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The golden wave (11)2021.09.25.
소렐은 무의식중에 움직이고 있었다. 본능만이 남아서 고대마법을 마구 휘둘렀다. 마치 각성할 때와 같았다. 목소리마저 마법에 사로잡혀 그녀의 평소 목소리가 아닌, 갈라지고 무서운 목소리였다. 웬만한 공포는 다 겪어본 뱀파이어들마저 두려워할 목소리로 ‘내 거야’라니. 조슈아는 싸우다 말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아는 가장 교양 있는 남자가 변태처럼 좋아하겠다.
“아, 공주님?”
안 그래도 변태처럼 좋아하고 있던 남자는 웃으면서 침대에 앉아 눈을 번뜩이고 있는 대마법사를 불렀다. 대마법사의 고개가 그에게로 천천히 돌아갔다. 사실 라이킨은 웃는 낯을 하고도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다 던져버리시면 나중에 수거하는 게 조금 곤란하니, 이제 마법은 그만 사용하시고 내려놓으십시오.”
황금색과 검은색이 휘몰아치고 있는 눈이 무척 아름다웠다. 보통 사람들은 공포를 느낄 눈이었지만, 라이킨은 그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다고 여겼다. 대마법사는 작은 머리를 갸웃거렸다.
“으아악!”
또다시 바깥에서 소란이 들리더니, 무거운 것이 풀썩풀썩 주저앉는 소리와 함께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입자들이 한데 쌓인 것이다.
“감사합니다.”
표정은 없고, 눈은 깜빡이지도 않는다. 대마법사는 무서운 얼굴로 라이킨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는 허파에 바람이 들어간 사람처럼 다정하게 웃기만 했다.
“이제 추우니 다시 누우시는 게 좋겠습니다.”
어차피 바깥은 상황종료다. 라이킨의 수하들이 혹시 빠진 놈이 없나, 주변을 수색하고 있지만 고대마법이 침입자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는 검을 내려놓고, 제 피가 묻은 결합점을 움직이며 소렐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몸에 좋지 않습니다.”
대마법사는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라이킨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대로 입을 벌렸다.
“우엑…….”
그녀의 입에서 주르륵 피가 쏟아졌다. 다 회복도 되지 않은 상태로 나섰으니 당연한 일이었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라이킨은 그녀에게로 손을 뻗어 떨어지는 피를 받아냈다. 순식간에 두 사람 사이의 결합점이 그들을 감쌌다. 라이킨의 피가 잔뜩 묻은 결합점 여럿이 특히 요란하게 움직였다.
“공주님!”
그는 당장 소렐을 휙 빼내서 들어 안았다. 지금 소렐이 감당하고 있는 모든 힘을 자신에게로 서둘러 끌어왔다. 가디언의 역할이란 게 결국 이런 것이다. 그녀는 고대마법을 혼자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연약하고 여리다. 라이킨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서 소렐을 감싸며 이를 악물었다.
“……일단락되었습니다. 공비전하께서 전부 다 색출해내신 것 같습니다.”
조슈아의 보고에 라이킨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입가에 피가 묻은 소렐이 사지를 힘없이 늘어뜨린 채 그에게 안겨 있었다. *
“이런 식으로 넘겨받을 줄 몰랐는데.”
영원한 방계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루벤 실베스터는 조금 멍청하게 중얼거렸다. 에설론 백작위가 비었다. 시신도 찾지 못한 에설론 백작의 장례식과 사후 처리를 할 사람은 당연히 다음 대 에설론 백작이었으나, 죽은 백작은 공교롭게도 미혼이었다. 뱀파이어들이야 오래도록 독신으로 생활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들을 죽이기란 쉽지 않았고, 때문에 수천 년쯤은 기본적으로 독신으로 생활해도 후사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에설론 백작이 죽었다.
“가장 가까운 친척은 루벤 실베스터, 당신입니다.”
귀족들의 작위를 확인하고 매년 귀족연감을 편찬해내는 곳에서도, 법원에서도, 한 계절 넘게 씨름한 끝에 전부 루벤 실베스터를 지목했다. 물론 나이로는 그가 가장 어렸지만, 작위는 나이로 계승되는 게 아니라 가장 가까운 혈연에게 계승되는 법이다. 이 나라의 계승법상 적법한 에설론 백작은 루벤 실베스터라는 거였다.
