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해제 (13)2021.04.07.
‘……근데 언제 올 건지 말을 안 해줬잖아?’
소렐은 조금 난감해지고 말았다. 또 밤에 올 건가? 잠옷 차림으로 기다리는 건 부끄러운데. 근데 무슨 말을 할까? 말을 하라고, 듣겠다고 하면 라이킨이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밤에 손님이 왔다 간 모양이구나.”
“어떻게 아셨어요?”
소렐은 뭔가를 숨기는 데에는 형편없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며느리는 아직까지도 젖살이 덜 빠져서 통통하니 귀엽기만 하다. 저런 아가씨에게 슬쩍 밤에 찾아오다니, 아들이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틀림없다는 생각에 로렌스는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내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모를 리가 있겠니.”
우와! 소렐의 눈이 더 커졌다. 로렌스는 그녀의 표정에 웃고 말았다.
“라이킨이요.”
소렐은 꼼지락대면서 천천히 말했다.
“어제 제 방에, 그, 바깥으로 나가는 발코니가 있잖아요.”
“거기로 왔구나?”
“네에. 그래서 저는 너무 깜짝 놀랐어요.”
“그 녀석이 도대체 어디서 그런 걸 배웠는지 모르겠다. 그 나이를 먹고서 네가 있는 침실로 올라오다니.”
로렌스는 허허 웃었다. 항상 어른답게 행동하던 아들이 그런 치기 어린 짓을 하는 게 재미있고, 또 신기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소렐이 얼굴이 빨개져서 이랬어요, 저랬어요 하며 솔직하게 말하는 걸 듣던 로렌스가 물었다.
“그럼 오늘 오면, 허락해줄 생각이니?”
“그래도 온 성의를 생각해서 말은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소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로렌스의 눈에는 저 순진한 토끼가 아들의 혓바닥 놀리는 솜씨에 구워삶아져 그대로 돌아가는 게 훤히 보였다.
“들으면 아마 돌아가야 할 거다.”
“……너무 어려워요.”
소렐의 어깨가 축 처졌다.
“저는 아무래도 휘둘리는 거겠죠?”
“아가는 아직 어려서 그렇게 느껴지겠지만, 글쎄, 라이킨 그 녀석도 안 하던 짓을 자꾸 하는 걸 보면 네게 휘둘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소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또 깜빡거리더니 웃어버렸다.
“에이, 설마요.”
저런. 로렌스는 아들이 좀 더 고생할 게 뻔해서 유감이었다.
* 루벤 실베스터는 엘펜하임의 글래스턴 지부장, 카메론 셀레스트 교수가 엔버네스에 없다는 것을 극비리에 확인하고 픽 웃었다. 확실했다. 카메론 셀레스트가 루드밀라 아스테어 프랑슈틸, 에설론 백작을 사냥했다.
“그 나이 먹고 잘한다, 아주 잘하는 짓이다.”
성깔을 부려댔으면 그만큼 강하기라도 했어야지. 루벤은 루드밀라를 향해 혀를 차다가 고개를 다시 기울였다. 아니지. 그만큼 카메론 셀레스트가 강한 성기사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긴 그의 명성은 글래스턴에서 십 년 넘게 버틴 것만으로도 자자했다. 어쩌면 엘펜하임이 현재 지니고 있는 무기 중,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나는 곧 엔버네스로 올라갈 거야. 루벤은 어떻게든 라이킨을 만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루드밀라의 편지를 노려보다가 던져버렸다. 뱀파이어들의 규약을 따른다면 그는 루드밀라가 성기사에게 사냥당했다는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었다. 사냥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무슨 소리겠는가. 엘펜하임은 소렐 이드리스를 노리고, 루드밀라는 라이킨에게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인다.
‘대충 이득이 맞아떨어지니 카메론 셀레스트가 루드밀라를 낚은 거지.’
소렐 이드리스를 넘긴다면 찍어버린 신성한 낙인을 지워주겠다고 계약이라도 한 건가. 이거 아주 보통 머리가 아픈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루벤 실베스터는 오늘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한다? 아주 은밀하고 조용히 처리해야 했다. 그는 루드밀라와도, 또 엘펜하임과도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밀하고 조용히?
