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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미안하지만 검은숲에서 사람이 이틀 이상 돌아오지 못하면 그건 죽은 걸로 생각하는 게 다들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아니. 형은 죽지 않았다. 그렇게 쉽게 죽을 만큼 약한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여기서 더 시간을 썼는데도 내가 찾지 못한다면, 그땐 죽지 않았어도 죽은 것으로 보고가 될 거다. 그러니 그 전에 반드시 찾아야 돼.”
성하가 죽은 것으로 황궁에 보고가 되기 전에 어떻게든 그를 발견해서 ‘실종되었다가 어떠한 경위로 되찾음’으로 보고의 내용이 전달되도록 상황을 바꿔야만 한다.
하지만 말은 그리 했어도 현재 사정이 긍정적이지 않았다. 숲이며 마을이며 구분 없이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 뒤졌다. 그런데 어디에도 미리엘이 없다.
“지금으로선…… 누군가가 데리고 있는 것이 아닐지 의심이 된다.”
“왜 그게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는데?”
“형이 스스로 사라질 리는 없으니까.”
“글쎄, 너랑 달리 네 형은 공주의 뒤통수를 치고 싶은 걸 수도 있잖아. 그러면 사라진 게 자작극일 수도 있고. 어차피 황제의 사람 아닌가?”
“그럴 리 없다, 절대로.”
말소리가 끊긴 허공에서 고요하지만 맹렬한 눈싸움이 있었다. 그걸 확신하냐고 거듭해서 다짐받으려는 추궁과, 결코 아닐 거라고 부정하는 대쪽 같은 저항 의지였다.
“징하게도 신뢰하나 보네.”
눈깔 아파서 더는 못 버티겠다고 먼저 항복을 선언한 건 이즈였다. 눈두덩을 문지른 그가 그래? 하고 픽 비웃더니 납치라는 확신을 했다면 진작에 머리를 좀 쓰지 그랬냐고 제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렸다.
“그러면 비슷한 사례부터 찾아봤어야지. 숲속에서 납치당해서 제대로 골로 갈 뻔한 놈. 마침 네 주변에 딱 하나 있잖아.”
“누구?”
“누구긴. 나지.”
너무 비슷한 경험이라서 이건 뭐 긴가민가하고 혼동할 여지도 없달까.
“얘기했던 것 같은데. 나도 이자리스에 도착했던 첫날, 숲을 건너오다가 공격받았다고. 비슷한 사례지. 그날 아마 거기서 공주를 못 만났으면 나도 네 형이랑 비슷한 꼴이 됐을걸?”
숲에서 행방불명된 엘프라니.
제 동족들이 들었으면 배가 뒤집어지게 깔깔댔을 수치였다.
다시 떠올려도 쪽팔린다고 날뛰는 이즈를 보며 태리도 곧 예전의 일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낼 수 있었다.
원작에서의 이즈는 이 마을에 정착하는 역할이 아니었다. 실제로 허름한 진료소에서 재회했을 때에도 그는 이곳에서 살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왜 왔냐고 물었더니 ‘마법사를 찾으려고’ 잠깐 눌러앉았다고 했었지.
― 뭘 하나 찾는데. 그래, 마술사를 하나 찾거든. 그날 숲에서 너 말고 다른 놈은 없었어? 내가 아주 기분 나쁜 마법에 당했는데 그게 뭔지, 어떤 녀석인지 얼굴을 못 봐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