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9화 (169/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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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반듯하게 다려진 유니폼을 입고 식당 안으로 들어왔던 안시는 그들과 어울려서 한식구처럼 떠들고 있는 클로드를 문가에 서서 바라보았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뭐라고 떠들고 있는지는 정말 안중에도 없는 건가. 그렇다고 무언가 따로 세워 둔 계획이라거나 속셈 같은 게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고요히 곱씹게 되는 깨달음이란 그 정도까지 깊을 줄은 몰랐던 그의 감정에 대한 일이었다. 사실 안시는 믿지 못했었다. 남을 짓밟을 줄이나 아는 저 무자비한 제국인의 가슴속에 그만큼이나 깊은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을 거라고는.

그런데 그의 모습을 보면 믿게 된다. 그럴 리 없을 거라고 오만하게 단정하면서도, 그래도 바라게 된다.

“그럼 일단 내 밑에서 조수로 한번 일해 볼 거요?”

“그것도 나쁜 제안은 아니지.”

인생은 쫄딱 망해 놓고, 맛없기로 정평이 난 주방장의 조수로 들어오란 제안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웃는지. 저만큼 철이 없는 것도 저 인간 하나밖에는 없을 것 같았다.

‘어제도 비슷했던 것 같은데.’

간밤에는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갖다 바치러 올라갔다가 화가 난 공주님에게 베개로 한 수십 대는 얻어맞았을 것이다.

― 이 멍청이! 이 바보! 이 등신! 이제 어떡할 거야. 앞으로 어떡할 거냐고……! 난 자기 때문에 잠도 못 자고 하루 종일 걱정만 하는데 지금 먹을 게 목구멍으로 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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