서 들키면 한두 대 추가로 맞을지도 모르지만.

달빛에 드러난 그 여자는 세리안의 눈에도 들 만큼 꽤 미인이었다. 옅은 갈색 머리를 땋아 틀어올린 은백색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레노아 남작영애. 물론 화장은 격렬한 키스로 인해 번져있었고 머리는 흐트러지기 일보직전이었으며 드레스 끈은 제대로 잠기지도 않았지만.

그리고 그 옆의 남자는 큰 키에 남성미가 확연히 드러나는 우월한 신체를 가진 남부 혼혈의 청년이었다. 이목구비는 묘하게 거칠고 야성적인 매력이 있으면서도 달빛에 비친 백금발과 속눈썹, 페리도트 빛의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는 어두운 피부와 조화되어 매우 아름다웠다. 세리안과는 조금 다른 타입인데 상당한 미남이었다.

나보다 잘생긴 건 인정하지. 어차피 내게 있어 지금의 외모는 진짜도 아니고. 근데 매너는 영 아닌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여자는 너무 억울한듯 눈물까지 그렁그렁 매달며 소리쳤다. 그 모습이 안아주고 싶을 만치 애틋했기에, 세리안은 다음 애인을 저 여자로 삼아볼까 잠시 생각할 정도였다. 관두자, 저 유렌이라는 사내놈이 저렇게까지 대할 정도라면 나도 금방 싫증날지도.

"……절 사랑해서 안으신 게 아니었나요? 방금까지는 그렇게 다정하게 저를 안아주셨으면서, 그렇게나 황홀하게 키스해주셨으면서!!"

"그 쪽이 발정난 암퇘지처럼 달려들기에 상대해주었을 뿐, 내게는 그저 일순의 여흥 이상은 아닙니다."

가차없다못해서 잔인하기까지 한 그 말만을 남기고 이 이상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유렌은 발걸음을 뗐다. 그러나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서 '아 그러세요? 그럼 저도 볼일 없으니 ㅂㅂ2', 할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녀는 마침내 눈물을 뚝뚝 떨구며 애원조로 그의 팔에 달라붙어 말했다.

"그, 그렇다면 적어도 절 한번 더 안아주세요! 평생 당신의 성노리개로도 좋으니까, 제발 이대로 절 버리지는 말아주세요!!"

유렌은 경멸하듯이 그 여자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냉정하게 팔을 쳐내며 딱 잘라 말했다.

"두 번은 없습니다. 귀찮으니 꺼져 주십시오."

얘길 들어보니 저 남자는 공작가의 영식, 여자는 남작가의 영애였다. 남작가의 영애라 하면 세리안이나 저 남자같은 최고위 귀족에게는 사실상 평민과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신분이 훨씬 우위임에도 절대로 말을 낮추지 않고 깍듯하게 존댓말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그 존댓말은 배려심과 다정함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들어있지 않았다. 존댓말 때문에 더 재수없어 보였다. 그럴거면 차라리 반말을 해라. 반말.

마침내 유렌의 독설에 영애는 울며 뛰쳐나갔고, 한 치의 배려심도 없이 그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아니, 애초에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그리고 세리안을 바라보았다.

유렌은 세리안이 그들에게서 매우 가까이 있는 벤치에 앉아있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세리안이 그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어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세리안은 빙그레 웃으며 유렌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너도 즐겨놓고는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아름다운 레이디였는데."

세리안이 흥미있는듯 말을 걸었지만 유렌은 조끼와 코트의 단추를 잠그며 무미건조한 어투로 대답했다.

"그다지 즐긴 것은 아닙니다. 하룻밤만 만족시켜주면 내게서 떨어질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나 참, 그렇게 해서 떨어져나갈 여자가 있을 것 같냐? 오히려 더 매달릴걸. 세리안은 유렌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는 쿡쿡 웃으면서, 왜 나에게 관심을 가지냐는 듯 쳐다보는 유렌에게 말했다.

"카덴에서 유렌이라는 이름의 소드 마스터는 처음 보는데. 넌 누구지?"

