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결혼.
“아,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차림은 어색해서요.”
드레스 자락을 밟은 건 셀로신이었건만 포르틸라가 당황하며 사과를 했다. 그녀는 자그마한 얼굴을 붉히며 그가 안내한 소파에 앉았다. 놀라우리만큼 요조숙녀의 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셀로신은 그녀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에스텅이 차를 내오자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엘런트 공작님. 저희의 혼인 건은 없던 일로….”
그녀는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표정으로 셀로신에게 운을 뗐다. 셀로신은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 물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시다시피 저는 마법사입니다. 곧 7서클을 앞두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공작가의 부인이 된다면 돌봐야 할 일이 많을 터인데 저는 여러 가지 일에 몰두할 자신이 없어요. 분명 공작님께 누가 될 겁니다.”
그녀의 걱정이 이해가 됐다. 공작가의 부인이 된다면 할 일이 어마어마했다.
거느리는 하인만 해도 백여 명이 넘는다. 그들에게 하나하나 일을 분배해야 하고 공작가의 살림살이를 꼼꼼히 챙겨야 했다. 음식을 챙겨야 했고 재료를 사야 했다. 옷을 직접 지어야 했고 옷감을 짜기도 했다. 매달 열리는 사교 모임은 필수로 신경 써야 했다.
심지어 공작가에 딸린 하위 가문 또한 챙겨야 했다. 그건 정말 일부의 모습일 뿐. 공작이 자리를 비우면 그 역할까지 부인이 해야 했다.
하지만 포르틸라의 성격을 생각하면 살림과 거리가 멀었다. 마굴에서 노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털털한 성격으로 살림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도통 매치가 되질 않는다.
그녀는 사냥꾼이었지 요조숙녀가 아니었다. 6서클의 인재를 집 안에 앉혀놓고 살림을 시키는 것도 낭비였고.
“…살림 안 하셔도 됩니다.”
“네?”
“살림, 안 해도 된다고.”
“그… 그런.”
포르틸라가 혼란스러워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엘런트 공작과 결혼하라는 왕의 명령에 그녀는 무척이나 당황했다. 엘런트 공작은 왕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었다. 그와는 접점이 아예 없었다. 그의 얼굴을 본 적도, 대화를 나누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혼인이라니?
귀족 간의 혼인은 극히 계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비록 평귀족이긴 하지만 6서클 마스터이기에 사람들이 탐을 낸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했기에 그녀는 평생 결혼이란 단어를 머릿속에 넣어본 적이 없었다.
당장 7서클에 닿기 위해 평생을 공부해도 어려운 판에 결혼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왕궁에 따지러 갈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그리하기엔 왕궁과 척을 지게 될 터. 왕궁에서 나오는 연금이 끊길지도 몰랐다.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조금도 아니고 엄청난 돈이 말이다.
7서클은 그냥 되는 게 아니었다. 깨달음도 필요했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마법 실험도 엄청나게 해야 했다. 부족한 마나는 마정석으로 채워 넣어 실험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터였다.
어렸을 때야 마굴에 쳐들어가 마물을 잡아 마정석을 보급했지만, 지금은 그 짓도 할 수 없었다. 마굴에 들어가 봤자, 셀로신이라는 마굴의 주인이 대부분 마정석을 차지했다. 결국, 제 손에 들어오는 건 몇 개 되지도 않는 마정석. 효율이 망해버린 사냥은 더는 그녀에게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런 판에 왕의 결혼 명령이라니. 무척이나 불편했었지만 궁금하기도 했다.
소문에 듣기론 엘런트 공작은 비밀이 많은 남자였다. 사교계에 일절 나오질 않아 얼굴을 본 사람도 없었다. 그저 들려오기론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사업 쪽으로 눈을 돌렸고 덕분에 돈이 천문학적으로 많다고 했다.
그런 남자가 여태 결혼을 못 했다고? 그의 부를 시기하는 자들은 엘런트 공작을 향해 ‘고자 새끼’라서 결혼을 못 한다는 악랄한 소문을 내기도 했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쩌면 그의 성 불능은 마나의 흐름이 막혀서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간단히 마나의 흐름을 고쳐주고 자신의 후견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다. 물론 결혼은 젖혀두고 말이다. 그래서 남자를 구슬려보러 왔건만. 그는 제 상상과 너무 다른 남자였다.
병약하다고? 어디 부분이? 조금 말라보이고 평생 펜촉이나 잡아야 할 것 같은 타입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혈기 넘치는 사내였다.
“정 저와 혼인을 그만두고 싶으시다면. 제 부탁을 들어주십시오.”
혼인을 거절하자 남자는 묘하게 저를 설득하며 밀어붙이다가 또 아닌 듯 조건을 바꿔댔다.
“저는 여자 경험이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어려서부터 병약하여 사교계에 발을 들인 적이 없지요. 당신과의 혼인을 거절한다면 분명 형님의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그대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으니까요. 어리석은 동생 놈의 거절로 나라의 위기가 온다고 생각을 하실 겁니다.”
“저, 저는 평생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하아, …설마 당신도 제 소문을 들으신 건가요? 남자로서 기능을 못 해서 거절하신다면 확실히 말해주십시오. 제가 고…끼라서 안 되겠다고요.”
그가 말을 삼켜가며 내뱉는 단어에 포르틸라는 무척이나 당황했다. 엘런트 공작은 깊은 탄식을 내쉬며 당장이라도 자살할 듯한 그늘진 표정을 지었다.
그가 고자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결혼을 정중히 거절하려고 온 거지 그를 불쾌하게 하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억울한 마음에 변명이 급히 쏟아졌다.
“아, 아니에요. 공작님이 ‘고자 새끼’라는 무례한 소문을 들어서 그런 게 아니…. 아앗! 죄, 죄송합니다. 이런 말을 하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포르틸라는 엘런트 공작의 행동에 말려든 걸 인식하지 못하고 재빨리 사과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트릴 것처럼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고. 자. 새. 끼.’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셀로신은 지독한 두통을 느꼈다. 눈앞이 잠시 흐릿해지더니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엘런트 공작님?”
포르틸라가 비틀거리는 셀로신을 부축하며 그를 부르자 모든 게 선명해졌다.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진중한 표정으로 목소리 톤을 낮췄다.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소문은 소문일 뿐이니까요.”
그는 비밀이라도 말하듯 은밀하게 속삭였다.
“저는 고자 아닙니다.”
“네? 아…. 다행이네요.”
포르틸라는 당황하며 어색하게 그에게서 떨어졌다. 고자가 아니라니 다행이긴 한데 그녀의 계획에서 한걸음 멀어졌다. 그가 문제가 있다면 고쳐주고 혼인을 정중히 거절하려 했는데 그럴 수 없어졌다. 결국, 그의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는 소린데, 무슨 부탁을 해올지 상상조차 되질 않았다.
“그래서, …원하시는 게?”
토끼같이 조그마한 여자가 발발 떨며 제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올려보는 모습이 무척 깜찍했다. 셀로신은 그녀의 모습에 절로 웃음을 지었다.
“그저 저는 형님의 분노가 두려울 뿐입니다. 전능하신 국왕 폐하의 자존심은 하늘과 같을 터. 그의 명령을 어겨버린 저는 고자도 아님에도 평생 다른 여자와 혼인을 못 할지도 모르겠네요. 화가 나신 형님께서 허락을 않으면 그만이니까요.”
“아아….”
그녀는 순진무구한 눈망울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제 사정도 못지않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분노는 제가 다 받아들일 테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게 그 치마 속을 보여주십시오. 그럼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그… 그게 무슨.”
포르틸라는 당혹스러운 공작의 제안에 숨이 턱 막혔다. 그녀는 입술을 달달 떨며 시선을 떨궜다. 엘런트 공작은 그녀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아 올리며 시선을 마주했다. 마치 마지막 소원이라는 듯 뜨거운 눈동자가 무섭게 일렁거렸다.
“섹스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냥 살짝 다리를 벌려주시면 됩니다. 여성기가 어찌 생겼는지 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저 눈으로 그곳을 확인하고 물러나도록 하죠.”
적나라한 언행에 포르틸라는 화들짝 놀라 어색하게 그에게서 물러섰다.
“공작님 정도의 지위라면 굳이 제 것을 보아야 하나요? 당장이라도 부탁을 하면 보여줄 여자들이 넘쳐날 텐데….”
“하, 제가 그런 명예도 모르는 놈으로 보이십니까. 아무 여자의 음부를 보여달라고 하다니요. 저는 책임도 지지 못할 짓을 하는 놈은 아닙니다. 그대는 그래도 저와 정식으로 혼담이 오가는 사이니 서로의 것을 조금 본다고 흠될 건 없으니까 부탁드리는 겁니다.”
포르틸라는 지독한 고민에 휩싸였다. 엘런트 공작의 말이 맞았다. 혼담이 오가는 사이에 몸을 보지 못할 건 없었다. 게다가 이 결혼을 거부한다는 건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오는 일. 왕가와 척을 지겠다고 선언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엘런트 공작은 자신이 모든 걸 뒤집어쓰겠다며 제게 청하지 않나. 고작 치마 속을 보여 달라고 말이다. 그녀가 지독한 고민에 휩싸여있을 때 그가 당혹스러운 말을 또다시 던졌다.
“게다가 당신이 무척이나 귀엽기도 하고요. 솔직히 결혼을 거절하기 싫습니다.”
그가 제안했던 선택지에 스스로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결혼을 무를 수 있는 조건이 사라지려 했다.
마음이 급해진 포르틸라는 속으로 계산기를 빠르게 두들겼다. 제 음부를 그저 보여주기만 하는 건 정말 남는 장사였다. 게다가 귀엽다고 하잖아. 공작에 대한 관대한 마음이 솟아난다. 괜한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래서 대답은 뭡니까?”
“보여…드릴게요.”
