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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공비의 드레스 (8) (150/181)

150. 공비의 드레스 (8)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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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렐 이드리스가 데뷔한 이후로 남성들이 백색 보타이를 매고 참석해야 하는 공식연회는 대부분, 그 자그마하지만 대단한 권위를 지닌 칼리에르 공비가 주목받았다. 그건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헬레인 왕조의 모든 재산을 다 물려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을 정도로 부유했고, 거기다 글래스턴 은행을 꽉 쥐고 있는 칼리에르 공의 아내이고, 무엇보다 세련된 감각이 뛰어났다.

166061255424.jpg“칼리에르 공비전하께서 오랜만에 오셔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우리 공주님과 왕자님은…….”

166061255424.jpg“……공주님들은, 그렇죠? 그래요, 맞아요.”

안타깝게도 올센의 왕족들은 세련된 감각이 영 없기로 유명했다. 연회에 초청될 정도로 명예가 드높고 쟁쟁한 가문 출신인 귀족들은 부채와 장갑 사이로 시선을 주고받고, 말을 옮겼다.

166061255424.jpg“이젠 그냥 공비전하가 아니라 대마법사지요.”

166061255424.jpg“예전 분위기와는 좀 다르지 않습니까?”

166061255424.jpg“그러게요. 부쩍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166061255424.jpg“하긴 그렇게 큰일을 해냈는데, 바뀐 점이 많겠지요.”

여기에서 소렐이 장하게 해낸 ‘큰일’이란 밀입국한 엘펜하임 수뇌부를 전부 처리한 일을 말했다.

166061255424.jpg“뻔뻔하게 기어들어왔다가 아주 제대로 끝났죠. 양심도 없는 집단이에요.”

166061255424.jpg“원래 그치들이 강도질부터 시작한 천박한 집단 아닙니까. 이번에 대마법사가 아주 깔끔하게 처분해서 다행입니다.”

166061255424.jpg“더구나 일종의……, 보복도 되지 않겠어요? 헬레인 왕조가 그리된 게 다 엘펜하임 때문이잖아요.”

이런저런 소리들이 오고 간다는 게 다 느껴지는 소렐은 라이킨을 올려다보았다.

16606125557812.jpg“예, 공주님.”

그는 그녀의 시선에 곧장 반응했다.

16606125557819.jpg“앞으로는 적당히 안 듣는 연습도 해야 할 것 같아요.”

각성을 하니 별 소리가 귀에 다 들어온다. 안 그래도 헬레인 토끼 특유의 예민한 청력을 가지고 있던 소렐은 더 피곤해졌다.

16606125557812.jpg“피곤하지요.”

라이킨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역시 뱀파이어이기에 굳이 듣지도 않아도 될 말과 보지 않아도 될 것들이 귀와 눈에 다 들어왔다.

16606125557819.jpg“각성했더니 더 예민해졌어요. 소명 절차를 밟을 때는 막 회복되던 참이어서 그랬는지 잘 들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건강해져서 그런지 훨씬 더 많이 들리네요.”

16606125557812.jpg“법원은 조용했지요. 이곳에서는 수군대는 소리에 음악소리까지 겹쳐서 귀가 더 피곤하실 겁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왔으니 자연히 피곤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소렐 자신의 이름이 자꾸 거론되고 있으니, 듣지 않으려 해도 귀가 저절로 반응했다.

16606125557812.jpg“그냥 집에 있을 걸 그랬지요?”

눈을 휘며 웃는 남편의 물음에 소렐은 그만 같이 웃어버렸다.

16606125557819.jpg“내가 집에 있겠다고 하면 또 아무것도 못 할 거면서…….”

16606125557812.jpg“제가 뭘 못 합니까?”

16606125557819.jpg“……알면서 물어보지 말아요.”

16606125557812.jpg“정말 몰라서 여쭤보는 겁니다만. 제가 공주님께 뭘 못 할까요?”

당돌하게 나오면 당황하는 것 같다가도 괜히 천 년을 산 게 아니라는 걸 결국 증명하는 남편이다. 소렐은 재미있어 하는 남편의 목소리에 눈동자를 도록도록 굴렸다.

16606125557819.jpg“배고파요. 오늘 만찬에 연어 요리가 나온대요.”

16606125557812.jpg“그렇군요. 그런데 제가 공주님께 집에서 단둘이 있으면서 뭘 못 할까요?”

남편은 실로 집요했다. 오늘의 화제이자, 루겐버그 여사 의상실의 실추된 명예를 단번에 올리고 있는 드레스 자락을 다 챙기면서도 계속 물었다. 그래서 소렐은 그를 돌아보았다.

