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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쳐 주세요 선배-81화 (외전 완결) (81/81)

외전. 제10화

주례는 임 감독이 맡았고, 용진이 사회를 맡아 결혼식을 진행했다.

버진로드도, 꽃장식도, 음식도, 부케도 모두 무영단 식구들이 함께 만들어 준 것이었다.

행복이 벅차오르는 감각.

시호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아빠의 손을 잡았다.

“아빠, 떨리세요?”

손에서 배어 나오는 땀은 시호의 것이 아니었다.

“왜 이렇게 긴장되는지 모르겠다. 그때보다 사람도 적은데.”

말을 마친 아빠는 헉, 하고 입을 다물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무의식중에 나와 버린 말이었다.

“두 번째니까 덜 떠실 줄 알았는데?”

혹여 딸에게 상처가 되었을까 걱정하던 아빠는 받아치는 딸을 보며 다행이라는 듯 작게 웃었다.

어느덧 이런 말까지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상처는 아물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행복해야 한다.”

시호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부, 입장!”

용진의 힘찬 외침에 건희와 승재, 태홍이 각각 피아노와 첼로, 바이올린으로 행진곡을 연주했다.

윤기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화관을 쓴 채 제게로 걸어오는 시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오직 그녀만 보였다.

오늘을 바라고, 또 바라 왔다.

그렇게 바라 오던 날을 이렇게 현실로 맞이하게 되니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다.

시호의 손을 넘겨받은 윤기는 장인어른께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우리 시호 잘 부탁하네.”

“예, 평생 행복하게 해 주겠습니다.”

제 손 위에 살포시 놓인 시호의 손이 무척이나 부드럽고 따뜻했다.

“저는 두 사람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긴 미사여구가 필요 없을 만큼 성실하고, 강하며,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신부와 신랑입니다. 이런 두 사람의 결혼식에 주례를 맡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임 감독과 용진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에, 제가 말을 잘하지 못하기도 하고 또 우리 무영단은 ‘말보다 행동’이 모토라서요. 신랑과 신부는 서로를 남편과 아내로 맞아 평생 의지하며 서로 사랑하겠습니까? 진한 키스로 답하십시오!”

시호는 볼이 빨개졌고, 윤기는 그런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선배. 아니, 시호야.”

“……응.”

“사랑한다.”

윤기가 고개를 숙여 시호의 입술을 깊이 머금었다.

하객들이 격한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머리 위로 사람들이 뿌리는 꽃가루가 살랑살랑 휘날렸다.

축가를 맡은 남자 선수들은 수원의 지휘 아래 가수 싸이의 ‘연예인’이라는 곡에 맞추어 춤을 맛깔나게 췄다.

선글라스를 끼고 빨, 주, 노, 초, 휘황찬란한 양복을 맞춰 입은 그들은 의외의 노래 실력과 댄스로 웃음과 감탄을 자아냈다.

윤기마저 그들을 보며 미소를 지을 정도였다.

마지막에 인사할 때, 수원이 대성통곡을 해서 또다시 웃음이 빵 터졌다.

“흐으윽, 사랑하는 윤기야, 흑, 결혼, 축, 흐으윽, 하하고…… 잘 살아…… 내가 늘 뒤에서 지켜볼게…… 흐윽…….”

마치 신랑과 무슨 사연이 있는 사람처럼 흐느낀 수원은 결국 태홍과 승재에게 끌려 나갔다.

“윤기 너, 수원이랑 관계 정리는 제대로 하고 결혼하는 거지?”

“선배.”

시호의 속삭임에 윤기가 정색을 했다.

그러자 그녀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맑은 모습에 윤기도 따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행복해. 딱 내가 원하던 결혼식이야.”

“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다.

***

신혼여행 장소는 캐나다 밴쿠버로 정했다.

제이슨은 곧바로 돌아갔고, 시호와 윤기는 그보다 세 시간 뒤인 항공편을 이용하기로 했다.

“다들 보고 싶다. 엄청 반가워하겠지?”

“사람들이 하루만 더 같이 있자고 해도 안 되는 겁니다.”

단단히 어르는 말에 시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 마. 나도 우리 남편이랑 둘이서만 있고 싶은걸.”

윤기가 그대로 얼었다.

시호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왜? 좀…… 오그라드나?”

“아니!”

윤기가 즉각 반응했다.

“좋아서 그래요, 너무 좋아서.”

윤기가 시호의 손등에 촉, 입을 맞추었다.

“나, 남들이 봐.”

“봐도 상관없어요.”

