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0. 연모와 음모 (5) (80/181)

80. 연모와 음모 (5)2021.05.05.

토끼는 웅크려서 눈을 깜빡거렸다.

16606119644362.jpg“미안해요.”

16606119644367.jpg“미안하긴요. 그런 말씀 하실 필요 없습니다.”

머리로는 이 상황이 꽤 위험하다는 걸 인식했지만, 사실 본능은 무척 즐거워하고 있는 중인 라이킨은 길게 누운 채로 팔만 세워 머리를 받쳤다. 그는 제 곁에 바짝 붙여둔 토끼를 내려다보았다. 소렐은 그를 올려다보다, 괜히 부끄러워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달빛만 받고 있는 남자는 무척 수려한 외모에, 힘을 일부러 느슨하게 빼고 있는 맹수 같았다. 언제나 기품이 넘쳐흘렀지만, 동시에 정제되지 않은 야성미가 있어서 토끼의 경계심을 자꾸만 건드렸다.

16606119644367.jpg“도대체 무슨 소설을 읽으셨습니까?”

16606119644362.jpg“그게요.”

16606119644367.jpg“예.”

16606119644362.jpg“단편 소설 딱 한 가지만 읽고 자려고 했거든요.”

라이킨은 고개를 끄덕였다.

16606119644362.jpg“어떤 남자가 혼자 사는데, 갑자기 주변에서 동물의 털이 막 발견되는 거예요. 개털 같은 거요. 그러다가 나중엔 피도 보이고, 동물 내장이 찢긴 채로, 으, 주변에 널려 있는 거죠. 그리고 남자는 자꾸만 하루에도 몇 번씩 기억을 잃어요.”

흔한 공포소설이었다. 달빛이 묘하고, 늑대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밤에 읽기 딱 좋은 소설이다. 하지만 소렐에게는 보지 않는 게 나았을 거다.

16606119644362.jpg“점점 그런 일들이 심해져서 남자가 아무 일도 못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밤에 털이 많고 커다란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찾아오는 거예요.”

목소리가 점점 더 작아지면서 바들바들 떨렸다.

16606119644362.jpg“그런데 그때 저 늑대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으…….”

아우우우, 늑대가 또 울자 소렐이 어깨를 움츠렸다.

16606119644367.jpg“알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만 말씀하세요.”

라이킨은 웃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16606119644362.jpg“그거만 읽지 않았으면 혼자 잘 수 있었는데요…….”

16606119644367.jpg“예, 압니다.”

16606119644362.jpg“진짜, 진짜 라이킨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고요.”

16606119644367.jpg“저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는 좀 더 소렐에게로 몸을 숙였다.

16606119644367.jpg“공주님께서 언제 저를 불러주실지 기다리고 있었지요.”

웅크려 있던 소렐이 고개를 반짝 들었다. 그런 뒤에 곧장 후회하고 말았다. 늘 그녀를 홀리는 푸른 눈이 지나치게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16606119644367.jpg“그런데 불러주시지 않고, 직접 와주셨군요.”

이렇게 기쁠 데가. 괴기할 정도로 아름다운 눈이 휘어졌다.

16606119644367.jpg“이번에는 베개로 벽은 안 쌓으십니까?”

소렐이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자 그의 웃음소리가 커졌다.

16606119644367.jpg“그리 믿어주시다니 제가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나치게 믿어준다면 그도 곤란했다.

16606119644362.jpg“그건 기뻐하시면 될 것 같아요.”

16606119644367.jpg“그렇습니까?”

웅크렸던 몸을 조금씩 펼치고, 그를 마주 보고 누운 소렐이 고개를 끄덕였다.

16606119644362.jpg“늘 혼자 잤으니까…….”

세모로 벌린 빨갛고 탐스러운 입술이 옹알거렸다. 까만 눈이 느리게 깜빡거렸다.

16606119644362.jpg“둘이서 자는 것도 익숙해지면, 그다음엔…….”

라이킨의 눈썹이 심각하게 모아지고, 새파란 눈이 커졌다. 그는 몸을 일으키면서 소렐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어느새 입을 살짝 벌리고 눈을 감고 있었다.

16606119644367.jpg“……공주님?”

대답이 없다. ‘둘이서’ ‘자는’ 것도 ‘익숙’해지면, 그 ‘다음’에는 뭔데?

16606119644367.jpg“공주님?”

설마 이대로 잠드신 건 아니겠지. 라이킨은 절박하게 소렐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건 아주 규칙적인 숨소리뿐이었다.

16606119644367.jpg“공주님…….”

