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The golden wave (18)2021.10.20.
“그렇게 큰 마법 쓴 것도 아니고 결합점 안 나올 만큼 작은 마법을 진짜 조금만 써본 건데……!”
라이킨은 듣는 척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고, 소렐의 입이 불만스럽게 옴찔거렸다.
“이젠 진짜 많이 괜찮아져서 이 정도는 괜찮단 말이에요!”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은 라이킨은 말해놓고도 찔끔한 소렐을 한참 쳐다보았다. 서늘한 눈초리에 소렐은 슬쩍 시선을 피했다.
“……괜찮으신데 아직까지도 원래 모습으로 못 돌아가셨습니까?”
정곡을 찔린 토끼가 주춤주춤 물러나다가 벽장에 찰싹 붙었다. 그는 아주 충실한 시종처럼 바닥에 떨어진 나풀나풀하고 가벼운 옷을 집어 들다 말고 그녀를 한참 쳐다보았다.
“……그런데 공주님.”
토끼의 까만 눈이 깜빡거리다가 그를 쳐다보았다.
“좀 더 자라셨네요.”
예전엔 손에 다 들어올 만큼 작더니, 이상하게 조금 더 커졌다. 물론 그래도 아직은 한참 작은 토끼지만 말이다. 소렐은 코를 씰룩이며 그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바짝 들었다.
“그쵸!”
그 목소리에 자부심과 기쁨이 가득해서 라이킨은 고개를 여러 번 끄덕여주었다.
“예. 저번에 뵈었을 때보다 확실히 자라셨습니다.”
“내가 각성해서 그래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니까요!”
토끼는 캬악, 하고 화를 냈다.
“이제 나도 다 성장한 마법사고, 헬레인 토끼이기도 한데 그깟 마법 좀 쓴 게 뭐! 뭐 어때서요!”
뜻밖에도 소렐이 큰소리를 탕탕 치자 라이킨은 슬쩍 눈썹을 들어 올렸다.
“무슨 마법을 사용하셨습니까?”
“별 거 아니었는데요!”
“그러니까 그 ‘별 거 아닌 마법’이 무엇이었을까요?”
소렐은 기본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특히 라이킨에게는 이상하게 늘 솔직했다. 내숭이란 걸 떨 줄도 몰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있다는 걸 은연중에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주님은 똑똑하시니까. 그래. 분명히 알고 그를 쥐고 흔드는 거다.
“그냥……, 여기부터 저기까지 한 번 가보고…….”
깜찍한 토끼 앞발이 침대에서 창가를 톡톡 가리켰다. 무척 귀엽긴 했지만 결국 침대에서 창가까지 제멋대로 순간이동을 했다는 거다.
“또?”
“또……, 에벌린이 오늘 저녁에 뭘 만드나 알아보고…….”
“부엌까지 가셨습니까?”
“아니, 그냥 아는 방법이……, 그런 게 있어요……. 그럴 수도 있지! 라이킨은 저녁에 뭐 먹을지 궁금하지도 않아요?”
매일 침실에 갇혀 있으니 하루의 낙이 맛있는 음식밖에 더 있나! 토끼는 생각해보니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그거 좀 살짝 엿본 게 뭐가 어때서!
“제가 지금 궁금한 건 공주님께서 어느 정도 되는 마법을 얼마나 사용하셨냐는 겁니다만.”
“자꾸 그런 거 세세하게 따지지 말아요. 피를 우엑한 것도 아니고, 곧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단 말이에요.”
그 말을 조그만 토끼가 쫑알쫑알 해봤자 이해가 참 잘도 가겠다.
“예, 일단 실례하겠습니다.”
그는 그 와중에도 소렐을 살짝 잡고 바로 들어 올려 푹신한 담요 위에 내려놓았다.
“마법사가 여기저기 나타난다는 것만큼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것도 없습니다만.”
“라이킨도 무서워요?”
“예, 무섭습니다. 골백번도 더 말씀드리지만 늘 무섭습니다. 그러니 이동하는 마법은 언제나 중요하고 위험한 마법에 속하는 거 아닙니까.”
소렐은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공주님.”
라이킨은 이 말을 꼭 토끼를 앞에 두고 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소명절차까지 들어가는 마당에 어쩔 수 없었다.
