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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공비의 드레스 (2) (144/181)

144. 공비의 드레스 (2)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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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넝마 조각이 된 귀한 원단, 흩어진 보석, 찢어진 섬세한 자수들, 소렐은 탈의실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넓은 공간에 혼자 서 있는 드레스를 유심히 살폈다.

16606125022101.jpg“원래 디자인이 뭔지 몰라서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소렐은 아주 신중하게 운을 뗐다.

16606125022105.jpg“우리 둘뿐인데 어떻습니까.”

16606125022101.jpg“그래도 내가 강도였다면 저런 준보석들은 다 가지고 갈 텐데요.”

16606125022105.jpg“그렇지요?”

라이킨은 싱긋 웃었다.

16606125022105.jpg“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16606125022101.jpg“정답이지요?”

16606125022105.jpg“정답입니다.”

추리소설을 열심히 읽길 잘했어! 소렐은 뿌듯해졌다.

16606125022133.jpg“여기에서 뭐가 없어졌는지 봐주셔야 합니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요.”

경사가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고개를 숙인 루겐버그 여사는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신 베티가 하얗게 질렸다.

16606125022133.jpg“디자인집이 어디 있죠? 그걸 도둑맞았을지도 몰라요!”

16606125022133.jpg“그게 무슨 소용이야. 이미 내 걸작이 저렇게 되었는데.”

루겐버그 여사가 갈라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16606125022133.jpg“고객한테 가장 먼저 보여야 할 작품이 다른 놈한테 벌써 노출되어서 저 꼴이 났잖아. 이미 내 디자인은 유출되었어. 이번 시즌은 끝이야.”

잔뜩 좌절한 목소리에 듣던 사람마저 우울해졌다.

16606125022105.jpg“그 말은 우리 공비전하의 시즌도 끝장이라는 말인데요, 여사. 난 그러라고 여사를 선택한 게 아닙니다.”

루겐버그 여사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몇 시간 사이에 나이가 훨씬 더 든 것처럼 보였다.

16606125022105.jpg“차라리 잘되었지요. 다들 여사의 드레스가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해 미치려고 할 텐데.”

라이킨은 한가롭게 말하며 주변을 계속 둘러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그의 공주님이 이번 행사를 망치는 건 절대로 안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6606125022101.jpg“포기하지 말아요.”

베티 스미스 양은 눈을 반짝거리며 웃는 칼리에르 공비를 보고, 귀하게 자란 공주님은 저리 여유가 넘쳐나고 행복해 보이나 보다,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녀는 그 와중에도 루겐버그 여사의 손을 잡고 웃을 줄 알았다. 드레스가 찢어져서 화를 내거나 마음 상한 구석은 전혀 없었다.

16606125022101.jpg“아직 시간이 많이 있잖아요. 그리고 다 찢어진 것도 아니고, 치마 부분은 많이 남았는데요, 뭐. 이 정도면 고칠 수 있지 않아요?”

소렐의 시선이 베티에게로 향하자, 베티는 깜짝 놀라면서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16606125022133.jpg“예, 맞아요. 고칠 수 있어요. 선생님, 저건 고칠 수 있잖아요. 레이스도 크게 상하지 않았고, 가슴 부분만 새로 만들면 될 거예요. 선생님, 우리 힘내요. 저걸 만들려고 며칠을 밤을 새우셨잖아요.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요.”

루겐버그 여사는 카리스마가 있고 예술적 감각도 뛰어났지만, 그에 비례해서 신경이 아주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었다. 옆에서 북돋아주고, 흔들리지 않고 뒷받침해주는 제자들이 없었다면 이번 칼리에르 공비의 드레스 컬렉션을 만드는 일도 완수해내지 못했을 거다.

16606125022133.jpg“내 작품을 노렸을 텐데…….”

루겐버그 여사는 자신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면서도 어쨌든 자리에서 일어났다.

16606125022133.jpg“이런 짓을 했을 거라고 짐작 가는 사람이 있으십니까?”

때마침 경사가 그녀의 말을 듣고 물었다.

16606125022133.jpg“오, 경사님. 이런 일들은 아주 비일비재해요. 그래서 의상실이라면 마땅히 이중, 삼중으로 잠금장치를 해놓고 문단속을 철저히 한답니다. 남성 정장을 하는 곳이라면 아예 사람까지 세워놓고 경비를 서는걸요.”

16606125022133.jpg“아, 그렇습니까……?”

그런 건 몰랐다는 듯, 경사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16606125022133.jpg“그러니 내가 공비전하의 드레스를 다 도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질투를 한 누군가가 침입해서 저렇게 내 작품을…….”

