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불꽃놀이 (1)2021.05.26.
여름이 왔다. 그걸 누구보다 더 빠르게 알아차리는 이들은 엔버네스의 귀족들이었다. 그들은 아직 쌀쌀하다며 겉옷을 챙겨야 하지 않냐고 하는 시기에 서둘러 짐을 싸 바다로 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가장 전망 좋은 곳을 선점하여 거대하고 아름다운 별장을 건설해두었다. 그저 몸만 가면 그만이었다. 더불어 올해 여름에는 어떤 옷이 유행인지만 알면 된다.
“어머, 이게 뭐람?”
샤를렌은 소렐이 뽀르르 와서 불쑥 내민 것을 보았다. 그사이 소렐은 또 열심히 로렌스에게 가서 두 손으로 같은 것을 쭉 내밀고 있었다. 로렌스는 안경을 끼며 푹신한 안락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어디 보자, 칼리에르의 봉인이구나.”
로렌스의 곁에 선 소렐이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밀랍이 예쁜데. 새로 주문했니?”
또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로렌스와 샤를렌은 봉인을 뜯고, 안에 들어있던 내용물을 꺼냈다. 여름별장에 초대합니다. 함께 와주세요. 소렐이 고민해가며 꼭꼭 눌러 쓴 글씨에는 별장의 위치와 날짜가 적혀 있었다. 소렐은 눈치를 보다가 다시 샤를렌에게 다가왔다.
“그때 바빠요?”
샤를렌은 아주 잘나가는 변호사니까 어쩌면 못 올 수도 있겠다. 이미 엔버네스에서 오래 있지 않았나. 그녀는 자신을 폭 감싸는 샤를렌의 팔에 휘감겼다.
“아뇨, 공주님이 초대하신 건데 무조건 가야지요.”
“샤를렌은 무척 바쁘고 인기 많은 변호사잖아요. 그래서 못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진짜 올 수 있어요?”
“진짜 진짜 갈 수 있어요.”
샤를렌은 소렐의 뺨에 쪽 소리가 나도록 뽀뽀를 해준 뒤 그녀를 보내줬다.
오빠놈, 좋겠구나. 저렇게 귀여운 아내를 뒀으니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겠지. 그 오빠놈은 지금 가족들에게 예쁨을 받고 있는 소렐을 보며 같이 웃는 중이었다.
“가서 혼자 재미있게 지내도 되는데 이 늙은이도 데리고 가주려고?”
로렌스가 데뷔 기념으로 선물해준 하얀 별장이다. 말 그대로 건물 외관이 온통 백색이라, 그 근방에서도 아름다운 별장으로 이름 높았다.
“혼자 가면 재미없어요.”
“재미없나?”
“네. 같이 가주세요.”
“그럴까요?”
“네.”
로렌스는 늘그막에 본 어린 며느리가 그렇게 예쁜 모양이다. 한 오백 년은 더 사셨다가 손주를 보시면 그땐 좋아서 넘어가시겠다, 넘어가시겠어. 샤를렌은 픽 웃으며 소렐이 직접 쓴 초대장을 다시 봉투 안에 넣어놨다. 이건 따로 챙겨야지.
“그럼 우리 넷이서 가나? 샤를렌 너는 데리고 올 사람 없니?”
“당분간은 공주님으로 만족하세요, 아버지. 식구 늘어난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샤를렌은 고개를 흔들었다.
“난 네 친구들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라는 거지.”
로렌스는 느긋하게 말하며 소렐이 쓴 초대장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샤를렌이 장담컨대, 분명히 저 초대장을 며칠 동안 가장 가까운 탁자에 두고 한 번씩 읽으실 거다.
“그나저나 벌써 여름이 왔구나.”
“예. 사람들이 벌써 남부지방 쪽으로 내려간다고 합니다.”
가만히 있던 라이킨이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요 며칠 동안 영지에서 올라오는 보고가 있긴 했지. 한동안 사람들로 북적거릴 거다.”
발레시나스는 따뜻하고 아름다우며 풍요로운 영지였다. 그곳에서 창출되는 부도 대단해서, 사람들은 발레시나스 공작위와 글래스턴 공작위가 동시에 라이킨에게 갈 것이라는 걸 무척 부러워했다. 그리고 소렐이 받은 여름별장은 바로 발레시나스에 있었다. 여름마다 며느리가 놀러 왔으면 좋겠다는 시아버지의 바람이 담긴 선물이기도 했다.
