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원의 밤-100화 (101/109)

#100

문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혀가 얽혔다. 두 사람은 현관에서부터 거칠게 서로의 옷을 벗기고, 그러고도 모자라 분주하게 자신의 옷을 벗어 던졌다. 한기 어린 겉옷들이 한 꺼풀 한 꺼풀 허물을 벗듯, 바닥으로 너울너울 떨어진다. 그렇게 하나둘 서로의 속살을 탐하는 사이, 둘은 침실로 가기도 전에 완벽한 나신이 되었다.

동하가 힘도 들이지 않고 사희를 들어 올리자, 여자의 긴 다리가 유혹적으로 그의 허리에 감긴다. 매끄러워진 가랑이 사이의 축축한 온도가 남자의 배꼽 언저리에 부드럽게 와 닿자, 그렇지 않아도 빳빳해진 남성이 찌를 듯 솟아올라 사희의 엉덩이에 닿는다.

동하가 여자의 둔부를 받친 팔에 힘을 뺐다 풀었다 하자, 사희의 몸이 자연스럽게 위아래로 오르내렸다. 엉덩이에 닿았던 것이 미끄러워진 살 틈에 맞물려 부드럽게 움직였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살덩이의 느낌이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컸다.

뜨겁게 달아오른 그것이 연한 틈으로 파고들 때의 묵직한 감촉이, 벌써부터 느껴지는 것 같아 몸이 부르르 떨린다. 사희를 안고 느릿느릿 춤을 추듯 움직이며, 그녀가 애타는 신음을 뱉어낼 때까지 부드럽게 그 사이에 자기의 몸을 비볐다.

빳빳하게 오른 젖꼭지를 혀끝으로 굴리며 사희의 표정을 살핀다. 환락에 취한 사희의 눈동자는 이미 부옇게 풀려있었다. 당장이라도 거칠게 그 안으로 파고들고 싶은 욕망이 치밀었지만, 동하는 최대한 자신을 다스렸다. 오늘은 그녀를 조금 애태우고 싶었다.

“침대로 가요.”

사희가 동하의 귀에 속삭였다.

“아니, 여기에서 할 거야.”

동하는 사희의 말을 들어주는 대신, 그녀를 안은 채로 창가로 갔다. 창밖은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가장 높은 층, 그로도 모자라 특수 처리가 된 유리 밖에서 안이 보일 리 만무하지만 사희는 나체가 되어 남자의 목에 매달린 채 창가에 선 것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체리 색으로 달아올랐다.

“으으응.”

사희가 부끄럽다는 의미를 담은 콧소리를 냈지만 동하는 짓궂게 빙긋 웃을 뿐이었다.

“부끄러워?”

동하의 물음에 사희는 남자의 귓가에 달뜬 숨소리를 뱉으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지금 너 보는 사람, 나밖에 없어.”

오직 나만이 너의 이토록 요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동하의 눈이 반짝 빛난다. 동하는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강한 소유욕을 느꼈다.

창턱에 사희를 걸터앉게 한 남자는, 그녀의 목 언저리부터 봉긋하게 솟은 가슴까지 손가락으로 느리게 쓸어내렸다.

마른침을 삼키는지 사희의 목이 성마르게 오르내렸다. 가슴을 지난 손가락은 밑 가슴 아래쪽의 늑골을 살짝 훑다가, 날씬한 배를 만지고, 봉긋하게 솟은 둔덕을 지나 어느 부분을 엄지 손끝으로 꾹 눌렀다.

“아!”

사희가 아랫입술을 질끈 물며 눈을 감는다. 요의 같은 짜릿함에 허리를 똑바로 펴고 있는 것이 힘들었다. 절로 다리에 힘이 들어가, 사희는 결박을 하듯 두 다리를 꼬았다.

그러나 사희의 골반을 강하게 잡은 남자가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파고들며 행동을 저지했다. 사희가 고개를 살짝 저으며 저항하자, 동하는 예민한 살갗에 살짝 간지럼을 태웠다. 키득 웃음을 터트린 틈을 타, 그녀의 입술에 혀를 박아 넣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사희를 몰아친 동하는 헐떡이는 사희의 귓가에 제법 무거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열어.”

목덜미와 귓바퀴를 더듬는 애무에 취해 사희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아주 조금 다리를 벌렸다. 그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근육질의 단단한 다리로 사희의 가랑이 사이를 파고든다. 그의 재빠르고 강한 몸놀림에 이렇다 할 여지없이 그녀의 다리가 활짝 열렸다. 열린 틈새로 빠르게 손이 미끄러져 들어온다. 예민하게 부푼 돌기를 희롱하는 동하의 손가락이 영 짓궂다. 짜릿짜릿하게 전기가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으읍, 신음을 삼키며 사희가 몸을 뒤틀자, 남자는 무릎을 꿇어 그녀 앞에 앉았다. 그의 시선이 은밀한 부분에 정확하게 와서 박히는 것을 느끼자, 사희는 번들거리는 가랑이 사이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벌떡거리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들키는 것이 부끄러워 사희는 입을 틀어막으며 시선을 피했다.

“아아. 싫어.”

사희의 입에서 수줍은 항변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동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생명력을 품고 반짝반짝 빛나는 그곳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정말 싫어?”

“……아응.”

“괜찮아. 부끄러워하지 마. 예쁘니까.”