이크. 경사는 순식간에 일그러지는 루겐버그 여사의 표정을 보고 아차 싶었다.

16606125022133.jpg“저렇게 넝마로……, 저렇게…….”

여사는 또 줄줄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섬세한 예술가적 기질이 이 상황을 도저히 견디질 못하겠나 보다.

16606125022133.jpg“디자인을 훔치거나 작품을 망치는 건 솔직히 흔히 있는 일이에요.”

그래서 베티가 서둘러 대답했다.

16606125022133.jpg“이렇게 중요한 작품이 망가진 건 처음이지만, 제가 있었던 4년간 디자인집을 도둑맞은 경우도 있었어요.”

16606125022133.jpg“그게 언제입니까?”

16606125022133.jpg“2년 전이었어요.”

16606125022133.jpg“범인은 찾았습니까?”

16606125022133.jpg“아뇨.”

베티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선 창밖을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16606125022133.jpg“올리비아는 어디로 간 걸까요, 선생님? 선생님, 그만 우세요. 지치실 거예요.”

라이킨은 소렐에게 고개를 숙였다.

16606125022105.jpg“공주님께서는 계속 드레스를 저 사람에게 맡기고 싶으십니까? 아무래도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지 않은데요.”

16606125022101.jpg“그래도 맡길래요.”

소렐은 뜻밖에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떠한 실망도 찾아볼 수 없었다.

16606125022101.jpg“난 저 베티라는 견습생이 마음에 들어요. 루겐버그 여사를 잘 달래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어쨌든 여사의 예술성과 미적 감각 하나는 엔버네스 최고라면서요. 저 찢어진 드레스만 봐도, 나라도 그렇다는 걸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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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06125022105.jpg“공주님의 안목이 어때서요.”

16606125022101.jpg“나야 이제 겨우 물건을 보는 단계인걸요.”

그녀는 중얼거리다가 약간 어깨를 움츠렸다.

16606125022101.jpg“……샤를렌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싶긴 한데…….”

사실 샤를렌도, 또 로렌스 오블리앙 공도 가을 이후로 전혀 만나지 않았다. 소렐은 입술을 말며 손을 맞잡았다. 이혼까지 한다고 난리를 치다가 다시 붙었으니, 그들이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16606125022105.jpg“공주님.”

라이킨은 올리비아 마이슨 양의 행방을 찾고 있는 경사를 바라보다가 소렐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16606125022105.jpg“샤를렌이나 아버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이번에 엔버네스에서 차근차근 만나시면 됩니다. 모두 공주님을 걱정하면서 조심하고 있는 중이니, 공주님도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안 좋은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16606125022101.jpg“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한참 잠들었다가 깨어나고 보니 할 일들이 계속 한가득이다. 이젠 강도 살인사건까지 맞닥뜨린 걸 보면 소렐 이드리스의 인생 참 요란하고 정신없다.

16606125022105.jpg“예. 이 일도 그냥 평범한 강도 살인사건이라면 참 다행이겠지만…….”

라이킨도 소렐을 따라 말을 흐렸다. 하지만 어쩐지 아닐 것 같다. 경사는 베티 스미스 양의 침착한 증언에 따라 의상실 전부를 뒤져보곤, 디자인집은 도둑맞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값비싼 원단이나 진주장식 같은 것도 도둑맞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16606125022133.jpg“올리비아 마이슨 양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두 시간이 지나고 세 시간이 지나도 그녀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

16606125022133.jpg“이거 수상한데.”

경사는 책상을 툭툭 두드리다가 문득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기를 돌아보았다.

16606125022133.jpg“예, 로버트 베첼입니다.”

16606125022105.jpg[안녕하십니까, 경사님. 제임스 라이킨 칼리에르입니다.]

담백한 말에 경사는 튕기듯이 몸을 일으켰다.

16606125022133.jpg“아, 공작전하! 어쩐 일이십니까?”

16606125022105.jpg[다름이 아니라 올리비아 마이슨 양이 돌아왔는지 궁금해서요.]

16606125022133.jpg“그게, 안 돌아왔답니다.”

시계는 벌써 여덟 시를 지나고 있었고, 해는 저문 지 오래다. 눈이 굴러다니는 추운 거리에는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치며 저마다 무도회장이나 극장, 혹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16606125022105.jpg[집에는 돌아왔답니까?]

16606125022133.jpg“아뇨, 하숙집에 연락을 해봤지만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16606125022105.jpg[정확하게 이번에 도둑맞은 게 뭐랍니까?]

