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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암투 (5) (168/181)

168. 암투 (5)20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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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안국에서 밤을 새워 조사를 받을 예정인 카메론 셀레스트는 잠시 휴식을 가졌다. 그에게 딸린 성기사들은 당연히 제임스 라이킨 칼리에르, 그 빌어먹게 교활한 뱀파이어에게 인질로 붙잡혔다. 여기에서 카메론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한 줌 남은 성기사들마저 어둠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생겼다. 짜증은 나는데, 뭐 어쩔 수 없었다. 대마법사가 엘펜하임 수뇌부를 날려버린 이후로 엘펜하임 소속들에겐 선택지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16606126761129.jpg‘아니, 생각해보면 그전부터 선택지가 별로 없었지.’

어떻게 해서든 대마법사가 각성하기 전에 뭐라도 해야 했는데, 그게 다 실패했다. 그러니 그때도 엘펜하임 소속들은 죄다 빌빌댔다고 보는 게 정확한 표현일 거다. 뭐, 그전부터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16606126761129.jpg‘뭐가 좋다고 붙어 있었는지. 빨리 뛰쳐나갔어야 했는데.’

카메론 셀레스트는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해도 그는 뼛속까지 성기사다. 겉으로 보기엔 매우 불량하고 매우 성스럽지 않은, 그러나 성기사는 성기사다. 이미 고위급 성기사로 이름이 알려졌는데 도망쳐봤자 도망친 성기사 취급이지. 제기랄.

16606126761141.jpg“팔자가 좋군. 보안국도 요즘은 꽤 신사적이야.”

빈정대는 목소리가 허공에서 들리자 카메론은 예리한 눈을 들었다. 그는 기절할 것처럼 놀라지 않았다.

16606126761129.jpg“모습을 보여, 칼리에르 공.”

딱 그 말과 함께 그가 혼자 있던 방 안에 어느새 라이킨의 모습이 나타났다. 새카만 옷으로 온몸을 휘감은 뱀파이어는 밤과 잘 어울렸다. 물론 카메론은 경탄하는 표정 따위 보이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사람을 놀라게 하며 등장하려던 뱀파이어가 대단히 재수 없을 뿐이었다.

16606126761129.jpg“불쑥 나타나다니 이게 무슨 예의야?”

글래스턴 최고의 고루한 신사 아니셨나. 물론 그 예의 지키는 뱀파이어와 적이 된 관계로 말투에서도 예의란 걸 완전히 빼버린 카메론은 빈정거리는 데 최선을 다했다. 올센 보안국에 말이야 잠시 심문이지, 감금당한 그가 입을 놀리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더 있겠냔 말이다.

16606126761154.jpg“확인이지.”

그리고 카메론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엄습해오는 공포를 느꼈다. 이 뱀파이어는 아무리 뛰어난 성기사라도 절대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존재다. 태연하게 서서 서늘하게 내려다보는 눈만으로도 상대방을 제압하는 게 가능했다. 하긴, 늘 높은 곳에 서서 내려다보기만 했던 존재다. 수틀린다면 거리낌 없이 그 자리에서 뛰어내려서 같이 진창을 뒹굴며 끝내 죽음을 선사할 거라는 게 이 남자가 더 두려움을 사는 이유였다.

16606126761129.jpg“어디 도망가지 않고 얌전히 잘 있는데.”

물론 카메론 셀레스트는 오랜 기간 글래스턴 지부장을 역임할 만큼 배짱이 있는 사내였다. 그는 어쨌든 엘펜하임이 몰락해가는 와중에도 글래스턴에서 감히 글래스턴 공작 제임스 라이킨 칼리에르를 상대로 버텨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이 가지 않아도 피부로 냉기가 느껴졌다. 그래도 카메론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아니, 필사적으로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자존심 상하게 여기에서도 칼리에르 공에게 눌리고 싶지 않았다!

16606126761154.jpg“그거야 당연한 거고.”

라이킨은 딱 잘라 말하며 싸늘한 시선으로 카메론 셀레스트를 훑어 내렸다. 이젠 죽었기에 빠르게 잊힌 이름인 루드밀라 아스테어 프랑슈틸에겐 이 남자의 낙인이 찍혀 있다. 그녀와 결탁해 아직 각성하지 못했던 아내를 엘펜하임으로 끌고 가려고 했던 놈이라, 라이킨은 카메론에 대해 딱히 감정이 좋지 못했다. 루드밀라와 똑같은 짓을 했으니 똑같은 취급을 해줘야 함이 마땅한데.

16606126761129.jpg“내 부하들이 그쪽에게 붙잡혀 있는 한 내가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건 알 텐데?”

