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잠시 그의 손을 응시하던 로엔은 결국 제 품 안에서 타라의 연을 꺼냈다.
“사실 협곡에서 당신에게 주려고 했었어요. 일이 어긋나 내가 사실을 말하기도 전에 당신이 이걸 봐 버리긴 했지만.”
진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로엔의 코앞까지 손을 내밀었다.
이게 뭐라고. 그의 손목에 타라의 연을 채워 주는 동안 손끝이 바들바들 떨린다.
기어코 그의 손목에 타라의 연이 채워지자, 진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붉은 실을 손끝으로 조심조심 어루만졌다.
그의 얼굴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뒤엉켜 흘러넘치고 있었다.
“로엔.”
진이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그리곤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품에 안고는 깊숙이 혀를 얽어 왔다.
“하음, 진…….”
심장이 무섭게 뛰었다. 꼭꼭 눌러 참고 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듯 로엔은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곤 힘껏 매달렸다.
입술을 열자 뜨겁고 질척한 혀가 여린 점막을 헤집으며 진득하게 들러붙었다. 얽힌 혀가 비벼지고 안쪽 끝까지 쓸어내리는 행위가 욕망을 담고 농밀해졌다. 타액으로 젖은 두 입술이 하나처럼 녹아내렸다.
아랫배에 느껴지는 야릇한 열기에 다리에 힘이 풀린 로엔이 주저앉을 듯 휘청거렸다.
첨벙, 첨벙. 물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리는 로엔을 붙잡기 위해 진이 로엔에게서 입술을 뗐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몸이 달은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입술을 겹쳤다.
이내 진이 로엔을 두 팔로 안아 들었다. 그리곤 입술을 떼지 않은 채 빠르게 물속을 가르며 밖으로 나왔다.
“진, 지금 어딜 가는…….”
로엔은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는 거칠어진 숨을 고르려 애썼다. 진이 주위를 살피더니 이내 뭔가를 발견한 듯 성큼성큼 풀숲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여기서 기다려.”
진에 의해 넓은 바위 위에 앉게 된 로엔이 멀어지려는 진을 붙잡았다.
“어딜 가려는 거죠?”
로엔의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이미 열기로 촉촉이 젖어 있었다. 당장에라도 몸을 열고 그의 것을 삼키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의 표정은 태연하기만 했다.
“곧 올게. 잠시만 기다리면…….”
“싫어요. 가지 마요. 떨어지기 싫어요.”
로엔이 고갤 가로저으며 진의 팔을 잡고는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로엔 쪽으로 몸을 숙인 진의 목에 로엔이 팔을 감고는 또다시 입술을 겹쳤다. 부드럽고 달콤한 혀가 그의 입술을 핥으며 유혹했다.
“로엔, 잠깐……. 이건 다녀와서, 이러다 감기라도…….”
말과는 달리 진 역시도 로엔을 떼어 내진 못했다. 대신 로엔의 입술을 이로 잘근잘근 씹으며 풀지 못하는 열기를 달랬다. 뱉어 내는 숨결 역시 거칠었다.
“젖은 옷이 문제라면 벗으면 되잖아요.”
로엔은 그와 한시도 떨어지기 싫다는 듯 입술을 맞댄 채로 젖은 옷을 벗기 시작했다.
다행히 물에 들어가기 전에 바지와 겉옷을 벗은 채라 입고 있는 린넨 속옷만 벗으면 끝이었다.
“로엔? 잠깐, 기다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진, 제발요. 당장 안아 줘요.”
진이 홀린 듯 로엔을 바라보았다. 젖은 속옷을 벗던 로엔과 눈이 마주쳤다.
“하아, 정말 미치겠군. 왜 너랑 있으면 침착할 수가 없는 건지…….”
진이 거칠게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진의 시선은 석양 아래 드러난 로엔의 새하얀 다리를 핥듯 바라보았다. 당장에라도 손을 뻗어 그녀의 다릴 붙잡고 제 손자국을 내고 싶었다.
지독한 소유욕에 진은 열기를 다스리려 애썼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진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로엔을 도와 젖은 속옷까지 마저 벗겨 낸 다음, 벗어 놓았던 두꺼운 제 코트를 대충 바위 위에 깔았다.
“진, 빨리요.”
그가 코트 위에 로엔을 눕히곤 그녀의 몸을 내리누르듯 몸을 겹쳤다. 그리곤 고갤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하아, 진…….”
로엔은 제 아랫배에 느껴지는 묵직한 존재감에 안달이 났다. 뜨겁고 단단한 살덩이가 다리 사이의 여린 살을 짓치며 자꾸만 나른하게 들러붙었다.
로엔은 성급한 열기를 참지 못하고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
“으윽.”
짐승이 으르렁거리듯 나른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진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로엔을 내려다본 뒤, 손을 뻗어 그녀의 두 다리를 잡고 위로 밀어 올렸다. 그리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강한 힘으로 두 사람의 몸을 하나로 꿰었다.
“하음, 아읏.”
등줄기에 짙은 쾌락이 흘렀다. 로엔은 본능적으로 허릴 비틀며 그와 더 깊이 닿기 위해 몸을 구부렸다. 그의 허리에 다릴 휘감고는 힘을 주자, 진이 나직한 욕설을 뱉어 냈다.
“진정해, 로엔.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줄 테니까.”
“얼른요. 빨리…….”
흐느끼듯 다급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진은 금방이라도 이성의 끈이 끊어질 듯 허리 부근에 피가 몰리는 걸 느꼈다. 잠들어 있던 드래건의 힘이 뜨겁게 날뛰며 로엔을 삼키려 들었다.
