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대마법사와 가디언 (5)2021.11.20.
라이킨은 기어이 소렐이 잠시 나갔던 것을 가출로 규정지었다. 그것도 남편을 버려두고 혼자 가버린 대단히 잔인한 처사라고 슬퍼했다. 저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남자가 엘펜하임 한복판에서 뻔뻔한 얼굴로 우는 소리를 해댔다. 전장에서 피를 뒤집어쓰고 살육을 벌이던, 엘펜하임의 주적이 자그마한 아가씨의 뒤꽁무니에 붙어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그런 말만 해대고 있었다. 제롬은 믿을 수가 없었고, 조슈아는 적당히 못 들은 척 했다. 사실 라이킨은 부하들 앞에서 위신을 세우는 사람도 아니었다.
“……여기가 마지막이네요.”
소렐이 작은 봉인을 보며 중얼거렸다. 엘펜하임은 성기사단이라는 미명하에 사특한 존재들, 즉 엘펜하임과 협력하지 않는 모든 마법사, 뱀파이어와 수인들을 적대했다. 거대하지만 그들이 다룰 수 없는 모든 힘들은 되도록 봉인하는 데 힘썼고, 수많은 뱀파이어들과 흑마법사들에게 성기사의 낙인을 찍었다.
“생각보다 적어요. 나는 열 개는 되는 줄 알았는데.”
라이킨이 하는 말은 전부 다 한 귀로 흘려들은 소렐이 여태까지 엘펜하임 본부에서 찾아낸 봉인들을 꼽아보았다. 전부 일곱 개다. 하지만 새로 발견한 봉인 중 그 무엇도 레너드 3세의 예언과 함께 봉인된 것보다 큰 건 없었다.
“이곳의 토대는 헬레인 왕궁이니까요.”
그들은 수인들에게 특히 관대했고, 마법사라면 그저 그러려니 했고, 뱀파이어들은 조금 떨떠름해할 뿐이었던 종족이었다. 분명히 이곳이 헬레인 왕궁이던 시절에 가장 강하고 사악한 힘이 봉인된 거다.
“그렇죠. 그리 큰 힘을 봉인하기엔, 글쎄요, 엘펜하임 용어로는 충분히 신성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엘펜하임의 능력이 좀…….”
소렐은 중얼거리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나한테 조금 흔들렸다고 나머지 봉인들이 흔들리는 걸 봐요. 유지가 안 된다니까, 유지가.”
엘펜하임이 풍비박산이 나면서 다른 봉인을 수호하는 수호자들은 전부 죽거나 도망쳐버렸다. 그래서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어찌 보면 소렐이 아주 대단한 일을 한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그때 정신을 차렸어야 했는데.”
“언제 말씀이십니까?”
라이킨은 소렐이 작게 중얼거리는 말은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았다.
“그때……, 각성할 때……. 그랬으면 이렇게 봉인이 다 풀리고 흑마법사들이 양지로 나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대신 그랬다면 공주님께서 이곳으로 끌려오셨겠지요.”
그리고 무슨 일을 당했을지는 입에 담고 싶지도 않았다. 저 가녀린 손발에 따로 특수하게 처리한 구속구가 채워지고, 소렐 이드리스는 이름을 잃을 것이다. 라이킨은 온기라곤 한 줌도 남아 있지 않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젠간 망할 거라고 생각했던 집단이지만, 이렇게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심히 만족스러웠다. 하마터면 소렐을 잃을 뻔했다.
“그때 하신 일은 솔직히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모두 공주님께 이로운 일이었습니다.”
고대마법이 계승자를 보호한 것뿐이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을 겁니다.”
살생을 싫어하는 소렐이 간신히 힘을 억누르고 그들을 재워버렸다 해도, 그저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었다. 엘펜하임이 쑥대밭이 된 상태로 소렐이 울며 방랑했기 망정이지, 그놈들이 살아 있던 상태에서 라이킨이 소렐을 찾아야 했다면 그것만큼 소름 끼치게 두려운 일도 없었다.
“그러니 그런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과거일 뿐입니다.”
