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5화 (165/182)

19. 결전

다음 날 아침.

“우으윽…….”

눈을 뜨기에 앞서 신음이 먼저 흘러나왔다.

‘온몸이 무거워…….’

손 하나 꼼짝하기가 싫을 정도로, 끔찍하게 나른했다. 관절 마디마디가 녹아 버린 것 같기도 했다.

‘힘이 안 들어가…….’

왤까, 대체……?

그렇게 눈도 뜨지 못하고 꾸물거리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낮게 후후후 웃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아, 어쩌지? 너무 귀여워…….”

“우윽?”

굵은 구렁이가 먹잇감을 사냥해 콱 조이는 것 같은 느낌에 눈이 번쩍 떠졌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저, 전하?”

“일어났어?”

끔뻑.

“그나저나 눈을 뜨자마자 전하라니, 서운해.”

흐트러진 금발을 늘어뜨린 카미엘이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러니까.’

단박에 기억이 되살아났다.

‘어제…….’

맨정신으로는 차마 받아들일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다.

지금 카미엘은 나사 하나가 빠진 사람처럼 실실 웃고 있었지만, 간밤에는 그렇지 않을 적이 훨씬 많았다.

무언가에 무섭도록 집중해서, 파고들고 또 파헤치던 모습.

나는 그 앞에서 낱낱이 쪼개지고 모든 것을 열어서 다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 카미엘은 그만큼 집요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아프거나 불쾌하진 않았다. 그저 너무 생경한 경험이라 여러모로…… 아주 여러모로 당혹스러웠을 뿐이다.

그런 벅찬 감각의 홍수 속에서, 카미엘의 이마에서 뚝 굴러떨어진 땀 한 방울이 내 가슴팍으로 떨어진 감각을 기억한다.

‘미쳤…… 나 진짜 미쳤나 봐…….’

얼굴에 삽시간에 토마토처럼 열이 올랐다. 나는 다급하게 손바닥 안에 얼굴을 감췄다.

“유리?”

카미엘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는 대답 대신 이불 속으로 다급하게 기어들어 가려 했다.

“…….”

그런 나를 좀 내버려 두나 싶었던 카미엘이 갑자기 내 귓가에 훅, 숨을 불어넣었다.

“카, 카미엘!”

“숨어 버리다니. 용서 못 하지.”

카미엘이 킥킥거리면서 홱 이불을 제치고 나를 끌어안았다. 그러더니 뺨이며 귓가, 목덜미를 가리지 않고 입맞춤 세례를 퍼부었다.

“앗, 잠깐, 카미엘!”

“응, 응. 나 여기 있어.”

“거기 있는 건 저도 아는, 잠깐, 아팟!”

결국 목을 깨물린 내가 팔을 찰싹 내려치고 나서야 입질이 끝났다.

“매정해.”

결국 뒤에서 나를 푹 끌어안은 카미엘이 볼멘소리를 했다.

내가 너무 데쳐서 죽이 된 시금치처럼 늘어져 있는 틈을 타 카미엘의 입질이 다시 시작되었지만, 말릴 기운조차 없었다.

그렇게 늘어져 있자니…….

“안 돼요.”

“눈치챘나?”

카미엘의 눈빛이 웃음기 없이 가늘어져 있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그가 휘릭 내 몸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었다.

“나 아직 조금 모자라.”

“……!”

안 된다고 입을 열려 했지만, 카미엘이 내 입술을 집어삼키는 게 조금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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