“볕이 따갑다고 불평하면서도 열심히 내려오지. 덕분에 와인이 불티나게 팔린단다.”
로렌스의 말에 소렐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와인이요?”
이 집에 술주정뱅이 꿈나무가 하나 있었다. 라이킨은 고개를 저어 보였지만 소렐에게는 그가 아무래도 안 보이는 모양이다.
“그래. 발레시나스에는 질 좋은 포도가 많아 와인이 많이 생산되지. 내가 글래스턴과 이곳에 몇 상자 가져다뒀다만?”
“아, 그게 다 발레시나스 와인이구나.”
소렐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리에 무릎을 세우며 앉았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작년 이맘때쯤에는 제가 엔버네스에 있을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그녀의 말에 로렌스가 웃었다.
“벌써 그러면 어쩌나. 이제 여름이고, 곧 학교에 가야 할 텐데.”
학교는 가을에 시작이다. 소렐은 어쩐지 여름이 왔듯, 가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성큼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겉보기엔 소렐 이드리스는 아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 왕실 행사에 참석할 만큼 헬레인 공주로서 완벽하게 인정받고, 또 대우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문제였다. 엘펜하임은 백오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헬레인, 그 아름다운 왕국을 그저 욕심에 눈이 멀어 멸망시킨 강도들이라고 손가락질당하고 있으니 헬레인 공주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참혹해. 아주 참혹한 몰골이야.”
기둥이 높이 선 엘펜하임 본부에서는 수도사들이 수군거리고, 기사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안개처럼 퍼졌다. 그들은 녹아서 뚝뚝 흐르는 티아라 두 개를 어쩌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 소렐이 새로운 티아라를 또 쓰고 나타나면 그때는 뭐가 또 녹을지 모르는 일이다. 봉인에는 이미 커다란 균열이 두 개나 생겼고, 그 균열을 따라 미세한 균열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었다.
“저 봉인 아래 레너드 3세가 한 예언이 숨겨져 있겠지?”
“아주 끔찍한 내용이겠지?”
“이제 멸망할 때가 된 건지도 몰라, 그 예언에는 지금 벌어지는 일이 다 담겨 있을 거야……!”
엘펜하임 수뇌부는 미칠 노릇이었다.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소렐에게 사람을 보내 암살을 하는 것도 녹록지 않았고, 더구나 그녀가 가지고 있을 티아라들을 다 훔쳐 오는 건 더 힘든 일이었다. 소렐 이드리스에겐 제임스 라이킨 칼리에르가 있다. 잔인하고 손에 피를 묻히는 걸 즐기는 뱀파이어.
“지금 죄다 손가락이나 빨면서 글래스턴 지부장이 좋은 소식을 가져오길 기다리고만 있군.”
“아무리 에설론 백작을 사로잡았다 해도 그 여자는 엄연히 뱀파이어인데, 어떻게 뱀파이어를 믿나?”
“그럼 본인이 직접 나가서 뭐라도 해보지그래?”
불안한 요소는 조기에 봉합하지 않으면 더 큰 불안을 낳는다. 봉인을 아무리 원래대로 고쳐보고, 그 위에 땜질이라도 하려 해도 오히려 이상하게 봉인을 더 무너트릴 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덕분에 수뇌부에서도 내내 날선 공방만 이어질 뿐이다.
“암살을…….”
“지금 암살자에게 암살자를 보내자는 건가?”
뱀파이어들은, 그것도 칼리에르 공이 이끄는 뱀파이어들은 어둠과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암살자들이었다.
“아무런 시도도 안 해볼 수는 없잖소, 겁쟁이들 같으니!”
“지금 말 다 했나?”
여러 곳에서 말다툼이 일어나고 있었고 불화가 심했다.
“우리가 왜 선배들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거지?”
대마법사를 두려워하여 도망치는 이도 있었다. 엘펜하임은 초조해진 지 오래였고, 봉인을 수리하는 데만 온 힘을 쏟을 수는 없었다. 고작 티아라 두 개가 녹은 걸 가지고 암살까지 하는 건 지나친 것이 아니냐고 하기엔, 그들은 대마법사와 지나치게 깊은 원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암살이 족족 실패한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엘펜하임에겐 뾰족한 수가 없었다. *
“엔버네스 공작저에 암살자가 왔습니다.”
라이킨은 하얀 별장이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소렐에게 웃어주며 보고를 들었다.