과거를 곱씹어서 뭐하겠나. 이미 일어난 일인 것을. 소렐은 라이킨의 나지막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
뒤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불렀다. 소렐과 라이킨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동쪽에서 확인한 봉인이 수상합니다! 그쪽에서 수도사들과 기사들이 도망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엘펜하임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 루벤 실베스터는 본래 가지고 있던 재산과 함께 에설론 백작위에 걸린 재산을 한 번 더 정리했다. 유산상속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그의 재산은 더 불어났다.
“결국 칼리에르 공비가 정당방위 한 것이라고 결론이 났군.”
법원에서 온 결과를 심드렁한 표정으로 들춰본 그는 이제 에설론 백작의 빈 관을 가지고 장례식을 치러야 했다. 결과도 나왔고, 백작의 죽음도 이로써 해명이 된 셈이다. 그러니 장례를 치르고 작위를 정당하게 계승하면 그것으로 복잡한 절차는 끝이다. 루벤 실베스터도 이제 사교계에 제대로 된 첫발을 내딛는 셈이었다.
‘문제는 어느 쪽에 가서 붙느냐인데…….’
왕세자는 야심에 차 있다. 그는 오직 왕권을 강화하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이 나라는 왕이 혼자서 휘두르기엔, 강한 존재들이 지나치게 많았다.
‘아, 치정 싸움만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들려오는 풍문을 떠올리던 루벤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나저나 요즘 슈토넨 후작이 오지랖 넓게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지 않아서 한결 편안했다. * 슈토넨 후작은 아주 침착하게 귀를 틀어막을 뭔가를 찾았다. 뭐든 귀를 막아야겠다. 흑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더 시끄러워졌다. 뭐라 막을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 있으니 의식을 시행하고, 동물 사체를 불태우며, 시커먼 주문을 새겼다가 지우는 것이다. 그러니 듣기 싫은 사람이 귀를 막을 수밖에.
“아, 놀라셨군요.”
오늘도 ‘흑마법사들의 대변인’을 자청하는 이는 여전히 성별을 알 수 없는 매끄러운 목소리로 슈토넨 후작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별일 아닙니다. 큰 마법의 흐름이 느껴져서 추적해보았더니, 아무래도 대마법사가 움직인 것 같더군요.”
“그건 말해줬잖나.”
이 융통성 없고 보수적이고 깐깐한 슈토넨 후작이 흑마법사들을 참아주는 이유는, 저 흑마법사들의 대변인이 꽤나 사분사분하게 굴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다 싶으면 곧장 말해주고, 이건 이렇답니다, 저건 저렇답니다, 하고 조곤조곤 말해주니 후작으로서도 딱히 불만을 가질 일은 없었다.
“예. 이동마법을 사용했는데, 마침 도착점이 우리의 눈과 귀가 있는 엘펜하임입니다.”
마법사와 마녀가 있는 곳 어디든 흑마법사들의 눈과 귀가 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였다. 마법의 뿌리는 결국 같으니까. 그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뿐이다.
“거기 마침 잠들어 있는 힘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중 하나를 깨워보겠다는 말이었다. 하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나았다.
“가능하겠나?”
“엘펜하임의 구속력이 아주 약해졌습니다. 덕분에 잠들어 있던 힘들 중 하나를 깨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금 엘펜하임을 쓸며 대마법사에게로 가는 중입니다.”
“하긴 대마법사가 활개를 치고 다니니 깨워내는 것도 쉬웠겠군.”
슈토넨 후작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한번 시험 삼아 해보는 것이니 많은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진정으로 모시고 있는 힘은 이미 깨어났고, 엘펜하임에 봉인된 것은 그리 강한 게 아니니까요.”
오늘도 슈토넨 후작의 저택에서 기어나가는 실뱀들의 숫자가 상당했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지요. 약한 힘이라 해도, 한 번 콱 물어버릴 수는 있지 않습니까.”
“대마법사든, 칼리에르든, 누구든 말이지.”
그렇다면야 못 해볼 것도 없었다. 하지만 흑마법사들이 저 멀리에 있는 힘까지 깨워둘 정도가 되었단 말인가. 슈토넨 후작은 검은 두건을 쓴 이들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저들을 억압하고 있던 엘펜하임이 사라진 게 컸다. 음지에 숨어 있던 놈들이 이미 기어 나왔다. 더 이상 그가 알던 기존의 세상이 아니었다.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무수한 혼돈만이 존재할 것이다. *
“아악! 괴물이다!”
