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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불꽃놀이 (12) (97/181)

97. 불꽃놀이 (12)2021.07.03.

라이킨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그의 눈과 입가에는 위험한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소렐의 다친 다리를 잘 감싸주면서도 순식간에 그녀와 닿는 면적을 늘렸다.

16606121161465.jpg“라, 라이킨?”

1660612116147.jpg“예, 공주님.”

그는 웃었다. 아무리 봐도 놀리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녀가 그를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것 역시 놀리는 소리일 거다.

1660612116147.jpg“좋은 아침입니다.”

그는 소렐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늘 해주던 거지만, 지금은 어쩐지 더 짙은 것 같았다.

1660612116147.jpg“공주님의 침대를 제가 감히 차지했습니다만.”

그리고 아주 뻔뻔했다.

1660612116147.jpg“용서해주시겠지요?”

16606121161465.jpg“날 돌봐준 거잖아요.”

1660612116147.jpg“그렇다면 매일 밤을 새워 돌봐드리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시겠지요?”

소렐은 그를 휙 올려다보았다.

16606121161465.jpg“나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데, 자꾸 놀리면……!”

1660612116147.jpg“아. 아시는 겁니까?”

그가 웃었다. 아니, 모른다고 할 걸 그랬다!

1660612116147.jpg“아신다니 무척 기쁘군요. 이 남편이 밤마다 참 괴로웠습니다. 저는 공주님의 수호기사인데.”

라이킨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는 말도 해야 하고, 입술도 따로 써먹어야 해서 좀 바빴다. 소렐이 끙끙대다가 결국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1660612116147.jpg“가끔은 침실 문을 부수고 싶어서.”

16606121161465.jpg“농담이에요?”

그는 농담을 진지한 얼굴로 하는 경향이 있는 걸까?

1660612116147.jpg“진담입니다.”

아니구나.

1660612116147.jpg“제가 좀 고루한 사람이라, 말도 안 되는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소렐은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그냥 몸에서 힘을 빼고 그에게 기댔다. 라이킨에게만큼은 낯을 가릴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녀의 턱 밑이며, 목에도 입술을 대고 길게 내려갔다.

1660612116147.jpg“그런 충동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기사로서는 실격이겠지요.”

16606121161465.jpg“으음, 그게 좋다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1660612116147.jpg“예. 죄송합니다만, 공주님은 아주 도덕적인 사람과 결혼하신 게 아닙니다.”

라이킨은 소렐의 다친 다리를 조심스럽게 감싸며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렀다. 야릇한 느낌에 소렐은 오히려 어깨를 움츠렸다. 잠에서 막 깨어나 약간 혼미한 남자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그래. 짙었다. 지금 그가 하는 모든 행위는, 예전처럼 그녀가 똑같이 할 수 있을 만큼 가벼우면서도 애정이 담뿍 담긴 게 아니라 아주 짙고 짙어서 숨이 꽉 막힐 지경이었다. 소렐은 라이킨의 옷깃을 저도 모르게 쥐다가, 그의 셔츠 단추가 방만할 정도로 풀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1660612116147.jpg“더구나 아침에 침실에서는 좀…….”

소렐은 셔츠를 대충 걸치고만 있는 라이킨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짝 긴장했다. 토끼가 또 얼어붙었다. 아이고야.

16606121161465.jpg“……좀?”

긴장했지만 토끼의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자꾸만 부풀어 오르는 남자의 욕망에 불을 붙인다. 온몸의 피가 한곳으로 쏠리고 있었다.

1660612116147.jpg“좀 더 욕망에 충실하게 되지요.”

뱀파이어가 씩 웃었다.

16606121161465.jpg“아, 아침인데요?”

1660612116147.jpg“예. 아침이니까 특히.”

그러게 내 위로 올라가셔서 꼬물대지는 마셨어야지요. 라이킨은 그래도 순하게 누워서 그가 하는 대로 모두 받아주고 있는 소렐을 보며 말을 삼켰다. 유감스럽게도 이 순한 토끼의 남편은, 굳이 운운하자면, 그래, 변태에 가까웠다. 제임스 라이킨 칼리에르의 고루하고 재미없는 옛날의 고지식한 기준으로 따질 때 변태였다. 정상적인 남자라면 이렇게 어리고 귀한 헬레인 공주님을 아내로 맞아, 함부로 탐하지는 않을 거다. 그러니 그는 변태가 맞았다.

1660612116147.jpg‘딱히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은데.’

소렐이 그의 손길 하나하나에 움찔대고, 뺨을 발갛게 붉히며, 억누른 신음소리를 터트리니 더더욱 그랬다. 아니, 그러니 당연히 침대 바깥으로 이 예쁘고 말랑말랑한 토끼를 내보내서는 안 된다. 손에 감기는 감촉에 환장할 지경이었다.

