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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공작의 공개 구혼-130화 (131/201)

130화

로엔은 또다시 혀를 내밀어 마른 입술을 축였다. 지독한 갈증에 입안이 바짝 말랐다.

그녀는 이 갈증이 뭔지 알고 있었다. 일곱 번의 의식을 치르는 동안 로엔은 제가 진 로에슈덴에게 품은 욕망의 정체를 깨달았다.

갖고 싶었다.

제 것인 남자를 소유하듯, 그렇게 그를 열망했다. 그가 가져다줄 쾌락의 열기에 흠뻑 젖어 들길 원했다.

로엔은 진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분명 제 시선을 느꼈을 텐데도, 진은 냉정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스타킹을 신기는 일에만 몰두했다.

평온하기까지 한 그에게선 그 어떤 동요도 느껴져지지 않았다.

‘흔들어 놓고 싶어.’

시간이 갈수록 안달이 난 저와 달리, 냉정해지는 그의 얼굴이 허물어지는 걸 보고 싶었다.

로엔은 무심한 눈빛으로 제 할 일만 하는 진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충동적으로 드레스 자락을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가느다란 종아리는 물론 앙증맞은 무릎과 햇빛 한 번 받은 적 없는 듯 투명한 살결의 허벅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주 미세하긴 했지만 스타킹을 말아 올리던 그의 손끝이 멈칫 움직임을 멈추는 게 보였다. 이내 굳게 다문 입술 새로 욕설 비슷한 것이 흘러나왔다.

진이 드레스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허벅지를 외면하며 질끈 눈을 감는 것도 로엔은 놓치지 않았다.

그제야 로엔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손을 뻗어 달칵 소리와 함께 가터벨트를 채웠다. 그 소리에 진이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더는 아무것도 하지 마. 이 상태로 무사히 기도실을 나가고 싶다면.”

순간 로엔은 제가 뭔가 잘못들은 건 아닌가 생각했다. 평온한 얼굴과는 달리 너무도 격렬한 감정을 담고 있는 그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순결한 몸과 마음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싶다며. 타라 여신의 축복을 받고 싶다던 네 소원을 들어주겠다는데, 왜 날 흔들지 못해 안달인지 알 수가 없군. 그러니 제발 눈 좀 돌리라고. 나도 이제 한계니까. 더 참아 내는 것도 고역이고.”

한꺼번에 참고 참아 왔던 말을 쏟아 낸 그가 천천히 고갤 들었다.

조금 전까지 차갑게만 느껴졌던 그의 은청색 눈동자에 지독한 욕망이 드리워져 있었다.

“아―.”

숨이 막힐 것 같은 열기에 로엔의 얼굴이 붉다 못해 새빨개졌다.

그리고 순간 깨달았다. 3주 동안 저만 참고 안달 난 게 아니었다. 그 역시 내색하지 않았을 뿐 잘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은연중에 뿜어내는 성적 긴장감에 로엔 역시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랫배의 아릿한 감각과 함께 묘한 고양감에 심장이 간질거렸다.

“상을 줄까요?”

순전히 충동적인 제안이었다. 저만 그를 원했던 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자, 억눌렀던 감정이 순식간에 거대한 파도가 되어 덮쳐 왔다.

“뭔데?”

“대답이나 해요. 받고 싶은지, 아닌지.”

성급한 감정이 흘러넘쳤다. 말을 뱉고 난 순간 로엔은 입술을 깨물었지만 이미 늦었다. 진의 입술이 기분 좋은 듯 휘는 게 보였다.

“당연히 받고 싶어.”

“그럼 얼른 눈이나 감아요. 나도 더는 참는 게 고역이니까.”

한 번 내뱉고 나니, 다음은 쉬웠다. 그에게 느끼는 감정 역시 더는 숨기고 싶지 않았다.

아니, 이젠 숨길 필요도 없었다. 이제야 그가 영악하게도 3주 동안 저를 길들이고, 충동질하고 있었음을 안 것이다.

진이 순순히 눈을 감았다. 마치 그녀가 뭘 할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로엔이 불공평하다는 듯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정말 범죄라니까. 이런 얼굴로 작정하고 사람을 유혹하면 안 넘어가고 배기냐고요. 대놓고 페로몬을 뿌려 대는데.”

진은 뭐가 그리 좋은지 눈을 꼭 감은 채로 웃고 있었다. 정말 얄미웠다. 하지만 도무지 그의 입술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로엔은 천천히 얼굴 가래개의 한쪽 끈을 풀고는 고갤 숙였다. 그리곤 모양 좋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쪽 소리와 함께 맞닿았던 입술이 떨어졌다. 기대했던 상이 아니었는지 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끝인가?”

“그럼 뭘 더 원하는데요?”

로엔이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했다. 저만 안달이 난 것 같아 고민하던 순간이 떠오르자, 그가 뭘 원하는지 다 알면서도 쉽게 내주고 싶지 않았다.

“그럼 이번엔 내 차례인가?”

진이 손을 뻗어 로엔의 뒤통수를 붙잡고는 아래로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그의 힘에 딸려 내려간 몸이 그의 탄탄한 허벅다리를 타고 앉았다. 드레스를 사이에 두긴 했지만 제 아랫배에 느껴지는 그의 단단한 몸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로엔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 입술을 겹쳐 왔다.