“엘펜하임에서 두 번째 봉인 지지대가 녹아내린 이후로, 결국 행동을 개시한 모양입니다.”
조슈아는 바캉스용 모자를 쓰고 차분히 보고했다.
“느린데.”
“그동안 마스터께서 바쁘셨던 거지, 이 정도면 아주 빠른 겁니다.”
라이킨이 소렐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을 쏙 뺐던 사실을 슬쩍 돌려 지적한 조슈아는 계속해서 보고를 이어나갔다.
“일찍 이곳으로 오셔서 암살자와 마주하지 않으셨지만, 아마 또 시도할 겁니다.”
“그렇겠지.”
“그리고 모든 귀족이 이 근방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거기엔 에설론 백작도 포함입니다. 그녀가 원로 뱀파이어들을 계속 만나고 다닌다더군요.”
라이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대립하겠다는 뜻이지.”
“아무래도 협정서일 것 같습니다.”
협정이란 말만 떠올려도 라이킨은 반사적으로 어머니를 떠올렸다. 앨리스 루이즈 칼리에르가 고대마법을 두려워하며 만든 게 바로 그 협정서였기 때문이다. 불쾌한 일이다.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그게 맞는 거야, 조슈아.”
라이킨은 웃었다. 그건 지금 보고 있는 소렐이 사랑스러워서 웃는 게 아니라, 원로 뱀파이어들 및 순혈 뱀파이어들을 향한 사늘한 조소였다.
“누구나 고대마법을 탐내지.”
사실 조슈아를 비롯한 칼리에르 공을 따르는 이들도, 고대마법의 계승자가 칼리에르 공비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뿐이다. 만일 소렐이 다른 편에 속해 있었다면 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다.
“엘펜하임은 마법 앞에서 무력하고, 이미 그들의 멸망은 정해져 있다는 걸 알아. 헬레인 왕국의 멸망이 정해져 있었듯이.”
라이킨은 향긋한 커피를 마셨다. 글래스턴에서는 쓰고 묵직한 맛이, 엔버네스에서는 가볍고 부드러운 맛이, 그리고 이곳에서는 과일 향과 초콜릿 향이 가득한 맛이 난다. 하긴 암살이나 대립을 논하기에 이곳의 날씨는 지나치게 화창하고, 풍광은 무척 아름다웠다. 바다는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었고, 백사장은 지천으로 널렸으며, 하늘은 아주 높고 흰 구름만 동동 떠다녔다.
“봉인도 깨질 거고, 헬레인에서 훔쳐낸 줄 알았던 금은보화가 녹기 시작하니 재정도 형편없이 쪼그라들 거야.”
돈 없이 어떻게 싸울까. 조슈아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럼 또 나와서 강도질을 하겠군요.”
“글쎄. 옛날에는 그게 통했지만 요즘에는 안 통하지. 하지만 뱀파이어들은, 특히 순혈입네 하는 것들은 고리타분하고 지루하지. 옛날 방식으로 현재를 살고, 또 계속 같은 방식으로 싸우려고 들어.”
“뭐, 협정서에 서명만 하면 전부 다 되는 걸로 아는 사람들이긴 하지요. 아마 협정서를 들이댈 만한 일이 생긴다면 마스터께서 직접 공비전하의 목을 잘라 보낼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을걸요.”
라이킨은 조슈아를 힐끗 보았다. 누가 봐도 즐거운 여름휴가를 기대하고 온 차림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군.”
“한두 번 겪습니까?”
“수급을 보내다니 옛날 생각도 나고.”
“야만적인 시대였지요.”
조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전장에서 라이킨을 만났다. 피를 뿌리고, 또 어머니가 보낸 감시자들 앞에서 억지로 피를 마셔야 했던 소년과 만났다.
“난 그때가 좀 지겨워, 조슈아. 기차가 다니는 이 시기에 말이 있으면 감지덕지하던 때처럼 싸우다니.”
라이킨이 그를 힐끗 넘겨보는 시선에 짜증과 심술이 가득했다.
“절 보지 마시고 앞을 보십시오, 앞을. 공비전하께서 조개껍데기를 줍고 계시네요.”
앞을 보면 또 그 싸늘한 시선이 부드럽게 풀린다. 안 그래도 일이 많고 팍팍한 부하의 업무환경에 상관의 연애란 그저 한 줄기 빛이었다. 안 그래도 짜증낼 일만 보고해야 하는데 상관의 기분이라도 좀 좋아야 하지 않겠나.