16606126761154.jpg“네놈은 필요하다면 부하들도 버릴 놈이란 걸 내가 모를까?”

라이킨은 픽 웃었다.

16606126761129.jpg“아, 이런.”

카메론은 그의 표정을 보자마자 투덜거렸다.

16606126761129.jpg“동족은 서로 알아보는 법이야, 그렇지?”

물론 느물대며 라이킨의 속을 긁어대는 것도 잊지 않았다.

16606126761154.jpg“누가 동족이야. 나는 적어도 그 꼴이 되어서 이런 데 앉아 있지는 않아.”

16606126761129.jpg“개새끼야. 내가 여기에서 입 한번 잘못 놀리면 너도 같은 꼴이야.”

그저 신의 뜻대로 살면서 거룩한 삶을 따라야 하는 성기사는 웃으면서 욕을 했다.

16606126761154.jpg“안 그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왔지.”

도대체 믿을 수가 있어야지. 라이킨은 똑같이 웃어줬다. 이 남자는 그의 심복 중 하나였던 폴리아나 그린과 가깝다면 가까운 사이였다. 라이킨 역시 엘펜하임을 견제하면서도 불필요한 갈등은 피해야 했기에 어느 정도의 소통창구로 놔뒀다. 하지만 저놈은 그 소통창구에 독을 풀었다. 카메론 셀레스트와 접촉할 때의 폴리아나 그린은 상식이고 뭐고 없던 것처럼 행동하더니, 카메론이 사라지고부터는 정상인처럼 행동한다. 첫째로는 오래 산 뱀파이어로서 중심을 잡지 못한 폴리아나의 잘못이고, 둘째는 저 새끼 자체가 문제다.

16606126761154.jpg“여기 설계를 내가 했어.”

삼엄한 보안국의 불편한 증인대기실을 둘러보며 라이킨이 중얼거렸다.

16606126761129.jpg“언제부터 건축이 전공이었어?”

어이가 없는 이야기였으나, 뱀파이어들의 황당한 시간관념에 새삼스럽게 놀란 척하기가 싫었던 카메론은 다른 걸 물었다. 어쨌거나 두 사람은 교수라는 공통적인 직업을 가지기도 했다.

16606126761154.jpg“오래 살다보면 이것저것 조금씩 대충 다 하게 되지. 재능이 없어도 기본이라도 하게 되어 있고.”

16606126761129.jpg“그 말 진짜 노친네처럼 들리는군.”

16606126761154.jpg“노친네라니. 뱀파이어로 따지면 난 아직 청년이야.”

만 년 가까이 사는 존재가 이제 겨우 천 년을 살았으면 햇병아리지. 그래서 로렌스가 더더욱 자식들을 물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노심초사하며 잔소리하는 거다.

16606126761129.jpg“그게 다 상대적인 거지. 같이 사는 대마법사도 뱀파이어인 건 아니잖아.”

순식간에 아픈 데도 찔리고, 사랑하는 아내까지 들먹거리는 소리를 들은 뱀파이어의 눈이 가늘어졌다.

16606126761154.jpg“우리 대마법사께서는 나만큼 오래 사실 예정이라 네가 함부로 입을 놀릴 게 아닌데.”

아, 이 새끼 짜증나는데 그냥 목을 베어버리고 버리는 카드로 칠까. 생각하는 게 고스란히 라이킨의 푸른 눈에 다 드러나 보였다.

16606126761129.jpg“난 있는 사실만 말한 거야.”

물론 카메론은 목에 칼이 디밀어져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었다. 깐족댈 수 있을 때까지 깐족댈 테다.

16606126761129.jpg“바로 그 전 대마법사도 요절한 셈이잖아?”

따지고 보면 메리 공주도 요절이었다. 헬레인 왕가의 혈통은 아주 끊어지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간신히 소렐을 낳은 게 기적이라고 할 만했다.

16606126761154.jpg“지금 남의 집 유전 현황을 따질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라이킨은 웃었다.

16606126761129.jpg“아, 그래. 어쩌려고?”

나한테 무슨 힘이 있나. 다 뱀파이어 공작께서 말씀하시는 대로지. 카메론은 ‘어디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해봐’라는 표정으로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지금 상황이야 뻔했다. 슈토넨 후작과 칼리에르 공 사이의 물고 물리는 정쟁이 아닌가. 카메론 셀레스트는 가엾게도 그 사이에 낀 일개 피라미에 지나지 않았다.

16606126761129.jpg“내가 혀를 잘못 놀려서 흑마법사들과 결탁했다는 혐의가 오염되면 어떻게 할 건데?”