그녀의 대답에 셀로신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생각했습니다.”
셀로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응접실 손잡이를 걸어 잠갔다. 커다란 창의 커튼을 치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드레스 밑으로 속옷을 벗었는지 가느다란 종아리가 보였다.
그는 포르틸라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녀의 드레스를 걷어 올렸다. 통통한 허벅지와 그 중앙 골짜기에 핑크빛 터럭이 옹기종기 숲을 이루고 있었다.
“다리, 벌려주시죠.”
그의 말에 포르틸라는 긴장이라도 했는지 파르르 떨며 다리를 수줍게 벌렸다. 곱게 다물려있던 허벅지가 벌어지며 매끄러운 살 틈이 드러났다. 자그마한 음부가 모습을 보이자 셀로신은 감탄이 일었다.
저 복숭앗빛 살덩이를 제가 혀로 가르고 빨아댔단 말이지. 그의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났다.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가 순식간에 발갛게 얼굴을 붉히며 몸을 움츠렸다.
“그러면 보이지 않습니다.”
“부, 부끄러워서.”
그리 소심하게 말하면서도 약속은 지키겠다는 움츠린 몸을 이완시키며 두 손을 꼭 잡고 눈을 감는다. 셀로신은 그 모습에 심장이 간질거려 죽을 것 같았다. 밤에는 여왕님처럼 하악질 하더니 지금 보니 꼭 귀여운 고양이 새끼 같다.
셀로신은 그녀의 양쪽 종아리를 잡아 소파 위로 올렸다. 몸이 유연하게 소파 위로 부드럽게 넘어가며 음부가 훤히 드러났다. 급작스러운 남자의 행동에 그녀의 얼굴이 아연실색하게 변했다.
“스스로 하는 게 힘들면 제가 알아서 보겠습니다.”
“…네.”
엘런트 공작의 얼굴이 다리 사이로 가까워졌다. 그의 시선이 사타구니 사이에서 느껴지자 심장이 정신없이 두근거렸다. 순간 그의 뜨거운 입술이 허벅지에 닿았다.
“하읏!”
화들짝 놀란 가슴이 쿵쿵 울려댔다. 남자의 입술은 위험할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부드럽게 간지럽히는 숨결이 쏟아진다.
그녀의 하얀 피부에 입술을 쪽쪽 붙이며 점점 안쪽으로 향해갔다. 포르틸라는 지독한 부끄러움에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그가 입술을 움직일 때마다 얼굴에 뜨겁게 열이 올라왔다. 습습한 날숨이 허벅지를 타고 흩어질 때마다 간질거리는 몸을 어찌할지 몰라 꼼지락거렸다. 하지만 여자의 것을 처음 본다는 공작은 너무나 자연스레 입술을 옮겨갔다.
“으응, …흣.”
그녀의 꽉 눌린 신음이 쏟아졌다.
그래, 이 목소리였다. 온몸을 자극하는 짜릿한 신음. 게다가 이 촉촉한 피부의 느낌. 붉은 낙인을 찍으며 중심으로 향한 그는 곱게 다물린 살을 손으로 활짝 벌렸다. 여린 속살이 벌어지며 붉은 구멍이 보였다.
조그만 자극에도 격한 반응을 보이는 구멍이 뻐끔거렸다. 그게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음탕하기 짝이 없는 저 작은 구멍에 제 것을 당장이라도 밀어 넣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참았다. 천천히 그녀의 것을 눈으로 담고 느긋이 즐길 생각이었다.
그는 가지런한 터럭 위에 입술을 올렸다. 밤새 맡았던 바로 그 향긋한 향이 솔솔 느껴졌다. 혀를 길게 빼 느리게 촉촉이 젖은 음순을 아래에서 위로 핥았다. 포르틸라가 깜짝 놀라며 허벅지를 바짝 움츠렸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통통한 사타구니에 묻혀버렸다. 뽀송뽀송한 솜털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미칠 것같이 달콤한 향기가 훅하고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왔다. 하, 젠장. 욕정이 지독히도 치밀었다.
“읏, 보, 보기만… 하신, …다면서요.”
울먹거리는 듯하면서도 어찌할 줄 몰라 달달 떠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깜찍하다.
“으읍, 이리 조여놓고 어떻게 보라는 겁니까. 아무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는 꽉 다물린 음탕한 속살에 입술을 붙이고 쭙쭙 빨기 시작했다. 갈라진 틈새에 혀를 밀어 넣고 파헤쳤다. 파고든 혀가 늪에 빠진 듯했다. 혀끝에 감기는 살점이 달콤하다 못해 녹아버릴 것 같았다.
게걸스레 빨아대는 남자의 입술에 포르틸라는 신음을 크게 내뱉고야 말았다.
“흐읏, …아앗. 아으으으응!”
하, 이 목소리. 그래 이 미칠 것 같은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거다. 이제 시작이었다. 아침에는 영문도 모르고 그녀의 명령에 따라야 했지만, 지금은 모든 게 명확해졌다. 그가 여자의 운명을 붙잡고 있지 않던가.
하관을 밀어 그녀의 음부를 꾹 누르고 좌우로 흔들어댔다. 코끝에 작은 음핵이 맞닿아 비벼졌다. 턱 끝에 눌리는 회음부와 입술에 비벼지는 질구의 짜릿함에 여자는 자지러지며 사타구니를 더욱 움츠려댔다.
개처럼 얼굴을 박고 밑을 빨아대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하, 다리 활짝 벌려요.”
부탁인 듯 부탁 아닌 명령조에 포르틸라는 다시 허벅지를 좌우로 벌렸다. 남자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감아 제 눈앞으로 끌어내렸다. 그녀의 몸이 완전히 접혀 소파에 눕혀지자 커다란 손이 가느다란 오금을 내리누른다.
그는 활짝 벌어진 음순을 바라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제가 빨아댄 타액이 묻어 번들거리는 게 미치도록 먹음직스러웠다. 자극으로 인해 숨어있던 음핵이 머리를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저걸 눈을 가리고 빨았다는 생각에 페니스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이걸 그리 숨기고 계셨습니까. 이 예쁜 걸 말이에요.”
그는 손가락을 펼쳐 껍질에 반쯤 숨어있던 음핵을 벗겨냈다. 볼록 솟아오른 반질거리는 음핵에 가지런한 치열을 가져다 자극하자 음란한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다리 사이를 적셔가는 애액에 그의 애무는 더욱 격렬해졌다. 꿈틀거리는 내벽에 혀를 밀어 넣었다.
“흐읏, 아… 아아! 보, 보기만 하신다면서. …읏!”
촘촘한 주름이 혓바닥을 조여오며 벌떡거렸다. 바르르 떨리는 허벅지에 셀로신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름답습니다.”
입술로 덮어버린 질구에 뜨거운 숨결이 번져가자 포르틸라는 허리를 비틀었다. 포악한 혀가 촉수같이 내벽을 긁어대고 찔러왔다. 성마르게 치대는 하관이 그녀의 회음부를 짓누르고 음핵을 꼬집어대는 손놀림에 지독한 오르가슴이 밀려왔다.
사정을 봐주지 않는 남자의 애무에 가파른 절정이 밀려왔다. 포르틸라는 균열에서부터 밀려오는 떨림에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무의미한 저항. 질척하게 엉겨 붙은 남자의 손과 개처럼 처박고 빨아대는 머리통은 도통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전신이 벼락에 맞은 듯 들끓었다. 사정을 봐주지 않는 절정에 허벅지 안쪽이 지독한 긴장으로 단단해졌다. 자비 없이 쏟아지는 쾌감에 포르틸라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아, 아으응! 그, 그만요. 아! 공작님! 아흣!”
보기만 한다며 남자는 보는 것으로 끝낼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이 남자의 혀 놀림이 보통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느껴보던 그 입술의 움직임이다. 설마 하는 생각에 그녀의 눈이 가느다래졌다. 사내의 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묘한 마나의 파장이 느껴졌다.
순간 포르틸라는 움찔하고 놀라고 말았다. 질구 사이로 가늘고 단단한 무언가가 밀려들어왔다.
“하읏! 뭐, 뭘 넣으시는 거… 흐응!”
남자의 단단하고 길쭉한 손가락이 밀려들어왔다.
저항할 틈도 없었다. 저항이란 말이 무의미할 정도였다. 쾌락의 포로가 되어 버린 포르틸라는 남자의 머리통을 붙잡고 하복부를 흔들어댈 뿐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둥글게 원을 그려대고 위아래로 흔들고 좌우를 번갈아 치댔다. 터트릴 듯 음핵을 비벼대기를 반복했다.
침범한 검지와 약지가 질구에 뿌리까지 처박혀 쑤셔진다. 곡괭이라도 된 마냥 곱아든 손가락이 잔뜩 달라붙는 질 주름을 파헤치고 단박에 그녀가 느끼는 지점을 쳐댔다. 켜켜이 쌓여가는 절정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리고 발밑이 붕 떠올랐다. 욱신거리다 못해 오한이라도 든 것처럼 떨려오는 몸뚱이에 온몸을 바르르 떨어댔다. 달아오른 하복부가 연속되는 자극에 간지러워 죽을 것 같았다. 지독한 요의가 밀려왔다. 허리가 흔들거리다 못해 팔딱팔딱 튀어 올랐다.
“흐아아앙…! 자, 잠깐만! …아!”
성감대를 자비 없이 쑤셔대는 손가락과 큼지막하게 발기해버린 클리토리스를 강하게 비비고 쥐어짜는 입술에 더는 참지 못하고 그녀는 음란한 물을 쏟아냈다.
“흐읏!”
이성을 잃어버린 포르틸라는 입을 벌리고 타액을 주르륵 흘렸다. 눈물로 얼굴이 엉망이었다. 멍한 눈동자가 온통 젖어버린 남자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황홀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남자가 얄밉다.
“흐으…,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나요.”