남자의 말에 어떤 마법이 숨겨져 있는 걸까, 허리가 꼿꼿하게 서도록 들어있던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애타게 주무르던 동하는 도톰한 살덩이를 헤치고 발그스름하게 물든 예민한 속살을 손끝으로 부드럽게 문지른다. 몇 번의 느리고, 살뜰한 움직임만으로도 사희는 새된 신음을 낸다. 곧 따듯한 것이 그의 손을 흠뻑 적셔왔다.

“예뻐, 이렇게 예쁜 건, 나만 볼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뜨겁고 매끄러운 촉감이 아래에서 느껴졌다. 사희는 자신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갈증을 채우는 사람처럼 뜨겁게 애무하는 동하의 놀림에 완전히 넋을 잃었다. 그저 그의 조개껍데기 같은 귓바퀴를 매만지고, 문지르며 앙앙,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지금 해줘요.”

가랑이 사이가 벌에 쏘인 것처럼 간지러워,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졌을 때, 사희가 동하의 뺨을 감싸며 그를 일으켰다. 서서히 몸을 일으킨 동하는 키스를 갈구하는 사희의 입술 언저리를 약 올리듯 조금씩 더듬으며 그녀를 한껏 더 애태웠다.

“지금, 얼른. 제발.”

숨이 넘어갈 듯 애원하는 사희의 목소리를 들은 다음에야 남자는 입술을 희롱하던 것을 멈추고, 그녀를 돌려세웠다. 그리곤 여자의 가느다란 목덜미와, 잘록한 허리를 부여잡은 채로, 충분하게 젖은 틈으로 자신의 것을 서서히 밀어 넣었다.

“헉!”

벽을 긁고 들어오는 묵직한 느낌에 절로 숨이 멈춘다. 은밀한 곳으로 침범한 적의 멱살을 잡듯 그녀의 내부가 남자의 것을 강하게 물었다. 그러자 동하에게서도 읍, 하는 신음이 흘러나온다. 강렬하게 조여 오는 느낌에 당장이라도 절정에 치달을 것 같았다.

동하는 최대한 천천히 앞뒤로 움직이며, 성이 난 몸을 달랜다. 그러자 터질 것처럼 팽팽하게 솟아있던 것이 조금 안정을 찾았는지, 약간 둔감해졌다. 예리한 감촉이 사라지니, 즉시 갈증이 인다. 더는 참을성을 발휘하기가 힘들어서 동하는 조금씩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사희는 몸에 훅하고 뜨거운 열기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입을 가려도 학학, 거리는 신음이 숨겨지지 않았다. 한참 뒤에서 그녀를 밀어붙이던 동하가 다시 번쩍 그녀를 들어 안았다. 그리곤 이번에는 망설임도 없이 빠르고 강하게 그녀를 자신의 몸 위로 찍어 내렸다.

남자의 단단한 팔뚝이 터질 것처럼 부풀고, 살짝 뒤로 젖힌 목덜미에 솟아오른 힘줄이 무서울 정도로 가지 뻗는 것이 보였다. 사희는 동하의 목을 강하게 끌어안은 채로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창밖에 내리는 눈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인지 위로 오르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 내가 그의 품에 안겨있는 것인지, 아니면 구름 위에 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쾌락이 온몸을 덮쳐서, 세포 하나하나까지 희열에 잠겨 부르르 떨고 있다는 것이었다.

몸속을 드나드는 현란한 움직임이 끝이 없을 것처럼 이어진다. 긴 시간이었지만 1초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프지도, 거북하지도 않았다. 살 속을 파고드는 거대한 것을 자꾸만, 더 삼키고, 물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온몸을 지배했다. 학학거리던 신음은 어느덧, 참을 수 없는 교성이 되어 층고가 높은 공간에 웅웅 울린다.

반복되는 피스톤질 끝에, 그녀가 먼저 절정에 도달했다. 강하게 조이던 허벅지 힘이 사라지고 노곤하게 몸에 힘이 풀린다. 그러나 내부에서 강렬하게 수축하는 힘만은 보다 세져서 적극적으로 동하의 마지막을 이끌어 내고 있었다.

“아아!”

단발의 신음과 함께 동하의 둔부가 딱딱하게 움츠러든다. 울컥하고, 몸 안에서 무언가 가진 것을 모두 터트리는 느낌이 난다. 곧 그녀를 안은 동하의 팔이 부르르 떨리더니, 그의 매끄러운 살갗 전체에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사희는 동하의 젖은 머리칼에 입술을 묻으며 새된 숨을 몰아쉰다. 그녀만큼이나 거친 숨을 헐떡이던 동하도 조금 진정이 되자, 즉시 사희의 입술을 찾았다. 정사보다도 다정하고 깊은 키스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강하게 부둥켜안은 채로, 하얗게 된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세상이 온통 하얘요. 자고 일어나면 꼭 다른 세상이 올 것 같아.”

사희는 나른하게 중얼거리며 동하의 뺨에 제 뺨을 붙였다. 동하는 사희의 등뼈를 손으로 매만지며 씩 웃는다.

“못 자게 할 건데?”

“이동하 씨, 아픈 거 아니었어?”

“나한테는 네가 약이니까.”

동하는 사희의 쇄골을 혀끝으로 할짝 핥더니, 다시 눈을 반짝인다.

그녀는 몸속에서 무언가 다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다 나았네. 우리 자기.”

사희는 다리에 힘을 주어 그의 몸을 세게 감으며 동하의 귓가에 속삭였다. 동하는 사희를 안은 채로 침실로 향한다.

여전히 창밖에 눈은 내리고, 밤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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