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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뱀 (2) (154/181)

154. 뱀 (2)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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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렐의 피가 입 안을 채우는 순간, 라이킨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결과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의 예상이 잘못된 모양이다.

16606125840729.jpg“정신 차려요!”

작고 따뜻한 손이 그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고, 그의 머리를 강하게 붙잡으며 선한 힘을 흘려 넣었다. 의식을 차지하려 발광하던 검은 뱀이 결합점과 신체 접촉, 닿을 수 있는 모든 지점을 통해 밀려드는 고대마법에 흠칫거렸다. 소렐은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16606125840733.jpg“큭……!”

그녀의 피를 주저하면서 조금만 가져가려던 라이킨이 갑자기 피를 더 강하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소렐은 당황하지 않았다.

16606125840729.jpg“그래요. 더 마셔요. 어서요.”

뱀파이어의 흡혈욕구를 자극해서 그녀를 완전히 집어 삼키겠다고? 웃기는 소리. 지금도 어떻게든 버텨가며 아주 조금만 마시려고 소렐을 배려하고 또 배려하는 뱀파이어다. 라이킨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정확한 판단을 할 것이다. 그는 그를 돕는 소렐의 피, 대마법사의 피를 흡수하여 사악한 뱀과 싸워낼 힘을 얻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향기로운 액체는 그에게 약이었다. 물론 좀 더 마신다면 정신을 잃을 마약이겠지만, 약은 약으로 써야 하는 법. 필요하다면 마셔야 했다. ……대……! 뱀이 아가리를 쩍 벌리며, 인간의 언어에 가까운 말을 했다.

16606125840729.jpg“조용히 해!”

16606125840733.jpg‘시끄러워.’

소렐이 바락 소리를 지를 때, 라이킨은 그의 안에 들어온 뱀의 목을 틀어쥐며 중얼거렸다. 미칠 것 같던 갈증이 놀랍도록 진정되고 있었다. 그의 예상과는 달리 차가운 이성이 돌아오게 만들었다. 아직 실뱀에 불과한 뱀은 더 꿈틀대다가 라이킨에 의해 그의 무의식중 가장 깊은 곳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16606125840733.jpg“……공주님, 됐습니다.”

라이킨은 정신이 어느 정도 남아 있을 때 서둘러 말했다. 더 마시면 안 된다. 큰일 난다. 소렐은 더 강요하지 않고 약간 느슨해진 그의 입술에서 팔을 떼어냈다.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입술에 묻은 피를 마저 핥아내는 뱀파이어와 눈이 마주쳤다. 오싹한 소름이 척추를 타고 기어오른다. 소렐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이 들썩거렸다. 위험한 긴장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대로 뛰어들고 싶은 긴장감이라 더 위험했다. 뱀파이어가 이성을 되찾는 순간, 그가 가지고 있던 위험한 매력도 돌아왔다.

16606125840729.jpg“……풀게요.”

나란 사람은 이 와중에도 남편이 매력적인 것부터 보고 있다니까. 많이 찔린 소렐은 스스로 나무라며 묶어놨던 그의 손목으로 손을 뻗었다. 대마법사인데, 정신 차려야지.

16606125840733.jpg“아뇨, 공주님. 그대로 두십시오.”

라이킨은 소렐의 손을 피했다. 언제나 날카롭게 벼려진 이성을 잃어본 적이 없는 남자가 이성을 잃었으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16606125840729.jpg“……지금은 괜찮을 거예요.”

소렐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래듯 말하며 바닥을 가리켰다. 어느새 바닥에 그려진 황금색 마법진을 보았지만, 그래도 라이킨은 고개를 저었다.

16606125840729.jpg“내가 이곳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어요. 괜찮아요.”

16606125840733.jpg“제가 제 자신을 믿을 수 없습니다.”

한 번도, 단 한 번도 소렐에게 살의를 품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방금 전까지 느낀 그 광폭한 감정은 무엇인가. 저 가느다란 목을 뚝 꺾어버리고, 차마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결과를 열망했다.

16606125840733.jpg“그냥 묶어두십시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충격에 빠진 라이킨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일어났다. 아니, 아직도 진행 중이다.

16606125840733.jpg“제 속에…….”

