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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공작의 공개 구혼-143화 (144/201)

143화

“무겁지 않나요?”

겹겹으로 된 드레스가 물에 젖기까지 해 무게가 꽤 될 터였다. 그래서 그게 자꾸 신경이 쓰였다.

“좀 더 먹는 게 좋겠어. 그걸 먹고 어떻게 사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거든.”

로엔은 저녁 내내 제 접시에 고기며 음식들을 놓아 주던 진을 떠올렸다. 그녀가 먹는 양이 시원찮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그 정도면 많이 먹는 축에 속해요. 다른 레이디들은 개미만 한 허리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한 끼만 먹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넌 그러지 마. 지금도 충분히 말랐으니까. 가끔 조금만 힘주면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라고.”

힘주면 부러지다니. 과장이 너무 심했다. 아마 다른 레이디들의 가냘픈 몸매를 보지 못해서 하는 말 같았다.

“다른 사람 앞에선 그런 말은 꺼내지도 마세요. 비웃음만 당할 테니까요.”

“내가 왜? 절대 말 안 해.”

그의 단호한 말투에 로엔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저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것처럼…….

“나만 보는 것도 아까워 죽겠는데, 내가 딴 놈들한테 너에 대해 말할 것 같아? 어림도 없지. 누구 좋으라고.”

순간 로엔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불쾌한 듯 짓씹는 목소리며, 서늘한 은청색의 눈동자에 떠오른 감정은 질투였다.

그의 말마따나 딴 놈들이 로엔의 몸을 훑어 내리는 걸 봤다간 그 자리에서 눈을 파 버릴 기세였다.

로엔은 그를 오해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두 사람은 절벽에서 떨어져 내리는 폭포수 아래 있었다.

진이 로엔을 내려놓으며 그녀를 제 품 안으로 바짝 당겨 안았다.

“돌에 이끼가 있어서 위험해.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 게 좋아.”

두 사람의 어깨 위로 투명한 폭포수가 떨어져 내렸다.

로엔은 달빛을 머금고 떨어져 내리는 은빛 물방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하늘에 은빛 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물방울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물방울은 야속하게도 손에 잡히기가 무섭게 보석처럼 부서져 내렸다.

또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맞으면 아플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기분이 좋았다. 마치 적당한 세기로 마사지를 받는 느낌마저 들었다.

“긴장 풀어. 조금 있으면 굳어 있던 근육들이 다 풀릴 거야.”

진의 말에 로엔이 고갤 끄덕였다. 로엔은 그의 품에 안긴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둠에 휩싸인 은둔자의 숲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물소리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검은 하늘에 금빛으로 뿌려진 별이 쏟아져 내릴 것처럼 떠 있었다.

“너무 조용해요.”

마치 세상에 두 사람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로엔의 시선이 절벽 위에 자리한 공작새의 둥지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그믐달이 뜰 때면 예민하게 주위를 경계하던 공작새가 평소와 달리 둥지 안에서 제 암컷을 품고 눈을 감고 있었다.

“얼마 전 알에서 새끼가 태어났거든.”

당분간 제 알을 지키기 위해 주위를 경계할 일이 없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새끼가 태어난 거요.”

“동굴에 갔더니 껍질이 바닥에 떨어져 있더군.”

“아아. 알에서 태어난 아기 새요. 귀엽겠죠?”

로엔이 눈을 빛내며 좀 더 둥지 안을 자세히 보려는 듯 진의 품 사이에서 고갤 빼꼼 내밀었다. 거기다 발끝까지 세우자, 진이 귀엽다는 듯 로엔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로엔은 아기 새보다 제가 더 귀엽다는 걸 모르는 눈치였다.

“다음에 기회가 있을 거야. 그런데 수영은 할 줄 알겠지?”

“당연히 할 줄 알죠. 어렸을 때부터 제 별명이 세이렌이었다고요.”

로엔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곤 물가로 헤엄쳐 가기 시작했다.

사실 그에게 안겨 있다 보니 그의 몸이 지나치게 의식되었다.

최대한 멀리 떨어지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였지만, 얼마 가지 못해 진에게 따라잡혔다.

그의 손이 로엔의 허리에 감기려 하자, 재빨리 반대쪽으로 몸을 틀어 그에게서 벗어났다.

“하하, 놓치셨네요.”

로엔이 웃으며 유유히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 물가로 헤엄쳤다. 진이 재빨리 방향을 틀어 로엔을 뒤따라왔다.

“도망칠 수 있을 때 최대한 멀리 도망치는 게 좋아. 다음번엔 놓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잡기나 하고 큰소리치시든가요.”

로엔이 세이렌처럼 물속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입가에 아이처럼 투명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진은 로엔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기분 좋은 울림이 어둡고 고요한 숲을 울렸다.

“잡히고 나서 딴소리 없기야.”

“잡기나 하시라고요.”

로엔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진을 보더니 이내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수영보다 잘하는 건 잠수였다. 로엔은 달빛이 투명하게 비치는 물속을 헤엄쳤다. 황금빛 머리카락이 금빛 실처럼 일렁였다.

