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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공작의 공개 구혼-155화 (156/201)

155화

자연스럽게 다리가 벌어지면서 진이 그 사이에 자릴 잡았다. 눈높이가 같아지자 두 사람의 시선이 나른하게 얽혀 들었다.

“진?”

당황한 로엔이 그를 불렀다. 그의 눈빛에 로엔은 입술이 바짝 말라 서둘러 붉은 혀로 마른 입술을 축였다.

진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을 삼킬 듯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로엔은 뜨거워진 귓불을 손끝으로 문지르며 그의 시선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진의 손이 더 빨랐다. 턱을 움켜쥔 그가 진득하게 시선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게르피온으로 떠나면 돌아올 때까지 너랑 둘만 있을 순 없겠군. 그러니 그 전에 충분히 너랑 같이 있고 싶은데, 넌 어때?”

진의 손이 유혹하듯 로엔의 입가를 쓸었다. 그리곤 금방이라도 입술을 겹칠 듯 가까워졌다.

“넌 싫은가?”

대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자, 진이 다시 물어 왔다. 그리곤 입을 맞추는 대신 그의 손끝이 로엔의 벌어진 입술 새로 침입해 들어왔다. 치열을 문지르고 도톰한 아랫입술을 지분거리며 얼른 대답하라는 듯 재촉했다.

그의 행동에 로엔은 심술이 솟았다. 그녀가 당황한 만큼 그도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로엔이 불쑥 혀를 내밀어 날름, 그의 손끝을 진득하게 핥았다.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고, 서늘하게만 보이던 진의 은청색의 눈동자가 열기로 짙어졌다. 집어삼킬 것 같은 숨 막히는 욕망이 느껴졌다.

당장에라도 맹수가 제 목을 물어뜯을 듯 거친 눈빛이었지만, 로엔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그의 손을 물고 야릇하게 빨았다.

마치 뭔가를 연상시키는 행위에 진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제길! 넌, 정말…….”

인내심이 바닥난 듯 진은 더는 로엔의 대답을 기다릴 수 없었다. 로엔의 뜨거운 입속에서 손을 빼낸 다음 그녀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타액이 잔뜩 묻어 있는 제 손가락을 혀로 핥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퇴폐적인지 로엔은 숨도 쉬지 못하고 그의 입술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대체 누가 할 소릴 하는 건지. 전에도 말했었죠? 그 얼굴로 그러면 범죄라고. 앞으로 여자들 쪽으론 눈길도 주지 마요. 못 참을 것 같으니까.”

로엔이 손을 뻗어 그의 뒷목을 붙잡았다. 그리곤 제 쪽으로 잡아끌었다.

그녀에게 끌려오는 동안에도 진의 입가엔 나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다행이야. 네가 내 얼굴을 마음에 들어 해서.”

진의 뜨거운 숨결이 입가에 닿는 순간 로엔은 만족스러운 한숨과 함께 입술을 열었다.

시작부터 농밀하게 얽어 오는 키스에서 그의 욕망이 숨김없이 읽혔다.

‘과연 얼굴뿐일까? 내가 좋아하는 게.’

사실을 말해 주는 대신 로엔은 은근하게 진의 입술을 혀로 쓸었다.

“으음, 당신은 어떤데요?”

기대하고 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슬쩍 고갤 드니 진의 은청색의 눈동자가 바로 눈을 마주쳐 왔다.

“나는…….”

쪽, 쪽. 대답 대신 그의 다시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일부러 뜸을 들이는 것 같아 괜스레 조급증이 밀려들었다.

“뭐냐고요. 어서 말해 봐요.”

로엔이 그의 입술을 밀어내며 대답을 재촉했다. 그러자 그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걸렸다.

그제야 그가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그의 셔츠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곤 그의 심장에 돋아난 드래건의 비늘을 잡고는 협박하듯 말했다.

“신중하게 대답해야 할 거예요. 인질이 잡혀 있다는 걸 기억하시고요.”