쓰레기 같은 변명처럼 들릴 말이라, 라이킨은 말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16606125840733.jpg“제 속에 다른 뭔가가 있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그를 휘두르려는 것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시켜서 대마법사를 살해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거지, 그가 의도한 게 아니라는 거지같은 변명이다. 말을 하면서도 라이킨은 그냥 죽고 싶었지만 소렐은 뜻밖에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끼고 있던 장신구를 다 빼냈다.

16606125840729.jpg“맞아요.”

그리고 조금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16606125840729.jpg“이미 의식 안에 자리해서 라이킨을 뒤흔들려고 하고 있어요.”

거대한 뱀의 시커먼 그림자가 그들을 한 번 휘감았다. 라이킨은 진땀을 흘리며 이성을 챙기려고 정신을 쏟느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소렐은 그의 안에 똬리를 틀고 앉은 뱀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라도 그녀는 지금도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억제하고 있었다.

16606125840733.jpg“……송구합니다, 공주님. 가디언으로서 제대로 된 책무를 이행하지 못…….”

입술이 찢길 정도로 깨물던 라이킨이 결국 그답게 사과부터 했으나, 소렐은 그의 입술을 손으로 덮어버렸다. 라이킨은 놀라서 물러나려고 했지만 온몸이 구속당했으니, 그럴 수도 없었다. 그녀가 닿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에게서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다. 지금 그는 소렐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였다.

16606125840729.jpg“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눈을 커다랗게 뜬 공주님은 말도 안 되는 말만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한 그 나이 또래의 얼굴이 아니라, 모든 걸 다 알고, 또 각오한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라이킨은 죽고 싶었다. 공주님은 저런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어선 안 되는 거였다.

16606125840729.jpg“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요.”

가냘픈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16606125840729.jpg“하지만 나는 절대로 라이킨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도 고개를 흔들었다.

16606125840729.jpg“잃을 수 없어요.”

황금색 결합점들이 마치 아름다운 안개처럼 주변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들을 연결하는 실들이 굽이쳐 흘렀다.

16606125840729.jpg“그러니까 사과하지 말아요. 대신 약속 하나만 해요.”

아니, 사과는 해야 할 것 같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 희게 바랜 얼굴에 가득한 건 공포였다. 그의 사과가 어떤 ‘끝’을 의미하는 것 같아 겁에 질린 거다.

16606125840729.jpg“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위한다는 이유로 날 포기하려고 하지 말아요.”

16606125840733.jpg“……그런 적은 없습니다만…….”

16606125840729.jpg“아뇨.”

소렐은 그를 보며 울 것 같은 얼굴로 간신히 웃었다. 툭 치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라이킨은 문득 소렐이 자신을 바라보는 게 아니란 걸 알아차렸다.

16606125840729.jpg“이제부터 그러고 싶은 순간이 계속 찾아올 거예요.”

가디언의 표정이 파삭 굳었다. 거대한 뱀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뱀의 머리는 하나가 아니라 다섯이었다.

16606125840729.jpg“……아버님과 샤를렌을 부르는 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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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정을 한참 넘긴 시각, 제인 샤를렌 칼리에르는 거의 뛰다시피 엔버네스의 글래스턴 공작저로 들어갔다.

16606125840729.jpg“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소렐이 조금 어색해하면서도 얼른 일어났다. 너무 반가운데 샤를렌도 그럴까? 그건 모르는 일이니 행동거지를 조심해야지. 더구나 아주 심각한 문제로 급히 이곳까지 불러들인 참이다. 샤를렌은 간신히 마지막 기차를 타고 엔버네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16606125840729.jpg“안, 안녕하세요, 샤를, 렌…….”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갔다. 사랑하는 오빠가 소렐 때문에 많이 다치고 마음고생을 했을 테니 샤를렌이 그녀를 곱게 보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이 몹시 컸기 때문이다.

16606125848745.jpg“안녕하세요, 공주님.”

샤를렌의 목소리는 몹시 피곤하게 들렸지만, 전혀 날이 서거나 불쾌함을 담고 있지 않았다. 소렐은 그 순간 샤를렌의 품에 푹 파묻혔다.

16606125848745.jpg“이제야 얼굴을 보네. 그런데 우리 집 바보멍청이가 공주님께 심려를 끼쳐드렸나 봐요. 얼굴이 반쪽이 되셨네.”