“조심하시고, 더 나으셔야 합니다.”
토끼는 풀썩 앉은 채로 그가 하는 말을 그냥 들었다.
“저번에 피를 토하셨던 날도 습격이 있었지요. 그 후로 밤새 열이 올라 앓으셨고요. 이유 없는 일이 아니잖습니까.”
“……알고 있어요.”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녀가 모를까. 마법을 각성하기 전이라면 모를까, 소렐도 이젠 무늬만이라도 대마법사였다.
“나쁜 마법이니까 조심해야 하는 건 안다고요…….”
그 와중에도 소렐은 흑마법과 사술을 ‘나쁜 마법’이라고 불러서 라이킨을 픽 웃게 했다.
“예, 나쁜 마법이지요, 착한 마법사님. 그 나쁜 마법에 당하실 정도로 지금 상태가 안 좋다는 것도 아시잖습니까.”
“……나도 아는데 잔소리쟁이…….”
시선을 돌리며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말에 라이킨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소렐을 쳐다보았다. 들렸나? 그녀는 얼른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팩 돌렸다. 그녀도 대마법사다! 이 정도는 괜찮겠다 하고 판단할 줄 알았다! 그래서 한 건데 뭐!
“참……,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황당하다는 투가 역력한 목소리에 토끼의 까만 눈이 또로록 굴러갔다.
“뭐가요? 난 하나도 바뀐 거 없는데!”
또 흥, 하고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발을 쫑쫑 움직이더니 아예 돌아앉았다. 동그란 뒤태만 내보이고 그를 등졌다.
“좋다는 뜻입니다.”
그는 아무래도 소렐이 제멋대로 구는 게 취향인가 보다.
“무척 좋습니다, 공주님.”
돌아앉은 토끼가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라이킨은요, 항상 내가 뭘 하기만 하면 정색하다가 뜬금없이 좋다고 하는 이상한 결론을 내요. 알고 있어요?”
“그런가 보군요. 그래도 답답하시면 절 부르시지, 벌써부터 이동마법을 사용하시는 건 좀 곤란합니다.”
“진짜 괜찮은데…….”
공주님은 심심해 죽을 지경인지 자꾸만 토를 달면서도 고개를 수그렸다. 안다. 안 그래도 학구열이 넘치는데 각성으로 인해 얻은 마법지식들을 실험해보고 연구하고 싶어 얼마나 안달이 났을까. 써먹어보고 싶은 마법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진짜 괜찮다고요. 이 정도 마법으로는 이제 결합점도 안 생기잖아요. 앞으로 다시 갑자기 아프면, 그건 내가 어떻게든 쳐낼 수 있어요.”
“저는 기초체력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라이킨은 토끼가 되어버린 소렐의 형편없는 체력을 지적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체력이 받쳐줘야지요, 공주님.”
“체력 제법 괜찮거든요!”
헬레인 토끼에게 체력을 논하는 거야? 소렐은 토끼로 변한 주제에 열심히 쫑알댔다. 하긴 헬레인 토끼들이 무섭게 사납고, 엄청난 전투력을 자랑하긴 했다. 라이킨도 한 열여덟 살쯤에 그들의 뒷다리에 걷어 채여 정강이뼈가 제대로 부러진 적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시지도 못하시잖습니까. 그런데 체력이 괜찮으시다고요?”
“……입 한 번만 때려봐도 돼요?”
“얼마든지요. 입술로 맞는 것도 좋고.”
“더 짜증나…….”
뱀파이어는 계속 웃었다. 토끼에게서 드디어 성깔이 나오고 있었다. 좋은 신호였다. *
“이게 전부라고요?”
나긋나긋한 미성이 슈토넨 후작에게 물었다.
“최대한 끌어모은 거야.”
슈토넨 후작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는 소렐 이드리스에 관한 정보가 담긴 묵직한 서류를 넘긴 참이었지만, 아무래도 저들이 보기엔 두께가 영 성의 없는 모양이다. 그게 최선이었는데 말이다!
“좋습니다. 좋아요. 소명 절차인지 뭔지는 어쨌든 해야 한다고요.”
“으음.”
그렇지.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흑마법사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복잡한 법적 절차 따위 그들이 알 바가 아니었다.
