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님이 길들이는 법-7화 (7/7)

7. 에필로그.

마굴의 주인 셀로신은 마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남자였다. 그의 모습이 담긴 영상석은 도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물품으로 남녀 할 것 없이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는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였다.

셀로신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것과 같이 유연했고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의 집중하는 눈빛은 늘 예리했고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숨이 막힐 듯 황금빛 기운을 뿜어내는 그 모습은 정말 이 세상 멋짐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꽤 매섭게 느껴졌지만, 간혹 웃는 모습은 숨이 넘어갈 만큼 섹시했다. 덕분에 수많은 여성 팬덤들은 그의 모습이 담긴 영상석을 무섭게 사재기를 했고, 마나가 달아 기능을 못 할 때까지 돌려보고 또 돌려보곤 했다.

그리고, 그 수많은 팬 중 하나가 포르틸라였다.

수도 없이 들려오는 소문은 자그마한 그녀의 가슴에 불을 지펴버린다.

독보적인 기사. 마굴의 주인 셀로신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그는 모를 것이다. 젊고 잘생긴 기사 셀로신의 마굴 점령기는 온 대륙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의 마음을 들끓게 했었다. 어린 마법사였던 포르틸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승전 소식은 하루도 빼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녀의 귀에 들어왔다. 마법을 연구하고자 방 안에 틀어박혀 있을 때조차 셀로신의 이름이 들려왔다.

‘아가씨 들어보세요. 지하 마굴의 주인 셀로신 경이 오늘도 미늘창을 휘두르는 밴디 무리를 무찔렀대요.’

‘글쎄, 셀로신 경이 마굴에서 독을 뿜는 가고일을 때려잡고 그 심장에서 마정석을 뽑아왔다고 하는군요.’

‘셀로신 경이….’

정말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 덕분에 어린 소녀였던 포르틸라는 남자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그러다 어느 날. 셀로신 경이 왕관 도마뱀을 잡다 어둠의 나락에 빠져 광전사가 되어버렸다는 소문이 들렸다.

왕관 도마뱀의 체액은 정신계통을 지배하기에 사람의 어두운 면을 내면으로 끄집어낸다고 들었다. 포르틸라는 자신의 영웅이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마굴 탐험에 나섰더랬다.

그렇게 만난 셀로신은 자신의 상상보다 더 잘생기고 훨씬 커다랬으며 매력적이었다. 겨우 15살의 소녀의 마음에 불을 질러버렸다.

덕분에 그녀는 셀로신의 신간 영상석이 발매되는 날 새벽부터 뛰쳐나가 줄을 서서 사곤 했었다. 오늘도 그녀가 가장 아끼는 영상석에 마나를 불어 넣으며 공중으로 뿜어지는 남자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매일 아침 마른 수건으로 닦았는지 영상석은 구입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영상석 밑에는 가지런한 글자로 발행 날짜가 적혀있었다. 정확히 오늘로부터 6년 전. 셀로신은 어느 날 작정하고 홀릴 듯한 미소를 지으며 미친 듯한 색기가 줄줄 흘리는 영상을 찍었다. 상점에 진열되어 있던 수많은 모습 중 그가 유일하게 목소리를 내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을 매일 밤 틀어놓고 잠을 잤었다.

[잘 자요. 내 사랑.]

멋진 바리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상의를 탈의하고 떡 벌어진 어깨와 몸을 드러낸 채 침대 위에 누워 다정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당시에 너무 야하다는 평과 함께 미성년자에게 팔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거친 항의까지 있던 영상이었다.

그 영상은 어린 소녀의 가슴에 불을 질러놓기에 충분했다. 6년 전 23살이었던 셀로신의 모습은 꽤 풋풋했고 이제 막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오른 직전의 모습이라 무척이나 희귀품이었다.

영상 속 남자는 지독히도 아름다웠고 6년이 지나 보아도 여전히 멋졌다. 그런데 다시 돌려보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눈에 딱 들어왔다. 그의 하체 아래 왼쪽으로 묵직하게 눕혀있는 두툼한 실루엣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지 않은가!

“헉!”

포르틸라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공중에 떠오른 화면을 확대했다.

“아앗! …남사스러워라.”

이제야 왜 어른들이 미성년자에게 이 영상을 팔면 안 된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지독하게도 야했다. 남자의 떡 벌어진 어깨와 가슴, 복근. 그 밑으로 보이는 탄탄한 아랫배와 가죽바지 아래 살짝 드러난 체모…. 왼쪽으로 향해 눕혀진 그의 은밀한 거시기까지.

왜 어릴 적엔 저것이 보이지 않았던 것인지. 아마 잘난 얼굴과 벗어젖힌 상체에 홀려 뭣도 몰랐던 거였겠지!