그런 뒤 그녀의 곁에 서 있는 ‘우리 집 바보멍청이’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16606125848745.jpg“뱀한테 물렸다면서? 아주 멀쩡해 보이네? 그런데 그게 날 부를 일이야?”

16606125848759.jpg“부를 일이니 불렀겠지.”

뒤에서 날아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은 소렐은, 하도 샤를렌의 키가 커서 고개를 한껏 젖히다가 그만 뒤로 넘어갈 뻔하고 말았다.

16606125848745.jpg“아, 아버지도 오셨어요?”

16606125848759.jpg“바로 조금 전에 왔다.”

눈을 깜빡깜빡하던 소렐이 머뭇거리다가 샤를렌에게서 몸을 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16606125840729.jpg“제가 차를 가지고 올게요.”

16606125848759.jpg“공비가 뭐하러? 앉으렴.”

로렌스는 제 옆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는 그 와중에도 오랜만에 보는 며느리에게 초콜릿상자를 건네는 걸 잊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에벌린이 문간에 나타났다.

16606125840729.jpg“네, 여기 차를 내와 주세요. 고마워요.”

부탁한 소렐은 양손을 마주 잡아 무릎 위에 내려놓은 뒤, 다시 고개를 들다가 문득 뱀파이어들이 자신을 빤히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6606125840729.jpg“아.”

그녀가 불러모은 모임이니, 그녀가 주도하는 거였다. 모두가 그녀가 말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렐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16606125840729.jpg“……리페르게라 일은 잘 해결되었어요. 하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큰일이 벌어지고 말았어요.”

그녀의 피를 먹여 잠재워둔 뱀의 존재감이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느껴진다.

16606125848745.jpg“보통 뱀이 아닌가 보죠?”

하긴 이 밤에 급히 막차를 잡아타면서도, 샤를렌 역시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웬만한 일이 아니라면 소렐이 그들을 부르지 않았을 거다.

16606125848759.jpg“이 겨울에 뱀에 물렸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지.”

로렌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16606125840729.jpg“……까만 실뱀 다섯 마리한테 물렸어요.”

소렐은 낙담하여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녀가 곧장 알아차리고 어떻게든 방비를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다섯 마리 말고 네 마리, 아니, 세 마리였다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을 텐데. 샤를렌은 팔짱을 끼었다. 대번에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16606125848745.jpg“오빠처럼 지독한 사람을 물었다는 데서 보통 뱀이 아니란 건 알겠는데.”

16606125840733.jpg“재미없다.”

16606125848745.jpg“농담 아니니까 좀 조용히 해. 생각하는 거 안 보여?”

16606125840733.jpg“네가 생각이란 걸 할 줄도 알았어?”

16606125848745.jpg“공주님, 물렸다고 하기엔 아주 멀쩡해 보이는데요!”

남매가 늘 그랬듯이 티격태격하기 시작하자 로렌스는 한숨을 쉬었다.

16606125848759.jpg“둘 다 조용히 해라. 대마법사가 말한다는데 끝까지 들어야지. 그래, 무슨 뱀이니?”

그걸 말하려고 온 가족을 불러 모은 거겠지. 로렌스의 말에 소렐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쩐지 왜 라이킨이 그녀에게 사과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 역시 대마법사로서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라이킨을 걱정해주는 가족들에게 또 안 좋은 소식을 전하다니. 그들을 볼 낯이 없었다.

16606125840729.jpg“……엘펜하임이 무너지면서 제 외할아버지가 하셨던 예언의 봉인이 깨졌지요. 그런데, 엘펜하임에 방문해보니, 그 자리에는 그 예언만 봉인된 것이 아니었어요.”

16606125848759.jpg“안다. 헬레인 왕궁은 신성한 자리였지.”

로렌스는 아주 오랜 기억들을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16606125840729.jpg“네. 아주 거대하고 커다란 사악한 것이 그 자리에, 오래전에 봉인되어 있었어요.”

그게 뭔지 처음에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16606125840729.jpg“하지만 이번에 봉인이 깨지면서 그 사악한 것까지 풀려났어요. 흑마법사들이 아주 좋아하고 숭배하는 존재입니다. 그 존재의 수족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아직은 미약한 힘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그것이 바로 이번에 라이킨을 문 뱀들이에요.”

