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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공작의 공개 구혼-199화 (200/201)

199화

“하읏, 진…….”

“윽, 로엔.”

두 사람의 입술 새로 달콤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등줄기를 관통하는 열기가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졌다.

로엔은 그의 허리에 다릴 감고는 힘껏 매달렸다.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지독한 열기로 단단해진 그의 일부를 가득 품고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이 상태로 녹아 내려 그와 한 몸이 되고 싶었다.

“진, 진…….”

로엔이 흐느끼듯 그의 이름을 부르자, 진이 그녀의 입술에 농밀하게 혀를 얽어 왔다. 서로의 타액을 삼키며 가장 깊숙하고 은밀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느른한 탐욕이 두 사람을 휩쓸었다. 허리를 추어올리는 행위에 두 사람의 몸이 야릇하게 얽혀 흔들렸다. 저릿한 열기에 경련하듯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로엔은 입술을 깨물곤 흐느낌을 삼켰다.

“진, 천천히……. 제발, 흐읏…….”

뜨거운 것이 폭발할 듯 온몸을 채웠다. 몸이 열리고 그의 일부와 뒤섞인 쾌감이 흉흉하게 아랫배를 헤집었다.

로엔은 절박하게 그를 끌어안고는 그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심장 위에 새겨진 혈독화가 타는 듯 뜨거웠다. 로엔은 손을 뻗어 그의 심장 부근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손끝에 닿는 드래건의 비늘이 매끄럽게 손안에 감겨들었다.

내 것. 유일한 그녀의 소유였다.

로엔은 드래건의 검은 비늘에 입을 맞추며 맹세했다. 그가 그녀를 위해 그의 심장을 주겠다고 했던 것처럼, 그녀 역시 그를 위해 뭐든 주겠다고.

그가 그런 것처럼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를 지키겠다고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 * *

금환일식은 낮의 한가운데 떠올랐다. 거듭되는 백야로 인해 칼라일은 낮과 밤의 경계를 잃고 일그러져 있었다.

동굴에서 나온 진은 절벽 위에 날개를 펼친 채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공작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날개에 새겨진 101개의 눈이 천천히 감기더니, 은둔자의 숲에 드리워졌던 결계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진은 예민해진 감각을 열어 숲의 입구에 서 있는 낯선 자들의 인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왔나 보군요.”

잠에서 깨어난 로엔이 동굴 밖으로 나왔다. 진이 손을 뻗어 로엔의 허리에 팔을 감은 다음 입술에 진득하게 입을 맞췄다. 달콤한 열기와 함께 심장 부근이 간질거렸다.

이상했다. 곧 에드윈과 씨어와 맞닥뜨릴 텐데도 더는 두렵지 않았다.

“크립텍스의 암호가 뭔지 생각해 봤나요?”

입술을 뗀 로엔이 손으로 그의 입가에 묻은 타액을 닦아 냈다.

“그건 그들이 알아서 할 테지. 라딘의 서를 찾길 원한다면 말이야.”

진의 태도에 로엔이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 알아냈나요? 크립텍스를 열 암호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선선한 대답에 로엔의 눈동자가 커졌다.

“열어 본 거죠?”

“아니. 나는 라딘의 서엔 관심이 없어서. 왜? 알고 싶나? 만약 네가 필요하다면 알려 줄 수도 있다.”

진의 말에 로엔이 고갤 가로저었다. 로엔 역시 라딘의 서엔 관심 없었다. 만약 필요하다면 라딘의 서와 함께 있다는 현자의 돌 정도일까?

“저도 관심 없어요. 그걸 미끼로 현자의 돌을 갖게 된다면 모를까.”

“현자의 돌은 왜?”

“아, 그게…….”

“드디어 만났군, 진. 그리고 로엔.”

에드윈의 목소리에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에드윈이 검은색 로브를 입은 씨어와 함께 그들을 보며 서 있었다.

“의뢰한 물건은 가져왔겠지?”

“내가 그걸 굳이 줘야 하나?”

진의 삐딱한 태도에 에드윈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애써 침착한 척하려 했지만 얼굴에 나타난 불쾌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드래건의 힘이 각성하더니 이젠 황좌까지 넘보려는 모양이군. 역시 타고나길 반역의 피를 갖고 태어났으니 그 더러운 피가 어디 가겠어? 제 아비와 똑같을 테지.”

에드윈의 비아냥거림에 진의 표정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반역의 피라. 내가 반역을 생각했다면 전쟁터에 가는 대신 황궁으로 향했겠지. 네 끝없는 탐욕과 열등감을 감내하는 일도 없었을 테고.”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군. 그렇게 고고한 척 굴더니.”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부딪혔다. 팽팽하게 날 선 긴장감이 흘렀다.

“폐하, 흥분을 가라앉히시는 게 좋겠습니다.”

옆에 서 있던 씨어가 에드윈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자 검을 쥔 에드윈의 손이 풀리며, 천천히 숨을 고르는 게 보였다.

진 역시도 로엔을 돌아보며 걱정 말라는 듯 고갤 끄덕여 보였다.

“그대가 씨어인 모양이군요.”

로엔이 에드윈 옆에 서 있는 사내에게 시선을 줬다. 그러자 씨어가 고갤 숙여 예를 갖췄다.