전쟁터에서 수많은 적을 죽이던 때에도 이렇지 않았다. 통제할 수 없는 강렬한 감각이 뜨겁게 용솟음 쳤다.
진은 고갤 들어 로엔을 내려다보았다. 제 움직임에 의해 야릇하게 흔들리는 로엔의 모습은 숨이 멎을 만큼 관능적이었다.
땀으로 젖은 머리카락과 쾌락으로 붉어진 뺨, 눈꼬리에 매달린 눈물까지도. 어디 하나 예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진이 로엔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에, 그리고 뺨에도.
로엔이 감고 있던 눈을 떠 진을 바라보았다. 에메랄드빛 눈동자 속에 담겨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깨닫자, 심장이 아릿하게 저몄다.
“로엔,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 삼켜졌다. 로엔이 그에게 타라의 연을 주지 못하고 망설였던 것처럼, 진 역시도 제 마음을 쏟아 내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난 뒤에…… 그때 말해도 늦지 않아.’
진은 에드윈과 얽혀 있는 매듭을 잘라 낸 뒤, 로엔에게 제 마음을 말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할 터였다.
1년짜리 계약 결혼은 무효화시키고, 평생을 함께할 결혼 계약이 좋을 듯했다.
“진, 뭐라고 했는지 듣지 못했어요. 다시 한 번 말해 주겠어요?”
흥분한 목소리로 로엔이 낮게 속삭이자 진이 이내 고갤 가로저었다.
“나중에. 모든 게 끝나고 난 뒤에 너에게 해 줄 말이 있다.”
로엔이 고갤 끄덕였다. 진은 붉게 달아 오른 로엔의 귓불을 혀로 핥아 내렸다.
뜨겁고 축축한 혀가 예민해진 살갗을 쓸어내리자 로엔이 나른한 신음을 뱉어 내며 몸을 떨었다.
이내 멈춰 있던 진이 하반신을 움직여 깊숙이 로엔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음습하게 젖은 밀부를 단숨에 파고들며 집요하게 헤집어 놓았다.
“하음, 진. 하읏―. 아윽!”
거친 삽입에 로엔의 등이 활처럼 휘며 야릇하게 비틀렸다. 서로에게 단단히 뿌릴 내린 채 하나처럼 얽혀 든 몸이 몇 번이나 빠듯하게 서로를 채웠다.
붉게 물든 석양빛이 쾌락으로 떨고 있는 두 사람의 몸을 감쌌다.
“진, 하아, 진…….”
로엔은 울컥 뜨거운 감정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넘치려는 걸,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는 가까스로 삼켜 냈다.
그의 손목에 매달린 타라의 연이 로엔의 눈에 아리게 박혀 들었다. 별것도 아닌 팔찌였지만 그것으로 인해 두 사람이 단단히 묶여 있음을 깨달았다.
거센 쾌락의 파도가 빠져나가자 로엔은 그의 품에 안겨 밭은 숨을 내쉬었다. 진이 로엔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제 품 안으로 꼭 끌어안았다.
히잉, 히이잉―.
그때, 말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진의 흑마인 켈피가 수풀을 헤치고 다가오는 게 보였다. 진이 몸을 일으키며 바닥에 깔아 놓은 코트를 대충 끌어다 로엔의 몸을 가렸다.
다행히 켈피는 혼자였다. 다만 누군가 말의 등자 위에 밤을 보내는 동안 필요한 짐을 잔뜩 실어 놓은 게 보였다.
순간 로엔의 얼굴이 붉어졌다. 진을 찾아 나서기 전, 세이지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다.
“세이지 님인 모양이에요.”
“세이지가?”
“네.”
로엔이 고갤 끄덕이자, 무슨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된다는 듯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곤 유유히 자리에서 일어나 켈피의 등자에 실린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대충 살펴봐도 이곳에서 밤을 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물건이었다.
진은 서둘러 커다란 바위 위에 가죽 천막을 쳤다. 그사이 로엔은 코트를 걸친 채 세이지가 보낸 짐을 살폈다.
간단히 먹을 음식과 음료까지 챙겨 보낸 걸 보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럴 때 눈치가 빠른 게 도움이 되기도 하는군.”
천막을 다친 진이 로엔을 먼저 천막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곤 대충 짐을 정리해 안으로 들어왔다. 오아시스 역시 사막이라 밤이 빨랐다.
“추우면 이걸 덮도록 해.”
진은 로엔에게 옷을 건네는 대신 양모로 된 모포를 건넸다. 그의 의도가 뻔히 읽혀 귓불이 뜨거워졌다.
푹신한 양털 위에 앉아 모포를 덮자, 쾌락으로 노곤해진 몸이 기분 좋게 늘어졌다.
“배가 고플 텐데 이것부터 먹어.”
진이 로엔의 입에 빵과 치즈, 그리고 고기를 넣어 주었다. 로엔은 아기 새처럼 진이 건넨 음식을 받아먹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로엔의 시선은 진의 벗은 몸을 연신 훑어 내렸다. 결국 로엔은 먹던 음식을 삼키며 진의 뒤쪽에 있는 짐으로 손을 뻗었다.
“뭘 하려고?”
“옷을 좀 입어야 할 것 같아서요.”
진이 또다시 로엔의 입에 빵과 치즈를 넣어 주었다.
“그럴 필요 뭐 있어. 다 먹고 나면 또 벗어야 할 텐데.”
노골적인 말에 로엔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다 진의 다리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의 일부를 보곤 숨을 삼켰다.
진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로엔에게 다시 음식을 건넸다. 그리곤 민망해 얼굴을 붉히고 있는 로엔의 뺨에 입을 맞췄다.
“변태.”
로엔의 말에 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곧 그가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들고 있던 음식을 옆에 내려놓고는 본격적으로 그녀에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