그리고 유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

"나 역시 카덴에서 드래곤은 처음 봅니다."

뭐, 그런 평범하지 못한 만남이 있은 후 3개월 후, 세리안은 두 번째로 유렌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유렌의 가문 위스피닌 공작가에 직접 방문한 그는, 위스피닌 공작에게 스무 번째 아들을 차기 공작인 여동생의 첩으로 달라고 부탁했다. 공작은 아들에 대한 애착이 눈꼽만큼도 없었는지 흔쾌히 잘 포장해서 가져가라며 허락해주었고, 그 허락을 받아낸 후 세리안은 유렌의 방으로 갔다.

"네 아버지는 너를 헐값에 팔아넘기더군."

유렌은 약간 도발적이기도 한 세리안의 대사에도 불구하고 그전처럼 아무것도 서려있지 않은 무관심한 눈으로 대답했다.

"그렇군요."

무의미한 생이 아버지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로 소유권이 넘어간다고 해서 변하는 것이 있을까. 그런 의미였다. 단 한 가지의 의문이 있다면, 왜 하필 자신을 선택했냐 하는 것이다. 유렌도 자기 자신의 성격이 가히 좋지 못하다는……, 첩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 세리안은 한 마디로 답했다.

"첩으로 들일 수 있는 제국의 남자 귀족 중에서 내 여동생에게 반할 확률이 가장 낮은 게 너라서."

"확률이 얼마나 되는데요?"

"반할 확률 97%. 네가 제일 낮아."

"……."

유렌은 생각했다. 미친 드래곤 같으니라고.

지금은 세 번째의 만남. 수도의 시렌느 공작가의 저택에서, 여공작의 오빠와 여공작의 애첩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유렌은 이전 두 번의 만남과는 다르게 매우 당당히 서 있었다. 그 존재감은 일순 세리안마저 압도할 정도였지만, 역시 드래곤은 드래곤.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녹색의 눈동자에 서린 무게감 또한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그것이 바로 그의 인생의 무게이며, 의지의 무게였다.

의미없이 얻은 소드 마스터라는 힘에다가 지금은 그에 꺾이지 않는 의지력이 더해져서 무시 못할 존재감을 가진 유렌은 드래곤인 것을 뻔히 알고도 세리안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확실히, 당신이 말한 대로 그녀는 중독적인 육체와 영혼을 가지고 있더군요."

같은 소녀를 마음에 품은 상대에게 도발과 비슷한 말을 하는 유렌에게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조금 낮은 키에도 불구하고 세리안은 평이하게 그를 주시했다.

"그래서 중독되어 버렸다는 말을, 고작 그런 대사를 이 내게 하러 온 건가?"

사랑에 빠진 눈을 하고서. 굳이 말하지 않으면 모를 거라 생각했을 리는 없다. 세리안은 유렌을 알고 있었고, 유렌도 세리안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유렌은 단도직입적으로 이 방에 찾아온 용건을 말했다.

"그녀를 미칠 것 같이 사랑합니다. 조만간 청혼할 예정입니다."

사랑, 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눈앞의 혼혈 엘프의 말에 세리안은 한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직접 듣게 된 것은 또 충격이었다. 사랑보다는 증오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던 이전의 유렌만을 알던 세리안으로서는 말이다.

"……내 허락을 구하러 온 건가?"

"사실 별로 허락따윈 필요 없습니다. 속 좁은 당신이 유희까지 때려치우며 방해만 하지 않는 걸로 충분하니까요. 그저, 당신의 기분은 어떤지 묻고 싶었을 뿐입니다."

쿡, 하고 세리안은 웃었다. 자조적이기도 하고, 후회의 한숨이 섞인 웃음이었다. 이 순간 그는 자신이 얼마나 여동생을 원하고 있는지 깨달았던 것이다. 물론 여동생으로서가 아니라, 눈앞의 유렌이 말하고 있는 한 사람의 사랑으로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깨닫는 것에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이 점을 간과했던 세리안은 최악이자 최대의 연적을 자기 손으로 불러들인 것에 뒤늦게 후회를 했다. 단순히 시아에게 철저히 능숙해질만큼 남자를 가르쳐서, 저항할 수 없이 쾌락에 눈뜨게 한 다음, 몰래 유혹해 와서 그 싱싱하고 달콤한 배덕의 열매의 맛만 보면 만족할 줄 알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인간으로의 유희를 포기해서라도 그녀를 가졌을 것이다.

