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새로운 길에 들어서다
그로부터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완공한 로제타 부인의 의상실을 만족스럽게 둘러보았다.
흰색과 황금색을 기조로 우아함을 강조한 내부 장식에, 정면에 위치한 통유리 엘리베이터가 화려하게 빛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완벽하군.”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이시스 상단의 개축과 더불어 실내 장식을 도맡아 진행하다시피 한 로제타 부인은 예전보다 살이 내리고 안색이 파리해 보였다.
그도 그럴 만했다.
‘의상실로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면서, 의상실 공사 쪽에도 계속 신경을 써야 했으니…….’
“부인, 휴가를 좀 내야 하는 게 아닐까?”
“휴가라니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세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로제타 부인이 펄쩍 뛰었다.
“이제 겨우 의상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걸요! 개축 공사도 드디어 끝났고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할 판에 휴가를 낼 순 없어요!”
“하지만 부인의 건강이……”
“제 건강에는 한 치의 문제도 없습니다.”
로제타 부인이 안경을 쓱 치켜올리며 단언했다.
“본인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내가 할 말은 없지만…….”
“그보다 일단 공녀님, 얼마 전에 말씀하셨던 다회용 드레스를 보러 가셔야죠.”
급하게 말을 돌리는 티가 났지만, 본인이 저렇게까지 괜찮다는 데야 말릴 방법은 없었다.
‘몸보신이나 하게 영양가 있는 음식이나 좀 사다 줘야지.’
전형적인 한국인이나 할 법한 생각을 하며, 나는 로제타 부인의 손에 이끌려 엘리베이터를 탔다.
“부인, 이제 적응했나 봐?”
“그럼요, 이게 얼마나 편리한데요. 이제 옷감이나 부자재 같은 짐이 산더미만큼 와도 문제없어요.”
로제타 부인이 수줍게 웃으며 인정했다.
“다 공녀님께서 저를 설득해 주신 덕분이에요.”
“뭐, 그렇게 말할 것까지야.”
나는 로제타 부인의 의상실에 들를 수많은 귀부인들이 이 엘리베이터의 유용성을 체험할 걸 상상하며 남몰래 웃었다.
‘실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시스 상단의 명함도 준비해 놓고 찾는 사람에게 내주도록 했으니까.’
이제 이 엘리베이터의 유용성을 간파한 손님들의 주문이 줄을 잇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물론, 우리 집도 얼마 전에 아버지를 설득해서 엘리베이터 공사를 시작했다.
웨스트 윙과 이스트 윙에 각각 하나씩, 그리고 사용인들을 위한 엘리베이터까지 포함해서 총 네 대나 설치하기로 했다.
‘네 대면 나한테 굴러떨어지는 지분이 얼마야?’
크, 가만히 앉아서 돈이 저절로 굴러들어 오는 걸 지켜보는 행복이란.
“공녀님, 안 내리세요?”
“아, 내려, 지금.”
나는 로제타 부인이 이끄는 대로 안쪽으로 향했다.
“공녀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는 공녀님의 옷을 지을 땐 늘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야 당연하지. 내 의상은 언제나 좋은 홍보가 되니까.”
“어머, 꼭 그런 이유에서만은 아니에요!”
로제타 부인이 얄밉지 않게 후후 웃었다.
“아무튼, 그런 와중에서도 장담하는데, 이 의상은 정말 제 필생의 역작이에요.”
“그래?”
그다지 과장하는 성격이 아닌 로제타 부인이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얼마나 대단한 의상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