“아니, 그건 알고 있는데…….”
하지만 루드밀라 아스테어 프랑슈틸이 이토록 허무하게 갈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고, 당연히 그는 방계들의 수장에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가장 가까운 혈연이었기에 루드밀라가 루벤을 가까이하기도 했지만, 그건 그저 가까운 혈연일 뿐, 두 사람 사이에 그어진 선은 아주 선명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백작위가 굴러들어왔다고? 수천 년간 공고하기만 했던 벽이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진다고?
“……기가 막히는군.”
루벤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루드밀라는 그녀의 요란한 선조들을 따라 방종한 생활을 하지 않고 무조건 칼리에르 공비만을 고집했다. 그러다가 결국 이런 꼴이 나버렸다. 하긴 프랑슈틸 가문이 이렇게 종말을 맞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던가. 실베스터만의 작위라도 가지려고 발버둥 치던 루벤마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할 일이 산더미지 않습니까? 전대 에설론 백작의 재산을 정리하고 서둘러 장례식도 치르셔야지요.”
변호사는 넋이 빠진 루벤을 흔들었다.
“바쁘실 겁니다. 힘내십시오.”
그랬다. 당장 에설론 백작의 재산을 정리하는 것만 해도 큰일이었다. 게다가 방계, 즉 사생아 핏줄이라고 흰 눈을 뜨고 쳐다볼 귀족들도 여럿이었고, 장례식은 치러야 했으나 시신이 없었다. 루벤은 골치가 아팠으나,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었다.
“예. 바빠지겠군요.”
그는 늘 실베스터라는 이름을 어떻게든 당당히 내세우려고 애썼다. 재산은 이미 거머쥐고 있었으니, 거기에 작위 하나 더 얹는 거야 나쁘지 않았다. 그것도 그의 뿌리인 에설론 백작이라니, 이보다 더 큰 명예가 어디 있을까. 루벤은 표정을 관리했다. 굳이 그의 손으로 일구지 않아도 좋다. 공짜로 얻는 것만큼 즐거운 것도 없었다.
“일단은 재산부터 확인하시지요. 전부 바로 상속될 겁니다.”
에설론 백작은 대마법사를 엘펜하임에게 넘기려다가 그대로 시신도 남기지 못하고 죽었다. 법원에 로렌스 오블리앙 공이 슬쩍 보이고, 글래스턴 공작의 대리인 제인 샤를렌 칼리에르가 여러 번 출두한 끝에 그렇게 결론이 맺어졌다.
“……예. 그건 저도 여러 번 보아서 알고 있습니다.”
루드밀라가 카메론 셀레스트에 의해 강제로 깨어난 직후, 루벤은 원하지는 않았지만 루드밀라에게 몇 번 끌려 다녔다. 그리고 원래 프랑슈틸 가의 일을 방계들이 뒷설거지해주는 더러운 경우도 종종 있었기에 루벤은 제법 에설론 백작가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면 바로 상속 작업에 착수하겠습니다.”
아마 뱀파이어 역사에 길이 기록될 만큼, 어처구니없는 상속일 거다. 인간들에게는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뱀파이어들은 이런 식으로 상속받는 일이 아주 드물었다. 잠시 충격에 빠졌던 루벤은 곧장 변호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쨌든 작위는 그의 것이었다. * 이 나라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페르난데스 7세는 당장 칼리에르 공에게 총사령관 자리를 맡길 것이다. 검증된 전쟁영웅이자 전쟁귀신이 벌써 천 년째 버티고 있는데, 더 찾아볼 것도 없었다. 수많은 전투와 전쟁이 승리로 끝났고, 언제나 칼리에르 공이 있었다. 그만큼 칼리에르라는 이름은 잔인하고, 또 확실한 승리를 가지고 오기로 이름이 높았다. 그리고 그들은 은밀하게 힘을 키우고, 결코 원한을 잊지 않았다. 본래 잔인하다는 악명이 괜히 얻어지는 게 아닌 법이다.
“에설론 백작위가 승계되었다는군.”