지금 그걸 말해주려고 여기까지 직접 행차하신 거 아닌가. 카메론은 그 정도는 다 알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나더니 생기가 돌고 얼굴이 확 펴진 뱀파이어의 표정에 일순간, 수백 년간 담겨 있던 권태가 휙 지나갔다.

16606126761154.jpg“귀찮긴 한데…….”

누군가에겐 목숨이 걸린 일인데, 칼리에르 공은 그저 ‘귀찮으시단다.’ 어이가 없어서. 카메론은 그에 대한 증오를 숨길 수 없었다. 뼈를 깎아가며 투쟁을 하는 이에게 지나치게 강력해서 권태에 빠진 적은 속에서 깊이 우러나는 증오의 대상이다.

16606126761154.jpg“그리고 여태까지 귀찮아서 하지 않았는데, 왕국을 새로 하나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카메론은 잠시 기가 막혀서 침묵했다.

16606126761129.jpg“……그거야말로 반역 혐의에 딱 맞는 말인데.”

이걸 보안국에 찔러버려야 하는 거 아냐?

16606126761154.jpg“못 할 건 없지. 돈도 있고, 전쟁이야 여태까지 지겹게 해봤고, 그리고…….”

이번에는 라이킨이 씩 웃었다.

16606126761154.jpg“우리 대마법사님께서 왕궁 터도 싹 청소하셔서.”

순식간에 카메론 셀레스트의 뇌리에는 엘펜하임 본부의 위용이 스쳐 지나갔다.

16606126761154.jpg“내 귀찮고 게으른 성격이 계속 지속되도록 도와주는 게 여러 사람 돕는 거겠지, 안 그래?”

16606126761129.jpg“그딴 식으로 말해서 더 미움받는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16606126761154.jpg“딱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지는 않아서.”

라이킨은 차가운 돌벽에 길고 두터운 몸을 기댔다.

16606126761154.jpg“대충 적당히 알아서 서로 잘하자는 거지.”

16606126761129.jpg“일방적으로 그쪽에게만 ‘잘’하는 것 같은데?”

16606126761154.jpg“아니, 그렇지는 않아.”

도대체 어디가? 카메론은 라이킨과 똑같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노려보았다.

16606126761154.jpg“이번 증언을 제대로 한다면 성기사들의 공식 활동도 다시 가능하지. 어차피 성기사로서 증언하는 거 아닌가.”

흑마법사들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성기사가 슈토넨 후작의 저택에 흑마법사가 있었노라, 증언한다면 그건 무시할 수 없다. 그랬기에 카메론 셀레스트를 여기까지 끌고 온 라이킨은 뜻밖에도 솔깃한 제안을 하고 있었다.

16606126761129.jpg“왕국을 세운다며?”

16606126761154.jpg“아, 우리 공주님이 딱히 관심 없으시다는군.”

유감스럽게도. 라이킨은 정말 유감이었다. 관심만 있으시다면 신 헬레인 왕국의 국서로서 온몸을 바쳐 일할 각오가 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16606126761154.jpg“하지만 관심이 없으시다 해도 일단 만들어놓을 수는 있고.”

16606126761129.jpg“아, 그러니까 이건 선심을 쓰는 척하면서 던지는 협박이군.”

16606126761154.jpg“아니, 신변까지 보장해주는 관대한 조건이지.”

순식간에 라이킨의 눈빛이 뒤바뀌었다. 느긋하게 몸을 늘어뜨리고 있던 뱀파이어는 이를 드러내며 널 죽이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있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16606126761154.jpg“혀 하나만 제대로 놀리면 엘펜하임이 또 나대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 이거야.”

어차피 예전과 같은 세력은 절대로 만들 수 없을 테니 내걸어봤자 소용없는 조건이었으나 라이킨 입장에서는 아주 많이, 엄청나게 양보한 거였다.

16606126761154.jpg“이렇게 관대한 조건이 어디 있나. 한 짓에 비하면 운이 좋아, 성기사.”

카메론 셀레스트는 싸늘하게 가라앉아서 시리기까지 한 뱀파이어의 눈을 보며 직감했다. 그가 언젠가 잊고 있을 때, 저 뱀파이어는 나타나서 그를 어둠 속으로 끌고 갈 것이다. 결코 평온한 죽음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제기랄, 어쩌겠는가. 죽을 때까지 경계하며 살아야지.

16606126761154.jpg“이번 일만 잘 끝낸다면 다시 한번 엘펜하임의 이름으로…….”

비웃는 듯, 입귀를 비틀어 올리는 뱀파이어의 얼굴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듯했다.