16606125557819.jpg“……난 뭐든 괜찮다는 건데요.”

천장에 달린 거대한 샹들리에에서 빛이 내려왔다. 머리에 쓴 헬레인 티아라가 찬란하게 빛나고, 목에 건 유서 깊은 보석들이 눈이 부셨다. 완벽하게 성장을 차린 소렐은 꼭 그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존재 같았다.

16606125557819.jpg“원래부터 알 건 다 알긴 했지만, 각성한 다음에는 더 아는 게 많아져서요.”

공주님은 교양 있는 신사숙녀가 해선 안 될 말을 하시면서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16606125557819.jpg“건강해졌으니까, 음, 그래요.”

그 이상은 부끄러우니까 그만 말해야지.

16606125557812.jpg“……건강해졌으니까, 뭘 말씀이십니까?”

16606125557819.jpg“지금 좋아 죽겠다는 거 눈에 다 보이는데 알면서도 자꾸 물어보면 오늘부터 각방 쓸 거예요.”

16606125557812.jpg“오늘 연회를 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공주님이 용감하게 큰 맘 먹고 은근한 부부간의 사정을 먼저 말해줬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득시글대는 연회에 있다니.

16606125557819.jpg“왜요, 여긴 뒷방도 많은데.”

16606125557812.jpg“점점 위험한 말씀만 하십니다.”

라이킨은 기가 막히다는 듯, 멀쩡하고 태연한 얼굴로 맹랑한 말만 하는 소렐을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렐은 무슨 말을 했냐는 듯 그녀에게 인사하는 이들에게 마주 인사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표정이 환해져서 걸음을 빨리했다.

16606125557819.jpg“아버님!”

작게 부르는 소리에 발레시나스 공작이 고개를 돌렸다. 볼이 쪽 빠져서 훨씬 성숙해졌다는 평을 듣고 있는 공비지만, 시아버지 눈에는 그저 어리고 한참 귀엽기만 한 손주 같은 며느리다. 그전까지 표정을 굳히고 있던 로렌스의 입이 귀에 걸렸다.

1660612556352.jpg“왔어? 지금 막 왔니? 어디 보자, 그 드레스냐?”

16606125557819.jpg“네!”

1660612556352.jpg“오늘도 참 예쁘구나. 잘 어울려요. 걱정을 좀 했는데 루겐버그 부인이 최선을 다했구나.”

16606125557819.jpg“여기가 이렇게 찢어진 거였어요.”

1660612556352.jpg“감쪽같은데? 전혀 모르겠다. 여기에서 우리 며느리밖에 보이지 않아요.”

칭찬을 받은 소렐의 표정이 환했다.

16606125557819.jpg“샤를렌은 오지 않았어요?”

1660612556352.jpg“응. 바쁘다더라.”

16606125557819.jpg“그렇구나…….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만난 지 제법 오래되어서, 이젠 다시 한번 만나서 그간의 회포를 풀었으면 했다.

1660612556352.jpg“당장 내일이라도 보면 되는 거지.”

로렌스는 소렐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자상하게 대답해주며 다가오는 아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부자 사이의 인사는 아주 간단했다.

16606125557812.jpg“다들 알고 있습니까?”

1660612556352.jpg“협상장에서 말을 가장 많이 할 이들이라면 다 알고 있지. 첩보원들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지, 그렇지?”

로렌스는 소렐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16606125557819.jpg“네.”

1660612556352.jpg“불쾌하진 않았고?”

16606125557819.jpg“괜찮았어요. 다 재갈을 물려놔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걸요.”

1660612556352.jpg“덕분에 리페르게라를 단단히 망신을 주고, 우리가 원하는 농산물 수출입 협상과 군사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수고했다.”

소렐은 생긋 웃었다.

16606125557812.jpg“폐하께서는 뭐라고 하십니까?”

라이킨은 그게 궁금했다. 이게 전부 다 정신 나간 왕세자의 결혼과 연관되어 있는 일이다.

1660612556352.jpg“뭐라고 하시긴, 아무 말씀도 안 하시지.”

무슨 말을 하겠나.

16606125557812.jpg“우리 공주님께서 그쪽 공주를 직접 대면하고 싶으시다는데요.”

1660612556352.jpg“그건 그렇게 해야지. 국왕폐하께서도 알고 계시니, 소렐?”

소렐이 튀어 오르듯 로렌스를 보았다.

16606125557819.jpg“네!”