‘……그렇게 움직이는 이가 있긴 하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손을 뻗어 목을 비틀고 목숨을 여럿 거둬도, 끝까지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는 이가 있다. 루벤은 한숨을 쉬며 걸음을 옮겼다. 힘이 없는 방계는 언제나 고달프다. * 소렐 이드리스가 페르난데스 7세의 즉위 기념 무도회에 쓰고 온 티아라는 저번 왕실무도회에 쓰고 나온 것과 또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엘펜하임에서 자신들이 탈취했다며 자랑스럽게 전시한 전리품이자, 예언의 봉인 중 하나였다. 무엇이 모조품인지 볼 것도 없었다. 즉위 기념 무도회 다음 날, 소렐이 쓴 것과 정확하게 똑같이 생긴 티아라가 형편없이 녹아내리기 시작했으니까.
“또?”
“또 대마법사의 망령이란 말인가!”
수도사들이 수군거렸다. 이젠 감출 수도 없을 만큼 선명한 일이었다.
“저번 봉인이 녹은 것도 아직 수습을 하지 못했는데!”
열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금속이 뚝뚝 녹아내렸다. 금이 아니라 불순물이 가득한 쇠다. 아롱진 보석처럼 보이던 것들까지 더럽게 섞여 엉망진창으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봉인에 또 새로운 금이 갔다. 이 소식은 고스란히 엔버네스에 도사리고 앉은 라이킨에게 전해졌다.
“……단장은 솜씨 있는 장인을 어서 수배해야겠어.”
그래야 어떻게든 숨기기라도 하지. 라이킨은 빈정거렸다.
“안 그래도 난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마스터. 이런 식이라면 공비전하께서 티아라를 바꿔 쓰실 때마다 봉인이 깨진다는 거 아닙니까?”
“글쎄. 펠릭스 이드리스가 그렇게 단순한 마법사는 아니지 않았나.”
펠릭스는 괴짜였다. 재치 있고, 엉뚱하며, 호기심이 많았다. 생각해보니 소렐이 그 점마저 아버지를 닮은 모양이다. 그는 친절하고 사람을 사랑했으나, 적을 상대할 때는 그 누구보다도 확실하고 단호했다. 아무도 그의 지략을 예측하거나 당해내지 못했다.
“그도 그렇군요. 앞으로 뭐가 올지 모르겠습니다. 엘펜하임 단장은 엉덩이 아래에서 폭죽이 터질 걸 두려워해야겠군요.”
그랬다. 펠릭스 이드리스의 마법은 그런 식이었다.
“아, 그리고 마스터. 루벤 실베스터가 만남을 요청해왔습니다.”
그것참 간만에 듣는 이름이다. 소렐을 데리고 통속소설을 많이 파는 글래스턴 대학 근처 서점으로 갔던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그놈이 왜 라이킨을 만나고 싶다고 했을까?
“극비리에 은밀히 만나고 싶답니다.”
“무엇 때문에?”
“그건 모르겠습니다.”
라이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실베스터가 이득 없이는 움직일 리가 없지.”
“그렇지요.”
그들은 돈을 다루는 데 능숙했으며, 이득이 없는 일에는 따로 움직이지 않았다. 혹은 손해를 볼 것 같으면 바로 움직였다. 라이킨은 실베스터가 어느 쪽에서 뻗어 나온 방계인지 알고 있었다. 그의 공작저에 사술을 걸었던 전 약혼녀, 에설론 백작가에서 나온 방계다.
“자리를 한번 마련해보지.”
들어놔서 나쁠 것 없고, 특히 돈을 굴리는 이들이 쥐고 있는 정보는 유용했다. 라이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리를 준비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엘펜하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실 겁니까?”
“죽은 대마법사가 알아서 때려주고 있는데 뭐하러. 하지만 귀는 열어둬야겠지. 궁지에 몰리면 몰릴수록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예. 철저히 하겠습니다.”
페르난데스 7세가 뱀파이어의 일은 뱀파이어가 알아서 해결하라 하며 뒤로 빠졌다. 엘펜하임을 직접 상대해도 좋다는 허락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엘펜하임이 이 나라 자체에 시비를 걸어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으름장이기도 했다.
“이게 전부인가?”
“예. 일단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일은 많았다. 뱀파이어들을 돌보아야 했고, 엘펜하임도 견제해야 했으며, 이 나라의 정치도 어차피 맞물려 있으니 그도 신경 써야 했다. 게다가 넓은 영지와 재산, 글래스턴 은행까지 그의 소유다. 틈틈이 올라오는 일들이 많았다. 굳이 잠을 자지 않아도 무리가 없는 뱀파이어라 다행이었다.