혼자 남은 남편은 한숨을 쉬며 얼굴을 세게 문질렀다. 그가 으르렁거리며 앓는 소리가 늑대들이 울부짖는 소리보다 더 사나웠지만, 픽 쓰러져 순식간에 잠든 토끼는 미동도 않고 쌕쌕거렸다. 어린 아내를 맞는 게 이렇게 괴로운 일이었나? 먼저 그의 침실에 와줬으니, 큰 발전이었다고 기뻐해야 하나? 아우우우, 하고 늑대들이 그를 대신해 요란하게 울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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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메론 셀레스트는 급히 엔버네스에 도착해, 에설론 백작 루드밀라 아스테어 프랑슈틸과 다시 마주했다. 그는 아주 침착하게, 일단 루드밀라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러대게 만들었다. 그가 직접 찍어버린 낙인은 철저히 그의 명령에 반응해서 루드밀라에게 대단한 고통을 선사했다.

16606119651524.jpg“에설론 백작.”

카메론은 그녀를 감시하고 있던 성기사들이 끌려나가는 것을 곁눈질로 보며 입을 열었다.

16606119651524.jpg“당신이 대단히 오래 살았고, 또 나름의 자존심도 강한 귀족이란 건 알고 있지만.”

그걸 그가 감안할 일은 아니다.

16606119651524.jpg“지금 현재 상황이 어떤지 파악을 하지 못한다면 그건 무척 곤란해.”

16606119651537.jpg“파악을 못 하는 건 너겠지!”

루드밀라는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진땀을 흘려가며 할 말은 다 했다.

16606119651537.jpg“에설론에 처박혀 있으면……!”

참혹한 비명 소리가 다시 이어졌지만 카메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16606119651537.jpg“뭐라도 될 줄 알아?”

16606119651524.jpg“그래서 백작은 여기서 뭘 했지?”

잠깐의 시간이 주어졌다. 정말 찰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루드밀라는 그 찰나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16606119651537.jpg“네가 모르는 걸 알았지.”

16606119651524.jpg“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한데.”

다시 고통이 시작되었다.

16606119651537.jpg“저기 끌려나가는 애들에게 내가 어디 가서 뭘 했는지 한번 물어봐.”

16606119651524.jpg“그건 나도 당연히 물어볼 거야.”

카메론은 표정 없이 대꾸했다.

16606119651537.jpg“너 협정이란 게 뭔지 아니?”

협정. 협정이란 단어가 어디서 흔하게 사용되더라. 카메론은 기억을 더듬었다.

16606119651537.jpg“뱀파이어들끼리 맺는 협정이 있지.”

카메론의 차가운 시선이 허공을 보다가 다시 에설론 백작에게로 향했다. 루드밀라는 진땀에 젖은 얼굴로 씩 웃었다. 어디 누가 더 지독한지 해보자. 루드밀라는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저 애송이에게 이길 자신이 있었다. *  

16606119644367.jpg“공주님.”

부르는 소리에 소렐은 미간을 찡그렸다.

16606119644367.jpg“일어나셔야지요.”

눈썹에 늘어지는 잠은 아직까지도 묵직하고 달콤했다. 쉽게 떼어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움찔대며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맞이해주는 커다랗고 편안한 것이 있었다.

16606119644367.jpg“일어나기 싫으시면.”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기분 좋았다.

16606119644367.jpg“저와 오늘 내내 여기에서 노실까요?”

가까이 다가온 목소리가 이마며 뺨에 닿았다. 소렐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뽀얀 뺨은 라이킨의 손안에 담겨 있었다. 어느새 말쑥한 차림을 한 그가 웃었다.

16606119644367.jpg“일어나셨습니까.”

토끼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날 줄 알았는데, 그녀는 의외로 멍한 눈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16606119644367.jpg“많이 주무셨습니다. 어서 일어나세요.”

16606119644362.jpg“왜요, 뭐 하려고요……?”

라이킨은 창밖을 한 번 바라보았다.

16606119644367.jpg“오늘 아마 왕세자전하께서 찾아오실 것 같습니다.”

소렐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16606119644362.jpg“아침에 들르시겠다는 편지를 보내셨더군요.”

깬지 얼마 되지 않은 토끼는 멍하니 생각하다 중얼거렸다.

16606119644362.jpg“라이킨이랑 친해지고 싶나 봐요.”

그는 약간 성마르게 웃었다.

16606119644367.jpg“글쎄요. 저와 친해지고 싶은 건 아닐 겁니다.”