1660612116147.jpg“싫으십니까?”

소렐은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16606121161465.jpg“아뇨.”

예쁜 말을 했으니, 당연히 또 쏟아지는 키스를 받았다.

16606121161465.jpg“좋아요.”

더 예쁜 말도 한다.

1660612116147.jpg“무섭지는 않으십니까?”

그건 허락이었기에 그녀가 허락한 만큼 더 움직였다. 그러나 그녀가 조금이라도 겁을 내면,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는 바로 공포의 냄새를 알아차리고 뒤로 물러날 터였다.

16606121161465.jpg“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소렐은 고개를 흔들며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이젠 익숙해진 자세였다. 조금 부끄러워서 매달리는 것이기도 했다.

16606121161465.jpg“나는, 라이킨이 날 막 깨물어도 하나도 안 아프고 안 무서워요.”

그는 그녀를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숙이곤 웃어버렸다.

1660612116147.jpg“그럼 더 많이 깨물어드려야겠군요.”

아니, 사실은 그녀가 그를 확 물고 놔주지 않길 바랐다. 원하는 만큼 그를 꽉꽉 조여서 정신이 없게 휘둘러주길 바랐다.

1660612116147.jpg“괜찮으십니까?”

16606121161465.jpg“네, 괜찮아요.”

잠시 말이 끊어졌다. 라이킨은 아주 소중하고 부드러운 것을 잔뜩 예뻐해줬고, 발갛게 달아오른 소렐은 조금 지난 후에 종알거렸다.

16606121161465.jpg“근데 괜찮냐고 물어보는 건 좀 매력 없대요.”

라이킨은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툭 대고 웃음을 터트렸다. 소렐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1660612116147.jpg“저런, 명심하겠습니다.”

16606121161465.jpg“그런데 라이킨은 괜찮아요.”

이랬다, 저랬다, 남편을 들었다, 놨다.

16606121161465.jpg“그런 말 해도 멋있어.”

소렐은 그의 얼굴을 새삼스럽게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멋있다. 그러곤 가까이 다가오는 서늘한 시선에 눈을 감았다. 커다란 손이 미끄러지면서 그녀의 허리를 꽉 안았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진 숨과, 불같은 열기를 품은 숨이 뒤섞였다. 지금이 아침인 것도, 그 무엇도 아무런 상관없었다. 예전이었다면 놀라서 보채며 그에게 매달렸을 공주님이 이제는 제법 자연스럽게 그를 받아들였다.

1660612116147.jpg“……공주님께서는 절 야만인으로 만드시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으십니다.”

16606121161465.jpg“내가요?”

소렐은 간신히 그의 말을 알아듣고 되물었다.

1660612116147.jpg“예.”

새파란 눈이 번들대고 있었다. 포식자의 눈이다. 순식간에 한입에 삼켜져서, 꼭꼭 씹어 삼켜질 것이다.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데 두렵지 않았다. 토끼는 더 이상 뱀파이어가 두렵지 않아서, 그에게 오히려 더 바짝 다가가 먼저 입을 맞췄다. 그래도 아직까지 순진한 공주님이라, 이게 최대한으로 적극적인 표현이었다.

16606121161465.jpg“그게 더 좋아요.”

라이킨은 이를 한 번 악문 후에 그녀에게 다시 한번 사납게 달려들었다. 정말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나 하는 말인가. 달뜬 목소리에, 예쁘게 휘어지는 눈꼬리에, 그에게로 뻗어오는 작고 따뜻한 손까지 모든 게 다 그의 이성을 폭파시켜 날려버렸다. 저 눈, 그래, 저 눈이 문제다. 아니, 예쁘게 말하는 저 입술이 문제인가? 아니면 손에 감겨오는 이 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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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0612116147.jpg‘그대로 데리고 오길 잘했지.’

그대로, 시골에 있던 그대로 다른 놈들의 눈에 띄기 전에 그가 곱게 안아다 그의 품 안에 딱 가둬버렸다. 라이킨은 자신에게 있는지도 몰랐던 저열한 이기심과 독점욕이 무섭게 뻗어 나오는 것을 느끼며 기어이 소렐의 말랑한 살갗에 제 흔적을 남겼다. 한 번쯤은 그래보고 싶었다. 원래 이런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욕망조차 없이 담백한 사람이 바로 그였다.

1660612116147.jpg‘담백하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그는 그저 소렐 이드리스를 만나지 못해 자신이 얼마나 정신 나가고 파렴치한 사람인지 몰랐을 뿐이다. 그의 다리에 소렐의 붕대 감은 다리가 얽혔다. 아, 제기랄. 그녀는 부상자였다.