“하아, 이리 젖어 야한 신음이나 내뱉는 당신을 보니 도저히 멈출 수가 없지 않습니까.”
손가락을 깊게 쑤셨다가 잡아 빼는 남자의 손길에 다시 한번 질구가 벌떡거렸다. 잔뜩 달라붙은 살 벽이 뾰족하게 딸려 나왔다 숨어버린다. 음란한 구멍에선 하얀 거품이 일어 그의 손가락에 크림처럼 묻어있었다. 남자가 입을 벌려 크림을 맛있다는 듯 핥아댔다.
“제발. 더러워요.”
“더럽긴. 당신 건 모조리 맛있는데.”
포르틸라는 공작의 말에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았다. 가슴이 묘하게 요동쳤다. 고고해 보이는 사내가 손가락의 거품을 모조리 핥아대고 있었다. 그러곤 또다시 그녀의 음부에 묻은 거품을 아깝다는 듯 빨아댔다. 엉덩이골까지 젖어버린 야한 액을 아무렇지 않게 정성껏 핥아댔다. 음부에 집착하는 공작의 모습에 처음으로 제 아랫도리가 음란하게 느껴졌다.
“흐읏… 머, 멈추세요.”
“정말 그만둬?”
쪽쪽거리던 남자가 드디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입술에 번들거리는 애액이 미치도록 야했다. 회색 눈동자가 짐승의 것처럼 번쩍거린다. 젖어버린 머리칼을 쓸어 올리는 그의 모습에 심장이 떨리다 못해 녹아내릴 것 같다.
엘런트 공작의 첫인상이 저랬던가? 전혀 아니었는데. 유약해 보이는 얌전한 인상이었건만…. 첫인상과 사뭇 다른 미치도록 야해 보이는 남자의 몸짓은 마치 허기진 짐승 같았다. 마치, 마치 밤새 제 밑을 게걸스레 빨아 데던 셀로신과 같은 느낌.
그에 포르틸라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공작의 지독한 시선이 닿자 몸이 달아올랐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내리다 남자의 중심이 불룩 솟아오른 게 선명히 보였다.
“아… 도, 돌아갈게요.”
포르틸라는 이대로 있다간 더한 일을 치를 것 같아 재빨리 몸을 세웠다. 엘런트 공작에게서 셀로신의 모습을 느끼다니. 잘못했다간 엘런트 공작이 요구한 아랫도리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녀가 불편한 자세를 바꾸고 도망가려 하자 셀로신은 재빨리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당겼다.
새빨간 음부가 제 눈앞에서 도망을 가려 한다. 빨갛게 익은 독 사과를 제게 먹여놓고 나 몰라라 몸을 빼려 하는 그녀가 괘씸했다.
“우리 그냥 결혼합시다.”
셀로신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녀의 아래를 휘젓고 빨아대는 동안 자신이 얼마나 이 여자의 신음과 허벅지와 음부에 미쳐버렸는지 깨달았다. 끓어오르는 흥분을 누르며 야인이나 다름없던 꼬맹이에서 숙녀가 된 여자에게 애원했다.
“살림, 일절 안 해도 됩니다. 까짓것 집사 하나, 하녀장 하나 더 뽑으면 되지.”
에스텅이 들으면 난리 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원하는 거 있으면 다 들어줄게요.”
“….”
“어서.”
포르틸라는 자신을 어린애 다루듯 어르는 공작의 행동에 당황했다. 더욱 황당한 건 그가 진지하게 말하면서도 제 사타구니에 열심히 얼굴을 비벼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어떤 여자도 음부에 얼굴을 처박은 채 청혼을 하는 남자를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소문으로 듣던 공작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다. 고고한 학과 같은 남자라 하지 않았던가. 몸이 약해 정치에 관심이 없고 학문에만 뜻이 있는 남자라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제멋대로인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열정적이다 못해 그녀가 따라 가질 못할 만큼 음부에 진심인 미친놈이었다.
공부하는 변태였던 걸까? 포르틸라는 방금만 해도 그의 야해 빠진 얼굴에 설레었던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당장 이 남자에게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심연에서부터 기어 올라온다.
“거, 거절….”
그녀가 거절의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엘런트 공작은 그녀에게 엄청난 사탕을 결정타로 흔들어댔다.
“혹 마정석 필요하지 않습니까? 7서클로 올라가려면 엄청난 마정석이 필요할 텐데…. 필요하신 만큼 제가 다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그대는 그냥 마법 연구만 하면 됩니다.”
“그, 그게 무슨?”
“나랑 결혼해 주면 내가 너를 7서클 만들어 주겠다고.”
미쳤다. 7서클로 올라가기 위해 들어갈 마법석은 천문학적 재원이 들어갈 만큼의 양이 필요했다. 그걸 다 지원해 주겠다고?
포르틸라의 머릿속이 정신없이 핑핑 돌기 시작했다. 공작부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마법 연구만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하는 이 남자. 정말 엄청난 황금마차와 같은 자였다. 게다가 뭔가 미묘하게 제가 좋아하는 셀로신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엘런트 공작은 다채롭게 변화하는 포르틸라의 얼굴을 즐겁게 바라보며 그녀를 달래듯 혀를 내밀어 음부의 입구를 녹일 듯 할짝거렸다. 그 작은 머리로 뭘 그리 고민하는지. 그녀의 질구를 깊게 혀로 가득 채우고 코끝으로 음핵을 문질러댔다.
“하, …으응, 아흣!”
여린 피부 위를 자극하는 그의 행위에 몸이 달달 떨던 포르틸라는 지독한 쾌감에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날 선 자극에 머릿속이 멍했다. 핑핑 돌던 머리가 멈칫거린다. 결국, 머리와는 다르게 솔직한 몸은 남자가 원하는 대답을 내놓았다. 포르틸라의 입이 홀린 듯 벌어졌다.
“조, 좋아요!”
포르틸라의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셀로신은 그녀의 음부에 키스를 퍼부었다.
“하, 젠장. 거부하는 줄 알고 놀랐잖아.”
그는 한숨을 내쉬며 정신없이 대음순을 벌리고 타액을 발라댔다. 이미 한바탕 풀어댄 터라 통통하게 부은 속살은 매끄럽기 짝이 없었다. 이제 이 좁고 쫀쫀한 구멍은 자신의 것이었다.
그는 제 바지를 풀어헤쳤다. 페니스를 꺼내기 위해 손을 밀어 넣는 순간 매끈한 피부가 만져졌다. 터럭 한 올 남아 있지 않던 제 고간에서 손이 멈칫하고 굳어버렸다.
문득 오늘 아침 일이 떠오른다. 거침없이 제게 명령을 하던 여자. 음부를 제 얼굴에 붙이고 흔들어대지 않았던가. 혹여나 그곳에 다른 놈의 입이 닿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순간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
“혹시, …경험 있습니까?”
“네?”
“섹스해본 적 있냐고.”
포르틸라는 섹스의 정의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었다. 셀로신과 SM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면 당당하게 없다고 말했을 테지만. 음부를 빨리고 비벼댄 건 유사섹스 아닌가?
“…없다고 해야 할지. 이, 있다고 해야 할지.”
셀로신은 이도 저도 아닌 대답에 헛웃음이 나왔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마굴에서는 그렇게 사내놈을 경멸하듯 바라보고, 저만 보면 도둑놈이라고 잡아먹을 듯이 굴더니 앙큼하게도 이상한 짓을 하긴 했나 보다. 쪼그만 게 발랑 까져서는….
셀로신은 울컥 화가 치밀었다.
“손 올려.”
그녀가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며 손을 올리자 셀로신은 그녀의 드레스를 훌렁 뒤집어 위로 단박에 벗겨버렸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포르틸라가 몸을 웅크리자 그는 또다시 헛웃음을 흘렸다.
속옷을 제대로 입고 있지도 않았다. 여성이라면 응당 입어야 할 슈미즈에 코르셋은 아예 보이질 않았다. 지금 보니 엉덩이에 걸치고 있던 속옷이 용할 지경이다. 그의 표정이 점점 구겨지자 포르틸라는 걸리는 게 많은지라 마음이 급해졌다.
“잠깐만요! 설마 청혼 무효로 돌리는 건 아니겠죠. 이렇게 알몸까지 다 봐놓고선. 겨, 결혼하겠다고 확실하게 말해줘요.”
갑자기 결혼하겠다는 굳은 결의라도 찬 것인지 그녀가 셀로신에게 확답을 받으려 했다.
셀로신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역시 몸만 커졌지 어린애 같은 점은 변한 게 없었다.
하긴, 너무 어린 나이서부터 마법사의 길을 걸었으니 그녀가 제대로 된 관계를 사람들과 맺었을 리가 없었다. 받들어 주거나 혹은 누리고 살았을 테니 그 정신이 성숙할 기회가 있을 턱이 없다. 그러나 쉽게 그녀를 용서해 줄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공작부인이 되는 이상 그 이상한 놀이는 그만두게 해야 했으니까. 이난 포르틸라는 자신만의 여자여야 했다.
“당연하죠. 그대는 저와 결혼할 겁니다. 이난 포르틸라 드 가브리엘 경.”
셀로신의 확답에 그녀의 얼굴에 안도감이 서린다. 하지만 셀로신이 내뱉는 다음 문장에 포르틸라는 완전히 패닉에 빠져버렸다.
“그 대신, 돼먹지 않은 이상한 SM플레이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줘야겠어.”
“어… 어떻게 그걸….”
“어떻게는 알 거 없고, 나는 내 아내가 살림 안 해도 되고, 자기 하고 싶은 일하는 건 다 봐줄 수 있지만, 나 말고 다른 놈이 내 아내의 속살을 헤집는 걸 허락할 만큼 너그러운 놈은 아니라서 말이야.”
포르틸라는 정말 당황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 남자가 자신이 SM플레이를 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 * *
“엉덩이 더 올려.”
