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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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초토화엔 별 관심도 없는 보이는 듯한 그들은 오로지 태리만을 향해 동글동글한 눈동자를 집중하고 있었다.
아니, 집중 정도가 아니라 딸랑이를 흔들고 어떻게든 갓난아기에서 옹알이를 들으려 애쓰는 초보 부부처럼 귀가 시끄러울 정도로 말을 걸어 댄다.
― 긁힌 곳은 이제 좀 괜찮니? 발데마르가 네게 너무 심하게 굴었어. 하지만 그건 네가 이해해 주어야 한단다.
― 아! 왜 내 관 속에 초침이 없었던 거지? 저거 마지막에 넣은 사람 누구냐? 나한테 주지!
― 접니다, 15대. 제가 죽기 전에 조부님의 관 속에 넣었지요. 워낙에 호걸이셨으니 수문장으로 세우길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 아악! 왜 그랬느냐! 나였다면 공주를 이리 고생시키지 않고 바로 넘겨주었을 텐데!
― 안 되죠. 그건 저도 반대에요. 전통은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잠깐 어겨.
― 그게 무슨…… 왕 맞습니까?
― 하지만 공주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약해지는걸! 난 아가가 울 때부터 마음이 아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