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대마법사와 가디언 (7)2021.11.27.
“아.”
흑마법사의 대변인이라 하는 이가 유감스러운 탄성을 내뱉는 순간, 벽에 부딪치며 더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주문도 뚝 끊겼다. 흑마법사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눈을 감고 있던 슈마허 후작이 눈을 떴다.
“아, 이거 참 아쉽군요.”
후작이 눈으로 물었다.
“기껏 깨어나게 한 힘이 제압당했습니다.”
“마법으로?”
“마법이 좀 보이긴 했습니다만, 아니오, 아무래도 물리적인 힘인가 봅니다. 역시나 가디언은 무척 위협적인 존재군요.”
뭘 새삼스럽게. 슈마허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맞잡았다.
“조금이라도 칼리에르가 다쳤다면 좋겠군.”
“……예.”
흑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바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거지요.”
* 엘펜하임에 남은 충직한 수도사와 기사단원들에겐 무척 안 된 일이었지만 느닷없이 들이닥치더니 갑자기 깨진 동편 봉인마저 해결한 대마법사와 뱀파이어는 그 후로도 더 오랜 시간 동안 엘펜하임에 머물렀다. 약탈이 전문이던 이들이 약탈을 당하게 생겼으니 충격을 받는 것도 당연하긴 했다.
“한 번도 안 당해봤으니 이번 기회에 한 번 제대로 당해봐야지.”
조슈아는 무표정하게 중얼거리며 담뱃불을 붙였다. 어딜 감히 신성한 곳에서 흡연을 하냐고 소리를 질러댈 수도사들조차 전부 도망갔다.
“도서관에서는 금연 아닙니까?”
제롬이 소심하게 물었다.
“어차피 다 쓸어낼 건데 뭐 어때.”
더 이상 도서관도 도서관이 아닐 거다. 아까부터 라이킨은 소렐이 추려내는 자료들이 쌓이기만 하는 걸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담배를 물었다가, 뺐다가, 뭐라 말을 하려다가, 다시 참고 담배만 문다. 정작 불을 붙이지는 못하고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어지간히 복잡하고 심란한 모양이다.
“잘 봐둬. 마스터께서 저 정도로 휘둘리시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니까.”
조슈아는 막내 제롬을 끌어다가 라이킨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예, 예에? 어떻게 감히…….”
“딱딱하기는. 너 아직 오백 년도 안 살지 않았냐? 다 이런 게 재미야. 이런 재미도 없이 어떻게 일을 해? 다른 애들 봐라.”
다 신이 나서 마스터께서 안절부절못하시는 걸 구경 중이었다.
“근데 왜 저러시지요? 너무 많이 가져가시면 무리가 가니까 그러시는 걸까요?”
공비전하께서 더 많이 가지고 가려고 하면 할수록 그만큼 이동마법을 사용하는 규모가 커지는 거고, 결국 대마법사에게 무리가 가서 그러시는 걸까? 안 그래도 저 거인의 사체도 움직여야 하는 마당에 조금이라도 더 덜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이 건물 전체를 붙잡고 지탱하신 분이 그런 게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그럼요?”
에휴. 조슈아는 한숨을 쉬었다.
“저걸 다 싸 짊어지고 가면 공비전하께서 당분간 마스터는 뒷전에 두실 테니까…….”
“아, 정말 안 궁금한 일이었군요.”
제롬은 정색을 하며 떨어졌고, 소렐의 탄성만이 울렸다.
“우와, 이런 것도 있어……!”
그들은 엘펜하임의 장서관을 털고 있었다. 소렐이 가을에 한 번 휩쓸고 갔던 곳이다. 엘펜하임에 소속되었던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면서 슬쩍 귀한 물건을 훔치고 챙겨서 달아났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귀중한 고문서가 많았다. 바꿔 말하자면 마법사 빼고는 관심도 안 가질 자료들이 한가득이라는 뜻이다.
“공…….”
공주님, 제발 그만하시라고 하려던 라이킨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소렐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원래 대마법사들은 학구열이 남달랐고, 눈에 보이는 희귀자료에 넋이 나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니까 남편이 뜯어말리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것도 모르고 자꾸만 자료들을 척척 쌓는 거다. 그리고 수하들은 재미있어 죽을 지경인 거고. 라이킨은 결국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생각을 바꿨다.