엘런트 공작은 진심 변태 새끼였다. 그리고 자신도 변태였나 보다. 포르틸라는 제게 부끄러운 자세를 요구하는 남자의 말을 들어주면서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남자의 허벅지에 엎드린 채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커다란 손바닥이 허벅지서부터 부드럽게 타고 올라오더니 엉덩이 전체를 둥글게 비벼댔다. 마찰하는 체온에 피부가 달아오른다. 그러곤 충분히 데워진 피부에 열이 오르자 남자의 손이 찰지게 엉덩이를 후려쳤다.
“하읏!”
복숭아 속살같이 하얀 엉덩이 위로 발간 손바닥 자국이 예쁘게 피어올랐다.
“다시는 다른 사내에게 몸을 보이지 않겠다고 약속하십시오.”
“흐응… 네.”
철썩―.
“그대는 디프런스트 공작부인이 될 귀한 몸이니 몸가짐에 주의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마시고요.”
“아응! …네에.”
또다시, 철썩!
둥근 엉덩이가 탄력 있게 흔들거렸다. 흐느끼는 그녀의 신음이 천상의 노랫소리 같다.
셀로신은 그녀의 피부에 낙인찍힌 제 손바닥에 만족감을 느꼈다. 이 여자의 몸은 내 것이다. 절대 다른 놈들의 눈길이 닿지 못하게 만들 터였다.
야무지게 자국 난 피부를 살살 달래며 엉덩이 위에 입술을 붙였다. 혀를 내밀어 붉은 낙인에 타액을 바르고 키스를 했다. 손으로 엉덩이를 벌려 수줍게 닫혀 있는 음부를 쓰다듬었다. 곱게 갈라진 틈새에 손가락이 쑤욱 빨려들었다.
하, 말랑말랑해. 통통히 부풀어 오른 음순이 손가락 사이를 미끄덩거리며 제멋대로 빠져나갔다. 매끈한 액이 주르륵 새어 나와 온통 젖어있었다.
“맞는 게 좋은가 봅니다. 이리 질질 흘러 대는 꼴이라니.”
“그, 그럴 리가요.”
포르틸라는 손가락으로 장난을 치며 쑤셔대는 남자의 손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
‘으읏, 거기, 조금 더 아래쪽을 비벼주면 좋겠는데.’
아슬아슬하게 클리토리스를 피해 가는 남자의 손길이 야속해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손끝에 비벼댔다.
셀로신은 그녀의 반응을 눈치채곤 웃었다.
“어딜 더 괴롭혀줄까요.”
“흐응… 조금만 더 아래요.”
“야하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졸라대기나 하고.”
공작은 변태에다 사람 놀리는 걸 좋아하는 듯했다. 그의 놀림에 포르틸라의 귀며 뒷덜미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 모습이 또 환장하게 꼴린다. 뱀처럼 미끄러진 손가락이 볼록 솟은 음핵을 비틀고 꼬집었다. 깜짝 놀란 여체가 벌떡 튀어 오르며 파르르 떨어댔다.
“아! …하읏! 살살….”
“요구도 많고… 참으로 귀찮은 분이시군요.”
그녀를 비난하면서도 셀로신도 미칠 노릇이었다. 아까부터 솟아오른 페니스가 터질 것같이 아팠다. 지나친 자극에 허리가 절로 들썩거린다.
“흐으으… 추, 축축해요.”
“뭐가요? 보지가?”
“아… 아니. 배꼽을 찌르는 그게요.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까부터 질척거려서… 부, 불편해요.”
“아아….”
엎드린 그녀의 날씬한 배꼽을 찌르고 있는 건 제 페니스였다. 그도 이미 느끼고 있었다. 흠뻑 새어 나온 프리컴 덕분에 귀두가 온통 젖어있음을.
엉덩이를 한껏 흔들며 답하는 여자의 말에 셀로신은 웃었다. 밝히기는…. 손가락을 씹어대는 보지에서 흠뻑 젖은 손을 빼냈다. 줄줄 흐르는 액이 진득하게 손가락에 들러붙는다.
하아, 더는 장난질도 못 해 먹겠다. 이 녹아내리는 매끄러운 구멍에 좆을 쑤셔 넣고 흔들고 싶었다.
그는 포르틸라를 허벅지에서 내려오게 했다.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그녀를 소파 아래, 제 다리 사이에 자리 잡게 했다.
“벗겨요.”
“네?”
“배꼽 찌르는 거 싫다며, 바지 벗기라고.”
루비색 눈동자가 흔들거린다. 그녀는 셀로신의 것 말고 남자의 페니스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제가 손수 털을 깎고 쓰다듬은 셀로신의 거대한 살덩이는 마치 핑크빛 소시지 같았다. 매끄럽고 단단했던 그 기둥이 생각나자 좆 대가리 끝에 있던 붉은 점이 떠올랐다. 마치 귀여운 토끼의 눈동자처럼 귀두 양쪽에 찍혀있던 붉은 점. 그게 또 얼마나 깜찍해 보였던가.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제 남편이 될 사람의 좆을 보려는 판에 첫사랑에 지나지 않았던 남자의 페니스를 떠올리다니. 방금까지 몸가짐을 조심하라고 했던 공작님의 손찌검이 미안할 지경이다.
‘남편 될 사람의 것에 집중해야지.’
그녀는 조심스레 남자의 벨트를 풀고 겹단추를 풀어냈다. 바지 사이에 드러날 무성한 털을 떠올려본다. 흘끗 공작님의 갈색 머리털을 보니 아래에 드러날 털들도 갈색이겠지.
바지를 스르륵 벗겨냈다. 그도 자연스레 엉덩이를 들어 바지를 탈의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퉁― 하고 튕겨 나온 페니스에 얼굴을 맞고 말았다. 그녀는 제 볼을 때린 페니스를 바라보곤 놀랐다. 두툼한 부피감은 둘째치고 이건 뭐지? 매끈했다. 매끈해도 너무 매끈하다. 터럭 한 올 없는 이 날씬한 아랫배는 무엇이며 퉁하고 튕겨 나온 기둥은 뭐며, 그 밑 묵직해 보이는 고환조차 매끈했다. 마치 새끼돼지의 피부같이 예쁜 핑크색의 성기가 눈앞에 드러나 있었다.
게다가 눈앞에 시선을 맞추고 벌떡 솟아있는 귀두 머리에 익숙한 점 두 개가 보였다. 붉은 점 두 개가 인사하듯 꺼덕거린다.
‘안녕, 우리 아침에도 보지 않았니?’
포르틸라는 당황했다. 눈앞에 선명히 보이는 붉은 반점이 연신 눈인사를 하고 있었다.
잘못 본 걸까? 다시 눈을 씻고 보아도 제대로 본 것이었다. 그녀는 기억력이 상당히 좋았다. 아니, 한번 본 것을 사진처럼 찍듯이 기억한다고 하는 게 맞다.
그럼 이 눈앞에서 흔들거리는 좆 대가리는 어째서 셀로신의 것과 똑같이 생긴 걸까. 설마 남자들의 귀두 위에는 모두 이리 점이 있는 걸까?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사내의 페니스를 본 적이 있어야 비교를 하지. 남자의 얼굴을 또다시 올려다보았다.
잔뜩 흥분한 낯빛의 얼굴이 그녀를 내려보고 있었다. 음심에 가득 찬 눈빛이 굉장히 색스럽다. 셀로신과는 다른 얼굴이었다. 그가 자신을 보며 저런 얼굴을 할 리가 없었다. 그는 늘 자신을 아이처럼 대했으니까.
셀로신은 굉장히 사내답게 잘생긴 남자였다. 단단한 턱선에 짙은 인상은 한번 보면 잊지 못할 만큼 진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엘런트 공작은 완전히 반대되는 인상이었다. 같은 잘생김이라도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고 해야 할까. 저쪽은 완벽한 기사의 외형이라면 이 남자는 완벽한 학자의 외형이었다. 같은 걸 굳이 찾으라면 갈색 머리칼과 회색 눈동자가 닮았을 뿐이었다. 혼란이 인다.
“저, 저기… 원래 털이 없으신 건가요.”
“그럴 리가.”
“근데 왜 이리 매끈해요?”
“그게 중요합니까? 우리 지금 섹스 중입니다. 자 어서 빨아줘요.”
그가 급하다는 듯 제 페니스를 포르틸라의 입술에 비벼댔다. 그러다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짝 잡아당기더니 귀두 끝을 밀어 넣는다. 그녀는 급작스레 입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남자의 매끄러운 살덩이에 모든 생각이 정지되었다.
‘아, 우리 섹스 중이었구나.’
새삼스레 깨닫자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사람들과 제대로 된 교류를 해본 적 없다 보니 마구 휩쓸리고 있었다. 아주 어려서부터 마법에만 빠져 살아 소통 능력이 부족한 탓이었다.
입 안을 채운 남자의 물건이 살살 움직였다. 남성기를 입으로 받았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부끄러웠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진한 살덩이의 냄새가 느껴졌다. 쿠퍼액이 흘러나와 그녀의 입천장을 가볍게 문질러댔다.
남자의 야릇한 숨결이 위에서부터 쏟아진다.
“하아, 젠장… 기분 좋아.”
기둥의 표피가 뒤로 벗겨져 그녀의 입술에 걸릴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입술에 닿은 좆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했다. 단숨에 성기가 부풀어 올랐다.
남자의 흥분을 입 안으로 고스란히 느낀 포르틸라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엘런트 공작의 표정이 굉장했다. 자신을 바라보며 고조된 흥분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야하게도 아랫입술을 악물고 관자놀이에 핏대를 세우고 있었다. 탄탄한 허리가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묘한 성취감이 느껴졌다. 마법을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갈 때의 그 짜릿함과 비교가 되지 않을 희열이 등허리를 타고 올랐다. 그녀는 더욱 입을 크게 벌리고 남자의 것을 깊이 받아들였다. 물론 요령 따위 없었다. 이빨에 남자의 표피가 주르륵 긁힌다. 그 치열에 긁히는 어설픔에 셀로신은 더욱더 달아오르고 말았다.
