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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공작의 공개 구혼-141화 (142/201)

141화

로엔은 좀 더 자세히 말해 보라는 듯 세실을 보았다.

“그러니까, 알렉 님께서 공작님의 물건을 가지고 오셨어요. 결혼식을 치른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두 분께서 공작저로 오시지 않으셔서 필요한 물건을 가져오셨대요.”

세실의 말에 로엔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 오늘도 진이 외출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두 사람은 침대에 있었을지도 몰랐다.

몸을 섞은 뒤로 진은 끈질기게 로엔을 원했고, 그녀 역시도 그가 주는 쾌락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지? 잊고 있었어. 미리 연락을 줬어야 했는데. 나는 당연히 로이슈덴 공작님이 연락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거든.”

“공작님도 정신이 있었겠어요? 대신전에서 그렇게 쓰러진 데다, 오늘 아침까지 바쁘셨잖아요. 그런데 공작님은 어딜 가신 거예요? 저는 두 분을 보며 한 달은 침실에서 나오지 않으실 줄 알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세실에겐 진이 폐하를 알현하러 갔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게 떠올랐다. 로엔은 민망함을 감추며 진의 행방을 말해 줬다.

“흠흠, 폐하께서 부르셔서 황궁에 가셨어. 아마 늦으실 거야.”

“아, 황궁에 가셨…….”

세실은 고갤 끄덕이며 왜 가신 거냐고 물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때마침 서고문을 열고 진이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여서다.

“로엔? 여기 있었군.”

늦는다고 했는데 벌써 돌아온 진을 보며 세실이 로엔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리곤 그녀의 귓가에 아주 의미심장하게 속삭였다.

“벌써 돌아오셨네요. 어, 그런데 황궁까지 가셨다고 돌아오신 것치곤 너무 빠른데요? 이건 차도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돌아오신 게 아니면 불가능한 거잖아요. 그렇게 보고 싶으셨나?”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로엔은 세실에게 주의를 준 뒤 옆에 놓여 있는 검은 베일을 집어 들었다.

“벌써 돌아오셨네요. 폐하께선 뭐라고 하시던가요?”

“안부를 묻더군. 그리고 내가 네 비밀을 아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고.”

순식간에 거릴 좁힌 진이 자연스럽게 로엔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그리곤 제 품 안으로 끌어당기더니 고갤 숙여 왔다.

“잠깐…… 으읏.”

놀라 벌어진 입술 안으로 그의 숨결이 밀려들어 왔다. 그리곤 깊숙이 키스를 해 왔다.

그의 어깨 너머로 세실과 눈이 마주친 순간, 로엔은 당혹스러움에 진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진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 오히려 허리에 감은 팔에 힘을 주더니 더욱 농밀하게 혀를 얽어 왔다.

“흐음.”

밀어내려던 로엔의 손이 진의 옷깃을 붙잡곤 매달리듯 꽉 움켜쥐었다. 세실이 보고 있다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로엔은 순식간에 진과의 키스에 녹아내렸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감기고 나른한 전율이 밀려들었다. 질척하게 달라붙는 입술이 끝도 없이 안을 헤집고 파고들었다.

만족할 때까지 로엔의 입술을 삼키며 쪽쪽 입을 맞추던 진이 마침내 입술을 뗐다.

“몸은?”

“괜찮아요.”

그의 물음에 로엔의 뺨이 붉어졌다.

정신을 차린 로엔은 서둘러 세실이 있던 곳을 흘끗 보았다. 다행이 눈치 빠른 세실이 자릴 피한 모양이었다.

“서고에 뭐 하러 온 건지 모르겠군. 돌아올 때까지 쉬라니까.”

진이 로엔의 입술에 묻어 있는 타액을 엄지손가락으로 닦아 내며 타박했다. 그러다 로엔의 손에 들려 있는 베일을 가져가 다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알렉이 왔다고 해서요.”

로엔이 다시 베일을 집어 들려 하자 진이 고갤 가로저었다.

“내가 돌려보냈어. 당분간은 이곳에서 지내겠다고 했으니, 더는 찾아와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대신 일주일 후에 로이슈덴 공작저에서 취소되었던 결혼 피로연 파티를 열고 싶다더군. 네 생각은 어때?”

진이 로엔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의견을 물어 왔다.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 넘겨 주는 그의 손길이 무척이나 다정했다.

“알렉이 수고스럽겠어요. 두 번이나 파티 준비를 하는 꼴이니까요.”

진이 혈독화에 중독되는 바람에 취소된 피로연 파티가 마음에 걸렸었는데, 다시 연다니 다행이었다.

“그건 걱정할 것 없어. 오히려 파티가 취소돼 굉장히 아쉬운 눈치였거든. 사실 20년 만에 로이슈덴 공작저에서 열리는 파티라 기대가 컸던 모양이야.”

진의 말에 로엔이 고갤 끄덕였다.

얼마 전에 록스버그 공작저에서 타파티를 열까 생각 중이라고 했을 때, 세실이 굉장히 기뻐했던 게 떠올라서다. 아마 같은 맥락이었던 모양이다.

“내일은 로이슈덴 공작저에 가 봐야겠어요. 이제 여기서 지낼 수만은 없으니까.”

“불편할 거야. 그곳에선 계속 베일을 쓰고 있어야 할 테니까. 무엇보다 알렉은 너를 나보다 더 좋아하니 충분히 이해할 거야. 그러니 네가 편해질 때까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의 배려에 로엔이 고갤 들자 진의 은청색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이해해 주셔서 고마워요.”