로엔은 오랜만에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진의 움직임을 살피며 요리조리 헤엄치다 보니 어느새 로엔의 입술 새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드디어 잡았군.”

“아아, 안 돼.”

로엔이 그의 손을 피해 재빨리 몸을 틀었다. 그의 손끝에 로엔의 드레스 자락이 붙잡힌 듯싶었지만, 이내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빠져나갔다.

“하하하, 또 놓치셨네요.”

로엔이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곤 으스댔다. 진의 얼굴에도 아쉬움보단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일부러 놓아준 것 같은 얼굴이었다.

설마? 그럴 리가.

“정말 못 당하겠군. 네 말처럼 넌 세이렌이 맞는 모양이야.”

진이 두 손을 들더니 항복을 선언했다. 그리곤 로엔이 있는 쪽으로 유유히 헤엄쳐 오기 시작했다.

로엔 역시도 도망치는 대신 그가 오길 기다렸다.

“연습 좀 하셔야겠어요.”

로엔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 순간 로엔을 바라보던 진의 은청색의 눈동자가 짙은 열기를 품고 날카로워졌다.

장난치며 즐거워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농밀한 열기로 바뀌었다.

그가 뿜어내는 거칠고 뜨거운 열기에 로엔의 얼굴에 어렸던 미소가 서서히 가셨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도 진득한 욕망이 자리했다.

‘하아, 위험한 것 같아.’

입안이 바짝 말랐다. 따듯한 물속에서도 그녀의 몸이 뜨거워짐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는 그때, 진이 그녀의 턱을 붙잡곤 그를 보게 했다.

“이겼으니 상을 줘야겠군.”

진의 손끝이 꼭 다문 로엔의 입술을 쓸었다. 그 작은 스침에 로엔은 몸속을 타고 흐르는 쾌락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상이 뭔데요?”

로엔이 고갤 들자 그와 시선이 맞닿았다. 뜨겁게 타오르는 욕망이 서늘한 은청색의 눈동자를 태울 듯 일렁였다.

이젠 익숙한 열기에 로엔은 저절로 나른한 숨을 내쉬었다.

그가 쿡 하고 웃더니 고갤 숙여 왔다.

“나는 어때? 상으로 날 갖는 것 말이야.”

진이 젖은 입술에 깊숙이 혀를 얽어 왔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몸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닿았다.

물에 젖은 몸이 닿자 숨길 수 없는 욕망이 느껴졌다.

입술이 겹쳐지고 서로의 숨결이 섞여 들었다. 두 사람의 입술 새로 달뜬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아, 으음.”

“윽, 로엔…….”

두 사람의 입술이 서로를 찾아 녹아들었다. 진이 로엔의 허리에 팔을 감아 오자, 로엔 역시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진에 의해 몸이 들린 로엔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그의 허리에 다릴 휘감았다.

진이 로엔을 품에 안고 물가에 있는 넓은 바위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입술은 떨어질 줄 몰랐다.

쪽쪽, 입술이 맞닿아 떨어질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흐음, 아읏!”

방향을 바꿔 가며 키스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달빛 아래 적나라하게 보였다. 농밀하게 얽혀 있던 그의 입술이 떨어졌다.

로엔은 다시 그의 입술이 닿아 오길 기다리며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자 천천히 눈을 떴다.

“로엔.”

진의 입술이 로엔의 턱에 닿았다. 이내 턱을 지나 목덜미를 훑었다.

잔뜩 예민해진 살갗 위에 그의 입술이 거칠게 비벼지자 로엔은 저도 모르게 허릴 비틀며 신음을 삼켰다.

물에 젖은 옷 사이로 두 사람의 몸이 빠듯하게 얽혀 들었다.

“하아, 진…….”

나른한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한 번 불이 붙은 몸은 쾌락을 찾아 그의 몸에 달라붙어 본능적으로 허릴 움직였다.

그의 하체가 로엔이 노골적인 움직임에 반응하듯 부피를 키웠다.

“윽, 로엔 그러면…….”

위험하다는 말이 입술 새로 흘러나왔지만 로엔은 이미 욕망에 사로잡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 뒤였다. 갈급할 열기를 쫓아 몸이 먼저 반응했다.

로엔이 그의 탄탄한 가슴을 손으로 매만지며 그의 심장에 난 드래건의 비늘을 혀로 쓸어내렸다.

뜨겁고 매끄러운 감촉이 비늘에 닿자 순식간에 날 선 쾌락이 그를 집어삼켰다.

“헉, 제길!”

욕설이 진의 입술을 통해 새어 나왔다. 갑작스러운 감각에 진이 눈을 질끈 감더니, 숨을 고르는 게 느껴졌다.

로엔은 입술로 비늘을 삼키고는 나른하게 빨아 당겼다. 그리고 혀로 비늘의 뿌리를 핥기까지 했다.

“정말 미치겠네.”

진은 재빨리 로엔의 드레스 안으로 손을 넣어 물에 젖은 얇은 린넨 속옷을 끌어 내렸다.

맨살에 물이 닿는 감각에 몸이 떨려 왔다. 진이 다급한 손길로 제 바지의 벨트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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