“처음 뵙겠습니다, 록스버그 공작님. 여전히 혈독화의 향이 짙군요. 저주는 풀지 못하신 모양이구요.”

씨어의 말에 로엔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그대는 내 저주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것처럼 말하더군요.”

“당연히 잘 알 수밖에요. 200년 전 록스버그 공작가의 여아에게 저주를 건 게 바로 저거든요. 그리고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록스버그의 저주는 그것을 건 자만 풀 수 있다는 점입니다.”

로엔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놀란 듯 커졌다.

‘씨어, 저자가 록스버그 공작가에 저주를 걸었다고?’

하지만 공작가에 전해지는 비서엔 그런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 무엇보다 록스버그 공작가의 저주를 풀 수 있는 건 드래건의 심장이라고만 쓰여 있었다.

그런데 저주를 건 자만이 저주를 풀 수 있다니.

“믿고 싶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아마 드래건의 힘을 각성한 로이슈덴 공작님도 알고 계실 겁니다. 록스버그 공작님께는 제 도움이 절실하다는 걸 말입니다. 그래서 드래건의 힘까지 각성한 마당에 라딘의 서를 찾을 열쇠를 우리 앞에 가져온 것일 테고요.”

씨어의 말에 로엔의 시선이 진에게 향했다. 씨어를 노려보는 진의 눈빛이 살벌했다. 그의 태도에서 그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얘기가 쉬워지겠군.”

에드윈이 삐딱하게 진을 보며 비웃음을 삼켰다. 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로엔 쪽으로 고갤 돌렸다.

“확신은 없었어. 드래건의 힘을 각성할 당시 봉인되어 있던 다른 자의 기억도 함께 깨어났다는 건 이미 알 거야. 그 과정에서 씨어, 저자가 록스버그 공작가의 여아의 심장에 혈독화를 새겨 넣는 것을 보았고.”

진의 설명에 로엔은 고갤 끄덕였다.

“그럼 교환할까? 조건은 말하지 않아도 될 테고. 어때, 진 로이슈덴?”

에드윈의 말에 진이 품 안에서 호리우스의 눈으로 된 크립텍스를 꺼냈다. 그것을 본 에드윈의 눈동자가 탐욕으로 번뜩였다.

“설마 했는데, 노아스가 모래 늪에 있었던 모양이군. 너는 검은 드래건의 혈족이었고. 빌어먹게도, 감히 천한 너 따위가.”

“그것 역시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

“당연한 것 아냐? 내가 들어갈 수 있었다면 너희에게 의뢰 따윈 하지도 않았을 거야.”

에드윈은 제가 검은 드래건이 혈족이 아니란 사실에 더 화가 난 듯했다. 진을 바라보는 그의 푸른 눈동자가 또다시 열등감에 삼켜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먼저 저주를 풀어. 그러면 이걸 건네주지.”

“널 어떻게 믿고?”

에드윈이 불신감을 드러내며 진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진은 에드윈이 아니라 씨어에게 시선을 줬다. 선택은 당사자인 네가 하라는 듯이.

“폐하, 로이슈덴 공작 말대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뭐? 너 미쳤어?”

에드윈이 눈을 치켜뜨고는 씨어를 쏘아보았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록스버그 공작의 저주는 풀고 난 뒤에도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이 약이 없으면 몸에 쌓인 독을 빼내지 못해 죽게 되고요. 그러니 주술이 완성될 때 폐하께서 이 약병을 들고 있다가, 로이슈덴 공작이 가지고 있는 클립텍스와 교환하시면 됩니다.”

씨어의 설명에도 에드윈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없어 고갤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협상은 끝난 것 같으니 저주를 풀 마법식을 그리겠습니다. 록스버그 공작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거짓 수식을 그릴 생각은 마. 각성한 기억 속에 네가 그렸던 마법식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서늘한 경고에 씨어의 시선이 진에게 향했다.

“그것 역시 이미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저주가 풀리면 록스버그 공작님의 심장에 새겨져 있는 혈독화가 사라집니다. 그걸 확인하면 될 일이니까요.”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씨어는 침착하게 단검으로 제 손바닥을 그었다. 그리곤 뚝뚝 떨어지는 붉은 피를 이용해 바닥에 복잡한 수식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씨어는 200년 전 그려 본 수식이라 능숙하게 마법식을 그려 나갔다. 진은 씨어가 수식을 다 그릴 때까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주시했다.

“여기 중앙에 그려진 원에 서십시오.”

씨어가 피로 그려진 원을 가리키며 로엔에게 그곳에 서길 종용했다.

로엔은 불안감을 감추며 원 안에 섰다. 이것으로 그녀를 괴롭히던 저주가 풀린다니, 믿기지 않았다.

“걱정 마, 로엔. 금방 끝날 거야.”

진의 한마디에 불안으로 들끓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로이슈덴 공작님, 저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씨어가 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허튼 수작 하는 것이라면…….”

“그때의 기억까지 각성했다고 하셨으니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이 주술은 저와 또 한 명의 주술사인 타에라에 의해 시행되었다는 사실을요. 그러니 주술을 무로 만드는 주술에도 저 외에 특별한 힘을 가진 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타에라가 없는 이상, 우리 중에 특별한 힘을 가진 이는 로이슈덴 공작님뿐이고요.”

씨어의 설명에 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말이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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