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9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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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과는 다른 사정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긴 했었다. 

실리안과 황제가 과거에 알던 사이였다는 것부터가 이미 변수였고, 솔직히 말하자면 정복자치고 이자리스에서 기사단이 보여 준 행동은 상당히 얌전한 편에 속했으니까.

그것을 이제껏 총독인 클로드의 독단적인 행동이라고 여겼었는데, 사실은 그게 황제가 모르는 척 그동안 눈감아 주었던 거라면?

‘진짜로 땅을 차지하는 게 목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거기에다가 스쳐 지나가듯 나왔던 복수라는 얘기도 수상하다.

뽀개질 것 같은 머리를 파헤쳐 태리는 늘 마음속의 짐처럼 품고 있던 빌의 부탁을 떠올렸다.

― 저주를 풀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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