그제야 포르틸라는 제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깨달아버렸다. 대륙의 여성들을 단박에 홀려버린 마성의 남자라는 걸!

“미쳤어!”

결혼 후 공작의 성에 마련된 연구실에 마법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건만. 미처 마무리하기도 전에 이런 끔찍한 사실을 깨닫게 될 줄이야. 이 영상은 대체 몇 개나 대륙에 뿌려졌을까. 제 남자의 이런 야한 모습을 저 말고 수백, 수천의 여자들이 봤을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충격으로 6년간 제 목숨과 같이 아끼던 영상석이 데구루루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이제야 영상석의 위험성을 깨닫게 됐다니.

“다 챙겼습니까?”

멋들어진 정장을 챙겨 입은 셀로신이 연구실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그의 발밑에 작은 구슬이 굴러와 부딪혔다. 셀로신은 허리를 굽혀 주먹만 한 구슬을 주워들었다.

“이건…?”

그의 눈높이에 들어 올려진 구슬에서 반짝 화면이 떠올랐다.

[잘 자요. 내….]

포르틸라는 놀라 자빠질 뻔했다. 아무리 그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어린 시절의 흑역사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순간 챙―! 하고 전면 유리로 된 창에 구멍이 뻥 뚫려버렸다. 셀로신은 깜짝 놀라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누군가의 공격인가 싶어 고개를 둘러보았지만, 방 안에는 그와 포르틸라 둘뿐이었다.

그는 급하게 포르틸라를 감싸 안으며 그녀가 혹시나 다쳤는지 살폈다. 그녀는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채 헐떡거렸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마터면 그녀가 아주 오래전부터 그를 집착하듯 좋아했다는 걸 들킬 뻔했다. 포르틸라는 셀로신이 방 안으로 들어와 영상석을 집어 든 순간 정말 죽을힘을 다해 달려들었다. 제 평생 이렇게 미친 속력으로 두 다리를 움직여 본 기억이 없던 것 같다. 하지만 제 다리가 부러진다 해도 저 영상석을 들킬 순 없었다. 어릴 적부터 그를 스토킹 해왔다는 걸 들키기는 죽어도 싫었다.

어디까지나 이 결혼은 동등한 계약 결혼이어야 했다. 엘런트 공작과 마법사 이난 포르틸라의 결합이어야 하는 것이니까.

셀로신은 제게 안겨 새침한 표정을 짓는 포르틸라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제 손안에 들어왔던 영상석은 그가 치를 떨 정도로 싫어했던 영상이 담긴 물건임을 그는 영상이 떠오르자마자 깨달아버렸다. 벌써 6년 전에 찍었던 물건.

꼬맹이를 제 손에 넣기 위해 셀로신은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첫 만남은 기억도 못 하는 꼬맹이가 저를 각인하는 데 있어서 ‘아저씨.’라는 말을 내뱉었던 건 가히 충격이었다. 아저씨라는 이미지를 벗기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지 쇄신으로 내가 이렇게 젊은 놈이다! 아저씨가 아니야! 라는 처절함으로 포르틸라에게 제 존재를 알려주고 싶어서 찍었던 물건이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그 영상은 셀로신의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별의별 악의적인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셀로신 창놈. 셀로신 좆기둥, 셀로신 발기 지속시간…. 어린 소녀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색마. 유부녀까지 홀리는 호색마….

정말 귀가 썩어들어 가는 듯한 별놈의 소문을 다 들었더랬다. 여자라도 만나고 저런 소문이 들면 억울하지도 않지. 꼬맹이 한 명 꼬시려다 개 같은 소리가 따라붙는 걸 보니 어찌나 기가 막히던지. 혹여나 포르틸라가 불결한 소문을 들었을까 싶어 재빨리 회수했었다.

다 회수해서 불구덩이에 던져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남아 있을 줄이야. 게다가 그걸 그녀가 가지고 있을 줄이야!

순식간에 손에서 채가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는 건 명명백백 제 눈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 여자는 예측할 수가 없었다. 주인님이라고 앙앙거리질 않나, 내키는 대로 여왕님처럼 제게 명령을 내릴 때는 언제고 또 이런 엉뚱한 행동을 보면 아직도 15살에 처음 만났던 천둥벌거숭이 꼬맹이가 떠오르곤 한다.

그는 포르틸라의 머리칼을 넘기곤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입술을 비비며 웃었다. 네크라인 가득 솟아올라 있는 젖가슴이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발표가 몇 시에 시작하죠?”

“흐으응…. 오후 5시 아니었나요. 왜요?”

“왜긴요. 당신을 좀 더 느끼고 싶어서요.”

셀로신은 그녀의 네크라인을 잡아 내렸다. 가슴이 출렁하고 쏟아진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가슴을 위로 올려 잡으며 주물거리기 시작했다.

