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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공작의 공개 구혼-191화 (192/201)

191화

로엔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의 셔츠의 단추를 풀어 심장에 돋아난 드래건의 비늘을 확인했다.

그의 몸 안에서 드래건의 힘이 각성해서인지 검푸른 비늘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손끝으로 비늘을 쓸어내리자, 진이 고통스러운 듯 몸을 뒤척였다.

“윽, 하아…….”

거칠게 숨을 내쉬던 진이 무겁게 내려앉은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그러자 열기로 진득해진 은청색의 눈동자가 보였다.

“진, 정신이 들어요?”

“뜨거워. 심장이 타 버리는 것 같아.”

진이 제 심장에 돋아난 드래건의 비늘을 파 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손톱으로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검푸른 비늘이 날카롭게 날을 세우며 진의 손바닥을 벨 것처럼 파고들었다.

“안 돼요, 진. 그만 놔요. 이러다 다쳐요.”

로엔이 진의 손을 떼어 내려 했지만 진은 필사적으로 제 심장 부근을 움켜쥐었다.

순간 손톱이 그의 살 속으로 파고들며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제발 그만해요.”

로엔이 고갤 숙여 그의 손에 입을 맞췄다. 이성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 말보다 촉각으로 저를 느끼게 하는 게 빠를 것 같아서였다.

다행히 그녀의 입술이 그의 손등에 닿자 그의 심장을 움켜쥐고 있던 손이 스르륵 힘이 풀렸다.

“진, 지금부터 내가 당신을 가질 거예요. 공작새의 눈물도 없고, 그러니까…….”

로엔은 이내 헛웃음을 삼켰다.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에게 제 목소리가 닿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로엔은 바위 위에 진을 눕혔다. 그리곤 셔츠를 마저 벗겨 내곤 그의 바지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차마 바지를 벗기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

“하아, 몸이 타는 것 같아.”

고통스러운 듯 몸을 떨며 진이 밭은 숨을 내쉬었다. 입술 새로 흘러나오는 숨결이 델 듯 뜨거웠다.

그 순간 로엔의 망설임은 끝이 났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과는 달리 물에 젖은 바지를 벗겨 내는 손길은 더뎠다.

가까스로 그의 옷을 벗긴 로엔은 입고 있던 제 옷 역시 벗어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진? 정신 좀 차려 봐요. 지금부터 내가, 그러니까 당신을 가질 거예요.”

로엔은 몸을 일으켜 그의 탄탄한 허벅지를 타고 앉았다. 그를 꼭 끌어 앉자 순식간에 물에 젖은 서로의 하체가 맞닿았다.

로엔이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엉덩이를 움직이는 사이, 얌전하던 그의 다리 사이의 존재가 비벼지며 뜨겁게 일어서는 게 느껴졌다.

“아, 잠깐…….”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 로엔이 허릴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여린 다리 사이에 문질러져 바짝 일어선 그의 일부가 로엔의 밀부를 아리게 찔러 왔다.

“흐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날 선 감각에 로엔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의도치 않게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을 잃고 있는 사람과 어떻게 몸을 겹쳐야 하는지 난감했던 참이라, 이 상황이 기껍기만 했다. 거대한 불쏘시개가 밀부의 여린 살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로엔은 진의 목에 팔을 감고는 엉덩이를 흠칫대며 피해 보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하체가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깨어난 건가 싶어, 진을 내려다봤지만 그의 눈은 꼭 감긴 채였다. 창백한 뺨과 말라 까칠해진 입술에선 거친 숨소리만 새어 나왔다.

“하아, 잠깐만. 진, 아직 마음의 준비가…….”

로엔은 혼잣말처럼 그의 귓가에 속삭이곤 그를 피해 위로 들어 올렸던 허리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꼿꼿하게 서 있던 그의 일부가 닫혀 있는 여린 밀부를 열고 빠듯하게 안을 채웠다.

“으음―.”

맞지도 않은 좁은 구멍 안에 몇 배나 되는 살덩이를 밀어 넣는 건 힘든 일이었다. 특히나 그가 함께 움직이지 않은 상황이라 평소보다 더 고역스러웠다.

최대한 아랫배에 힘을 풀고는 그를 삼키려 애썼다.

“아읏, 진……. 으흣!”

느릿느릿 안으로 밀고 들어오던 그의 일부가 한순간 깊게 들어와 박혔다.

바위에 비스듬히 기대있던 그가 흠칫 몸을 뒤척이는가 싶더니, 본능적으로 안을 파고들 듯 허릴 움직였던 것이다.

순식간에 깊게 결합된 하체가 하나처럼 얽혀 들었다.

로엔은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숨을 고르려 애썼다. 깊숙이 파고든 그의 일부에 의해 창에 꿰인 물고기처럼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로엔?”

진의 목소리에 놀라 로엔이 고갤 들었다. 여전히 창백하긴 했지만 진이 눈을 뜨고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당신이 갑자기 정신을 잃어서. 그리고 공작새의 눈물도 없고. 또…….”

진이 힘없이 늘어져 있던 팔을 들어 그녀의 허리에 단단히 감았다. 마주 앉은 채 몸을 얽고 있던 터라 아래의 결합이 더욱 깊어졌다.

“으음…….”

로엔이 신음을 삼키며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자 진이 픽 하고 웃으며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려 그를 보게 했다.

“내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이런 앙큼한 짓을 하고 있었군.”