“순진한 성격이라……, 뭐, 펠릭스 이드리스의 딸답지 않은 성격이긴 한 것 같더군요.”
이드리스의 이름이 오르자 흑마법사들 사이로 끼기긱, 하고 듣기 싫은 마찰 소리가 들렸다. 맹렬한 증오와 적의가 넘쳐흐른다. 그들은 어찌 보면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들이었다. 엘펜하임의 신성력으로부터, 뱀파이어들의 혐오로부터, 대마법사의 손속으로부터 친구를 팔고 애먼 민간인을 팔고 피와 고혈을 짜내 살아남았다. 물론 그 피와 고혈은 모두 남의 것이지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자비로운 성격인 것도 같고. 살생은 싫어하는 모양이더군.”
“오, 죽여야 할 때는 죽일 줄 알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럼 엘펜하임 기사단 수뇌부가 죽은 건 역시 강제각성 탓이었군요.”
그렇군. 아직까지도 성별을 모르겠는 흑마법사는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슈토넨 후작이 파악하기로는, 저자는 흑마법사들 중 우두머리까지는 아니고 아마 대변인 역할을 하는 모양이었다. 슈토넨 후작에게 말을 하고 제안을 하는 이는 가장 사회성이 괜찮은 축에 속하나 보다.
“무슨 생각 중인 건지 나에게도 좀 공유해줄 때가 되지 않았나?”
후작이 뒷짐을 진 채 물었다. 검은 두건 아래 붉은 입술들이 휘리릭 말려 올라갔다. 언제 봐도 기분이 나쁜 모습이다.
“후작님. 좀 기분이 나쁘시겠지만 잘 들어보세요.”
원래 흑마법사들이 하는 말은 다 기분이 나빴다.
“당신들 말입니다. 그러니까 대충 잘 살고 잘 먹는 태생 훌륭하신 분들 말이에요. 그분들은 하도 안온하게 사셔서 보통 자아는 비대하고 상상력은 빈약하기 그지없어요. 그래서 늘 정공법을 사용하지요.”
멀쩡한 사람 얼굴에다 대놓고 모욕을 퍼부은 셈이었지만 슈토넨 후작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사소한 일로 화내지 않는다.
“나도 내 상상력이 가끔은 빈약하다고 생각해. 좀 더 풍부했다면 예술적인 감각을 잘 익혔을 것을.”
하지만 예술가를 하기엔 그는 지나치게 고귀한 태생이었다. 그걸 뭐 어쩌란 건가. 낳아진 자식 주제에 부모를 바꿀 수도 없고. 그는 순혈 뱀파이어에게 선택된 귀족이었다.
“그래서, 이젠 방법을 바꾸겠다, 이건가.”
“뱀파이어들이 사용하는 지루한 정공법으로는 안 된다는 거지요.”
“흑마법사들이 정공법을 사용하는 일은 없지.”
슈토넨 후작은 그들이 딱히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이름으로 그들을 칭하면서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온 세월이 세월인데 이런 애송이들에게 당할까. 다만 이 애송이들의 힘이라도 빌리게 된 게 통탄스러울 뿐이다.
“내가 좀 기대해도 되겠나?”
“우리가 사용하는 마법은 언제나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지요.”
“그거야 사람의 감정까지 끌어내니 그런 것 아닌가.”
끔찍한 굶주림, 잔인한 고문, 학대 등으로 강렬한 염원과 고통, 저주를 더해 주문을 완성했다. 그래서 흑마법에는 언제나 피가 묻어 있었다.
“예, 그래서 말인데요.”
흑마법사들은 쉬지 않는다. 허공을 보면서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거나 저들끼리 조용한 말을 주고받았다. 그 와중에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홱 쓰러지는 자가 있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실제로 갑자기 시신이 실려 나가기도 했다. 다음 날이면 빈자리가 또 귀신같이 채워져 있다. 전부 검은 두건을 쓰고 있으니 누가 누군지도 제대로 구분이 되지 않았다.
“대마법사가 가디언을 죽이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가디언이 대마법사를 죽이는 게 좋을까요?”
그건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취향을 묻는 질문이었다. * 라이킨은 아직까지도 토끼 모습인 소렐을 달랬다.
“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외출하실 일이 생길 겁니다. 그때까지는 몸을 잘 보하시고, 회복하셔야지요.”
