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기사의 엔딩 조건
1
“정말 이자리스의 공주가 여기 있나!”
“오, 신이시여! 소네티네!”
“소네티는 얼굴을 내밀어라!”
커튼을 찔끔 밀어 바깥을 훔쳐봤던 태리는 창문을 향해 정확히 날아오는 돌멩이를 보곤 놀라서 뒤로 숨었다. 서늘한 벽의 냉기에 등골이 싸늘해졌다.
‘꿈 같은 거 아니었어?’
당황스러운 눈동자가 둥글게 굴러갔다.
현재 그녀가 서 있는 곳은 침실과 응접실이 이어진 어느 커다란 방.
사방이 고풍스러운 벽지로 마감되어 있고 고성에서나 볼 법한 가구와 집기들이 가득하며, 마나석으로 밝혀 놓은 샹들리에가 머리 위에서 흔들리고 있는 곳이다.
이 공간에서 가장 이질적인 것은 커다란 곰 인형이 그려진 파자마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 자신이었다.
볼 때마다 잘라 낸다고 하면서도 매번 그대로 두었던 뜯어진 실밥과 컴퓨터 앞에서 흘린 커피 자국이 그대로인 채로.
티 테이블에 놓인 은주전자의 표면에서 ‘호텔 이자리스’라고 찍힌 선명한 로고까지 발견하고 나자 머릿속이 제대로 띵해졌다.
‘뭐야, 그럼 내가 진짜 게임 속에 들어와 있기라도 한다는 거야?’
잠이 부족해서 헛것이라도 본다고 우기고 싶었지만 밖에서는 여전히 공주를 외치는 시위대의 고함이 멍멍해질 정도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자신을 이곳으로 극진히 모셔 온 사람들도 역시 제게 울먹이며 공주라고 불렀었다.
공주님, 공주님. 우리 공주님, 하면서.
‘그냥 클릭 한 번 했을 뿐이잖아.’
어젯밤에 게임을 하기야 했었다. <이자리스의 검은숲>이라고 유저들 사이에서 어렵기로 소문이 난 악명 높은 RPG 게임을.
심심풀이용이자 울분 풀이용이었다.
엄마의 기일만 되면 늘 밀려오는 우울감이었지만 그날은 유독 속이 상하고 화가 나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니 자꾸 눈물만 나서,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켜 무감각하게 손을 움직였다. 어려워 봤자 하룻밤쯤 새면 엔딩이야 보겠지란 생각으로.
그런 쓸데없는 오기 때문이었는지, 최종 보스인 드래곤을 남겨 두고 수십 번이나 ‘YOU DIED’를 보았음에도 이상하게 포기를 하고 싶지가 않았었다.
죽은 캐릭터를 부활시키고. 싸우다가 죽으면 다시 또 그 자리에서 부활시키고. 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계속해서 부활, 부활, 부활을 거듭했었는데…….
별안간 모니터에 이상한 상태창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