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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여왕-34화 (34/226)

<-- 3. 젊은 여공작과 첩 -->

어젯밤 내내 잠에 반쯤 빠져든 상태에서 유렌의 팔다리가 내 몸에 휘감겨오는 것이 종종 느껴졌다. 두 번의 격렬한 관계 후에 우리는 곧 잠들어버렸지만, 밤새 자다가 깨는 것을 반복하며 은근한 그의 애무가 이어졌음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귓가에 애정을 끊임없이 속삭여지며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있는 어젯밤의 시간은 너무 행복했다. 결국 해가 막 떠오르는 이 시점에 한번 더 내가 그의 몸을 껴안자, 결국 그대로 서로 불이 붙어버려 아침부터 끝까지 해버렸다.

격렬하고 능숙했지만 조심스럽고 애정어린 손길에 몇번이고 달해버린 나는 이제 오늘 아침 세번째의 정사 후에는 제대로 몸조차 가눌 수 없었다. 처음 했을 때는 한번밖에 절정에 이르지 못했지만, 두 번째는 두번, 게다가 오늘 아침에는 한번에 세 번이나 절정에 달해버렸다.

우와아, 몸이 갈수록 민감해지는 건 어떻게 해야 하지? 세 번이나 느껴버리다니.

여전히 내가 침대에 남아 이불만 두르고 꼬물거리자, 기진맥진해서 네 번째의 성관계를 거부한 나 때문에 옷을 전부 챙겨입은 유렌이 속옷을 들고 내게 입혀주기 시작했다.

샤워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다지 찝찝한 건 없었다. 유렌이 전부 핥아줬으니까.

속옷 다음에는 겉옷. 내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그가 입혀주는대로 가만히 있자 유렌은 자신의 취향대로 나에게 드레스룸에서 가져온 옷을 골라입히기 시작했다. 리본과 레이스가 달린 흰색 블라우스와 빨간 색의 발목까지 오는 긴 스커트였다. 물론 귀족여성의 옷이라 화려하기 그지없었지만 유렌은 잘 어울린다고 칭찬하며, 네리아가 들고온 아침식사를 한 숟갈씩 번갈아가며 먹여주었다.

중간에 기력을 차린 내가 그에게서 숟가락을 빼앗아들고 빵에 스프를 섞어먹자, 먼저 아침식사를 끝낸 유렌은 침대에 앉아있는 내 뒤로 돌아서서 나의 배를 껴안았다. 그리고 솜사탕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시아 님. 어젯밤 기분좋았습니까?"

어제 밤새 시아, 하고 부르던 호칭이 아침이 되니 다시 시아 님이 되어버렸다. 나는 별로 상관없었기에 그대로 배에 유렌의 손의 온기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안에 빵이 가득 들어있어서 대답을 못하겠는데. 옆에 놓여있던 물잔과 빵조각을 함께 삼키고, 나는 유렌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말했다.

"사흘 후면 수도로 떠날거야. 그리고 가면 적어도 일주일간은 그곳에 머무를 예정이야. 기사단 개편도 있고, 황실 주최 파티도 있거든."

"적어도 일주일……이라. 더 걸릴수도 있다는 의미군요."

조금 풀죽어보이는 유렌의 말에 나는 그의 품속에 더 파고들었다. 유렌은 양팔로 내 몸을 꽉 껴안았다. 그는 내 뺨에 가볍게 키스하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유혹적으로 속삭였다.

"그럼 사흘간 내가 당신을 독점해도 됩니까?"

"싫어."

나는 유렌을 밀어내려다가 꼼짝도 않고 내 몸에 얽혀드는 그의 팔 힘에 실패하고, 다시 불편한 자세로 스푼을 들었다. 그리고 계속 말했다.

"사흘간이 아니고 그 후에도 계속 독점해줘. 나랑 같이 수도로 가면 안 돼?"

기뻐할 줄 알았던 유렌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놓았다.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저는 당신의 첩입니다."

"나중에는 남편이 될 거잖아?"

청혼하겠다고 약속까지 해놓고 왜 이제와서 뒤로 빼는건지. 어제의 그 당당한 모습은 어디가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군요. 세리안이 달가워하지만은 않겠지만, 함께 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강하게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분명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자신감에 가득 차있는 행동이었다.

***

아침식사를 하고 유렌은 최근 게을리했던 검술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 적어도 하루에 진검 만번을 휘둘러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듯한 유렌도 어제처럼 기사들이 자신의 실력을 줄서서 구경하는건 부담스러웠는지, 정원에서 연습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에 승낙하고, 나도 일이 있었으니까 곧장 제 4관을 나왔다. 파티홀로 가서 아젤에게서 댄스를 배웠는데, 오늘은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안 그래도 어제 첫경험으로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데 멍한 머리로 스텝을 기억하며 겨우 한시간동안 춤을 췄다. 뭔가 스텝을 밟는것같은데 사방이 빙빙 돌았다는 것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아젤은 습득이 빠르다며, 출발 전까지는 댄스 스텝을 완벽히 마스터하겠다고 칭찬했다. 수도에 도착하면 상체동작이나 실전 연습은 세리안에게 부탁하면 되겠지. 그가 바쁘더라도 그 정도의 시간은 있을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번 파티때는 귀족들 중에서 친분을 좀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맥이 없으니 혼자 고립되는 느낌이랄까. 내 계승식 파티는 공식파티가 아니었으므로 증인이 되러 일부러 황궁에서 파견된 황태자만 빼고는 진짜 만나야 할 거물들과는 만나지 못했다.

붓꽃이 피는 계절, 출발일까지는 빠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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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짧군요... 전편(노블에 올린 베드신 한편)과 합해서 반으로 나누면 둘다 적절한 용량이 되는데;;;

노블레스 카페권하는 쪽지가 왔는데, 노블이라는 글씨만 보고 '헉, 설마 노블에서 경고쪽지가 온건가ㄷㄷ' 하면서 식겁했습니다ㅠㅠㅠ 읽고 안심. 조아라는 제한이 애매해서 노블이 너무 야해도 짤린다는군요;

노블레스 싫어 엉엉엉 하시는분들 댓글이 많이 달렸더군옄ㅋㅋ 19금이 괜히 19금인게 아니기때문에 성인이 되신 후에 봐주세요. 자꾸 뜰을 권하시던데 뜰에는 불펌위험이 있어서 어떻게든 불펌이 개선되기 전에는 뜰에 소설을 올리지않을 예정입니다. 게다가 뜰은 미성년자 제재를 가할수도 없기때문에 어린 독자분들이 충격(!)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노블에 올리는거에요.

음 그리고 해외에 사셔서 결제가 안된다는분도 있던데, 마나를 쓰면 되지않을까요? 혹시나 5편 넘어가서 유료로 되면 나중에 마나 써서 몰아서 봐주세여.

하지만 19금 없이 그냥 읽으시는데도 지장없도록 써놓겠습니다.

다음편부터 챕터가 바뀌기때문에 더 길게는 쓰고싶어도 못씁니다. 요만큼으로 만족해주세여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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