“셀…로신. 흐응, 안 돼요. 이러다 늦어요.”

“늦으면 어때서요. 7서클 대마법사는 늦게 나타나도 됩니다.”

그가 뻔뻔하게 웃으며 정점을 한입에 삼켜버렸다. 두 사람은 뜨겁게 달아오른 몸으로 서로의 체온을 나눠 갖다.

“또 긴장하는 겁니까? 좋습니다. 오늘은 여왕님 할래요, 아니면 주인님 할래요?”

“흐읏…. 하읏. 주인님. 주인님이 필요해요.”

그녀는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몸을 비벼댔다. 어릴 적 보았던 셀로신의 모습에 달아오른 탓이었다. 영상석 속의 젊은 셀로신의 좆이 튀어나온 가죽 바지라니. 이건 어린 날의 부끄러움과 셀렘이 증폭되어버린 기폭제였다.

게다가 오늘은 그녀가 7서클이 된 기념으로 성대한 발표식이 있었다. 포르틸라는 지독한 긴장감에 휩싸여있었다. 그걸 셀로신은 잘도 눈치채고 제안을 해온다. 휴식을 하자고.

맞다. 그녀에겐 마음의 평화가 필요했다.

셀로신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널찍한 공간에 그녀를 내려놓더니 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난간에 기대게 했다. 엎드리듯 난간에 매달린 그녀의 드레스 조임이 술술 풀렸다. 포르틸라는 당황한 목소리로 소심하게 말했다.

“여, 여긴 밖이 훤히 보이는 곳이에요.”

“부끄러워하긴. 어차피 하인들은 일하느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걸. 그대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의 말에 포르틸라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순식간에 등 리본이 벌어지며 드레스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깜짝 놀란 포르틸라가 몸을 돌리려 했지만, 그의 거친 손길은 그녀가 몸을 돌리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의 목덜미를 누르며 다른 한 손으론 코르셋과 속옷을 단번에 벗겨버렸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포르틸라는 깜짝 놀라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웅크렸다. 소심하게 몸을 숨기는 그녀의 뒷모습에 셀로신은 묘한 가학심이 피어올랐다. 고약하게도 그녀는 제가 얼마나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지 조금도 모르는 듯했다.

예뻤다. 가지런한 등뼈와 날씬한 허리를 타고 흐르는 시선은 둥글고 하얀 엉덩이에 멈춰 섰다. 복숭아처럼 매끈한 엉덩이는 무척이나 탐스러웠다. 보송보송한 피부 위를 손바닥이 음미하듯 내려앉는다. 살금살금 엉덩이를 쓸어내리는 남자의 손길에 포르틸라는 화들짝 놀랐다.

고개만 내밀어도 정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공간이었다. 비록 개인 정원이 펼쳐져 있었지만, 누군가 볼까 싶어 허벅다리를 접으며 몸을 숨기려 애를 썼다.

그녀가 난간 아래로 숨으려 몸을 숙이자 커다란 손이 그녀의 둔부를 잡아 위로 올린다.

“뭘 그리 숨으려 들어. 고양이도 아니고.”

양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쓰다듬던 손은 어느새 도톰한 음부의 살점을 벌렸다. 발간 속살이 벌어지며 자그마한 구멍이 드러났다. 어느새 버클을 풀어 페니스를 드러낸 셀로신은 커다란 손으로 페니스를 위아래로 훑었다. 귀두 끝에서 반짝거리는 액이 손가락에 묻어난다. 축축이 젖은 귀두가 포르틸라의 엉덩이골을 툭툭 치다 살살 비벼댄다.

바스락.

훤히 뚫린 야외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무언가 밟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포르틸라는 화들짝 놀랐다.

정원사라도 들어온 걸까? 혹여나 누군가가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지독한 부끄러움과 민망함에 가슴이 선득해진다. 포르틸라의 생각이 이어지기 전에 아래를 푹 뚫고 들어오는 기둥이 느껴졌다.

“흐읏!”

발코니 너머 정원 곳곳에 사람들이 오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포르틸라는 목덜미서부터 귓불까지 온통 빨갛게 물들고 말았다.

“목소리 내시면 들키실 텐데.”

그가 얄궂게 웃으며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았다.

“으읍…. 그, 그만하세요.”

“주인님이라고 불러야지.”

“흐읏, 주, 주인님…. 제발.”

셀로신은 양 가슴을 거머쥔 그의 손가락은 볼록 솟은 유륜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제발 뭐? 더 귀여워해 달라고?”

“아앗!”

따끔한 고통이 귓바퀴에서 느껴졌다. 가지런한 치열이 그녀의 귓불과 뒷덜미를 따라 잇자국을 남겼다. 단단한 기둥이 좁아터진 질구를 가차 없이 쑤셔댔다.

