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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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좀체 중론이 모아지지 않던 어느 날, 시달리고 시달린 끝에 피곤해진 황제의 입에서 준엄한 명령이 떨어졌다.
“당사자인 공주를 이 자리로 불러오라. 짐이 직접 대질하지. 어떤 보상을 원하는지, 누가 책임을 졌으면 하는지 공주의 입으로 정확히 듣고자 한다.”
황제의 입에서 떨어졌으므로 그것은 토를 달 수 없는 결론이었다. 싸우던 자들은 그 결말이야말로 서로 자기 측의 승리라고 우겨 댔다.
제국의 지존과 수십 명의 신하들 앞에 불러다가 앉혀 놓으면 망국의 후계자는 숨도 쉬지 못할 텐데 부른다고 오겠느냐, 겁나서 못 올 거라고 왕당파는 일찍부터 축배의 잔을 들이켰다.
반대로 공화파는 자신들의 제기한 문제에 황제가 직접 나서 공주를 불러 앉히기에 이르렀으니,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뜻이 채택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자부심을 뽐냈다.
물론 그중에서도 황명이 떨어졌던 순간에 가장 크게 쾌재를 부르며 대회의장을 뛰어나온 사람은 듀폰이었다.
길고도 지긋지긋한 싸움판에서 빠져나와 기지개를 쫙 펼치고 바라본 하늘은 마치 그에게 수고했다고 칭찬이라도 하듯 쨍쨍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를 홀딱 맞으며 치안대로부터 도망 다니던 지난날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가 해냈다. 내가 해냈다고! 일이 이렇게 풀릴 줄이야. 허허, 누구와 짜고 친 카드 게임처럼 어쩜 그리 패가 딱딱 들어맞았는지! ……가만, 짜고 친?’
― 등신이 아니라면 빚으로 여기고 갚으면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