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황궁 무도회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일주일간의 투와르 축제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오늘도 하려나, 불꽃놀이 행사?’
끄응,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녀님, 일어나셨어요?”
“응.”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아침 단장을 마치고, 막 내가 내 방에 딸린 응접실로 나갔을 때.
똑똑, 하는 소리가 울렸다.
“잠시만요.”
시녀가 가서 문을 빼꼼 열어 보더니, 내게 말했다.
“공녀님, 마님께서 사람을 보내셨습니다.”
“어머니께서?”
나는 막 펼치려던 장부를 닫고 말했다.
“들어오라고 해.”
이윽고 문이 열리고, 새어머니의 뒤에서 자주 보았던 시녀가 나타났다.
‘이름이…… 므와쟁 남작 부인이라고 했던가?’
므와쟁은 약초 산지로 유명한 서북부의 봉토라고 했다.
“공녀님.”
그녀가 무뚝뚝하게 내게 절을 해 보였다.
“무슨 일로 왔지?”
“마님께서 이 초대장을 공녀님께 전달하라고 명하셨습니다.”
남작 부인이 내민 건 예의 그 황금빛 초대장이었다.
“금색이라면, 황실에서 보낸 것인가?”
“……그런 것으로 사료됩니다.”
“흐음.”
나는 내 시녀가 받아서 건네주는 초대장을 넘겨받으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중요한 것을 왜 사람을 시켜 보내셨을까?”
“…….”
“나를 부르셨다면 얼마든지 내가 직접 가서 받아 왔을 텐데.”
그렇지 않니? 라고 묻자, 므와쟁 남작 부인이 나를 못 이기고 대답했다.
“오늘 마님께서는 몸이 편찮으셔서 손님을 맞이할 상태가 아니십니다. 하지만 그 초대장은 급한 초대장이니 저에게 전하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에, 몸이 편찮으시다고?”
나는 봉투를 열다 깜짝 놀란 시늉을 했다.
“얼마나 편찮으시니? 내가 가 봐야겠다. 설마 사람의 방문을 받지 못하실 정도로 아프신 건 아니지?”
“……송구합니다만 오늘 하루 정도는 방문을 삼가 주시면 마님의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머,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나는 마저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며 말했다.
“어서 가서 어머니께 얼른 회복하시기를 바란다고 전해 드리렴. 모처럼 황실 무도회에 다 같이 참석하게 됐는데, 어머니께서 편찮으시면 너무 슬플 것 같다고 말이야.”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아마 저 말을 그대로 전하면, 우리 참을성 많은 새어머니라도 화병 한두 개쯤은 박살을 내야 진정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세간살이를 박살 내기에는 아직 좀 이르지.’
초대장 맨 밑에 적힌, ‘하이드리안 카시스’라는 황제의 서명을 보며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었다.
* * *
상단 이시스.
현재 우리 로제타 의상실의 공사를 도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 게거품을 물고 덤벼드는 카민스키 경을 제압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전부 — 인지도는 아직 낮지만, 무척 신뢰도가 높은 상단이었다.
“이시스 상단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지!”
“신생 상단치고는 놀랄 정도로 일 처리가 깔끔하단 말이야!”
이런 식으로, 이시스 상단에 관한 사람들의 말은 전부 호평 일색이었다.
나는 오늘 그 이시스 상단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일을 맡겨 놓고 너무 무관심했다……는 이유는 물론 아니고.’
거리에는 아직 축제의 열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이미 한 번 나를 잃어버린 적 있는 호위 기사들은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사람들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으려 할 정도였다.
눈에 띄는 모습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 자업자득이지, 뭐.’
나는 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왼손에 변신 반지를 낀 지금 나는 예의 그 갈색 머리를 가진 평범한 소녀로 변신 중이었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걸친 로브를 푹 덮어쓴 상태였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고나 할까.’
얼마간 거리를 걸어, 우리는 몬테나 지구 살라마드 2가에 있는 이시스 상단 본점 건물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