짐짓 심각한 표정을 하자 진이 부당하다는 듯 항의했다.

“이건 반칙 아닌가?”

“반칙은 당신이 했죠. 그런 얼굴로 날 홀려 놓고는 시치미를 떼고 있잖아요. 옴므 파탈이라고 들어 봤는지 모르겠네요.”

로엔은 이 모든 게 진 때문이라는 듯 뻔뻔하게 말했다. 그런데도 진은 전혀 싫지 않은 듯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 깊어졌다.

“팜므 파탈이란 말은 들어 봤지만, 옴므 파탈이란 말은 처음 듣는군.”

“그게 진, 당신이라고요. 그러니 어서 말해 봐요. 그만 속 태우고.”

진이 로엔의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을 보듯 로엔을 응시했다.

경외감과 함께 찬탄이 깃든, 그 어떤 보석도 그녀보다 귀할 수 없다는 듯 그의 시선이 로엔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두근. 심장이 눈치 없이 먼저 반응했다.

“넌 인간의 말론 표현할 수가 없을 만큼 아름다워. 널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서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 그냥 널 안고 싶어. 내게서 한시도 떨어뜨려 놓고 싶지 않아.”

진의 커다란 손이 뒷덜미를 쓸어내리더니 나른하게 끌어당겼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금방이라도 깨지기 쉬운 도자기라도 되는 듯 입맞춤 역시 섬세했다.

“사랑받으려면 표현력을 좀 더 갈고 닦으셔야겠네요. 음유시인들이 부르는 연시도 자주 들으셔야 할 것 같고.”

로엔이 실망이라는 듯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음유시인?”

“네. 그들은 사랑을 아름다운 언어로 노래하죠. 특히 제롬이란 음유시인은 수천 개의 언어로 레이디들을 찬사한다고 하더군요.”

“제롬? 설마 너도 그 제롬이란 놈이 하는 사탕발림에 넘어간 건 아닐 테지?”

조금 전까지 다정하게 웃고 있던 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짙은 눈썹을 치켜 올리곤 마땅찮은 듯 로엔을 바라보고 있었다.

질투로 일렁이는 감정이 로엔의 심장을 간질였다.

전이라면 지금처럼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그의 서늘한 표정에 긴장하고 얼어붙었을 테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가 내보이는 감정들이 그녀를 들뜨게 만들었다.

더는 무섭지도, 긴장되지도 않았다.

“왜 아니겠어요? 제롬은 레이디들의 아름다움을 별빛이나, 은하수 그리고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으로 비유를…….”

“바람둥이군. 입에 발린 말로 여인들을 후리는 놈이라고.”

진이 숨김없이 제 불쾌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곤 짐짓 경고를 하듯 로엔을 응시했다.

“그런데 그놈 말에 너도…… 읍!”

로엔이 드래건의 비늘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진이 흠칫 어깨를 떨며 로엔을 바라보았다.

“눈치 없이 그러지 말고, 이제 입 좀 닥치고 키스나 해요. 저는 말이 많은 사람보다 행동이 빠른 사람을 더 좋아하거든요.”

진이 제 셔츠 속에 들어와 있는 로엔의 손을 겹쳐 잡으며 깍지를 꼈다. 손가락 하나하나마다 한 치의 틈도 없이 진득하게 달라붙자, 온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로엔이 고갤 들자 진이 고갤 숙여 왔다. 뜨거운 숨결이 순식간에 얽혀 들었다.

“다행이군. 네가 원하는 사람이 바로 나거든.”

열기를 품은 두 입술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닿았다. 습기를 머금은 말캉말캉한 혀가 여린 부분을 쓸어 올렸다.

“흐음, 진…….”

다가올 쾌락에 몸이 잘게 떨려 왔다. 아랫배에 고인 농밀한 욕망이 밀착되어 있는 그의 하체에 자꾸만 가까이 가길 원했다. 더는 틈도 없이 가까워져 있는데도 부족했다.