1660612556352.jpg“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그럴 권리가 있어요. 네가 끝내는 게 좋겠다.”

16606125557812.jpg“끝내기까지 할까요?”

1660612556352.jpg“칼리에르 공비가 올센 정부의 비공식적인 의사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았다, 고 하자.”

어쩐지 거창하게 들린다. 소렐은 바짝 긴장했다.

16606125557819.jpg“열심히 할게요.”

1660612556352.jpg“혼자 엘펜하임으로 쳐들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쉬울 거다.”

로렌스가 픽 웃었다.

1660612556352.jpg“그러니 긴장하지 말고.”

16606125557819.jpg“네! 잘할게요!”

1660612556352.jpg“그래, 그러렴. 오늘 재미있게 놀고.”

긴장한 소렐이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라이킨이 목소리를 아주 낮춰서 아버지에게 속삭였다.

16606125557812.jpg“아버지, 제가 공주님께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공주님이 그 건방진 공주를 상대로 괜찮을까요?”

로렌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심하다는 듯 아들을 바라보았다.

1660612556352.jpg“리페르게라의 첩보원들은 어떻게 독대시켰니?”

16606125557812.jpg“그거야 다 묶어놨으니까…….”

1660612556352.jpg“넌 소렐이 엮이면 애가 참 이상해져. 그렇게 키우진 않았는데, 원…….”

16606125557812.jpg“이상해지긴 제가 뭘, 아버지, 어디 가세요?”

1660612556352.jpg“소렐, 쟤는 버려두고 우리끼리 가자.”

눈에 띄는 뱀파이어 부자와 헬레인 공주 며느리가 함께 즐거운 만담을 나누는 건 사람들이 전부 다 주시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시선이 따가웠지만 커다란 장신의 뱀파이어들이 적당히 시선들을 가려주었다.

166061255424.jpg“참 저 집은…….”

166061255424.jpg“그렇죠? 눈에 띄죠? 보기만 해도 즐거워요.”

166061255424.jpg“예, 그렇습니다.”

올센의 공주들도 모여서 그쪽 집안을 구경하고 신기해 할 지경이니, 이 연회의 주목은 죄다 칼리에르 집안에서 가지고 갔다 해도 무방했다. 엔버네스 사교계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번 하반기 화제성은 다 가지고 갔던 소렐 이드리스가 돌아왔다.

166061255424.jpg“저번 데뷔 때보다 훨씬 많이 바뀐 것 같네요. 대마법사라 그런가 봐요.”

166061255424.jpg“아직 앳된 모습인데 대마법사라니, 벌써부터 혁혁한 공도 세웠고 말이에요.”

소렐은 무척 긴장해서 온 연회였지만, 사람들은 이미 그녀를 호감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다 로렌스와 샤를렌이 정치며 언론을 상대로 바쁘게 일한 덕이기도 했다. 하긴 그냥 헬레인 공주가 아니라 칼리에르 공비로 데뷔하는 전대미문의 등장에 더해, 대마법사로서도 상당히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녀만 한 데뷔탕트는 아주 드물다 못해 없었다.

166061255424.jpg“리페르게라 공주와는 대화해보셨나요? 우리나라말이 아주 유창하던데요.”

166061255424.jpg“아, 그래요?”

하지만 그뿐이다. 어차피 잠깐 왔다 가는 외국 공주보다는 현재 이 나라 정치권력의 중심이자, 앞으로도 내내 힘을 가지고 있을 헬레인 공주가 더 관심의 대상이다. 리페르게라 공주가 왕세자비가 될지 안 될지는, 두고 봐야 아는 거 아닌가. 올센의 공주들과 몇몇 관료들을 상대로 미소를 짓고 있던 버나딘 공주에게 쏠리는 시선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166061255424.jpg‘이거 이상한데.’

버나딘 공주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라이오넬 왕세자와 혼담이 심심찮게 돌고 있는 몸이다. 그런데 이렇게 시선들이 안 올 수가 있나? 어느덧 연회는 중반부로 접어들었고, 왕세자는 버나딘 공주에게 형식적인 인사 외에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저쪽 깊은 방 안에서는 만찬을 끝낸 외교관들끼리 협상을 벌이고 있을 거다.

16606125557819.jpg“조금 지루하신가요?”

버나딘 공주는 말을 걸어오는 사람을 돌아보았다. 그녀가 쓴 것보다 더 화려한 티아라를 쓴 미인이 웃고 있었다.

166061255424.jpg“공주님, 소렐 이드리스 칼리에르 공비이십니다.”