1660612116147.jpg“……공주님, 제게 정신 차리라고 한마디 해주세요.”

16606121161465.jpg“라이킨은 완벽하게 제정신이에요.”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그녀가 하는 말마다 그에게는 아주 절대적인 진실로 들렸다. 아니지, 안 된다.

1660612116147.jpg“아니면 제 머리를 좀 때려주시겠습니까?”

그는 정신을 차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16606121161465.jpg“때려요?”

그녀는 그를 놀라서 제정신이 아닌 사람 보듯 쳐다보았다. 그래, 한결 나았다.

16606121161465.jpg“왜 때려요……? 어떻게 때려……?”

소렐은 때리는 대신 그의 결 좋은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순진한 표정이 말갛기만 하다. 라이킨은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다시 키스를 했다. 그러면서도 솜씨 좋게 어깨 아래로 떨어진 가운을 빠르게 정리했다.

1660612116147.jpg“나머지는 공주님께서 다 나으신 후에 마저 할까요.”

소렐은 어느새 완벽하게 묶인 가운 끈을 내려다보았다. 라이킨은 그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1660612116147.jpg‘어젯밤에 열만 오르지 않으셨어도…….’

혹은 개에게 물리지만 않았어도 이성을 되찾지 못하고 여기에서 당장 초야를 치를 뻔했다. 아직 새내기, 파릇파릇한 새내기다. 학기는 오는 가을에 시작하고, 라이킨은 좀 더 정신을 차려야 했다. 어쨌든 그는 메리 헬레인이 최후로 서임한 마지막 기사였다. 그것도 헬레인 공주의 마지막 수호기사. 수호기사가 지켜야 할 공주님을 탐하다니, 때려죽일 짓이었다.

1660612116147.jpg“다 낫고 나서.”

소렐은 그의 뺨을 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고개를 쭉 빼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유예기간을 준 셈이었다. 조금 더 참을 테니까, 조금 더 익숙해지라고.

1660612116147.jpg“그때는……, 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6606121161465.jpg“지금도 더 할 수 있잖아요.”

맹랑한 토끼가 눈을 깜빡거리며 따졌다. 라이킨은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였다.

16606121161465.jpg“……별로예요?”

토끼가 다시 물었다. 그녀는 자신을 꼭꼭 감싸고 있는 커다란 가운을 괜히 만지작거렸다.

16606121161465.jpg“안 예뻤어요?”

순식간에 라이킨의 표정이 굳었다.

1660612116147.jpg“너무 예뻐서 이대로 초야를 치러버리고 싶어 죽을 지경이니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빠르고 분명한 말이 아주 단호하게 나왔다. 다른 건 몰라도 소렐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또 그런 질문을 하는 건 절대로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확실하게 못 박는 투였다.

1660612116147.jpg“저야말로 제 몸이 마음에 드시냐고 여쭤봐야 할 일 아닙니까.”

16606121161465.jpg“아니, 내가 라이킨 눈에 예쁘면 그걸로 됐는데.”

맹랑한 토끼는 그 와중에도 너무 예뻤다는 말에 헤헤 웃고 말았다.

16606121161465.jpg“라이킨은 참 훌륭한 수호기사예요.”

전혀 훌륭하지 않은 수호기사님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1660612116147.jpg“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필사적으로, 여태까지 이런 성의와 노력을 끌어 모았던 적이 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죽을 만큼 노력하고 있었다.

16606121161465.jpg“내가 어려서 그렇지요?”

1660612116147.jpg“……아닙니다.”

펠릭스 이드리스가 그의 멱살을 잡고 다리부터 부러트리면서 시작할 만큼 어렸다. 어리고 너무 예뻤다.

1660612116147.jpg“다치셨잖습니까. 그리고 한밤중에 열이 많이 오르셨습니다.”

16606121161465.jpg“토끼로 변했던 건 기억이 나요.”

그리고 괜찮다며 어르고 달래주던 손길도 기억하고 있었다.

16606121161465.jpg“돌봐줘서 고마워요, 라이킨.”

1660612116147.jpg“아니, 아닙니다, 공주님.”

지금 간호하던 여자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며 뺨을 쳐야 하는데, 소렐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방싯방싯 웃고만 있었다. 세상에서 어떻게 처분할 수가 없는 끔찍한 쓰레기가 된 기분이긴 한데, 딱히 나쁘지 않았다. 그는 일단 그가 생각하기에도 쓰레기에다가 파렴치한이며, 또한 변태가 맞았고, 무엇보다 소렐이 그런 그여도 괜찮다는 듯 웃어줬기 때문이다. 그의 모든 기준은 소렐이 되어버렸다. 그 또한 좋았다.