“아무튼 계속 주시하고는 있습니다만, 더러 젊은 뱀파이어들도 동조하는 모양입니다.”
“그 여자가 언변이 좀 뛰어나긴 하지. 카메론 셀레스트가 고생 좀 할 거야.”
라이킨이 그건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벌써 엔버네스를 휘젓고 다니는 것만 봐도 카메론 셀레스트를 가뿐히 휘두르는 것 같습니다.”
“백 년도 못 산 인간이 천 년을 산 뱀파이어를 당해낼 수가 있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나름 버티긴 할 텐데요.”
카메론 셀레스트가 잘 버티는 편이긴 했다. 글래스턴에서도 흔들림이 없었고, 뱀파이어들을 상대할 때도 말려들지 않았다.
“어디까지 갈지 한번 두고 봐야지.”
그건 이 불쾌한 상황에서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라이킨은 심술궂게 웃었다. 그때 마침 뛰어다니던 소렐이 앞으로 휙 고꾸라졌다.
“그……. 음…….”
조슈아는 뭐라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보고를 해야 할 상대는 어느새 튀어 나가서 넘어진 아내를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주님.”
라이킨은 토끼이면서도 가끔 제 발에 걸려 넘어지고, 또 발딱 일어나려다가 그의 품에 코를 박은 소렐을 휙 들어 제대로 앉혔다.
“어디 보여주세요. 아프십니까?”
푹신한 모래사장에 넘어졌으니 딱히 아플 리는 없었다. 하지만 라이킨은 혹시라도 모래사장 사이에 유리 같은 것이 없나 살펴보고, 소렐의 피부에 박힌 건 없는지 모래를 털어가며 확인했다.
“피 안 나요.”
“예, 다행입니다. 모래사장에서는 걸리는 게 많아서 자주 넘어지실 겁니다.”
부끄러워. 소렐의 얼굴이 빨개져서 입술만 좀 웅얼거리다 말았다. 라이킨은 그녀를 물끄러미 보다가 머리카락을 잘 정리해주었다. 이곳은 바닷가라, 바람이 상당히 많이 불었다.
“부끄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통통한 뺨이 더 숙여졌다.
“뭐 어떻습니까. 괜찮습니다.”
“토끼…….”
“예?”
“토끼인데…….”
“예.”
“토끼인데 잘 넘어져…….”
마법도 못하고, 토끼인데 아직 자라지도 못해서 계속 아기 토끼 크기고, 가끔 넘어지기도 한다.
“아직 어리신데 그럴 수도 있지요. 저는 뱀파이어지만 피를 자주 마시지는 않지요. 공주님 피 빼고는 아주 즐기지도 않고요.”
“스물인데…….”
“한참 아기이신 거 맞습니다.”
라이킨은 그녀의 옷에 묻은 모래도 털어주며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무엇이? 그는 소렐을 일으키며 눈으로 물었다.
“내 피는 괜찮아서…….”
헤헤, 하고 웃는 얼굴에 그는 기가 막힌다는 듯 마주 웃었다.
“넘어지셨는데 그게 더 중요하십니까?”
“넘어진 건 어쩔 수 없잖아요.”
“한번 걸어보십시오.”
멀쩡하다.
“라이킨, 라이킨, 있잖아요.”
소렐은 걸어 보이면서 열심히 말했다.
“여기서 수영도 하고요.”
“예.”
“밤에 별도 보고요, 샤를렌이 골프도 가르쳐준다고 했고요.”
“재미있겠군요.”
“그리고 야외무도회도 있대요. 한 보름 있다가 열린대요!”
그녀가 방싯방싯 웃었다.
“아무나 가서 춤출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같이 가요, 네?”
거기에 귀족들이 일탈하러 자주 오고, 또 유명한 귀족들을 만나러도 온다는 건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라이킨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싫어요?”
“……공주님, 저와 약혼했던 여자가 이곳에 온다고 하는데, 야외무도회에서 마주칠 것 같습니다만.”
소렐은 콧등을 찡그렸다.
“그 여자랑 춤출 거예요?”
라이킨은 생각만 해도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공주님께서 그러라 명령하셔도 안 할 겁니다만.”
“그럼 됐어요. 나도 할 말도 있고, 가고 싶은데 그 여자 때문에 피하고 싶지는 않아요.”
할 말이라니? 무슨 할 말? 라이킨은 눈을 깜빡거리며 용감하고 힘센 아기토끼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