저를 위해 목구멍을 한껏 열고 제 것을 받아주는 여자가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았다.
“흐으… 목구멍까지 삼키지 않아도 됩니다. …흣, 다치면 어쩌려고요.”
처음인 게 뻔한 여자의 어설픔을 배려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하반신은 이성과 따로 놀았다. 셀로신은 핑크색 머리칼에 손을 밀어 넣고 뒤통수를 잡아 눌렀다. 허리가 앞뒤로 흔들리며 여자의 목구멍에 치대기 시작했다.
“흡, 하악… 아… 아!”
귀두가 목젖을 밀어젖히고 파고들었다. 생리적인 구역질에 포르틸라는 목구멍을 조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컥컥거리며 정신없이 남자의 허벅지를 잡고 매달렸다.
“하―. 코로 숨 쉬어요. 포르틸라.”
퍽퍽 목젖을 강타하는 두꺼운 부분이 결국 꿰뚫듯 도관을 타고 미끄러져 들어갔다. 삼키지 못했던 타액이 결국 주르륵 턱을 타고 흘렀다. 목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간 성기가 벌떡벌떡 뛰어댔다. 강렬한 조임이 계속된다.
포르틸라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목구멍을 넘어온 핑크색 기둥 덕에 숨을 쉬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눈앞이 하얗고 까맣게 깜빡거린다. 남자의 매끈한 치골에 맞닿은 입술을 닫지도, 더 열지도 못한 채 개처럼 침을 줄줄 흘려댔다.
“제 것을 삼키고 있는 당신의 모습, 정말 황홀하군요. 하….”
엘런트 공작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조금 더 턱을 치켜 올려 목을 일자로 만들어 남자의 것을 받아먹었다. 강렬한 조임에 남자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목구멍 가득 비릿한 향이 단박에 번져갔다. 진득한 액이 뿜어져 나왔다.
“…읍!”
주르륵, 목구멍을 긁고 성기가 빠져나갔다. 시원하게 긁혀버린 목구멍이 비워지자 그녀의 혓바닥 위로 하얀 정액이 주르륵 묻어났다. 지독하리만큼 진한 정액의 맛에 그녀가 신음을 흘렸다. 이게 내가 결혼할 남자의 맛인가 보다.
사정을 한 차례 한 엘런트 공작은 낮게 헐떡이며 흥분을 가라앉히려 노력하고 있었다. 회색빛의 눈이 짐승의 것처럼 빛을 발했다. 그는 목을 죄고 있던 프릴을 끌러냈고 셔츠를 벗어 아래로 던졌다. 날씬하고 탄탄한 육체가 드러났다. 온통 땀으로 젖어있는 그 모습에 지독한 쾌락이 번져갔다.
여왕님 놀이를 하며 어울렸던 하찮은 사내들의 반응과는 완전히 달랐다. 남자의 육체가 온몸으로 그녀를 원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짜릿했다. 지독한 쾌감이었고 정복감이었다.
포르틸라는 입술 끝에 매달린 남자의 두툼한 귀두를 쪽쪽 빨아댔다. 말캉한 살덩어리가 제법 입술에 달라붙는다. 이제는 점이고 뭐고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그저 귀여워 보였다.
“하, 젠장. 아기도 아니고… 미치겠네.”
귀여워 죽을 거 같아. 셀로신은 그리 중얼거리더니 급하게 그녀의 허리를 잡아 올렸다.
번쩍 들어 올려진 제 몸에 포르틸라는 깜짝 놀랐다. 날씬해 보이는 남자의 힘이 대단하다.
그는 순식간에 제 페니스 위에 그녀를 앉혔다.
“이제 제대로 박아보자고.”
남자의 것을 물고 빨아대는 동안 흠뻑 젖어버린 밀부에 기둥이 파고들었다. 그녀의 체중으로 자연스레 박혀버린 기둥에 포르틸라는 허리를 비틀었다. 질구를 가르고 들어오는 부피감은 손가락과 비교할 그런 게 아니었다.
“아, 아읏!”
단박에 밀려들어온 기둥이 내벽의 끝에 처박혔다. 지독한 압박에 자궁 입구가 징징 울려댄다. 질구 안에 고여 있던 액들이 짓뭉개지며 튀어 올랐다. 내벽 주름이 남자의 기둥에 미친 듯이 달라붙어 조여댔다.
남자의 두 손이 그녀의 골반을 붙들고 쳐올리기 시작했다. 억세게 쑤셔지는 성기가 배를 뚫어버릴 것 같았다.
“하윽, 제발… 죽을 것, 가, 아앙! 같아요…. 아흐으응, 하흥! 으윽!”
새하얀 사타구니 사이로 발갛게 익어버린 음부가 정신없이 빠끔거리며 게거품을 쏟아냈다. 조그마한 포르틸라가 하응거리며 신음을 내지를 때다 심장이 터질 지경이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혀로 핥고 쪽쪽 빨아댔다.
포르틸라는 정신없이 그의 혀를 받아들이고 농밀한 타액을 받아마셨다.
정신없이 박아대는 그의 기둥에 흥분이 치솟아 올라 그녀의 눈에 힘이 풀려갔다. 줄줄 흐르는 애액이 분수같이 쏟아졌다.
‘아가씨, 글쎄, 셀로신 경이 마굴에서 힐러인 여사제를 따먹었다고 소문이 났어요. 그녀가 말하길 그의 것이 어찌나 커다란지 절굿공이로 찍어대는 줄 알았다고. 아침엔 걷지를 못해 스스로 아랫도리에 치유의 힘을 쓰고 나서야 겨우 움직였다고 그러더라고요.’
갑자기 왜 그 소문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엘런트 공작의 것도 셀로신의 것에 못지않을 거라는 생각이 치밀었다.
내벽을 쳐대는 충격에 젖가슴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이 위아래로 출렁거렸다. 눈앞을 어지럽히는 예쁜 살굿빛 꼭지에 남자는 입술을 붙이곤 볼록 튀어나온 젖꼭지를 깨물어댔다. 짜릿한 희열에 그녀는 하염없이 신음을 내질렀다.
“하으으응! 아아아아앙!”
포르틸라는 아래를 푹푹 파헤치는 성기의 난폭함에 떠내려갈까 봐 남자의 목에 손을 두르고 얼굴을 파묻었다.
셀로신은 제 귓가로 들려오는 달콤한 신음에 이성이 날아갔다.
“돌겠네… 이난. 하, 이난 포르틸라. 당신 목소리가 날 돌게 만드는 거 알아?”
그는 성기를 끼운 채 포르틸라를 번쩍 들어 소파에 눕혀버렸다. 털썩, 폭신한 쿠션이 등에 닿기가 무섭게 그녀의 허리가 둥글게 말렸다. 가느다란 종아리가 남자의 어깨에 올려졌다. 목덜미에 감겨있던 그녀의 손을 풀어 깍지 끼듯 힘주어 눌렀다. 높게 솟은 엉덩이에 페니스가 망치질하듯 쑤셔 박혔다.
퍽! 퍽! 퍽!
“공, 공작님… 그, 아읏, 그마아안…! 아흐으응!”
처음 겪는 지독한 섹스에 포르틸라가 애원을 해댔다. 거친 남자의 숨결이 마치 달리기라도 하듯 뜨거웠다. 정처 없이 흔들리는 몸이 묵직한 체온에 짓눌렸다. 한껏 접혀버린 몸이 짓눌리는 통에 온몸의 뼈가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 제 밑을 드나드는 성기의 감각이 너무나 선명했다.
쇠방망이같이 딱딱한 기둥이 내벽 가장 깊은 곳을 처댔고 묵직한 고환이 그녀의 회음부를 거침없이 때려댔다. 완전히 맞물려 엉켜버린 몸이 마치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젖은 살이 마찰하는 소리에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린다. 그가 안을 들쑤실 때마다 내벽은 쫀쫀히 달라붙어 그의 것을 물어댔다. 성기가 빠져나갈 때마다 내장이 딸려 나가는 기분이었다. 고통과 쾌락이 범벅되어 고개를 흔들어대자 셀로신은 그녀의 목을 깨물었다.
급작스러운 고통에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엘런트 공작님…, 제발. 아흣!”
“으윽….”
페니스의 고점이 자궁 입구를 뚫듯 처박혔다. 그의 격렬한 움직임이 한순간 멈췄다. 척추가 터져나가는 짜릿함이 온몸을 뒤덮었다. 거센 심장이 그녀의 안에서 뛰어댔다. 페니스가 경련하고 또다시 진한 액을 뿜어냈다. 여태 쏟아내고도 부족했는지 정액은 지독하게 오랫동안 쏟아져 나왔다.
남자의 몸이 무너지듯 포르틸라의 가슴 위로 내려앉는다.
쿵쿵쿵. 거센 심장 소리에 포르틸라의 심장도 덩달아 쿵쿵 울려댔다. 그는 온통 젖어버린 상체를 살며시 일으켰다. 포르틸라를 바라보는 눈빛에 꿀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가 몸을 완전히 일으키자 기둥이 주르륵 내벽을 긁으며 빠져나갔다. 험하게 들쑤신 구멍에서 정액이 울컥거리며 빠져나온다. 아랫배를 가득 메웠던 단단한 것이 사라지자 배 속이 비어버린 듯 아쉬움이 몰려온다. 커다란 남자의 손이 땀으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을 살살 쓰다듬었다.
“이난 포르틸라. 제가 당신을 속인 게 있어요. 우리가 결혼을 하겠다고 맹세한 지금, 진실을 말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무얼… 흐응…. 말씀하시려고요.”