그들은 비행기 안이었다. 비즈니스석에는 저희 말고도 신혼부부가 두 쌍이나 더 있었다.

서로에게 빠진 부부들은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듣기 좋다. 남편이라는 말.”

윤기의 눈이 짙게 물들었다.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가 속삭였다.

“당신 안고 싶어. 지금 당장.”

긴 손가락이 시호의 손등을 느릿하게 매만지며 쓸었다.

“많이 자 둬요. 도착하면 못 잘 테니까.”

***

비행기 안에서 경고했던 바대로 윤기는 호텔에 도착한 직후부터 시호를 안고 놔주지 않았다.

“으응…….”

벌써 몇 번째 얽히는 혀와 몸이었다.

윤기의 손가락이 파고들자, 시호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하으, 윤기야…….”

“잘 안 들려요.”

“나, 남편…….”

낮게 포효한 윤기는 곧장 그녀의 위로 무게를 실었다.

“나 이제 평생 당신 거예요. 당신은 내 거고.”

세차게 움직이는 윤기의 몸 위로 땀방울이 흘렀다.

그의 것인지, 시호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흐트러진 채 자신이 움직이는 대로 흔들리는 시호를 내려다보며 그는 황홀하고 아득한 감각에 휩싸였다.

“아……!”

둔탁한 쾌감이 밀려왔다.

시호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전율했다.

몸이 밀려났다 당겨지기를 반복했다.

“후…….”

윤기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평생을 기다려 온 여자가 드디어 자신의 아내가 되었다는 것에.

지금 우리가 부부가 되어 함께 허니문을 떠나 첫날밤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몇 년이 지나도, 몇십 년이 지나도 시호를 사랑할 것이다.

뜨겁고, 열렬하게.

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윤기는 자신 있었다.

“여보.”

윤기의 말에 시호는 눈을 크게 떴다.

“이제 선배가 아니라 여보라고 부를 거야.”

“읏……!”

“난 아무거나 좋아요. 내 이름을 불러도 좋고, 남편이라고 해도 좋아. 가끔 여보라고도 해 줘.”

그의 말이 무척이나 뜨겁고 달콤했다.

“……여보.”

시호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온 말에 잠깐 멈칫한 윤기는 이내 미간을 좁히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미치겠다, 당신 때문에.”

그들은 뜨거운 숨결을 나누며 서로를 더 가까이 당겼다.

완전히 부부가 된 두 사람의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다음 날, 문호검도장으로 향한 두 사람은 반가운 얼굴들과 재회했다.

“윤기! 나 조아하던 거 아니어써? 하지만 캡틴 시호니까 인정하고 보내 주께!”

로건의 말에 윤기가 픽 웃었다.

“Gosh! 윤기, 웃어써? 이게 바로 러브 파워! 종나 잘쌩겨써!”

“예끼, 그런 말 쓰지 말라니까!”

먼저 도착한 제이슨을 비롯하여 아멜리아, 보라 등 문호검도장 사람들은 부부가 된 두 사람을 열렬히 반겨 주었다.

검도장 뒤뜰에서 직접 음식을 해 먹었고, 선물도 주었다.

“제가 쓴 편지예요오…….”

보라가 수줍은 얼굴로 윤기와 시호에게 각각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너무 고마워. 소중히 간직할게.”

“시호! 윤기! 이고는 미리 주는 선물이야. For baby!”

아멜리아는 곰인형과 앙증맞은 아기 신발을 건넸다.

시호가 미소 지었다.

“너무 귀엽다.”

그런 그녀를 윤기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자, 자! 얼른 파티하고 신혼부부 보내 줘야지!”

“윤기, 내가 가이드 해 주묜 앙 대?”

“안 돼. 절대.”

단호한 윤기의 대답에 로건이 힝, 하고 어깨를 늘어뜨렸다.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

몇 년 후.

수원은 무영관 안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조심, 조심. 아구, 잘한다.”

그의 손을 붙잡은 아기가 아장아장 무영관 뜰을 가로질렀다.

“우리 시윤이 왔네?”

태홍이 얼른 뛰어가 아기의 반대쪽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시윤이 활짝 웃었다.

“삼촌 보고 싶었어, 시윤아?”

“베에에. 위이.”

시윤의 옹알이에 수원과 태홍은 심장을 움켜쥐었다.

“윽. 나 닮아서 너무 귀엽지.”

수원의 말에 태홍이 인상을 썼다.

“시윤이가 왜 너를 닮냐.”

“원래 사랑하면 닮는 거야. 구치, 시윤아아앙. 큰아빠가 안아 주까요? 오구구.”

“야, 너 그거 긴기가 들으면 암살당한다.”