16606125022133.jpg“공비전하께서 입으실 드레스의 상체 앞부분이라고 합니다. 리본과 레이스, 그리고 준보석들이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하던데요. 그중에서도 일부가 사라진 거라고 합니다. 찢기기만 크게 찢긴 거라고 했습니다.”

16606125022105.jpg[……아무래도 그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마이슨 양이 수상하군요.]

16606125022133.jpg“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16606125022105.jpg[모쪼록 잘 부탁합니다.]

16606125022133.jpg“예, 걱정 마십시오!”

전화를 끊은 로버트 베첼 경사는 휴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엔버네스는 엔버네스. 순식간에 순조로운 경찰 인생에서 거물 중의 거물을 만나게 되다니. 이거 큰일이다. 아주 신중하게 사건을 해결해야겠다. 다음 날, 경사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 올리비아 마이슨 양에 대한 수배를 내렸다. 기자들은 그녀가 ‘칼리에르 공비전하의 드레스를 망친 범인이자 강도’라며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다. 신경이 아주 예민한 루겐버그 여사는 또 실신했다고 했다. 자신의 제자가 드레스를 망친 범인이자 강도라며 올센 전역에 기사가 난 마당에 실신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칼리에르 공비의 의상을 의뢰한 의상실이 쑥대밭이 되었다는 건 좋은 기삿거리였다. 샬롯 존슨 양은 살해되었고, 올리비아 마이슨 양이 범인이라고 하며, 남은 건 그나마 정신력이 강해 보이는 베티 스미스 양밖에 없었다.

16606125022105.jpg“공주님, 마음이 많이 상하셨겠습니다.”

소렐은 고개를 들고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가 직접 맡겨서 의뢰한 드레스들이 이렇게 시끌벅적한 살인사건에 휘말릴 줄이야.

16606125022101.jpg“나는 괜찮아요. 오히려 라이킨이 많이 짜증나겠어요.”

그녀는 손을 뻗었다. 손만 뻗어도 남편이 알아서 몸을 숙이고 얼굴을 대준다. 소렐은 약간 접힌 그의 미간을 어루만졌다.

16606125022101.jpg“속상하지요?”

이 상황에서 누구보다 짜증이 났을 사람이 바로 라이킨이었다. 그가 특별히 소렐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한 일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기껏 공을 들인 선물을 누가 제대로 망친 기분이다.

16606125022101.jpg“나한테 주는 건데 망가졌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나는 라이킨이 직접 챙겨준 것만으로도 기뻐요.”

16606125022105.jpg“공주님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만족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좋은 걸 다 가지셔야지요.”

어, 그렇게 되나? 고개를 한 번 갸웃거렸던 소렐은 그냥 환하게 웃었다. 웃으면 그가 가만 보다가 품에 꽉 안아버린다. 숨이 막히지는 않게, 하지만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낄 정도로 빈틈없이 꼭꼭 안아서 온기를 나누었다.

16606125022105.jpg“저한테 이거 좀 해달라 저거 좀 해놔라, 이리저리 시키십시오. 가지고 싶으신 거나 하시고 싶으신 건 없습니까?”

가만히 생각하던 소렐이 그의 품에 머리를 기댄 채 중얼거렸다.

16606125022101.jpg“편안하면 딱히 바라는 게 없어요. 그러니까 내가 학교에 가고 싶다는 것 외에 딱히 바라는 게 없었던 거예요.”

다시 돌아보면 풍족한 삶이었다. 시골에선 적당히 또래 아이들과 장난을 치며 놀고, 학습은 아빠가 담당했다. 더 큰 도시로 가서 더 많은 걸 배우고 싶다는 소망 외엔 다른 건 더 필요하지도 않았다.

16606125022101.jpg“그런데 집을 나가 보니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자고, 갓 만든 음식을 먹고,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게 사실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16606125022101.jpg“돈도 있고 마법도 있으니까 웬만한 건 다 괜찮은데, 평온하지 못해서.”

평화로운 휴식이 간절했다.

16606125022101.jpg“그리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아주 많았어요.”

친절하게 웃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그녀를 아끼는 사람들이 간절했다.

16606125022101.jpg“그러니까 지금 나는 정말 괜찮아요. 아주 평온하고.”

16606125022105.jpg“밖에서 떠들어대는 소리를 들으면 딱히 평온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16606125022101.jpg“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예요. 나한테 라이킨도 있고 에벌린도 있잖아요.”

그녀가 가지고 싶다고 한다면 세상도 다 가져다 줄 남자는 그만 입이 귀에 걸리고 말았다.

16606125022105.jpg“예. 제가 있지요.”

에벌린은 쏙 빼버리고 저가 듣고 싶은 것만 골라 들었다.