16606121161465.jpg“근데, 참을 수 있어요?”

1660612116147.jpg“……예.”

라이킨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된다 해도 어떻게든 참아봐야 했다.

1660612116147.jpg“참아야지요.”

소렐은 그를 빤히 보다가 또 웃었다.

1660612116147.jpg“왜 웃으십니까?”

합, 하고 입이 다물린다.

1660612116147.jpg“화내는 거 아닙니다.”

16606121161465.jpg“그건 아는데 대답 들으면 화낼지도 몰라서…….”

1660612116147.jpg“지금 피를 주시겠다고 해도 기꺼이 달려들 텐데요.”

어떻게든 죽여야 하는 욕망을 뻣뻣하게 부풀린 채 마구 달려들어서 저 여린 목을 깨물 터였다. 소렐은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웃음을 배시시 지어 보였다.

16606121161465.jpg“라이킨이 귀여워서 웃었어요.”

1660612116147.jpg“세상에서 제일 귀여우신 분께 그런 말을 들으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지만 라이킨의 뇌는 말은 그렇게 뱉으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귀엽다는 건, 결국 무섭지 않다는 거다. 토끼가 뱀파이어를 귀엽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천적으로 여기지도 않는다는 뜻 아닌가. 그가 그만큼 소렐에게 바짝 다가갔다. 경계심을 하나하나 풀어놓고, 어르고 달래서 제 품에 당연하다는 듯이 품는 단계까지 왔다. 이빨도 숨기고, 발톱도 숨기고, 저와 비슷하게 온화하고 따뜻한 성정인 척 위장했다.

16606121161465.jpg“나 귀엽기만 해요?”

오늘부터 일주일 후에 대대적으로 벌어질 뱀파이어 암살을 지시한 이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1660612116147.jpg“귀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지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생명체. 라이킨은 소렐 이드리스를 그렇게 정의 내렸다. 그리고 이 생명체에게 위협이 되는 모든 건 다 죽여버릴 거다. 그냥 치우기엔 그의 자비심이란 얄팍할 정도로 옹졸했다.

1660612116147.jpg“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헤헤, 하고 웃는 맑은 소리가 들리면, 그는 그것으로도 족했다.

1660612116147.jpg“가장 사랑스러워요, 공주님.”

오늘도 소렐은 온갖 칭찬과 키스를 잔뜩 받았다. 곱게 자라 귀하기만 한 공주님께 라이킨처럼 옹졸하고 잔인한 데다 욕망으로 가득한 남자는 감히 댈 수도 없었다. 그러니 겉으로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공주님의 남편 자리에 걸맞은 척, 착실하게 연기하고, 더러운 성정은 뒤로 숨기면 될 일이다.

16606121161465.jpg“나 다리 얼른 낫고 싶어요.”

소렐은 아무것도 모르고서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다리를 동당거리다가 라이킨에게 제지받았다. 아픈데 자꾸 흔들면 안 된다.

1660612116147.jpg“다 나으실 때까지는 제가 모시고 다니겠다고 약속드리지 않았습니까.”

16606121161465.jpg“그래도. 답답해.”

1660612116147.jpg“하긴 다 나으셔야지 방금 관둔 걸 계속 이어 하지요.”

홱 쳐다보는 눈이 샐쭉했다.

16606121161465.jpg“라이킨!”

1660612116147.jpg“본능에 충실한 건 흠이 되지 않습니다, 공주님.”

그는 소렐을 안아들며 대답했다.

16606121161465.jpg“그래요?”

1660612116147.jpg“예.”

뭐라 빽빽 소리를 칠 수도 있었지만, 소렐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16606121161465.jpg“음, 그럼 나도 좋아요.”

토끼는 똑똑하고 본능에도 충실한 모양이었다. 소렐은 자신이 말한 게 딱히 부끄럽지도 않은지 눈만 깜빡깜빡거리고 있었다.

1660612116147.jpg“문제가 많은 소설을 들키셨을 때는 이러지 않으셨던 것 같은데요, 공주님.”

16606121161465.jpg“그때는 라이킨이 본능에 충실한 건 흠이 되지 않는다고 말을 안 해줘서 몰랐어요.”

부끄러워 할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던 것 같은데.

1660612116147.jpg“아, 제 탓입니까?”

16606121161465.jpg“결과적으로는 그래요.”

1660612116147.jpg“그럼 제가 잘못했습니다.”

16606121161465.jpg“네.”

새침하게 대답한 소렐은 그의 목을 안고 기대서 키득키득 웃었다. 라이킨도 같이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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