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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이거. 뭐가 이렇게 설레는 건데.
이제껏 누군가가 자랑하는 아름다움에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었건만 그 순간 목격한 아름다움에는 그도 놀라 버렸다.
“왕족이라고 해서 다 영토와 왕관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난 그런 거엔 별로 집착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걸 걸고도 거래를 할 수 있죠. 조건은 두 가지예요. 드래곤 사냥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줄 것, 마법사들을 존중하고 관대하게 대할 것.”
“여기서 제가 거절하면 이제부터 제 앞길이라도 방해하시는 겁니까.”
“그런 생각까진 안 해 봤는데 그것도 괜찮네요. 내가 조금만 노력해도 총독의 발목 잡는 건 쉬운 일이겠죠. 사실 그게 더 쉽고 흔한 얘기고요. 뺏긴 재산 찾으러 오는 숨겨진 자식 같은 거. 그럼 이제부터 유쾌한 반란이 시작되는 거거든요.”
그걸 그냥 놔둘 거야? 그럼 안 되지 않겠어?
의뢰를 하면서도 협조와 협박을 동시에 구사하는 통에 머리가 다 얼얼하고 손끝이 다 짜릿짜릿하다.
이런 얘길 하는데 안 넘어가는 게 이상한 거 아닐까. 도끼로 나무 허리를 찍는 것도 아니고 통째로 들어 올려서 뿌리째로 뽑겠다는데.
아, 나무라면 넘어가야지. 당장 한 방에라도. 이건 못 참지.
클로드가 상체를 숙여 기울였다.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명확한 수락 의사에 새벽별처럼 노랗고 붉은 눈동자가 완전한 곡선으로 휘어졌다.
* * *
― 당장 그 돌팔이 점술사에게부터 들를까요?
― 아니요, 무기 상점부터 들르죠. 사냥을 가려면 연장부터 챙겨야 하니까.
― 전 지팡이 같은 건 볼 줄 모르는데요.
― 지팡이 보러 가는 거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