절퍽절퍽. 야한 소리가 발코니를 통해 외부로 흘러나가는 듯했다.

포르틸라는 누가 볼까 싶어 바들바들 떨었다. 부끄러움에 온몸이 달아올랐다. 그런 모습을 셀로신은 즐기는 듯했다. 격렬하게 등허리를 잡아당기며 밀어붙이던 셀로신은 목덜미를 쪽쪽 빨아대다 지독히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난, 우리 재미있는 거 해볼까?”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가 원한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셀로신은 그녀의 눈을 부드러운 천으로 감쌌다. 순식간에 시선이 차단되었다. 앞이 보이질 않자 누군가에게 들킬까 안절부절못하던 마음보다 당장 바짝 예민해진 오감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진득한 시선은 그녀의 알몸에 들러붙었다.

“걱정하지 마. 이난. 당신을 다치게 할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까.”

귓가에서 은밀히 들려오는 목소리가 미치도록 오싹하게 들렸다. 뜨겁고 낮은 저음에 등골이 저릿했다. 흐르듯 내려온 뜨거운 시선이 다리 사이에서 느껴졌다. 강렬한 감각에 아랫배가 욱신거렸다. 지독한 시선에 내벽이 와락 조여졌다.

온몸의 혈관이 확장되며 심장이 쿵쿵 울려댔다. 짜릿한 소름에 하얀 피부 위로 닭살이 솟았다. 뜨거운 열기로 인한 땀인지 아니면 지독한 긴장으로 인한 땀방울인지 모를 것이 온몸에 배어 오른다.

“이런. 벌써 긴장하는 건가? 야하긴.”

어둠에 묻힌 시야가 까마득히 느껴졌다. 난간 아래로 흘러내린 머리칼이 흔들거린다. 하지만 등골을 타고 오르는 오싹함은 그녀에게 묘한 기대를 일으켰다.

“기분 좋아 보이네. 역시 넌 변태야.”

눈가를 붉은색으로 물들인 그녀의 얼굴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더운 숨을 내뱉으며 긴장으로 인해 온몸에 근육에 힘을 준 그녀의 몸은 한 마리의 날쌘 동물과 같았다. 셀로신은 더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허벅지를 활짝 벌리곤 페니스를 더욱 깊게 밀어 넣었다.

“하으응….”

가차 없이 그가 허리 짓을 해대자 그녀의 몸은 점점 더 난간 밖으로 밀려 나갔다. 허벅다리를 단단히 휘감은 팔뚝 위로 푸른 혈관이 불뚝거리며 튀어 올랐다.

세상이 뒤집힌 채 흔들거렸다. 난간 위에서 반쯤 걸쳐져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사정없이 박혀 드는 쾌감에 머리가 이상해질 지경이었다.

“하읏, 주인님. 이, 이상해. 이상해요! 으으응!”

“이상하지 않아. 기분 좋다고 하는 거야.”

“으응. 기… 기분 좋아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선이 차단되자 오히려 온몸이 예민해졌다. 밀고 들어오는 커다란 기둥의 크기며 묵직하게 음부를 쳐대는 고환의 흔들림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의 향기가, 그의 체온이, 그의 흐르는 땀방울과 제 안에서 점점 크기를 키워가는 페니스까지 모든 게 저를 지배하는 것 같았다.

“흐흣! 나, 나 갈 거 같아, 요…. 하아앙.”

“그래, 맘껏 가도 좋아.”

“흑….”

거친 손가락의 움직임에 음부가 퉁퉁 부어올랐다. 줄줄 흐르는 물이 허벅지로 튀어 오르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견디지 못한 페니스 또한 걸쭉한 액을 토정해 냈다.

“하, 시큼한 냄새. 네 야한 냄새 때문에 돌아버리겠어.”

주르륵 하얀 정액과 애액이 범벅되어 발코니 바닥을 적셨다. 움찔거리는 구멍이 닫히지 못한 채 그 안에 들어찬 액을 쏟아냈다.

셀로신은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온통 젖어버린 살점을 빨아먹었다. 그러고는 눈물로 엉망이 된 부인의 얼굴에 키스했다.

온몸에 벼락을 맞은 듯 움찔거리던 포르틸라는 손끝을 더듬거리며 셀로신의 목을 찾아 꼭 감싸 안았다. 익숙한 향기가 그녀에게 배어 나왔다. 두 사람의 체향이 뒤섞인 온도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하아, 사랑합니다. 이난.”

그녀의 눈을 가린 천을 풀어내며 상냥하게 웃었다. 복숭앗빛으로 말갛게 익은 포르틸라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사랑해요. 나의 주인님.”

“나의 여왕님. 저야말로 영원한 그대의 종입니다.”

셀로신은 무릎걸음으로 그녀의 발등에 입을 맞추며 영원한 복종을 맹세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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