비난처럼 들려 로엔은 억울한 듯 고갤 들었다. 하지만 그의 은청색의 눈동자가 웃고 있는 걸 보곤 안도했다.

“뭘 걱정하고 그래. 네가 하는 일이라면 난 뭐든 좋은데. 알잖아? 내가 너한테 미쳐 있다는 걸.”

정신을 차렸을 때 제 몸을 타고 앉아 있는 로엔을 발견하는 건 언제든 기꺼웠다. 무엇보다 그 행위가 갖는 의미를 잘 알기에 더더욱 그랬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어요.”

가장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아래를 얽고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진실이었다. 그가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게 너무도 없었다.

다행히 진의 눈동자는 너무도 다정했다.

“네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란 걸 알고 있어.”

진이 그녀의 허리에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바짝 당겨진 두 사람의 하체가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닿았다.

“네가 움직여 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움직이는 게 힘들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엔 열기가 담겨 있었다.

로엔은 고갤 끄덕이곤 그의 목에 팔을 감고는 천천히 허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마를 하듯 그의 탄탄한 허벅다리를 타고 앉은 채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행위에 처음엔 삐끗대며 맞물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리듬을 타기 시작하더니 야릇한 움직임을 만들어 냈다.

두 사람의 몸이 흔들릴 때마다 찰방찰방 물소리가 사위를 울렸다.

진이 입술을 겹쳐 왔다. 메마른 혀가 로엔의 입속을 파고들며 젖은 숨결을 담뿍 빨아 먹었다.

혀를 얽고 입천장의 여린 살을 훑어 내리며 로엔의 입안에 있는 타액을 모조리 가져가 삼켰다.

그것도 부족한지 진은 깊숙이 혀를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습윤하고 달콤한 샘을 자극했다.

“하아, 진. 으음, 하앗!”

아랫배에 열기가 퍼져 로엔은 저도 모르게 그를 삼키며 깊숙이 몸을 휘었다. 자꾸만 야릇하게 허리가 비틀리며 무심결에 그를 쥐어짜듯 움켜쥐고 흔들었다.

“윽, 로엔…….”

그 역시 열기로 억눌린 목소리로 로엔의 아랫입술을 강하게 빨았다. 힘없이 늘어졌던 그의 몸이 물속에서 들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두 사람의 위치가 바뀌었다.

바위에 등을 누인 순간 그의 손이 로엔의 허릴 단단히 휘감고는 빠르게 그녀의 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타 버릴 듯 뜨거운 열기가 두 사람을 감쌌다.

로엔은 그의 위에서 몸을 움직이는 동안 채워지지 않던 갈증이 비로소 해갈됨을 느꼈다.

“진, 하읏…….”

로엔이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자 진이 순순히 고갤 숙여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쾌락으로 젖은 키스가 시작되었다. 심장이 무섭게 뛰었다. 서로에게 닿는 손길이 떨렸다. 위와 아래를 질척하게 겹친 채, 두 사람은 욕망으로 녹아내렸다.

치료를 위한 행위가 쾌락과 욕망을 담은 행위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 잠들어 있던 노아스에 바람이 불어왔다. 짙고 농밀한 꽃 향이 아름다운 발할라를 감쌌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생명을 되찾은 듯 무수한 빛을 띠며 반짝였다. 그곳에서 시작된 바람은 노아스의 모든 땅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마침내 1,000년 동안 부재했던 땅의 주인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땅의 주인뿐만 아니라 그의 반려와 함께였다.

노아스 곳곳에 피어 있던 은매화(신부들의 전통적인 화관으로 사용되는 꽃. 축하의 나무.)의 꽃잎이 날려 노아스에 꽃비가 흩날렸다.

“로엔, 내 심장을 너에게 줄게. 널 위해서라면 내 모든 걸 너에게 줄 수 있다.”

쾌락에 젖은 노아스의 주인이 제 반려의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진의 등에 새겨진 검은 드래건의 검푸른빛이 폭발하듯 노아스의 모든 곳을 감싸기 시작했다.

* * *

진은 제 품에서 곤히 잠든 로엔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로엔을 품에 안고 파수꾼의 궁전인 발할라로 향했다. 누가 알려 주지도 않았는데, 진의 걸음걸이엔 거침이 없었다.

은매화가 피어 있는 길을 따라 걸어가자 그 끝에 발할라가 있었다.

손짓 하나로 1,000년간 닫혀 있던 궁의 문이 열렸다.

「발할라라면 음유시인의 노래를 통해 들은 적이 있어요. 발할라의 천장은 금빛 방패로 되어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내 땅에 온 걸 환영한다.」

진은 로엔이 아이처럼 눈을 빛내던 모습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쉽군. 잠들지 않았다면 음유시인의 노래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했을 텐데.”

발할라의 천장은 음유시인의 노래처럼 온통 황금빛이었다. 그리고 천창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금빛 가루라도 뿌려 놓은 것처럼 내부를 밝히고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게다가 궁의 내부엔 섬세하게 조각된 장식으로 가득해 눈을 즐겁게 했다.

진은 넓은 홀을 지나 노아스의 주인이 사용하는 방으로 향했다.

나선형으로 이어진 계단을 지나 위로 올라가자 금빛으로 된 문이 나타났다. 이어 한 걸음 내딛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렸다.

진은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섰다. 청량하고 싱그러운 숲의 향이 두 사람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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