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 * *
비슷한 시각, 공녀를 집으로 데려다준 뒤.
대공, 카미엘은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분명.’
그는 팔짱을 꼈던 한쪽 손을 들어 바라보았다. 근육과 힘줄, 핏줄에 찌릿찌릿한 기운이 남아 제멋대로 펄떡거리고 있었다.
천천히 주먹을 쥐자 그런 느낌은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무언가, 그의 피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환희하듯 반기는 느낌이 남아 있었다.
“…….”
카미엘은 자신을 바라보던 푸른 눈동자를 떠올렸다.
그의 손아귀에 잡힌 손엔 긴장으로 인한 땀이 배어 있었고, 푸른 눈동자에는 예민한 초식 동물 같은 엷은 공포가 번져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한순간이었지만…….’
돌아 버릴 것 같은 좋은 냄새가 났다.
그 내음을 상기하는 것만으로 온몸에 힘이 꽉 들어갈 정도로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후으으으.
궐련을 피우듯이 깊은 한숨을 뱉어 냈지만, 관자놀이에 돋아난 핏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붉은 눈동자가 지그시 허공을 응시했다.
‘뭐였을까, 그건?’
그저 한순간의 착각이라기엔 잔향이 충격적일 정도로 짙었고, 확실히 무언가가 있었다기엔 너무 찰나지간의 일이었다.
확신할 수 없지만,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
그로서는 최선을 다해 자신을 자제하고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넘어올 기색은 요만큼도 없이 그를 피하기만 하려던 공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치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처럼, 그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전하, 혹시 주변에…… 뭔가 오염된 거라도 있으신가요?”
의미심장한 질문. 전전긍긍하면서 그로부터 필사적으로 멀어지려고 하는 기색.
‘자극적이었지.’
그 모습만으로도 군침이 도는데, 그녀가 한순간 풍기던 그 냄새는…….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몸 어딘가에 불을 지르는 것 같았다.
느슨하게 미소를 머금으며, 카미엘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그게 뭔지 알아야겠다.
그런 결심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