16606126761154.jpg“잘 다닐 수 있을 거야. 그래도 명색이 성기사인데, 그림자를 밟고 사면 쓰나. 당당하게 얼굴을 들고 다녀야지.”

얼굴을 들고 다니다가 언젠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카메론 셀레스트는 저 뱀파이어의 기억력이 끔찍할 정도로 좋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나 지금 라이킨이 보장해주는 조건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세력이 강대한 뱀파이어들이 엘펜하임을 다 쓸어버려야 할 집단 취급을 관둔다면, 적어도 숨을 쉴 구멍은 생기는 셈이다. 게다가 이름이 공적으로 알려질 만큼 떳떳해야 후에 칼리에르 공이 그를 공격한다 해도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쨌든 도망자 위치를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했다.

16606126761154.jpg“협조해줄 거라고 믿어. 그리고 내가 적당히 공작이나 대공, 뭐, 그쯤 언저리에서 있는 게…….”

뱀파이어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녹아내렸다.

16606126761154.jpg“성기사들에게도 좋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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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헬레인 왕국의 국서보다야 당연히 낫지! 카메론 셀레스트는 라이킨이 완전히 사라진 자리를 노려보며 잠시 서 있었다.

16606126761129.jpg“……미친놈.”

미친놈, 저가 왕이 될 생각은 안 하고 대마법사에게, 그놈의 ‘우리 공주님’에게 왕국을 다시 안겨주겠다고 생각하는 미친놈. 저건 진짜 여자한테 돈 놈이다. 카메론은 고개를 흔들었다. 좋다. 일단 도망자 신세나 벗어나는 걸 생각하자. 그는 한숨을 쉬며 불편한 침상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16606126761129.jpg“이거야 원.”

산 넘어 산이고, 간신히 숨만 돌리면서 다음 장애물을 만나는 인생이다. 어쩌면 대마법사를 건드렸을 때부터 예정된 인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가 성기사인 것을. 카메론은 대충 누워서 올센 보안국에게 어떤 증언을 할지 구상하기 시작했다. *

16606126774984.jpg“라이킨!”

그를 부르는 소리는 숨을 죽여 속삭이는 소리에 가까웠다. 그가 나타나자마자 뽀르르 달려와서 안긴 소렐이 얼굴을 반짝 들었다.

16606126774984.jpg“잘됐어요?”

이곳은 경계가 삼엄한 올센 보안국. 소렐은 들키면 안 되니 소리를 한껏 죽였다.

16606126761154.jpg“카메론 셀레스트가 지능이란 게 떨어지지 않았다면 알아들을 정도로 말했습니다.”

그는 언젠간 죽이겠다고 결정한 버러지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말했다.

16606126774984.jpg“그렇구나. 잘했어요.”

우리 남편 수고 많았네. 소렐은 방긋 웃었다.

16606126761154.jpg“공주님께서 마법을 사용해주시느라 애쓰셨지요.”

16606126774984.jpg“그건 별 거 아니었어요. 오히려 어디에 라이킨이 반역을 저질렀다는 증거를 숨겼나, 찾느라 바빴지.”

16606126761154.jpg“찾으셨습니까?”

16606126774984.jpg“아뇨…….”

소렐의 어깨가 축 처졌다.

16606126774984.jpg“보안국장님 사무실에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거기도 국왕폐하의 집무실과 별반 다를 게 없었어요. 좀 더 많이 지저분하다는 점을 빼면요.”

라이킨은 웃었다.

16606126774984.jpg“금고에도 라이킨에 관련된 건 없었다니까요. 아, 날 조사하긴 했더라고요. 대마법사가 뭐하는 사람인지. 그런데 그건 반역증거라고 보기 어렵잖아요?”

16606126761154.jpg“그렇지요. 자, 그럼 국장 사무실 말고 증거가 있을 만한 곳으로 가실까요.”

16606126774984.jpg“거기가 어딜까요?”

이 건물을 설계한 남자는 제법 커다란 보안국 건물을 둘러보다가 아래를 가리켰다. 대마법사의 표정이 단박에 찌푸려졌다.

16606126774984.jpg“으, 나는 땅 밑은 싫은데.”

16606126761154.jpg“안 좋은 물건이라면 공주님이 싫어하실 만한 곳에 있지 않겠습니까. 가기 싫으시다면 가지 말까요?”

16606126774984.jpg“무슨 소리예요. 적어도 적이 어떤 패를 쥐고 있는지는 확인해야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적의 상태를 다 파악해야 했다. 소렐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16606126774984.jpg“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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