소렐은 잠에서 덜 깬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왕세자가 오건 말건 별로 관심이 없었다. 픽 웃은 라이킨은 그녀를 달랑 들어 올렸다.

16606119644367.jpg“씻으셔야지요, 공주님. 시중을 들어드릴 하녀는 없습니다만.”

16606119644362.jpg“그런 건 괜찮아요.”

집요한 성미로는 그녀와 이대로 욕실까지 들어가 목욕시중을 들어드리고 싶었지만, 공주님은 욕실에 내려드리기가 무섭게 혼자 움직인다. 그는 그래서 조용히 문만 닫고 나왔다. 일어났을 때 딱히 놀라지 않는 걸 보면, 소렐도 정말 점점 익숙해져가는 중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 더 급한 남자인 라이킨은 즐겁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소렐은 그가 만지작거리기 좋아하는 양 뺨을 감쌌다.

16606119644362.jpg“우와…….”

라이킨은 아침에도 너무 잘생겼어! 소렐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는 오늘도 그녀를 살며시 안아다가 조심스럽게 내려주었다. 그녀는 이미 준비되어 있는 따뜻한 물을 찾았다. 얼른 씻고, 라이킨에게 다시 가고 싶었다.

16606119644362.jpg‘왕세자전하는 안 오셨으면 좋겠는데.’

라이킨과 단둘이 있고 싶은데 말이다. 소렐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안타깝게도 라이킨의 예상대로 왕세자는 점심시간이 약간 지난 후, 별장으로 찾아왔다.

16606119660355.jpg“칼리에르 공께서는 사냥을 즐기십니까?”

라이킨은 빙긋 웃었다. 저런 질문을 하는 저의가 명백했기 때문이다.

16606119644367.jpg“글쎄요.”

사실은 무척 즐겼다. 그는 가끔 피를 마셔야 하는 뱀파이어였고, 소렐과 결혼한 이후 자제력이란 자제력은 다 발휘하느라 사냥이 몹시 필요한 상태였다.

16606119644367.jpg“싫어하지는 않습니다.”

16606119660355.jpg“……함께 늑대를 사냥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늑대를 사냥하자고? 소렐은 고개를 들고 라이킨을 바라보았다.

16606119660355.jpg“공주님께서는 어떠십니까, 사냥을 해보셨습니까?”

16606119644362.jpg“아뇨, 저는 옆에서 보기만 했어요. 덫을 놓거나, 덫에 걸린 짐승을 잡거나 하는 거요.”

시골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뱀, 멧돼지, 늑대, 사슴, 여우, 너구리, 두더지까지 농작물을 해치고 사람마저 해치는 짐승들은 아주 많았다.

16606119660355.jpg“그러면 이번 기회에 한번 참여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16606119644362.jpg“저는 활도 사용할 줄 모르는데요.”

16606119660355.jpg“구경은 가능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라이킨은 차를 마시며 표정을 가렸다.

16606119644367.jpg‘덫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군.’

지난밤에 늑대들이 울부짖던 것만 봐도 수확이 없는 게 뻔했다. 덫은 아주 많이 놓아뒀겠지만, 아무것도 걸린 게 없어서 라이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거다. 보통 영리한 늑대들이 아니다. 게다가 민가에 끼치는 피해가 커져서, 빨리 소탕하지 않으면 큰일이겠다.

16606119660355.jpg“기왕 이곳까지 나오신 거, 사냥도 한번 하시고 가시지요.”

16606119644367.jpg“늑대가 몇 마리입니까, 전하?”

16606119660355.jpg“대충 파악하기로는 열다섯, 열여섯 마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16606119644367.jpg“많군요.”

그리고 라이킨이 생각하기에 그것보다 더 될 거다.

16606119660355.jpg“공께서 함께해주신다면 제 사냥이 좀 더 빠르게 끝날 수 있을 겁니다.”

왕세자는 그리고 소렐을 돌아보았다. 소렐도 더 오래 볼 수 있다는 왕세자의 눈빛에 라이킨은 자신의 단검이 어디 있는지 골똘히 생각했다. 왕세자의 눈을 후벼 파낸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더구나 사냥하는 도중에 사고야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닌가.

16606119644367.jpg“제 아내를 늑대사냥을 하는 곳에 데리고 가기엔 좀 염려가 되는군요.”

라이킨은 일부러 소렐을 ‘아내’라고 지칭했다. 평소에는 소렐이 듣기에 혹시 부담스럽지 않을까, 어린 공주님에게 붙이기엔 아직 이른 호칭이 아닌가 하여 잘 사용하지 않으려던 호칭이다.

