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건국제
새어머니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강도 높은 고문과 심문 앞에서도 므와쟁 남작 부인의 말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므와쟁 남작 부인은 계속해서 원한 관계에 의한 단독 범행임을 주장했다. 사실이 그렇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소득 없이 조사를 끝낸 아버지는 므와쟁 남작 부부 및 직계 혈족을 처형하고, 작위를 회수하여 므와쟁 영지를 다시 직할령으로 바꾸었다.
일은 상당히 조용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작 부인의 최측근 시녀가 공녀를 암살하려 한 사건이었다.
‘조금이라도 새어 나가면 공작가의 명예에 불미스러운 누를 끼치게 될 거란 말이지.’
뭐, 물론 아버지께서 그런 이유로 조용히 일을 처리한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아버지께서는 이 사건이 밖에 알려졌을 때 내게 미칠 파장을 우려하셨다.
나야 피해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이름이 올라 이득이 될 일은 전혀 없었다.
때가 되면 조용히 떠나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싶은 내 희망에도 방해만 될 게 뻔했다.
그런저런 이유로, 독살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숨길 수 없는 상대가 있었다.
“혹시 독을 마시고 다니는 취미라도 있는 겁니까?”
엘리야는 사건이 일어난 바로 다음 날 나를 찾아왔다.
회로의 연결이 반 이상 해제되어 내 상태를 곧바로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난처하게 웃으며 사고였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엘리야는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분노를 일으키며 말할 뿐이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말하십시오.”
그 말에 따를 순 없었다.
“경, 이건 로잔헤이어 공작가 내부의 일이에요.”
“혹시 식구들 중 하나가 당신을 공격한 겁니까?”
“…….”
귀신이 따로 없네, 진짜…….
“경, 이 이상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어요. 그만 물어보시면 안 될까요?”
내 간청에 엘리야는 뺨에 근육이 도드라질 때까지 이를 악물어 노를 참았다.
“……일전에 내가 한 말을 기억합니까?”
“네? 하신 말씀이 너무 많아서…….”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 말라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죽여 버리라고 말했죠.”
“그랬…… 그러셨던 일도 있었죠, 참…….”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얼레?
“갑자기 정신을 차리셨……”
“당신이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도록 하죠.”
그럼 그렇지. 엘리야는 아직 죽을 때가 되진 않았나 보다.
“……대체 어떻게요?”
“딱 한마디만, 나한테 해요.”
그렇게 말하는 엘리야의 음성은 이상하게 달콤하게까지 들렸다.
“딱 한마디만 나한테 하면, 그게 누가 됐든 내가 해결해 주도록 하죠. 어떻습니까?”
“어떠냐고 하셔도…….”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애쓰며 대답했다.
“범인은 로잔헤이어 공작, 즉 저희 아버지 소관이세요.”
한마디로 엘리야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쳇.”
“지금 쳇이라고 하셨어요?”
“시끄럽습니다.”
목적을 이루는 데 실패한 엘리야는, 분풀이라도 하듯 내게 해독 마법과 회복 마법을 반복해서 잔뜩 걸어 준 다음에야 공작저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