“제 풀 네임은 엘런트. S. 디프런스트….”
왜 그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현 국왕의 남동생이자 디프런스트의 주인인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중간 약자는….”
그가 깍지 끼고 있던 손을 들어 올려 키스했다. 그러곤 집게손가락에 껴있던 반지의 알을 돌렸다. 웅― 가벼운 빛이 품어졌다 사라진다. 그의 몸 전체를 덮고 있는 마력이 한순간에 흩어졌다. 한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할 얼굴이 포르틸라를 내려보고 있었다.
“…셀로신입니다.”
“세… 셀로신 경?”
포르틸라가 경악하며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녀의 표정이 놀람을 넘어서 점점 미묘하게 변하고 있었다. 불쾌해서 했다가 부끄러워했다가 또 슬퍼했다가 종국에는 화가 나는지 미간이 구겨졌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이난 포르틸라 드 가브리엘. 난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그대가 아니면 안 돼. 난 당신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
“사, 사기꾼.”
그녀의 눈에 물방울이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 솟아올랐다. 이러다간 순식간에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셀로신은 당황하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품에 안고 쓰다듬었다. 작은 몸이 그의 품에 쏙 들어온다. 하지만 그건 그의 무리수였다. 앙칼지게 쥐어진 주먹이 그의 가슴을 마구 쳐댔다. 발버둥을 치는 가는 몸이 상할까 봐 팔뚝에 힘을 풀 수밖에 없었다.
“도둑놈! 사기꾼!”
젠장, 드디어 터져버렸다. 그녀는 줄줄 눈물을 흘리며 소파 위의 쿠션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그러곤 바닥에 떨어진 드레스를 주워 마구 몸을 끼워 넣는다.
“제발 들어줘. 이난!”
“내 이름 부르지 마세요!”
“당신을 속이려 한 것이 아니야.”
“거짓말 마요!”
그녀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마나의 흐름이 느껴진다. 화가 제대로 난 포르틸라의 머리칼이 핑크색에서 새빨간 색으로 물들어갔다. 아지랑이 피듯 일렁거리는 그녀의 기운은 분명 영창을 하는 중이었다. 가벼운 마법이 아닌 어마어마한 걸 준비하는지 그녀의 동공이 커다랗게 벌어져 빛을 뿜는다.
갑작스레 공작저 밖에 어둠이 몰려왔다. 전기 폭풍이라도 불러내려는지 우르릉거리는 위험한 소음이 하늘에서 들려왔다. 공작저를 단박에 날려버릴 수만 볼트의 전기 다발이라도 불러오려는 기세였다.
말릴 겨를이 없었다. 마법이 완성되는 순간 셀로신은 그녀의 몸 위로 제 몸을 날렸다. 이러다간 모두가 날아갈 판이었다.
콰르릉! 번쩍! 천지가 뒤흔들리는 굉음과 함께 셀로신이 서 있던 자리 위로 정확하게 번개가 창문을 뚫고 내리쳤다. 터져나간 유릿가루가 흩날린다. 고급 마룻바닥을 타고 흐른 번개가 푸른빛을 내뿜으며 거미줄을 그리듯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둥글게 파인 바닥이 뚫려 검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직물로 짠 커튼 또한 새카맣게 타버려 연기를 내뿜었다.
쿠르르릉, 와르르! 저택 바닥이 흔들렸다. 결국, 바닥 한쪽이 주저앉고 말았다.
허! 이 여자 정말 나를 죽일 셈이었던 걸까. 화가 났다. 자신은 진심으로 그녀를 원했기에 진실을 말한 것이었건만. 내가 그렇게 싫었던 건가.
품에 안은 여자가 바스락거렸다. 그의 등 위로 쏟아진 온갖 파편이 주르륵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셀로신은 포르틸라의 머리를 더욱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놔요. 숨 막혀요.”
“가만있어. 다치고 싶지 않으면.”
그가 화를 참고 으르렁거리자 포르틸라가 고집을 피우며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정말 방 안이 엉망이었다. 남자의 등 또한 무사하지 못했다. 그가 감싸주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 크게 다칠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자신이 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당신, 내 저택을 무너트릴 생각이야?”
“못 할 거 없지요.”
미안한 마음과 다르게 또다시 퉁명스러운 대답이 흘러나온다.
‘아, 이난 포르틸라. 너 진짜 성격 이상하다. 왜 순순히 미안하다고 말을 못 할까.’
스스로 생각해도 돼먹지 못한 성격이었다. 바꾸고 싶어도 쉽게 바뀌지 않는 성격을 탓하며, 시간 역행 주문이라도 외워줄까 싶었다. 그럼 마나 고갈로 한 달은 꼼짝 못 할 테지만, 저택은 원래와 같이 복원될 터였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자 또다시 집을 부술까 놀란 셀로신은 재빨리 포르틸라의 턱을 당겨 키스했다.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입 안으로 밀려온 혓바닥에 마법 주문이 꿀꺽 넘어가 버렸다.
“으, 으읍…!”
남자의 혓바닥이 그녀의 입천장을 살살 긁어댔다. 마치 용서를 하겠다는 듯 혓바닥을 살금살금 쓰다듬어왔다. 그 부드러운 섬세함은 페니스를 입에 담았던 것과는 매우 달랐다.
숨을 쉴 수 없던 좀 전의 펠라티오와는 너무나 다른 부드러운 키스가 이어졌다. 혀를 감싸고 매끄럽게 남자의 숨이 넘어 들어왔다. 포르틸라의 가슴이 바보같이 사르르 녹아내려 또다시 뜨거워졌다. 정신없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셀로신을 바라보았다.
지그시 눈을 내리깔고 그녀만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이 열정적이었다. 인간이란 누구나 첫사랑을 잊기 쉽지 않다.
그가 아무리 그녀를 천둥벌거숭이 취급을 하더라도, 제 마정석을 뻔뻔스레 훔치려 한 놈들과 같은 무리일지라도 15살, 어린 나이부터 키워왔던 마음을 잘라내기란 그녀에겐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오히려 6년간 짝사랑한 마음이 또다시 솟아올랐다.
살그머니 혀를 움직였다. 톡톡 남자의 두툼한 혀를 두들기고 소심하게 목구멍 안으로 말아 넣자 그의 혀가 뱀처럼 거침없이 밀려들어와 그녀의 혀를 휘감아 잡아당겼다. 아랫부분을 비벼대고 오돌토돌한 윗부분을 긁어댔다. 소심하게 호응하며 저도 혀를 내밀어 남자의 입 안을 침범한 순간 쭉 하고 혀가 빨려 들어갔다. 셀로신은 그녀의 혀뿌리까지 삼킬 기색으로 쪽쪽 덩이째 빨아댔다.
“흐읏!”
어느새 그의 손은 포르틸라가 대충 꿰입은 옷을 슬금슬금 벗기고 가슴을 주물거리고 있었다. 젖가슴을 지그시 움켜쥔 손이 제멋대로 유두를 튕기고 비벼댔다. 그의 손길이 좋아 견딜 수가 없었다.
여자들과 그렇게 어울렸다더니 사람을 그냥 녹아내리게 한다. 그는 정말 힐러인 여사제의 아랫도리를 움직이지도 못하게 했을까.
순간 얼음 비수가 가슴에 콕콕― 하고 자라났다. 포르틸라는 그의 입술을 밀어냈다.
급작스레 그녀의 몸에서 찬바람이 쌩쌩 분다. 기껏 그녀를 달랬다고 생각했던 셀로신은 또 무엇이 문제인지 답답했다.
“왜, 또 찬바람을 내뿜고 있는 겁니까.”
“…여사제가 그렇게 좋았어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마굴의 주인 셀로신. 더러운 기사 놈들의 두목, 하룻밤에 수십의 여자들과 뒹굴고 최근에는 힐러인 여사제의 음부를 찢어놨다는… 소문이….”
정말 입에도 담지 못할 만큼 더러운 소문이었다. 셀로신은 조그만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개소리를 들으며 황당해했다.
생전 처음 듣는 소리였다. 간혹 마굴을 탐험할 때마다 제게 함께 가자고 파티를 제안하는 여자들은 많았다. 그때마다 차갑게 거절을 하긴 했지만 여사제라니? 음부를 찢어놔? 황당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
그는 어디 가서 말은 안 했지만 제가 고자인 줄 알았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터라 성 기능에 관심도 없을뿐더러 건강이 좋아지고 나서는 몸을 키우는데 집중했던 터라 딱히 여성에 관해 관심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연애라는 불필요한 만남으로 훈련시간이 줄어드는 게 아까웠다. 덕분에 여자 보기를 돌 같이한 세월 덕분에 저는 성에 무감한 인간인 줄 알았다. 덕분에 동정으로 산 세월이 29년이다. 그런데.
“어디서 그런 더러운 소리만 주워듣고 다니는 겁니까.”
겨우 제 품에 들어온 여자가 제게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그는 포르틸라를 번쩍 안아 들고는 부서진 응접실을 피해 건너편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 망가진 방은 집사장이 알아서 처리할 터다.
그는 포르틸라를 의자에 앉히곤 그녀의 앞에 몸을 숙이고 피곤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전 더러운 기사들의 두목도 아니고, 여자들하고 뒹군 적도 없습니다.”
“하?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요.”
그녀가 고개를 팩 돌리곤 코웃음을 쳤다. 아니, 내 신용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단 말인가. 셀로신은 가슴을 퍽퍽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체 그럼 어떻게 해야 믿어줄 겁니까.”
“…여기 앉으세요.”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셀로신을 앉혔다. 손잡이가 있는 우아한 의자였다.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단단하기가 상당한 물건으로 최고품질로 얼마 전에 수입해 들여온 오동나무로 만든 의자였다.
“양손잡이에 손 올리시고요. …다리도 벌려주세요.”