“사악한 괴물이야!”
동쪽에 있는 봉인이 뭐였더라? 소렐은 오늘 내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비명소리가 아주 멀리 아스라하게 들렸다. 사실 비명을 지를 사람들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피해!”
쿵, 쿵. 어떤 묵직한 것이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이 들렸다. 소렐은 허공을 쳐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거 소리가 이상한데요.”
조슈아가 중얼거리며 검을 뽑아들었다.
“공주님, 이쪽으로.”
라이킨은 가장 먼저 소렐부터 챙겼다.
“위험해요, 피해야……, 아니, 피할 수가 없…….”
소렐은 허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뱀파이어들이 보지 못하는 그 너머를 보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아버지부터 그렇게 행동하는 걸 봤던 라이킨은 그러려니 했다.
“그렇군요. 피할 수가 없군요.”
소렐이, 아니, 대마법사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위험하고.”
“너무 커요.”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거대한…….”
쿵, 쿵, 지축을 흔드는 굉음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제롬은 주변의 사물들이 부르르 떨고, 달그락대며 부딪치는 것을 지켜보았다. 엘펜하임의 거대한 천장은 불안할 정도로 높이 선 기둥들이 떠받치고 있었다. 백색 기둥 사이로 저 멀리 동쪽에 봉인되어 있던 거대하고 사악한 힘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저거 봐요, 거인이잖아!”
쿵, 쿵, 하고 걸어오는 저 거대한 거인은 라이킨의 세 배가 넘는 키를 가졌고, 아주 묵직한 몽둥이를 어깨에 턱 걸치고 있었다. 거인은 제 앞을 막는 건 무엇이든 몽둥이로 대충 휙휙 쓸어버렸다. 대리석이 순식간에 부서져서 박살이 났다. 저 몽둥이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전설 속의……, 근데 나한테 특정되어 있는 사악한 힘이야. 피해봤자 나만 쫓아올 거야.’
손을 일단 앞으로 뻗은 대마법사는 순식간에 좁아지는 거리를 보며 부지런히 머리를 굴렸다. 일단은 막아야 했다. 그러나 그녀가 뭘 하기도 전에 뱀파이어들이 먼저 튀어 나갔다.
“위……!”
그녀는 말을 다 완성하지도 못했다. 천장에 머리가 닿을 만큼 거대한 거인이 몽둥이를 살벌하게 휘둘렀다. 민첩한 뱀파이어들이 날렵하게 거인의 공격을 피하며 더 가까이 접근했다.
“거대한 만큼 바짝 따라붙으면 되겠지요. 공주님, 괜찮습니다.”
라이킨은 잔뜩 긴장한 소렐의 어깨를 감싸 안아 끌어당겼다. 새파랗게 벼린 검이 흰빛을 받아 번뜩거린다.
“저거 전설에 나오는…….”
“예.”
“놀랐을까 봐…….”
“다들 저런 건 몇 번 봤습니다. 잡아보기도 했고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주님보다 쓸데없이 오래 살았는데, 오래 살아서 본 거라도 있어야지. 라이킨은 검을 뽑아들고, 부하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적을 가늠했다.
“갑자기 오랜만에 마주쳐서 놀라긴 했습니다만.”
하지만 뱀파이어들은 딱히 놀란 기색이 아니었다.
“엘펜하임의 봉인이 아주 약해진 게 사실인가 봅니다, 마스터.”
조슈아의 말에 라이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게 또 튀어나오다니……. 아주 오랜만에 보는군요.”
“다들 신났군.”
“거인은 정말 수백 년 만이잖습니까. 이해해주셔야 합니다. 요즘엔 저런 거인은 정말 찾기가 힘들지요.”
“그만큼 엘펜하임이 수백 년간 주름을 잡았으니 그렇지. 이젠 또 많이 보게 될 거야.”