‘저 재미있어하는 놈들을 다 두고 가야지.’
거인 하나에 가디언, 그리고 대마법사 자신, 거기에 더해서 수많은 자료들까지만 이동하자고 하자. 나머지 놈들은 두 다리가 멀쩡하게 붙어 있으니 알아서 오라지.
“아, 아니지.”
그때 소렐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지금 희귀한 자료에 신이 날 때가 아니다. 어서 외할아버지의 예언과 함께 봉인되었던 사악한 존재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했다.
“엘펜하임에서 봉인했으니까……, 분명히 자료로 남겼을 텐데……. 설마 뭔지도 모르고 봉인하진 않았을 거 아냐. 그렇지?”
좀 떨어진 곳에서 소렐을 기다리고 있던 라이킨이 슬그머니 웃었다. 공주님은 뭘 찾거나 깊이 집중했을 때 혼잣말을 종알종알하는 버릇이 있으시구나. 뭐, 자료를 많이 가지고 가셔도 나쁘진 않겠다. 소렐은 열심히 탐구하고, 그는 옆에서 그녀를 열심히 바라보면 되니까.
“아참, 라이킨, 라이킨!”
“예, 공주님.”
그는 멀찍이 떨어져서도 착실히 대답했다.
“어쩌면 아빠가 건 마법을 풀 수 있을지도 몰라요! 여기 자료가 엄청 많아요!”
“글쎄요, 저는 굳이 푸는 건 싫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를 쳐다보던 소렐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게 뭐 좋은 거라고 그냥 둬요……?”
“공주님한테 잘못하면 벌 받는 마법인데 당연히 둬야지요.”
“끔찍한 소리 하지 말아요. 벌을 줘도 내가 줄 거야.”
생각 없이 툭 던지고 열심히 서가를 둘러보던 소렐이 어쩐지 안 좋은 느낌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답 없는 남편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무슨 벌을 어떻게 주시려고요?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좋아하지 말라고요……! 미쳤나 봐, 진짜!”
라이킨은 여러 번 들었던 말에 그냥 느긋하게 웃기만 했다. 공주님께서 자료를 척척 쌓아 올리시는 대로 뱀파이어들이 가지고 왔던 노끈으로 묶어 가지고 가기 편하게 만들었다. 라이킨도 한참 보다가 소렐에게로 가까이 왔다.
“쓸 만한 게 많습니까?”
“무척 많아요! 다 가지고 가고 싶어요!”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하시지요.”
라이킨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야 소렐에게 무리도 아닐 거다.
“다음에는 아마 흑마법사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다 가져가고 아마 없을걸요……. 그런데 우리 이렇게 가지고 가도 되는……, 아니야. 가지고 갈 거야.”
소렐은 불안하게 물어보다가 단호하게 혼자 결론을 내렸다. 엘펜하임이 이런 자료들을 모을 수 있는 근원은 헬레인을 약탈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헬레인의 마지막 계승자인 소렐은 이들이 쌓아올린 모든 것을 다시 빼앗을 권리가 있었다. 아니, 없다고 해도 칼리에르 공은 그녀에게 그럴 권리를 만들어서라도 줄 거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라이킨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고 있지요, 절대로…….”
“무리해서 가지고 가면 안 된다고요. 알아요.”
아주 오늘 하루 종일 듣고 있는 말이다.
“근데 문제가 있는데요.”
“예.”
“아무리 뒤져봐도 할아버지의 예언이랑 함께 봉인된 존재가 뭔지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아요. 그렇게 거대한 힘인데, 왜 기록이 되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기록을 하는 것조차 금기시될 만큼 사악한 존재일지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했다. 눈을 몇 번 깜빡이던 소렐은 그녀를 향해 무섭게 발을 구르며 다가오던 거인을 떠올렸다. 또 다른 존재가 다시 남편을 향해 다가올 것이다.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 결국 소렐은 그 존재가 무엇인지 엘펜하임 안에서 찾아내는 데 끝내 실패했다. 아무리 남은 흔적을 더듬어 봐도 모르겠고, 기록조차 남지 않았다. 유감이었지만, 지나치게 오랜 시간 동안 엘펜하임에 체류할 수도 없으니 이젠 돌아가야 했다.