셀로신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양팔을 손잡이에 올리고 다리도 어깨너비로 벌렸다. 무엇을 위해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마음이 풀린다면 뭐든 해줄 생각이었다.
순간 포르틸라가 손가락을 튕기자 팔과 다리에 휘리릭 밧줄이 생겨 묶여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부드러운 안대가 또다시 걸쳐진 것이었다.
이거… 어째 아침의 데자뷔가 느껴진다.
설마…?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여태 제가 승기를 잡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순식간에 뒤집혀버렸다. 셀로신은 당황하며 몸을 흔들어댔지만, 의자는 바닥에 붙어버렸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밧줄의 질기기 또한 가차 없었다. 강도가 더욱 세진 듯 팔뚝과 발목에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여자의 숨소리가 귓가에서 느껴진다. 그녀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그대로 계세요. 제가 돌아올 때까지.”
“그게 무슨?”
“제가, 그 빌어먹을 국왕 폐하와 계약서를 써올 동안 그대로 계시라고요.”
“계약서?”
“공작 각하께서 하신 말 그대로요. 공작부인이 되면 집안일 일절 하지 않는 거, 연구에 전념하게 해준다고 했던 거, 마정석 지원. 그리고… 저 말고 다른 여자는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해 주신 것까지. 몽땅 서류로 만들어서 도장 찍어올 테니까. 그대로 계세요.”
당황스럽고 황당했다. 그런 서류는 자신이 가서 형님과 조절해야 할 내용이 아닌가. 그걸 본인이 가서 써오겠다니?
“함께 가는 게 맞는 것 아닙니까. 이거 풀어요.”
“아니요. 공작님은 그렇게 헐벗고 의자에 묶여계시는 게 제일 멋있어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의자에 또다시 묶이다니. 하, 시발, 미쳤다. 저 여자 진짜 또라이였다. 근데 저 또한 점점 미쳐가는 것인지. 멋있다는 말 한마디에 의자에서 벗어날 의지가 사라진다.
“셀로신, 정말 저와 결혼하실 건가요? 전 당신이 원하는 걸 들어줄 거고, 그걸 들어주는 동안 앞으로도 당신을 돼지 새끼라고 부를 건데….”
그녀가 무얼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침에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하지 않았던가. 원하는 목록을 읊으면서 말이다. 지금 당장 그가 원하는 건 포르틸라와 결혼하는 것이었다. 그 결혼생활이 끝나기 전까지 자신은 그녀와 SM 놀이를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가슴이 자글자글 끓어댔다. 이런 미친 결혼을 정말 해야 하나 싶지만 묘한 흥분이 셀로신의 머릿속을 자극해댔다.
“하아, 젠장. 당신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다 들어줄 테니.”
“후훗.”
여자의 웃음소리가 청량하기 짝이 없다.
“하아, 좋아. 당신의 한계를 알고 싶으니 어디 버텨 봐.”
순간 작은 입술에서 나오는 말투가 여왕님의 것으로 변해버린다. 그녀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셀로신의 가슴을 핥아왔다. 흠칫, 그가 긴장하며 가슴에 힘을 주자 가슴근육의 모양을 덧그리듯 문대던 혓바닥이 납작한 유륜을 꽉 감아올렸다.
그러다 그가 ‘으윽.’하고 신음을 흘리자 입술을 옮겨 젖꼭지를 빨고 핥기를 반복했다. 그 느낌이 미치게 야릇했다.
셀로신이 몸을 꿈틀거리자 즐겁다는 듯 한참을 이곳저곳을 빨고 물어대던 입술이 아래로 향했다.
그녀의 입술이 귀두 끝을 쪽 빨고는 날름거리길 몇 번. 칭찬하듯 늘어진 페니스를 쓰다듬었다. 그의 페니스가 자극에 반쯤 솟아오르자 단박에 입 안으로 밀어 넣고 왕복 운동을 해댔다. 좆이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올랐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포르틸라는 웃으며 명령을 하곤 사라졌다.
“좆 세우고 얌전히 있어. 한 시간이면 돌아올 거야.”
고양이처럼 도도한 그녀가 사라진 뒤 셀로신은 한참을 웃었다. 정말 귀여워 미치겠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포르틸라는 제 손에 들어온 새끼 고양이나 다름없었다. 이 결혼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셀로신은 오랜 기간 그녀를 지켜왔다. 자그마한 그녀를 사랑했고. 결국은 그녀를 제 품에 품기 위해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포르틸라가 SM플레이를 즐기는 걸 알고 있었다. 마르띠 살롱 303호의 문을 따고 들어간 것도 그였다. 소드 마스터인 그로선 그녀의 마법을 파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주인님.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그의 친구이자 믿음직한 집사인 에스텅이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훌훌 벗었다.
‘어서 묶어. 봐주는 것 없이 꽉.’
‘정말 이렇게 그 아가씨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는 건 아니겠지요?’
‘얻을 수 있게 만들어야지.’
셀로신이 실실 웃으며 의자에 앉자 에스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친 주인 같으니라고. 그는 중얼거리며 붉은 끈으로 목과 가슴을 가로질러 두르고 이리저리 팔을 뒤로해서 묶었다. 마지막엔 양다리까지 힘을 실어 의자와 함께 묶어 마무리를 했다. 셀로신이 힘껏 흔들어보자 제법 단단하다.
‘훌륭한데? 에스텅. 이런 쪽으로 재능 있는 거 아냐?’
‘무슨 소리십니까. 주인님의 명이 아니면 이런 변태 짓 절대 할 일 없습니다.’
‘너무하는군. 변태 짓이라니.’
‘진짜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결혼 못 하시면 이제 두 번 다시 저 볼 생각하지 마십시오.’
‘하하하, 친구 좋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이지. 내 꼭 성공해 보일 테니 좀 응원해 줘.’
‘…알겠습니다. 그럼 키워드는 뭐로 하실 겁니까?’
‘테이블 위에 종이 있지? 거기 적어놨어. 그거로….’
에스텅은 테이블 위에 올려있는 서류를 슬쩍 들춰보곤 미간을 팍 찡그렸다.
‘고자 새끼요?’
‘어때?’
‘하…. 뭐, 어울리네요. 셀로신으론 창놈이라느니 별 더러운 소릴 다 들으시면서…. 고자 새끼까지…. 정말 스펙트럼이 엄청나네요. 무척이나 재밌습니다.’
에스텅은 진절머리 치듯 빈정거려댔다. 그러나 셀로신은 무척이나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에스텅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셀로신의 고집을 누가 꺾겠나.
그는 제 주인의 악취미에 혀를 내두르며 미향을 피우기 시작했다. 진짜 주인 놈인지 친구 새끼인지 때문에 별걸 다 배워왔다. 최면술이라니.
‘자, 앞으로 당신은 특정 키워드를 말하는 여자 목소리에 반응할 겁니다. 키워드는 고. 자. 새. 끼.’
셀로신의 눈동자가 순간 흐리게 풀렸다.
‘첫 번째, 고자 새끼에 당신은 여자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잊어버릴 겁니다. 추후 키워드를 듣게 되거든 모든 기억이 되돌아올 겁니다.’
‘고, 자… 새끼.’
셀로신이 중얼거렸다. 에스텅은 그의 눈앞에 손을 몇 번 흔들어 보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 * *
공작가의 오랜 가신인 에스텅의 하루는 늘 평범했고 똑같았다. 자랑스러운 주인인 엘런트 공작의 아침기상과 그의 식단을 챙기며, 수많은 서류를 분류작업 후 업무실에 가져다 놓는다. 그 후는 저택의 평범한 일과를 따라가면 된다.
오늘은 엘런트 공작이 귀환하는 날이었다. 시간을 정확히 맞추는 편인 공작이 아침 식사가 식어가도록 돌아오질 않았다.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 건가? 싶었지만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그 누가 소드 마스터인 지하 마굴의 주인인 셀로신을 건들겠는가. 미친 인간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제 주인을 손끝 하나 건들지 못할 터였다.
시간이 흐르자 주인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저택으로 돌아왔다. 늦은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해 입이 근질거렸다. 20여 년간 옆에서 셀로신이 해온 일을 묵묵히 지켜보아 왔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잘되길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에스텅은 불안해졌다. 설마 실패한 건가. 일이 잘못되어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불안에 떨었건만….
엘런트 공작이 돌아오고 얼마 후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마법 서신이 제 눈앞에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눈으로 마법을 본 건 난생처음이었기에 이 서신이 누구의 것인지 꼼꼼히 살폈다.
우아한 필체로 적혀있는 이름에 귀한 분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난 포르틸라 드 가브리엘.]
그녀는 오랜 시간 셀로신이 아끼던 아가씨였다. 그가 음흉하게 꾸몄던 일이 성공한 모양이다. 그는 기쁜 얼굴로 빠르게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응접실을 하녀들에게 다시 정리시키고 급히 꽃과 다과를 준비했다.
이난 포르틸라, 그녀에 대해 정보를 떠올렸다. 7서클 대마법사에 근접한 재원인 것에 비교해 나이가 무척이나 어린 아가씨였다. 이제 막 21세라 했던가. 제 주인보다 8살인가 어렸던 거 같다. 20대 아가씨들의 취향에 맞춰 응접실을 준비했다.
어떻게든 제 주인이자 친구인 그를 결혼 시키겠다는 의지였다. 29살. 아무리 여자가 좋고 싫고를 떠나 이제 이 공작가에도 안주인이 들어와야 했다. 그래야 제멋대로 방랑하는 주인이 자리를 잡을 거라는 생각이 변치 않았다. 언제까지 홀로 마굴 사냥이나 하고 다닐 것이며 언제까지 두 가지 신분으로 살아갈 거냔 말이다.
공작부인이 들어오면 제 주인도 정신을 차릴 거라 굳게 믿었다. 에스텅은 그렇게 긴장하며 미래의 마님이 되실 분을 기다렸다.