한쪽 팔로 그녀의 허릴 단단히 휘감는 것도 잊지 않았다.

“흐읏.”

“아아.”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키듯 진의 입술이 탐욕스럽게 로엔의 입안을 파고들었다. 진득하게 혀를 휘감으며 욕심껏 빨아 당겼다.

아릿한 아픔과 함께 등줄기로 전율이 흘렀다. 질척하게 얽힌 혀가 깊숙이 입안의 여린 살을 훑자, 그의 어깨에 올려놓았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로엔은 목구멍을 타고 만족스러운 신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아 삼켰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이성이 지금 두 사람이 기도실에 있다는 걸 일깨웠기 때문이다.

“잠깐만, 문 밖에…….”

당장 멈춰야 했다. 문을 사이에 두고 밖에 대신관과 신관이 두 사람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어. 이런 게 걱정되었다면 처음부터 날 충동질하지 말았어야지.”

미쳤나 보다. 깊이 혀를 얽어 오는 그를 밀어내야 했다. 그런데 멈추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배덕이란 감정 때문인지 더 흥분이 됐다.

정말 저는 변태가 맞는 모양이었다.

로엔이 팔을 뻗어 그의 목에 감았다. 그리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술을 열어 그에게 키스를 되돌렸다.

그가 했던 것처럼 그의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힘껏 빨았다. 서툴긴 했지만 그를 자극하는 덴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으윽.”

그의 입술 새로 흘러나오는 신음이 듣기 좋았다. 열기로 잔뜩 쉰 목소리가 음욕을 자극했다.

로엔이 고갤 기울이자, 두 사람의 키스가 더욱 깊어졌다. 진득하게 달라붙는 입술이 하나처럼 녹아내렸다.

더운 숨결이 연신 입술 새로 흘러나왔다. 질척한 혀가 뒤엉키고 달뜬 신음이 새어 나왔다.

로엔은 정신없이 그와 농밀하게 혀를 얽은 채 뜨거운 열락을 헤맸다.

똑똑.

“흠흠!”

몽롱해진 의식 너머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불편한 헛기침 소리도.

“제길!”

진 역시도 방해자의 소릴 들었는지 불만스러운 욕설을 뱉어 내며 로엔에게서 입술을 뗐다.

그녀의 목덜미에 젖은 입술을 묻고는 채워지지 않는 거친 열기를 누그러뜨리려 애썼다.

들썩이는 그의 어깨가 그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말해 주었다.

“이제 가야 할 것 같아.”

진의 속삭임에 로엔 역시도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재빨리 귀 한쪽에 걸린 얼굴 가리개를 고쳐 썼다. 그리곤 그의 단단한 허벅다리에서 내려와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어요.”

진이 천천히 눈을 떴다. 은청색의 눈동자엔 아직 갈무리되지 않은 열기가 담겨 있었다.

진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넘어져 있는 로엔의 구두를 집어 신겨 주었다.

“일어날 수 있겠어?”

진의 질문에 로엔이 고갤 끄덕였다.

로엔이 의자에서 일어서자, 진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거칠었던 호흡이 순식간에 제자릴 찾았다. 그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 진의 얼굴은 평소의 서늘한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두 사람은 곧 기도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 밖에서 초조하게 서 있던 대신관이 두 사람을 보곤 안도하는 게 보였다.

눈에 띄게 변화하는 대신관의 표정에서 두 사람의 신음 소리가 기도실 밖으로 흘러나갔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뒤늦게 수치심이 밀려왔다.

“흠흠. 너무 늦으시는 것 같아, 무례를 무릅쓰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대신관이 노크를 한 이유를 돌려 말했지만, 그곳에 있는 네 사람 모두 기도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고 있었다.

“마지막 의식이다 보니 조금 길어졌습니다.”

진이 뻔뻔하게 대신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대신관은 괜찮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오늘 일에 대해 더는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겠다는 태도였다.

다행이었다. 신을 모시는 신성한 대신전의 기도실에서 음란한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한다면, 결혼 전부터 추악한 스캔들에 휘말릴 게 뻔했던 것이다.

“아, 맞다.”

대신관이 연신 헛기침을 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시키려다 뭔가 생각난 듯 로엔 쪽으로 고갤 돌렸다.

“지난번 말씀드렸던 것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난번이라면…….

“혹시 신탁일지도 모르겠다던 그 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로엔의 짐작이 맞는지 대신관이 고갤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날 이후 또 뭔가를 본 겁니까?”

“사실 지난번보단 확실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본 게 록스버그 공작님과 관련된 것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고요. 다만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공작님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대신관은 여러 이유를 들어 이 내용을 로엔에게 전해도 되는 건지 고민을 하는 눈치였다.

“저라고 생각하신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타라의 연 때문입니다. 공작새가 달린 타라의 연이 또 보였거든요.”

공작새가 달린 타라의 연이란 말에 로엔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또 뭘 보셨죠?”

“그게…….”

대신관이 선뜻 말하기 어려운 듯 말끝을 흐렸다. 표정 역시도 조금 어두웠다.

“말씀해 주세요, 대신관님. 그게 뭐라도.”

“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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