게다가 현재 칼리에르 공은 왕이 아니라 그가 지키는 유일한 왕족이자 공주님, 그리고 대마법사에게 아주 충직했다. 그는 소렐이 남긴 분부대로 충실히 루드밀라 아스테어 프랑슈틸을 살려놓았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숨만 붙여 놓았다. 살고 있다는 자체가 괴로울 만큼.
“루벤 실베스터에게 넘어갔어. 드디어 방계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셈이지.”
화려한 이목구비와 금발, 그저 빼어난 용모를 가진 칼리에르 공은 이 새카맣고 지저분하며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도 혼자 빛이 났다.
“궁금해할 것 같아서.”
빙긋 웃어준 라이킨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곳을 떠났다. 끔찍한 저주가 섞인 비명이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저 정도는 전장에서 겪은 것에 비하면 저주 축에도 끼지 못한다. 루드밀라는 저 안에서 수천 년 내내 구차한 목숨을 이어나가며 햇빛 한 줌을 갈구하게 될 거다.
“공작저는 계속 수리 중입니다. 이번 주 안으로 복구 완료하겠습니다.”
“그래봤자 창문 몇 장 깨진 것뿐이잖아.”
“아니, 문도 좀 깨지고 벽도 무너진 곳이 있습니다.”
라이킨은 조슈아를 돌아보았다.
“좀 격하게 날뛴 놈들이 몇 명 있어서…….”
그러니까, 뱀파이어들 말이다.
“하여튼 습격이라고 하면 신이 나는 새끼들이 따로 있어.”
“마스터께 배운 거지요.”
“나는 그런 걸 가르친 적 없어.”
그는 곧장 소렐에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채 회복하기도 전에 또 멋대로 고대마법이 날뛰었으니, 소렐이 피를 토하는 건 당연했다. 당연한 일인데 속이 문드러진다. 그렇게 힘없이 피만 주륵 내뱉고 쓰러지는 건 또 처음 봤다. 어쩌다 용감하고 씩씩한 토끼 공주님이 이 지경이 되셨나.
“아마 슈토넨 후작이 루벤 실베스터에게 손을 뻗을 것 같습니다.”
라이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더구나 글래스턴 공작저가 여러 번 습격을 받을 정도로 대마법사가 약한 상태라는 걸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슈토넨 후작이 이 집에서 살아 나간 놈이 없다는 걸 중요하게 고려했으면 좋겠는데.
“저, 마스터께서는 괜찮으십니까?”
조슈아가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마법사가 감당하지 못하는 고대마법을 철저히 나누어 감당해야 하기만 하는 라이킨의 상태도 걱정이었다.
“나는 멀쩡해.”
멀쩡하게 숨 쉬고, 멀쩡하게 걸어 다니고, 멀쩡하게 싸운다. 그거면 된 거 아닌가. 라이킨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다시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소렐과 라이킨이 사용하던 침실은 당장 깨진 유리창부터 다시 갈아 끼웠다. 흩뿌려진 피를 싹 지우고, 더러워진 요와 깔개를 전부 갈았다. 한바탕 청소를 한 후에 소독까지 해놓고 나서야 그나마 사람이 지낼 만해졌다는 게 에벌린 스튜어트 부인의 평이었다.
“공주님, 일어나 계셨습니까?”
라이킨은 문을 열자마자 사주식 침대의 커튼 사이로 앉아 있는 소렐을 발견하자마자 황급히 다가갔다. 그의 사랑스러운, 너무나 사랑스러워 죽겠는 공주님은 멍한 눈을 깜빡이며 앉아 있었다. 뽀얗고 통통하던 뺨이 하도 고생을 해서 살이 쭉 빠진 걸 제외하면, 그럭저럭 낯빛도 괜찮았다.
“죄송합니다.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일어나실 때 곁에 있었어야 했는데…….”
“……별로 그럴 필요 없어요.”
무슨 소리람. 라이킨이 얼마나 바쁜지 소렐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빈말도 아니고 진심으로 저렇게 미안해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요. 혼자 앉아 계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안 그래도 베개를 산처럼 쌓아 올려서 기대앉아 있을 수 있게 해놓았다. 소렐은 정말 괜찮았다.
“저기, 방이 바뀌었어요.”
“예. 마음에 드십니까?”
라이킨은 먼저 소매를 걷고 손부터 씻었다.
“공작저는 다 예뻐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왜 방을 바꿨어요?”