“어떻게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가 있지?”
죽어버린 엘펜하임 수뇌부를 살려서 도대체 뭘 함께 봉인했던 거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소렐은 찜찜하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우리가 찾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내내 갑자기 튀어나오는 수도사들도 상대해야 했고, 기사단원도 처리해야 했으며, 그 와중에 공비전화와 함께 빽빽한 고대문자를 들여다봐야 했던 뱀파이어들은 몹시 피곤했다. 이젠 정말 집으로 돌아갈 때다. 라이킨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소렐을 달랬다.
“집으로 돌아가셔야죠, 공주님.”
“그래요, 가요.”
소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다시 거인의 사체 곁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그녀는 한 번 더 오늘 완전히 무너질 뻔한 엘펜하임의 천장이며 높은 기둥들을 둘러보았다.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니 한 번 더 봐둬야지. 아니, 사실은 수십 년이 지나 어떻게 망했는지 한 번 더 보러 올 거다.
“한 번에 다……, 그런데 우리 글래스턴으로 가나요, 아니면 엔버네스로 가나요?”
“글래스턴으로 가서 처리하는 게 나을 겁니다.”
라이킨은 거인의 사체를 보며 중얼거렸다.
“정확히는 안뜰이 좋겠군요.”
“알겠어요.”
“아, 그리고 이쪽은 두고 가시고.”
‘이쪽’에 속한 그의 수하들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마스터를 쳐다보았다. 소렐 역시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라이킨을 보았다.
“아까 열심히 즐거워하던 걸 보니 돌아올 힘도 충분한 것 같고. 공주님께서 최소한만 움직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꼭 그러고 싶어요?”
“예. 그러고 싶습니다.”
소렐은 한숨을 푹 쉰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럼 저희는 며칠 후에 뵙지요.”
조슈아를 비롯한 뱀파이어들은 ‘너넨 걸어서 와!’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웃었다. 언뜻 라이킨이 몽니를 부리는 것 같지만, 최대한 소렐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그들이 이동마법에서 포함되지 않는 게 합리적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에 보긴 뭘 봐요, 그냥 지금 같이 가요.”
거인의 사체, 그리고 대마법사 본인과 체격이 만만치 않은 가디언 하나, 거기에 추리고 추렸다지만 어마어마한 양의 장서와 자료들, 그리고 서른 명의 뱀파이어까지 옮기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엘펜하임에서부터 글래스턴까지의 거리가 얼마던가. 이건 대마법사 혼자서 가뿐하게 움직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라이킨도, 조슈아도 입을 열어 소렐을 만류하려고 했다.
“다녀왔습니다!”
바로 그다음, 눈 한번 깜빡이는 찰나 이후에는 주변이 바뀌어 있었다. 온통 하얗고 싸늘하던 엘펜하임 본부가 아닌, 음울하고도 질척한 눈이 널려 있는 글래스턴 공작저 안뜰이었다.
“아이고!”
저 멀리에서 정원사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저것이, 저것이 무엇입니까, 공비전하?”
“어머, 죄송해요.”
소렐은 아차 싶어 귀한 장미 덤불을 깔고 누운 거인의 사체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몹시 난감한 표정으로 이 겨울에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던 정원사를 쳐다보았다.
“진짜 죄송해요, 그러니까 이럴 줄은 몰랐어요…….”
“아이구, 죄송하다니, 별말씀을요. 무슨 이유가 있으셨겠지요.”
“그래도 열심히 키우신 건데…….”
라이킨 역시 신음을 흘렸다. 이마를 짚은 그는 꼼지락대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소렐에게 다가갔다.
“……참 말을 안 들어주십니다.”
어, 하는 사이에 소렐의 두 발이 허공에 달랑 들어 올려졌다.
“어어, 나 괜찮아요, 내 발로 걸을 수 있어!”
작은 발이 바동거렸지만 라이킨은 그대로 걸어갔다.
“알아서들 처리해.”
“예, 마스터. 공비전하, 같이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슈아는 웃으며 인사했다.
“별 거 아니에요! 진짜 별 거 아니라 나 정말 괜찮아요! 침대에 또 데려다 놓지 마요! 침대 싫어! 재미없단 말이야!”