드디어 나타난 여주인님은 자그마하지만 싱그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인사하는 목소리 또한 칼림바처럼 어찌나 영롱하던지. 마치 악기를 연주하는 듯했다. 이런 분이 공작가의 여주인이 된다니. 어쩐지 기분이 설레었다. 게다가 곧 7서클 대마법사가 되실 분이다. 주인과는 또 다르게 어깨가 으쓱거린다.
얼마 뒤면 다가올 집사 모임에서 얼마나 자랑할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렇게 두 분이 응접실로 사라진 뒤. 그는 두 분이 잘되기만 기도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갑자기 하늘에서 먹구름이 끼더니 번개가 쳐댔다. 자신이 태어나서 그렇게 무서운 번개는 생전 처음이었다.
그러던 도중 건물이 뒤흔들렸다. 번개가 집 안 내부로 들이친 게 분명했다. 그는 벌벌 떨리는 가슴으로 응접실에 들어가 볼까 하다가도 감히 들어갈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안주인이 되실 이난 포르틸라 드 가브리엘이 보통 여자였던가. 그녀가 주인의 곁에 있다면 두 사람의 신변엔 특별히 문제가 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한쪽은 소드 마스터, 한쪽은 대마법사. 정말 이상적인 조합이 아닌가.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진 건 순식간이었다. 하늘에서 천벌을 내리는 듯한 커다란 굉음과 함께 방 안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응접실 안쪽에선 무언가 타는지 연기까지 새어 나왔다. 그는 결국 쿵쿵 울려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겨우 방 안에 들어갈 결심을 굳혔다.
그는 재빨리 하인들을 불러 모았다. 물동이를 저마다 하나씩 들고 방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응접실은 전쟁이라도 난 듯 엉망이었다. 바닥의 중앙은 새카맣게 탔고 커튼에선 연기가 피어올랐다. 창가에서 가까운 소파가 있던 부분은 아예 내려앉았다. 그는 머리를 감쌌다.
주변을 정리하라 시킨 에스텅은 눈썰미 좋게 두 분이 안 계신 걸 확인하고 응접실 옆방으로 두 분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들어갔다.
그는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물동이를 바닥에 떨구고 말았다.
“주, 주인님. 지금 뭐하고 계신 겁니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셀로신이 의자에 묶여있었다. 눈 또한 비단으로 묶여있었고 온몸에 울긋불긋 키스 자국과 이빨 자국이 난 상태였다, 게다가 페니스는 꼿꼿이 솟아올라 액을 질질 흘리고 있고….
감히 뭐라 말을 내뱉을 수가 없는 모양이 아닌가. 두 사람이 들어가서 한 사람만 남아 묶여있다. 소드 마스터인 그가, 의자에, 묶여있다!?
“세상에! 주인님. 당장 풀어드리겠습니다!”
마님이 될 분이 이런 해괴망측한 취미를 가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엉망인 줄은 몰랐다. 그걸 받아준 제 주인은 또 뭐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그가 달려오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셀로신이 중얼거렸다.
“…나가. 에스텅.”
에스텅이 그의 팔뚝에 감긴 밧줄을 잡아당기자 셀로신이 짜증을 냈다.
“그대로 놔두고 나가. 지금 건 못 본 척해.”
“예?”
“나가라고. 네놈 때문에 좆 세우고 있는 게 자꾸 쪼그라들려고 하잖아.”
당황한 에스텅이 제 주인을 이상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아니, 이 양반이 미치기라도 한 건가. 가운데 살덩이가 연신 꺼덕거리고 그의 몸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에스텅이 주인을 모신지 벌써 20년이건만 이런 기괴한 모습은 정녕 처음이었다.
“지금 몇 시간이나 지났지?”
“뭐가요?”
“방 부서지고 말이야. 몇 시간이나 지났냐고.”
“아… 대략 30분이요?”
“하, 미치겠네. 한두 시간은 지난줄 알았건만. 겨우 30분밖에 안 지났다고?”
그가 중얼거리며 탄식을 내뱉는다. 그러면서 이제는 뭘 상상하며 좆을 세우고 있어야지. 라며 괴로워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에스텅은 제 주인이 미친것 같았다. 함께 더 있다간 못 볼 꼴을 볼 것 같았다.
그가 슬그머니 자리를 벗어나려 몸을 돌리자, 숙이고 있던 셀로신이 번쩍 고개를 들고 외쳤다.
“에스텅. 자네. 자네는 내 진실한 친구지?”
“예? 그게 무슨….”
20년을 봐왔기에 친구라면 친구겠지만, 어디 집사와 주인의 관계가 친구가 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셀로신은 극구 그에게 친구의 직위를 내려주며 급히 그를 잡았다.
“내 20년 지기 친구에게 꼭 부탁이 있어. 꼭 들어줄 거라 믿어.”
“뭐, 뭘… 원하시는데요?”
에스텅이 의심의 눈초리를 하고 셀로신에게 물었다. 묶여있는 그를 풀어주려 했지만 거부하지 않았던가. 당장 나가라고 한 주인이었다. 그가 어떤 명령을 내리려는지 도통 예상이 되질 않는다.
“…자네의 손이 필요해. 내 것이… 자꾸 죽으려고 하는데. 좀 세워주고 나가지 않겠나?”
“허? …주인님 미치셨습니까?”
에스텅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주인이 미쳤다. 완전히 돌아버린 게 틀림없다.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두 분이 무슨 놀이를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전 빼주십시오.”
“안 돼! 제발 에스텅! 곧 이난이 올 거란 말이야. 그녀가 자기 올 때까지 세우고 있으라고 했다고!”
그가 처절하게 외친다. 에스텅은 제 귀를 의심했다. 뭘 세워? 게다가 명령한 사람이 이난이라고? 대마법사 이난 포르틸라. 그녀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당당하고 자존심 하나는 끝내주던 제 주인이 정신이 나가버렸다. 정신계 마법이라도 쓴 걸까.
여자를 돌같이 보던 사내였다. 그런 남자가 여자의 명령 하나에 제 좆이 죽을까 전전긍긍하다니. 기가 막히다 못해 피를 토할 지경이다.
갑자기 공작가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직장이 이렇게 단박에 망가질 줄이야…. 그는 연신 제 좆을 살려달라고 외치는 주인을 발로 차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방문을 닫고 나왔다.
나가면서 사용인들에게 충고했다. 저 방엔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들어갔다간 더러운 꼴을 보게 될 거라며.
* * *
펑펑!
하늘에 불꽃과 꽃가루가 날렸다.
마법사 이난 포르틸라와 엘런트 공작의 결혼식이 오늘이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조합에 놀라워하며 축하를 했다. 그중 가장 기뻐하는 이는 다름 아닌 국왕이었다.
이난 포르틸라가 갑자기 집무실로 들이닥쳤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공간을 가르고 나타난 그녀는 새빨개진 얼굴을 손부채질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를 보곤 버럭 화를 냈다. 이난을 아주 어릴 적부터 보아왔던 국왕은 그녀가 왜 화를 내는지 잘 알고 있었다.
‘폐하, 정말 너무 하셨어요! 셀로신이 한 부탁. 그거 폐하가 꾸미신 일이죠?’
‘무얼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이난.’
‘뭐, 뭘 몰라요. 남의 결혼 활동 방해나 하고 말이에요.’
그는 느긋하게 차를 권하며 웃었다. 그녀의 독특한 성격을 알고 있었다. 좋은 걸 좋다고 말하지 못하고 툴툴거리며 괴롭히는 고약한 성격을 말이다.
‘그래서 싫었나? 셀로신 정도면 그대가 마음에 들 거로 생각했는데?’
‘하, 다 알고 계시면서… 고약하시네요. 좋아요. 너무 좋아서 미쳐버릴 만큼요.’
‘그럼 됐지 뭐가 문제야. 그대의 마음에 찬다면 내 동생 책임지고 데리고 살게.’
그녀의 눈이 가늘게 길어진다. 삐죽거리는 입술이 썩 마음에 든다는 걸 알고 있었다. 국왕은 그녀의 앞에 달콤한 당근 과자를 쭉 내밀며 다시 한번 손짓을 했다.
‘내, 엄청난 지참금도 함께 줬잖아. 그 정도론 성에 차지 않는가?’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어째 요즘 마정석이 씨가 말랐다 싶었더니. 폐하 짓이었군요!’
‘하하하, 설마…. 난 그렇게 부지런하진 않다고. 그건 셀로신이 스스로 모은 거야. 누구를 주겠다고 말이야.’
‘누구요?’
‘그걸 내 입으로 말해줘야 아나?’
‘….’
순간 포르틸라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계약 결혼일 뿐일 텐데….
하하하, 호쾌하게 웃던 국왕이 손짓한다.
‘셀로신이 가져다줄 마정석 정도면 자네가 평생 써도 부족하지 않을 걸세. 이만 그놈 받아들여.’
‘좋아요! 좋다고요. 대신 서류에 사인이나 해주세요.’
그녀가 내밀은 내용은 기가 막힌 조건이 가득 담긴 결혼 서약서였다.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셀로신이 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믿기질 않았다.
‘정말 이걸… 셀로신이 허락했다고?’
‘못 믿겠다는 거예요?’
그녀가 손을 휘젓자 공중에 화면이 떠올랐다. 알몸에 묶여있는 셀로신이 보였다. 무슨 짓을 한 건지 두 눈 뜨고 볼 수 있는 꼴이 아니었다. 그 건장한 사내가 애원하며 소리쳤다.
‘하아, 젠장. 당신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다 들어줄 테니.’
기가 막혔다. 저런 걸 상상한 것이 아닌데. 셀로신이 저런 모습을 할 줄이야. 그는 이난이 원하는 서류에 결혼 승낙 사인을 하며 눈을 감았다.
‘셀로신.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부디 그녀와 행복하게 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