16606125022101.jpg“라이킨이랑 함께 있으면 늘 편안하고 좋아요. 그러니까 새 드레스가 조금 망가지거나,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게다가 기사야 뭐, 더 험한 걸로도 많이 났는데 이 정도야 뭐…….”

사실은 그래서 더 시끌벅적했다. 안 그래도 가을을 휩쓸었던 소문의 주인공이, 이번에는 간접적으로 강도 살인사건에 휘말렸으니 기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수밖에. 하여튼 소명 절차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칼리에르 공비의 이름이 없는 기사를 찾는 게 더 어려웠다.

16606125022101.jpg“아, 근데 굳이 바라는 게 있다면…….”

라이킨은 고개를 숙여서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 저건 좀 위험한 표정인데.

16606125022101.jpg“올리비아 마이슨 양이 지금 어디 있을까, 궁금해요.”

그럼 그렇지. 공주님께서는 통속소설을 넘어, 이젠 추리소설까지 섭렵하셨다.

16606125022101.jpg“내가 생각해봤는데 말이에요. 뭐가 좀 이상하다고요. 훔쳐간 물건은 없는데 왜 드레스를 찢고 도망갔을까요? 그게 내 드레스라는 게 나는 좀 불쾌해요. 이걸 그냥 넘어가자니…….”

16606125022105.jpg“찜찜하지요.”

16606125022101.jpg“그래요!”

소렐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석연치 않다는 듯, 표정을 굳혔다.

16606125022101.jpg“흑마법사들이 어디서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모르고, 그 사람들은 꼭 옷이나 장신구처럼 가장 가까이에 두는 물건을 가지고 나쁜 짓을 벌이니까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요.”

혹시 모르는 일이지만, 배후에 흑마법사들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했다.

16606125022105.jpg“맞는 말씀이십니다.”

16606125022101.jpg“그래서, 어디까지 알아냈어요?”

라이킨은 아내를 내려다보며 빙긋 웃었다.

16606125022105.jpg“이젠 저를 꿰뚫어 보시는군요.”

16606125022101.jpg“그냥 남편을 잘 알게 되었다고 할게요.”

보드라운 손이 그의 뺨을 만졌다. 만지다가, 자연스럽게 끌어 당겨 입을 맞췄다. 이젠 딱히 부끄러울 것도 없고 수줍어하지도 않았다. 라이킨이 더 달라고 파고들면 소렐은 내주거나, 혹은 턱을 당기며 킥킥 웃었다.

16606125022105.jpg“좀 이상한 점이 있긴 합니다.”

16606125022101.jpg“뭐가요, 드레스가?”

16606125022105.jpg“아뇨, 그 실종된 사람이.”

우리의 올리비아 마이슨 양은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이상한 사람이었다. 라이킨은 소렐을 품에 안은 채 그 동안 알아본 정보를 풀어놨다.

16606125022105.jpg“놀랍도록 단순합니다. 엔버네스에 상경한 시골 처녀, 파키스 출신, 집에 부모님과 동생들이 있어서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내고 있고, 무클렌 거리 23번지에서 하숙하는 중.”

그냥 흔한 엔버네스로 상경한 시골 처녀였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상경해서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하는 처녀. 엔버네스에는 그와 같은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았다.

16606125022101.jpg“그런데 뭐가 이상할까요?”

16606125022105.jpg“이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엔버네스에 뚝 떨어졌다는 겁니다.”

16606125022101.jpg“흐음.”

16606125022105.jpg“앞서 말씀드린 조건에 딱 부합하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그럴듯한 바느질 솜씨와 추천장을 가지고 취업을 한 거지요.”

16606125022101.jpg“파키스에는 그런 사람이 없대요?”

경찰들은 아직 찾아내지 못했지만, 라이킨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빠르게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16606125022105.jpg“예. 게다가 추천장을 써준 사람도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더군요.”

16606125022101.jpg“경찰에선 알아요?”

16606125022105.jpg“곧 알 겁니다. 아시다시피 행정처리 속도라는 게 참 느리지요.”

소렐은 더 알쏭달쏭해지고 말았다.

16606125022101.jpg“그렇게까지 해서 고작 의상실에 취업할 이유가 뭘까요? 루겐버그 부인의 돈을 노린 건가?”

16606125022105.jpg“……의상실에는 의외로 이런저런 인맥과 정보들이 드나들지요. 어쩌면 그걸 노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라이킨은 허공을 노려보다가 다시 시선을 내려 소렐을 바라보았다. 눈만 마주치면 바로 입술부터 댄다. 뺨이든 이마든 입술이든, 그러지 않고서야 견딜 수 없다는 듯.

16606125022105.jpg“아버지와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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