“흠흠. 저기요.”

헛기침 소리와 함께 분위기를 살피듯 세실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언제 다시 돌아왔는지 세실이 반쯤 열린 서고문을 사이에 두고 서 있었다.

“방해해서 죄송한데요. 사실 조금 전에 집사님이 오셨다가 그냥 가셨거든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세실이 난처한 얼굴을 하자, 로엔이 진에게서 떨어지려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진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로엔을 제 품에 끌어안고는 머리카락을 지분거리기 시작했다.

“집사가 왔었다니. 급한 건가?”

그의 숨결이 귓가를 스쳤다.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닐 테지만, 그의 더운 숨이 예민해진 살을 스치고 그의 손끝이 머리카락을 헤집을 때마다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해서요. 오늘도 침실로 가져다 드릴까요?”

“침실로 가져…….”

“아니야. 오늘부턴 식당에서 먹을 거야.”

로엔이 재빨리 진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런 두 사람을 세실이 곁눈질했다. 진에게 마음이 없는 건가, 걱정을 했었는데 기우였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부터 록스버그 공작가를 책임져 온 로엔이었다. 지금처럼 제 나이로 보인 적이 없어 진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새삼스레 가슴이 뭉클해졌다.

세실은 입술 밖으로 세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어떻게 할까요?”

“식당으로 갈게.”

“너 힘들잖아. 그러지 말고 그냥 침실에서…… 윽.”

로엔이 다시 진의 입술을 막고는 입술만 움직여 제발 그만 좀 하라고 눈치를 줬다. 진은 뭔가 더 말하려다 어쩔 수 없이 고갤 끄덕였다.

그제야 로엔이 진의 입에서 손을 떼곤 세실을 향해 돌아섰다.

“스미스에게 전해 줘. 10분 후에 식당에서 저녁을 먹겠다고.”

“20분.”

진이 갑작스럽게 끼어들었다. 세실이 진 쪽으로 고갤 돌리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30분 후가 좋겠군. 네 주인과 할 일이 생각나서.”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공작님.”

세실이 서고를 나간 후, 로엔은 진 쪽으로 고갤 돌렸다.

“할 일이 뭔데요?”

“뭘 것 같은데?”

진이 로엔을 안아 들더니 책상에 앉혔다. 그리곤 로엔의 두 다리를 벌린 다음 그 안으로 들어가 자릴 잡았다.

순식간에 민망한 자세가 된 로엔이 그를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이내 한 치의 틈도 없이 하체가 맞닿았다.

“잠깐, 이건…….”

특정한 자세를 연상케 하는 자세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대신 찌를 것 같은 그의 강렬한 시선에 사로잡혀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진 역시 제 하체에 닿는 야릇한 감각에 거친 숨을 삼켰다.

“제길, 2시간으로 할 걸 그랬나?”

2시간? 대체 뭘 하려는…….

하지만 그녀의 의문은 그가 입술을 겹쳐 온 순간 자연스럽게 풀렸다. 그가, 그러니까 침실도 아닌 지하 서고에서 남편의 의무를 이행하려 하고 있었다.

그의 손이 당연하다는 듯 로엔의 드레스 자락을 헤집었다. 그리곤 당장에라도 입고 있던 속옷까지 끌어 내리곤 몸을 겹칠 태세였다.

“잠깐만, 기다려요.”

화들짝 놀란 로엔이 다리를 오므리며 고갤 가로저었다. 로엔이 엉덩이를 뒤로 빼자 키스를 하던 진의 입술이 떨어졌다.

불만스러운 듯 진이 다시 로엔을 제 품으로 끌어당기며 귓불을 잘근잘근 씹어 댔다. 그의 숨결이 너무도 뜨거웠다.

턱을 지나 목덜미를 스치는 그의 입술이 연신 로엔의 맨살에 닿으며 비벼졌다.

“흐음―.”

저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올 정도로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진이 뜨거운 혀로 귓가를 빨아 당기며 낮게 속삭였다. 열기로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왜 안 되지?”

왜라니. 대충 따져 봐도 안 되는 이유가 몇 개는 됐다. 그런데도 진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우선 여긴 침실이 아니니까요.”

“부부 생활을 꼭 침실에서만 하라는 법은 없지. 다음.”

진의 반박에 로엔이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올지도 모르고요.”

“그건 걱정 마. 아무도 안 올 거니까. 눈치 빠른 세실은 우리가 식사 시간에 늦으면 뭘 하고 있는지 알 거야.”

진의 지적에 로엔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고 보니 세실이 서고를 나가기 직전 ‘20분 가지고 되려나?’ 하고 혼잣말을 하는 걸 들어서다.

“그러니까 더더욱 안 되요. 더는 고용인들에게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다고요.”

일주일 동안 침실 밖을 나가지 못한 이유도 다 알고 있을 텐데. 기껏 침실에서 나왔는데 여기에서까지 똑같은 일을 반복하기가 민망했다.

“내 생각엔 오히려 기뻐할 것 같던데? 조금 전 집사만 하더라도 우릴 방해하고 싶지 않아 자릴 피해 준 걸 보면.”

“그건 민망해서 자릴 피한 것이고요.”

“어찌 되었든, 우릴 방해하지 않겠다는 거잖아.”

진이 로엔의 뺨에 입을 맞췄다. 코끝에 뺨에 그리고 입술에 진득하게 입을 맞췄다. 그 간지러운 느낌에 로엔이 몸을 떨며 어깨를 움츠렸다.

“간지러워요.”

“참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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