말하기 힘들어 하는 아내를 대신에 라이킨은 의자에 기대 몸을 길게 늘이며 입을 열었다.

16606125840733.jpg“최근 글래스턴의 공작저 근처에서 자꾸만 새카만 실뱀들이 발견된다고 정원사가 말했습니다. 보이는 족족 죽이라고 지시를 내렸는데, 여기까지 쫓아온 모양입니다.”

16606125840729.jpg“여기는 엔버네스에 머물면서부터 제가 방비를 해뒀었어요. 하지만 왕궁에서 일이 벌어졌죠.”

말하던 소렐이 시무룩하게 어깨를 늘어뜨렸다.

16606125840733.jpg“그건 공주님 잘못이 아닙니다. 왕궁까지 방비를 하실 필요는 없으시잖습니까. 게다가 그때 바쁘셨어요.”

곧 죽어도 아내가 시무룩해하는 꼴은 못 보는 라이킨이 그녀의 손을 서둘러 잡고 달랬다.

16606125840729.jpg“나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심겨졌잖아요.”

16606125848759.jpg“심겨졌다고?”

로렌스가 그 말에 반응했다.

16606125840729.jpg“네. 심겨졌어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사악하고 거대한 존재가, 라이킨의 의식에…….”

소렐은 입술을 한 번 꾹 깨물었다.

16606125848759.jpg“목숨에 위협이 되는 일이니?”

대번에 심각해진 로렌스가 물었다.

16606125840729.jpg“네.”

소렐도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16606125840733.jpg“계속 정기적으로 억누르면 괜찮습니다, 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16606125840729.jpg“아뇨, 걱정해야 해요, 라이킨.”

어떻게든 거짓말을 해서라도 늙으신 아버지를 안심시키려는 아들의 말에 소렐이 강하게 반박했다.

16606125840729.jpg“그 사악한 뱀이 아직까지 라이킨 안에 잠재되어 있는 거예요. 나도 뿌리 뽑을 수가 없어요. 지금 애써 누르고 있지만, 이제 시작인 거예요. 점점 강해질 거예요. 라이킨은 뱀의 숙주가 되었어요.”

말해놓고서 대마법사는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보다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16606125840729.jpg“그게 흑마법사들의 목표였던 거예요.”

가장 강력한 존재를 무너뜨리고 대마법사를 손에 넣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는 건가. 소렐은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라이킨 안의 새카만 힘을 응시했다.

16606125840729.jpg“지나치게 커다란 존재예요.”

16606125848759.jpg“그러니까, 그 존재가 누구니?”

로렌스가 침착하게 물었다. 소렐은 몇 번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16606125840729.jpg“뱀들의 왕, 바실리스크요.”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동안 침묵하던 로렌스는 결국 양해를 구하곤 파이프를 물었다.

16606125848759.jpg“……오랜만에 듣는 이름이구나.”

뱀들의 왕, 바실리스크.

16606125848759.jpg“그놈은 머리가 몇 개였지?”

머리가 하나가 아니란 말이야? 경악한 샤를렌이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16606125840729.jpg“……다섯 개요.”

16606125848759.jpg“다섯 마리에게 물렸으니 충분하구나.”

로렌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는 팔짱을 낀 채 깊은 사색에 잠겼다. 오래도록 살면서 많은 것을 본 현명한 뱀파이어가 뭐라도 알려줘야 하는데 생각에 잠기셨으니, 상대적으로 아는 게 덜한 샤를렌은 대마법사에게 물어야 했다.

16606125848745.jpg“머리가 다섯이라니?”

대답은 뱀에게 물려놓고도 태연하게 앉아 있는 오빠에게서 나왔다.

16606125840733.jpg“다섯이야. 사각지대가 없고. 눈이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상대할 수 있으니까.”

16606125848745.jpg“몸은 하나고?”

라이킨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16606125840733.jpg“하나지. 대신 다섯 배로 거대하지.”

그래서 다섯 마리가 그를 끝내 물어버린 것이다. 소렐은 고개를 들어 라이킨의 안에서 어떻게든 그를 차지하려고 눈을 빛내고 있는 바실리스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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