공주의 곁에 있던 올센 궁내부 관계자가 재빨리 소개를 했다.

166061255424.jpg“만나서 반가워요.”

버나딘 공주의 대답에 소렐은 미소를 지었다.

16606125557819.jpg“올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연회가 즐거우셨으면 좋겠어요.”

166061255424.jpg“네, 뭐……. 연회들이 다 즐겁지요.”

16606125557819.jpg“조금 바람을 쐬시는 건 어떨까요?”

둘이서 함께 걷기라도 하자고? 물론 서로 팔짱을 끼고 정원을 거니는 숙녀들이 많았지만, 버나딘 공주는 적어도 저 공비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166061255424.jpg“추워서 안에 있고 싶네요.”

16606125557819.jpg“그럼 더 안으로 가실까요.”

싫다는데 감히 강요를 하는 건가? 앉아 있던 버나딘 공주는 고개를 치켜들었으나 칼리에르 공비는 그녀를 차분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보다 훨씬 더 어린 여자에게 그런 시선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166061255424.jpg“거절하겠어요.”

공주가 강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공비는 물러나지 않았다. 도리어 물러난 건 버나딘 공주를 수행하던 올센의 궁내부 관계자들이었다.

16606125557819.jpg“아뇨, 공주님. 제게 잠깐 시간을 내주셔야 합니다.”

그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투였다. 버나딘 공주는 공비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홀로 선 공비는 내내 그림 같은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16606125557819.jpg“일어나시지요.”

166061255424.jpg“감히…….”

16606125557819.jpg“아니면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실까요?”

버나딘 공주는 어느 정도 정치를 알았다. 그러니 왜 올센 관료들이 전부 다 한 발자국씩 물러나고, 그녀를 수행하는 리페르게라 수행원들이 당황했는지 눈치를 챘다. 저들에게 무슨 속셈이 있는 거다.

166061255424.jpg“이게 올센 정부의 의지입니까?”

공주의 날선 물음에 칼리에르 공비이자 대마법사는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16606125557819.jpg“예, 그렇습니다.”

버나딘 공주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166061255424.jpg“그럼 가지요.”

어디 한번 해봅시다, 라는 투가 다분했다. 그녀는 전투적으로 일어나다가 저 멀리에 서 있는 라이오넬 왕세자와 눈이 마주쳤다. 왕세자는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166061255424.jpg‘……어떻게 된 거지?’

뭔가 이상해도 한참 이상했다. 공주는 석연치 않다는 생각을 하며 칼리에르 공비의 뒤를 따라갔다.

16606125557819.jpg“이쯤이 좋겠군요.”

공주의 뒤에 리페르게라 수행원들이 따르는 반면, 칼리에르 공비는 아무도 달고 오지 않았다. 그녀는 대마법사이니 아무런 걱정도 없다는 건가. 하긴 걱정을 하려면 버나딘 공주가 더 걱정을 해야 했다. 공비는 그녀를 궁 안쪽의 어느 방으로 안내했다.

166061255424.jpg“이런 식으로 예정에도 없는 일을…….”

16606125557819.jpg“원하신다면 공주님과 함께 계셔도 좋습니다.”

소렐은 그녀에게 공격적으로 나오는 리페르게라 수행원의 말을 잘랐다. 남편과 꽤나 오래 있었나 보다. 어느새 그의 말투가 그녀에게도 배었다.

166061255424.jpg“그래서, 하려는 말이 뭔가요?”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버나딘 공주는 고압적인 자세를 잃지 않은 채 소렐에게 물었다. 어차피 저쪽은 망한 왕조 출신이다. 그녀가 더 우위에 있는 건 당연했다.

16606125557819.jpg“공주님께서 아실지 모르겠지만, 며칠 전에 누군가가 제가 의뢰한 의상실을 습격해서 제 드레스를 망쳤습니다.”

166061255424.jpg“그거 유감인데, 고작 그런 말을 하려고 날 불렀나요?”

창밖을 보고 있던 공비가 버나딘 공주를 넘겨보았다.

16606125557819.jpg“그 과정에서 애꿎은 올센 사람이 하나 죽었지요.”

엘펜하임 수뇌부 스물한 명에 더불어 뱀파이어라는 에설론 백작까지 다 처리했다지. 버나딘 공주는 대마법사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며, 문득 그 사실을 떠올렸다.

16606125557819.jpg“공주님, 저는 사실 정치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 돌려서 말할 줄은 모릅니다. 그러니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리페르게라의 첩보원 두 사람을 제가 구금하고 있습니다.”

망가진 드레스의 주인이자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방싯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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