그러면서도 그는 소렐의 토끼 모습을 가늠했다. 조금 더 커진 크기,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하는 자신감에, 팩팩 성질도 부리고, 분명히 라이킨에게는 말하지 않은 작은 마법을 한두 개 정도 더 썼을 거다. 그래서 피를 토하거나 쓰러진 것도 아니고, 그저 토끼로 변해 가만히 있는 상태라. 그는 빙긋 웃었다. 많이 나았다.
“외출해요? 어디로요?”
소렐이 언제 뒤를 돌렸냐는 듯 그를 휙 돌아보며 눈을 크게 떴다.
“언제요?”
“아마 보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법원에 가셔야지요, 공주님.”
신난다! 드디어!
“저와 함께 가실 겁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마법은 사용하지 마시고, 잘 회복하십시오.”
“치…….”
지금 해보고 싶은 마법이 엄청 많은데. 소렐은 귀를 축 늘어뜨렸다. 라이킨은 일단 입을 가리고 다른 곳을 보았다. 귀엽다. 너무 귀여웠다.
“……라이킨.”
시무룩해졌던 소렐이 갑자기 고개를 팍 들었다.
“예.”
“다른 데 봐요, 등 돌려요!”
작은 목소리가 아주 다급하다. 라이킨은 일단 소렐이 시키는 대로 아예 몸을 돌렸다. 그러곤 느긋하게 기다렸다. 서둘러 가까이 있던 담요를 움직이는 소리가 바스락거리면서 났다. 그는 그대로 걸어가서 의자 등받이에 걸쳐놨던 그의 가운을 집어 들었다.
“되셨습니까?”
“아직요!”
낑낑대면서 담요를 움직이는 그녀에게 라이킨이 조용히 주의를 주었다.
“다리는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아, 왜……!”
“안 되니까요.”
결국 소렐이 포기한 걸 소리로 확인한 그는 돌아섰다. 토끼 모습에서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소렐은 알몸으로 담요만 뒤집어썼다. 깔고 앉아 있던 담요를 이리저리 빼내다가 반은 실패해서, 간신히 가릴 만큼만 가린 상태였다. 라이킨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살짝 드러난 동그란 어깨 위에 가운을 둘렀다. 매끄러운 가운이 소렐을 감싸고, 동시에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혔다. 뺨이 발갛게 달아오른 소렐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스쳤다. 서늘한 입술이 목에 닿자 소렐은 어깨를 움츠렸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팔을 쓰다듬다가 아프지 않게 붙잡았다. 요즘 계속 한 침대를 사용하는 사람은 무척 두텁고 단단하며 커다란 사내였지만 그녀에겐 유독 부드럽고 다정했다.
“제가 아직도 공주님을 겁나게 합니까?”
그 질문은 무척 서글펐다. 웃음기 하나 없이, 만일 그렇다면 바로 물러나겠다는 듯, 그녀의 코앞에서 낮고 고요한 목소리로 물었다. 소렐은 턱을 당기고 그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람. 전혀 두렵지 않았다. 라이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었다.
“다리 주세요.”
소렐은 조심스럽게 오른다리를 쭉 뻗었다. 그의 큼지막한 손이 살짝 드러난 허벅지 위를 스치며 뽀얀 무릎을 잡았다. 바로 전까지는 귀여워 미치겠더니, 지금은 또 귀여운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픽 웃는 라이킨을 보자 소렐은 어쩐지 오금이 간지러워서 다리를 끌어당겼다. * 같은 시각, 슈토넨 후작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가디언이 대마법사를 죽이는 게 낫지 않나?”
그는 어쨌든 보수파라, 원래 원하던 안을 계속 밀었다.
“어째서요?”
“일단 대마법사가 폭주하면 엘펜하임 수뇌부가 날아간 것과 같은 일이 또 발생할 수 있고.”
“그렇지요.”
“지킬 게 없어진 자가 어떻게 가디언이겠나.”
“그렇군요.”
흑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대마법사가 죽어도 되나?”
“아, 저희는 시체도 좋답니다.”
또 빨간 입술들이 친절하게 웃었다. 그 붉음이 어쩐지 뱀파이어들의 붉은 입술과는 달리, 점점 시커멓게 이지러졌다. 어디선가 시체 썩는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