라이킨은 그에게서 어떻게든 떨어져서 내려가려는 작은 공주님이야 얼마든지 완력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품 안에서 빽빽 소리를 질러대는 걸 듣자니 저절로 걸음이 멈춰진다. 이마 위로 한숨이 툭 떨어졌다.
“라이킨은 날 너무 과보호해요.”
그녀는 그가 아무리 한숨을 쉬어도 굴하지 않았다.
“공주님은 너무 제멋대로이십니다.”
이제 좀 침대에서 나와서 다닐 수 있다고 아주 신이 났다. 이해는 하지만 날 때부터 고루한 사람이었던 라이킨은 소렐을 그저 제 품 안에 싸고돌 수밖에 없었다. 이 자그마한 공주님을 차라리 또래 숙녀들처럼 대학에 다니게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차라리 대학 과정에 휩쓸려 정신없이 공부만 하고, 집과 학교만 오가는 게 낫지 않겠냐만, 소렐은 그러고도 씩씩하게 하고 싶은 건 다 할 사람이라 관뒀다.
“난 진짜 대마법사가 맞는데……. 이젠 진짜 다 잘한다고요!”
“예, 저는 공주님의 수호기사이니 저도 할 일을 잘해야겠습니다.”
라이킨은 그러면서도 서둘러 난방이 잘 된 안으로 들어가서, 그리 싫다는 침대 대신 포근한 안락의자에 소렐을 앉혔다.
“지금부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말고 가만히 계십시오. 오늘은 저 거인을 처리한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런 거인을 하루에 두 번이나 만나면 심장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다고요. 꼭 그런 식으로 잡아야만 했어요?”
다리가 지나치게 길어서 앉아서 올려다보려면 목을 한참 뒤로 젖혀야 하는 수호기사가 뜻밖에도 픽 웃었다.
“많이 놀라셨습니까?”
“거인은 무척 크잖아요. 그렇게 큰 것도 처음 봤는데 라이킨이 갑자기 뛰어나가니까…….”
웃음이 짙어진다. ‘내가 왜 과보호하는지 알겠냐’라는 표시인 것 같아서 소렐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뛰어나가니까?”
“그, 그러니까 내가……, 나는 라이킨이 그렇게 싸우는 건 진짜 처음 봤거든요…….”
“예, 그러시군요.”
“원래도 그렇게 싸웠어요?”
소렐은 그녀가 싸우는 것도 아닌데도 참 아프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예, 원래 그렇게 싸웁니다.”
“……많이 위험했어요.”
“그대로 두었다간 공주님께서 위험하셨겠지요. 그게 제가 할 일입니다.”
그러라고 붙여둔 가디언이기도 하고.
“그리고 자신이 있었으니 그렇게 한 겁니다. 많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주님은 피곤하시거나 어디 힘이 빠지는 느낌은 없으신지요.”
“전혀 없어요. 뛰어다닐 수도 있어요!”
“그래도 쉬십시오. 절 위해서 그래주세요. 저는 아무래도 오늘 일이 마음에 걸립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악한 힘, 보란 듯이 딱 맞춰서 달려오던 거인, 모든 게 석연치 않았다. 라이킨은 손을 뻗어 소렐의 뺨을 어루만졌다.
“우리가 오늘 발견하지 못한 그 힘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지금은 쉬어주세요.”
결국 라이킨이 소렐에게 마법을 사용하지 말라고 재차 당부하는 건, 앞날에 큰 풍파가 밀어닥칠 거라고 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잠시 나가서 저 사체를 보고 오겠습니다.”
“다녀와요.”
소렐의 무릎 위에 담요까지 덮어준 라이킨은 빠르게 사라졌다. 흐음, 마법은 사용하지 말라고 했지. 소렐에게는 아빠가 가르쳐주고, 고대마법을 통해 터득한 지식들이 넘쳐났다. 그러니 지금부터 부지런히 머리를 굴려봐야 했다.
‘좋아, 필요한 건 다 가져왔어.’
이젠 그녀 역시 라이킨 곁에 나란히 서서 그와 똑같은 것을 함께 걱정하고, 또 함께 맞서 싸울 때였다. ‘함께’가 중요했다. 소렐은 다부지게 담요를 움켜쥐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