그는 손을 씻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뭐가? 마주 보는 눈이 그냥 깜빡거리기만 했다.
“잠시 소란이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마법을 좀 사용하셨고요. 어디가 아프시거나 하지는 않으십니까?”
그랬었나? 소렐은 기억을 더듬었다. 손을 완전히 씻어낸 라이킨은 마른 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제가 공주님 것이라고 공작저 전체에 선포해주셨는데요.”
그러나 돌아오는 건 의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놀리는 거지요?”
“공주님께서 피까지 토하신 일을 장난삼을 만큼 질 떨어지는 놈은 아닙니다.”
“나는 기억에 없는데요.”
“예, 보통은 그렇지요. 가만 계시다 보면 생각이 나실 겁니다. 목이 아프시거나 속이 이상하지는 않으십니까?”
저 남자는 지나치게 태연해서 그녀를 오히려 당황하게 만든다. 라이킨은 굳이 말하자면, 태연하다기보단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내가 실수했어요?”
기억에 없는데 무슨 일을 저질렀다는 건 소렐에겐 공포나 다름없었다.
“아니, 전혀 실수하지 않으셨습니다.”
“라이킨의 부하들이 마법에 다치거나 하지 않았어요?”
“전혀요. 오히려 도움을 아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럼 누가 쳐들어왔단 이야기네요.”
라이킨의 부하들이 나섰고, 침실도 바꿨다는 얘기면, 누군가가 습격했다는 결론밖에 나지 않는다. 이젠 그 정도로 눈치가 빨라지고 경험도 많아진 소렐을 물끄러미 보던 라이킨은 씁쓸하게 웃었다.
“……예, 그렇습니다.”
“내가 마법을 많이 썼나 봐요.”
“말씀을 많이 하지는 마십시오. 목이 아프실 겁니다.”
“자꾸 목 아프다고 하는 걸 보니 피도 토했나 봐요. 우엑, 하고…….”
하고 싶은 말만 또 쫑알쫑알해댄다. 뒤집어지는 그의 속은 생각도 못 하고.
“예. 아시면 말씀 그만하시고, 따뜻한 물부터 드시지요.”
소렐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라이킨은 또 생각이 많은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제가 속상합니다.”
안 그래도 보름 넘는 시간 동안 챙겨주지 못하고 이 세상을 혼자 헤매게 한 것만으로도 속이 상해 죽겠는데, 눈앞에서 피를 주르륵 토해내고 기절하는 걸 봤다.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을까.
“……마법 안 쓸게요.”
소렐 이드리스가 제임스 라이킨 칼리에르를 웃게 만드는 건 너무나 쉬웠다.
“약속하신 겁니다.”
그는 진심으로 싱그럽게 웃었다. 소렐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제가 미흡하여 공주님께서 직접 손을 쓰시게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은 결코 없도록 하겠습니다.”
수많은 재산과 인력,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끊임없이 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수호기사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라이킨.”
“예, 공주님.”
“이번이 몇 번째였어요?”
이번 습격이 몇 번째였냐. 그는 잠시 헤아렸다.
“서른일곱 번째입니다.”
엄청난 숫자에 공주님은 한숨을 쉬었다.
“일어나요.”
그녀가 연약한 손을 뻗었다.
“어서요.”
그는 몸을 일으키며 그 손을 잡아 다시 이불 안으로 넣어주었다.
“나 빨리 나을게요. 지금 사실 어디가 아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솔직하게 말한 것뿐인데 라이킨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말을 들은 것처럼 웃었다.
“예.”
“미리 말을 해주지 그랬어요.”
“환자는 그런 거 걱정하는 거 아닙니다. 잘 드시고…….”
그때 노크소리와 함께 에벌린 스튜어트 부인이 또 따끈따끈한 음식을 쟁반에 들고 나타났다.
“푹 쉬는 것만 하시면 됩니다.”
똑같이 맞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소렐은 여전히 침대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고, 먹기 싫은 묽은 음식을 보곤 미간을 찡그린다. 라이킨은 내색하지 않고 그걸 받아다 직접 먹일 거다. 그렇지만 그는 오늘도 기분이 좋았다. 그는 공주님의 소유였다. 공주님께서 가질 수 있는 가장 반짝거리는 것이자, 가장 여러 모로 쓸모 있는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