“네가 말 안 하면 모를 텐데, 뭘. 아하하하하.”

수원이 웃자 시윤이 다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따라 웃었다.

아기와 걸음을 맞추며 조심조심 마루로 향하던 그때.

“기시윤.”

별채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이 불리자 귀를 쫑긋한 시윤은 아빠를 발견하고는 꺅꺅 소리를 질렀다.

윤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수원과 태홍이 조심스럽게 손을 놓자, 아기가 그에게로 한 걸음, 한 걸음 뒤뚱거리며 걸어갔다.

그리고 무사히 윤기의 너른 품에 안겼다.

그가 검지로 톡, 하고 말랑한 볼을 건드리자 시윤이 눈을 접으며 배시시 웃었다.

“크흑, 심장 아파.”

“기시윤, 너 누가 자꾸 그렇게 귀엽게 웃으래! 삼촌 심장 쪼개지게.”

“방금은 큰아빠라면서.”

태홍의 말에 윤기가 수원에게 레이저 눈빛을 쏘았다.

“하하! 우, 우리는 형제나 다름없잖냐. 안 그래?”

“응, 안 그래.”

단호한 윤기의 말에 수원이 흑흑, 하고 우는 척을 했다.

그러자 시윤도 따라서 울먹거렸다.

“쉬. 괜찮아.”

윤기가 시윤의 등을 토닥이며 얼렀다. 그리고 수원에게 나직이 말했다.

“내 아들 울린 값은 내일 치를 줄 알아.”

“난 모르는 일이다.”

태홍이 슬쩍 빠져나가자 수원은 진짜 울상이 되었다.

“큰아빠를 큰아빠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우리 시윤이, 언젠가 큰아빠가 꼭 구해 줄게! 약속해!”

수원이 새끼손가락을 번쩍 치켜들자 언제 울먹거렸냐는 듯 시윤이 꺄아, 하고 웃었다.

“그럼 간다!”

윤기가 전화를 받는 동안 시윤을 보고 있던 수원과 태홍은 손을 흔들며 대문을 나섰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시윤의 머리카락을 살짝 건드렸다.

“엄마 올 시간 다 됐다.”

“뺘아아.”

“엄마 보고 싶어 죽겠다, 시윤아.”

윤기의 말에 시윤이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다.

아빠와 아들이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때.

차가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다!”

“먀마마아. 붑붑.”

시동이 꺼지고 이윽고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났다.

“꺄아아아!”

대문이 열리고 시호가 들어오자, 시윤이 반색하며 소리를 질렀다.

“기시윤!”

엄마가 제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자 시윤이 발을 흔들며 좋아했다.

“시윤이 보느라 고생 많았어.”

발꿈치를 든 시호가 윤기의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뿝뿌우우.”

“우리 아들, 잘 있었어?”

시호는 제게로 뻗어 온 작은 손을 붙잡고 쪽쪽 뽀뽀했다.

“얘기는 잘 끝났어요?”

“응. 다음 주에 기사 나갈 거야.”

무영단에서 후원하는 검도 꿈나무 일곱 명이 회장기 전국초등검도대회에서 전원 입상을 했다.

단체전은 은메달을, 그리고 고학년부 개인전에서 우승을 따냈다.

후원제도를 설립한 이후 첫 성과라 의미가 깊었다.

“우리 여보 덕분이야.”

시호가 배시시 웃었다. 그 모습이 시윤과 꼭 닮았다.

“행복하다.”

한 팔로 시윤을 안은 윤기가 시호의 어깨를 감싸고 그녀의 머리에 부드럽게 키스했다.

“사랑해, 시호야.”

남편의 따스한 눈빛과 다정한 음성은 언제 들어도 설렜다.

다시 만난 이후로 지금까지 변함없이 자신을 아껴 주는 윤기였다.

시윤이 태어나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따금 시호는 시윤이 1순위가 될 때가 많았지만, 윤기는 언제나 그녀가 우선이었다.

“늘 고마워, 남편.”

시호가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품에 안겼다.

윤기는 당연하다는 듯 아내의 몸을 감싸 이마에 입 맞추었다.

“나야말로. 당신이 내 아내라서 행복하고 늘 감사해.”

두 사람이 가벼운 키스를 나누었다.

그러자 시윤이 팔을 휘저으며 엄마 아빠 사이에 끼어들었다.

맑은 하늘 위로 웃음이 꽃잎처럼 피어올랐다. 시호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행복해.”

“그럼 얼마나 행복한지, 밤에.”

윤기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가르쳐 주세요, 선배.”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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