"내가 한 일을 후회해본 건 해츨링 때 이후로 처음이군."

세리안은 어이가 없다는 듯 혼자 중얼거렸다. 유렌은 놀리려는 것인지 가볍게 팔짱을 끼고 반쯤 감은 눈으로 그를 응시하며 속삭이듯 말했다.

"(어떤 분의 제의로 대사가 걸린다고 판단되어 노블로 옮깁니다. 이번것은 대사 몇줄이므로 노블 1화의 끝부분에 올렸습니다! 성인이시라면 결제하실 필요 없이 그냥 무료로 볼수 있습니다. 그냥 시아와 같이 뭘 어떻게 했는지 말하면서 세리안을 도발하는 대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너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냐?"

여동생과의 정사에 대해 너무나 상세하고 음란한 유렌의 말에 세리안은 주먹을 꽉 쥐며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난폭한 대사를 내뱉고 말았다. 하지만 그에 전혀 아랑곳않고 유렌은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말했다.

"천만에요. 그저 그 쪽이 흥미있어 하는 것 같아서 말해준 것 뿐입니다. 어떠십니까, 다른 남자에게서 듣는 여동생의 사생활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세리안은 침착함을 되찾으려 노력하며,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탐색하듯 유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포장도 뜯지 않은 채의 여동생을 생으로 낚아채간 남자를 아무 감정이 섞이지 않은 눈으로 보는 것은 역시 무리일지도 모른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어떻게든 결판을 내고 싶었으나, 지금의 세리안은 허탈감과 충격에 빠른 판단이 힘든 상태였다.

"드래곤 일족은 일부일처를 고집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지. 정확한 이유는 말하자면 여성체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서이지만, 제대로 된 결혼도 평생을 걸쳐 거의 하지 않는 드래곤족인데 마음 내키면 한 여성체가 여러 남성체의 알을 낳아주는 정도야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있는 일이다.

"그래서, 시아를 공유하는 대신에 그 공유 대상을 친오빠로 선택함으로서 정실 자리는 네가 가지겠다는 의미?"

"네. 어차피 누군가와 나눠 가져야 한다면……, 당신이 가장 낫겠지요."

유렌이 씁쓸하게 말하자 세리안은 의아해했다. 왜 꼭 나눠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조금 어렵겠지만 나와 이 자리에서 결판을 내서 시아를 독점할 수도 있을 텐데. 유렌은 양보할 줄도 포기할 줄도 모르는 남자였다. 하지만 유렌은 세리안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남성을 유혹하는 꽃의 정령여왕 플로라. 그녀 자신은 모르는 것 같았으나 플로라는 결코 누군가에게 소유될 수 없는 존재였다. 정령을 소유할 수는 없다. 지금도 그녀는, 유렌 자신에게 대부분의 애정을 쏟고 있지만 모든 애정을 주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이미 영혼의 한 조각마저도 완벽하게 시아에게 빠져들어 버렸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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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한데 지금은 정상사고가 불가능하니 나중에 고치겠음ㅠㅜㅜ

유렌의 과거 일부 등장. ……말했잖아요, 유렌 성격 진짜 더럽다고. 시아에게 초반에 했던 짓은 정말로 개 발의 피입니다.

세리안은 기사니까 매너있는 편입니다. 아 그리고 전에 손톱부러져서 붕대감았다고 한건 반창고감은겁니다, 병원간건 아님ㄷㄷ. 하지만 심각하게 부러진 건 맞아요ㅠㅠ 손톱안쪽 살이 밖으로 드러나서 손끝에 힘을못주고 가장 중요한건 아프다는겁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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