“로엔, 기다려.”

성급한 열기에 로엔이 자꾸만 아래를 치대자 진 역시 인내심이 바닥난 듯 거친 숨을 삼키는 게 들려왔다.

그 야릇하고 맹수처럼 진득한 소리에 로엔의 몸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진, 어떻게 좀 해 봐요. 정말 미칠 것 같으니까.”

왜 이렇게 그와 몸을 겹치는 게 절박하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당장에라도 그가 제 안에 자릴 잡고 모든 것을 앗아 가길 원했다. 제 몸속에 들러붙어 있는 갈급한 열기를 헤집어 모두 없애 주길 바랐다.

“정말 너는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미친놈으로 만들어. 한 번이라도 여유 있게 널 갖고 싶었는데…….”

로엔은 제가 원하는 건 느긋하게 쾌락을 즐기는 형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마지막인 것처럼 서로에게 매달리며 지독한 욕망에 몸을 떨길 원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라는 듯이.

진이 조급하게 로엔의 드레스 자락을 헤집고 안으로 들어왔다. 입고 있던 속옷을 거칠게 끌어 내리곤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

그사이 로엔 역시도 그의 벨트를 풀고 셔츠 단추를 풀었다.

서로의 옷을 벗기는 몸짓에서 성급한 열정이 느껴졌다.

로엔은 욕망에 눈이 멀어 사내의 옷을 벗기는 자신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다가올 쾌락에 흥분한 듯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으읏.”

진이 로엔의 여린 목덜미를 물어뜯을 듯 삼켜 왔다. 살짝 이를 세우곤 새하얀 목을 잘근잘근 씹으며 쇄골을 꽉 물었다.

“아흑, 아아…….”

아픔과 함께 로엔의 목이 뒤로 확 젖혀졌다. 순식간에 여린 목이 여과 없이 드러나자, 진은 진득하게 혀로 핥으며 제 흔적을 만들어 갔다.

그의 입술이 목덜미를 쓸고 지나갈 때마다 붉은 장미 꽃잎이 하나씩 새겨졌다.

밀려드는 열기를 참지 못하고 로엔이 제 아랫배를 그의 하체에 문질렀다. 이미 부피를 키운 그의 몸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녀의 밀부를 연신 자극했다.

“진, 제발.”

더는 참지 못하고 재촉하자, 그 역시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는 듯 깊숙이 그녀의 안을 채웠다.

“하읏!”

“헉!”

동시에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로엔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단번에 그의 몸에 꿰어진 감각에 등줄기로 야릇한 전율이 흘렀다.

채워지는 감각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깨달으며 로엔은 그의 목에 팔을 감고는 온몸으로 매달렸다.

그녀의 무게에 의해 얽혀 있는 두 사람의 몸이 기울어졌다. 딱딱한 책상에 등에 닿는 순간 하나로 얽혀 있는 두 사람의 몸이 야릇한 리듬을 만들어 내며 흔들렸다.

거친 움직임이 두 사람의 열기를 짐작케 했다.

서재 안을 울리는 질척한 소음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음습하게 젖은 차진 속살이 난잡하게 헤집어지며 서로를 삼켰다. 틈도 없이 맞닿은 욕망은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게르피온으로 떠나기 직전, 두 사람에게 주어진 여유였다. 그리고 온전히 서로를 탐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로엔은 몸을 열어 절박하게 그를 삼키며 매달렸다. 그녀의 존재 이유가 바로 그와 하나가 되는 일이라도 된 듯이.

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몸짓으로 그의 감정을 로엔에게 쏟아부었다.

지독한 집착과 소유욕.

그리고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을 줄 것처럼 로엔을 가졌다.

이틀이란 시간은 그 어떤 것보다 만족스러웠다. 끝나는 것이 아쉬워 짧게 느껴질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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