그리고 페르난데스 7세는 기겁을 하며 또 로렌스 오블리앙 공을 호출할 거다. 엘펜하임이 사라졌으니 흑마법사가 날뛰며 저런 사악한 존재들을 불러내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수순 아닌가. 하지만 책으로만 봤던 존재를 난생처음 보는 소렐은 황당하기만 했다. 그녀는 라이킨의 품에 파묻혀서도 연신 거인을 일그러진 얼굴로 바라보았다. ‘뭐 저런 게 다 있냐’는 표정이다.
“별 거 아닙니다. 눈이 약점이지요.”
“너무……, 지나치게 사악한 힘이에요. 왜 엘펜하임이 봉인을 해놨는지도 알겠어요. 그런데 더 웃긴 게 뭐냐면…….”
쿵, 하고 기둥 하나가 부서졌다. 이거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 실내에서 싸우는 건 그만큼 위험했다. 전투를 지켜보면서도 라이킨은 소렐이 하는 말을 찬찬히 들었다.
“저게 가장 약한 존재 중 하나라는 거예요.”
그럼 레너드 3세의 예언과 함께 봉인되었던 사악한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소렐은 거대한 존재가 괴성을 지르며 몽둥이를 휘둘러대는 것을 보다 소름이 돋고 말았다.
“라이킨, 내가…….”
“공주님께서 굳이 나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마음이 그렇게 쉽게 놓이는 게 아니다. 소렐은 입술을 말고 초조하게 시선을 굴렸다. 라이킨을 믿었지만, 거인은 너무 크지 않나.
“제가 그렇게 못 미더우십니까.”
라이킨은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소렐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여기저기 상징이자 장식 역할로 걸려 있는 엘펜하임 기사단의 무기들 중, 적당한 것을 찾았다. 뭐가 좋을까?
“아니, 못 미더운 게 아니라 다칠까 봐……!”
“그런 걱정은 제가 해야지요.”
“나도 해요!”
나는 왜 하면 안 되는 건데! 소리를 바락 지르자 조슈아가 시선을 피했다. 샤를렌이 늘 옘병이라더니, 여기에서 있어봤자 사랑싸움만 구경하겠다. 다른 곳으로 가자, 다른 곳으로.
“그건 영광입니다만.”
라이킨은 웃으며 그저 근처에 걸려 있을 뿐, 무기로서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을 엘펜하임의 거대한 깃대를 뽑았다.
“공주님, 저는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늘 전장에서 구르는 게 일상이었는데 누가 그를 걱정할까. 그와 마주하는 적을 더 걱정해야 할 판이다. 라이킨은 깃대에 매달린 깃발을 대충 뜯어냈다.
“왜 그럴 필요가 없는, 지금 싸울 게 아니네요.”
나중에 두고 보자. 소렐은 그런 말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 일을 기억해두기로 했다. 하긴 저기 거인이 오고 있는데 싸울 때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녀가 나서기도 애매할 정도로 뱀파이어들이 잘 따라붙어 싸우고 있었고, 라이킨이나 조슈아의 얼굴에 여유가 넘친다는 거다.
“다들 물러나!”
조슈아가 깃대를 꼬나 쥔 라이킨을 힐끗 보곤 소리 질렀다.
“공주님, 보지 마시고 잠시 고개를 돌려주십시오.”
순식간에 뱀파이어들이 거인에게서 떨어지기 시작했고, 라이킨은 그대로 달려 나갔다. 근육으로 뭉친 사내가 거대한 힘과 함께 달려간다. 그는 속도를 붙여서 무기라고 할 수도 없는 깃대에 힘을 실은 뒤, 정확하게 조준하여 던졌다. 그러곤 깃대의 뒤를 이어 뛰어올랐다. 장신인 데다 거대한 남자가 그렇게 날렵할 수가 없었다.
“미쳤……!”
아무런 예고도 없이 튀어 나갔으니 소렐이 아연실색하여 외쳤다.
“괜찮습니다, 공비전하.”
조슈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깃대는 거인의 눈 한쪽을 파고들었고, 라이킨은 그 깃대를 잡고 거인을 더 찍어 눌렀다. 끔찍한 비명에 소렐은 귀를 틀어막았다. 조슈아와 뱀파이어들은 그녀를 수호하며 태연하게 제 마스터가 거인을 때려잡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거인이 그를 떼어내려 손을 올리기도 전에 깃대를 뽑아낸 라이킨은 망설임 없이 다른 눈도 찔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