16606119644367.jpg“그래도 전하께서 직접 지휘하시는 사냥 아닙니까.”

그만큼 저 애송이가 그의 성질을 긁고 있었다. 제임스 라이킨 칼리에르는 소렐 이드리스의 눈에만 그리 다정하고 상냥했지, 다른 이들에겐 다정하고 상냥한 것과는 영 거리가 멀었다. 때문에 곳곳에 몸을 숨긴 채 소렐을 경호하고 있던 뱀파이어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라이킨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지랄 맞은 성미에 당장 찻주전자를 집어 들어 왕세자의 머리를 내리쳐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긴 그가 요즘 많이 참고 있긴 했다.

16606119644367.jpg“전하께서 늑대들을 다 잡으셨다 해야지, 제가 끼어들면 어찌 되겠습니까.”

16606119660355.jpg“저와 칼리에르 공이 사냥을 통해 돈독한 시간을 보냈다 하겠지요.”

왕세자가 꿈을 꾸고 있나 보다. 적당히 남편끼리 친하고, 뒤로는 그 아내를 훔쳐보고. 라이킨은 슬슬 이 나라의 후계자를 바꿔야겠다는 쪽으로 진지하게 생각이 기울고 있다는 걸 느꼈다. 웬만해선 귀찮은 일은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지루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귀여운 소렐을 보자니 생각이 바뀌었다. 소렐 이드리스라면 전쟁이 날 만했다.

16606119660355.jpg“공주님께서도 늑대사냥을 구경하시고 싶지 않으십니까?”

16606119644362.jpg“저는 사냥한 동물은 너무 많이 봐서요.”

소렐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그게 왜 보고 싶냐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공주님 기특하시기도 하지.

16606119660355.jpg“직접 보시는 건 또 다를 겁니다. 사냥철이면 모든 귀족이 앞다퉈 사냥터로 나가 즐기는 종목인데 말입니다.”

왕세자가 웃었다. 꽤나 끈질기다.

16606119644367.jpg“오늘은 일정이 있으니…….”

라이킨은 중얼거리며 소렐을 돌아보았다.

16606119644367.jpg“내일 갈까요?”

라이킨이 간다고 하면야 소렐은 말릴 생각까지는 없었다.

16606119644362.jpg“그래요, 그럼.”

16606119644367.jpg“그러지요. 전하, 저희가 오늘은 일정이 있으니 오늘 합류하긴 어려울 것 같고, 내일부터 합류하도록 하겠습니다.”

16606119660355.jpg“그러시다면 제게 큰 기쁨일 겁니다.”

16606119644367.jpg“저는 내일이나 도와드리겠군요. 오늘은 잘 버텨보십시오.”

16606119660355.jpg“너무 심려 마십시오. 저는 그저 두 분께서 즐겁게 사냥을 하셨으면 하는 일이니, 위험한 일은 제가 다 해놓고 두 분을 맞이하겠습니다.”

웃으며 말하는 왕세자의 시선은 라이킨에게 향하다가도 결국 소렐에게서 끝났다.

16606119644367.jpg“내일이면 전하께서 얼마나 애쓰셨는지 알 수 있겠군요.”

소렐은 빙긋 웃으며 차를 마시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왕세자가 차를 다 마시고 떠날 때까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왕세자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남편을 불렀다.

16606119644362.jpg“라이킨.”

16606119644367.jpg“예, 공주님.”

아주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소렐은 확신을 가지고 물었다.

16606119644362.jpg“화났지요?”

16606119644367.jpg“예, 화났습니다.”

라이킨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막 여인을 두고 남자와 날을 세우는 짓을 처음 해본 참이었다. 머리가 아찔할 지경으로 화가 치미는데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섬뜩한 웃음이 나왔다.

16606119644362.jpg“음,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난처해요.”

16606119644367.jpg“어떻게 하시긴요. 왕세자도 눈이 제대로 달리긴 했나 보다, 하고 신경 쓰지 않으시면 됩니다.”

16606119644362.jpg“하지만 라이킨 기분이 상한 건 신경 쓰이는걸요.”

그는 소렐의 조그마한 말에 웃어버렸다.

16606119644367.jpg“공주님께서 걱정해주시니 기분 상한 거 전부 다 사라졌습니다.”

16606119644362.jpg“다행이에요. 좀 쉬어요. 내일 사냥할 거잖아요.”

16606119644367.jpg“아뇨.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16606119644362.jpg“안 할 거예요?”

16606119644367.jpg“사냥은 할 거지만, 내일은 아닙니다.”

라이킨은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산 쪽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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