“어디 가십니까?”
라이킨은 일이 많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부 다 밀어놓고 일어났다. 일은 지난 일주일간 차고 넘치게 했다. 온몸을 혹사해가며 소렐이 생각나지 않도록 일을 하고 또 했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일을 하면서 바로 알았다. 머릿속에서 토끼가 자꾸 뛰어다녔다. 그를 앞발로 팡팡 때리고, 뒷발로 걷어차고, 이도 저도 안 되면 훌쩍훌쩍 울었다.
“당근 사러.”
아주 맛있고 신선한 걸로 골라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나가려는데, 에벌린 스튜어트 부인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쪽으로 왔다.
“제임스 교수님. 왕궁에서 사람이 왔는데요. 선물을 보냈다고 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라이킨은 아주 효율적으로 물었다.
“왕세자전하께서 공비전하께.”
에벌린 역시 효율적으로 대답했다.
“저런.”
칼리에르 공, 현 왕보다 오래 살았고, 수많은 전쟁을 본 이가 중얼거렸다.
“여름 정원의 장미가 일찍 피어났다며 보내셨네요. 함께 산책을 한 이들에게 모두 보내시는 선물이라 합니다.”
“우리 왕세자전하께서 치기 어린 짓을 하시는군.”
라이킨은 싸늘하게 중얼거리며 걸어갔다.
“현관에나 꽂아놓지요. 오며 가며 다들 구경하라고.”
“그러지요, 교수님.”
왕세자가 하사한 귀한 장미꽃이 현관에 보란 듯이 장식되었다. 은밀히 숨어 보는 것도 아니고, 또 귀하게 여겨 특별한 손님들을 대접하는 응접실에 두는 것도 아닌, 아무나 다 드나드는 현관이다. 모두가 볼 수 있었다. 라이킨은 분홍빛 장미를 힐끗 쳐다보다 조용히 돌아서서 나갔다. 왕세자 딴에는 저 동그랗게 부푼 분홍색 장미가 소렐에게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보낸 게 뻔했다.
“교수님.”
에벌린 스튜어트 부인은 정원에서 그에게 희디흰 꽃잎 끝이 붉게 물든 장미다발을 안겼다.
“잘 다녀오세요.”
“고마워요.”
라이킨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에벌린은 현관에 놓은 장미가 적당히 시들 때 알아서 치워버릴 것이다. 그가 들고 있는 장미는 깨끗하고 희었지만, 그 끝을 마치 피에 담근 듯 붉었다. 교활하고 악랄하다는 뱀파이어에게 기꺼이 피를 주겠다고 한 공주님이라면, 이런 색이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왕세자는 소렐을 그저 순하디순하고 귀엽기만 한, 평면적인 숙녀로 보았다. 라이킨은 꽃을 조심스럽게 들고 다른 곳을 한 번 더 들른 뒤, 발레시나스 공작저로 향했다. 이미 해는 저물었고, 모두가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는 느지막한 시간이었다.
“공주님.”
그는 다정하게 웃으며 유리창을 두드렸다. 늘어진 커튼 사이로 용감한 토끼가 얼굴을 딱 반만 빼꼼 내밀었다. 라이킨은 그 작은 얼굴을 이번에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그녀를 보지 않아 허기가 졌다. 당장 낚아채서 부드러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체취를 가득 빨아들이고 싶은데 그는 지금 죄인인지라 감히 그럴 수가 없었다.
“오늘 즐겁게 잘 지내셨습니까?”
그는 발레시나스 공작저에 하루에 두 번씩 찾아왔다. 한 번은 아버지를 만나 소렐이 어디서 어떻게 뭘 하였는지 낱낱이 듣기 위함이었고, 또 한 번은 도둑처럼 스며들어 소렐을 직접 보기 위함이었다. 어제 얼굴을 보였더니, 소렐은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여주기까지 했다.
“이곳의 음식은 입에 맞으십니까?”
또 고개를 끄덕인다. 소렐은 여전히 커튼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그 손을 볼 수가 없어 힘들었다. 그 손가락에 결혼반지가 걸려 있는지 궁금했다. 오늘도 문을 열어주지는 않으시려나. 그는 입가에 맴도는 씁쓸한 맛을 삼켰다. 그녀가 과연 그의 모든 마음을 알아줄까. 또 피를 주시겠다 하면, 감사하게 받아야지. 하지만 피, 피, 피, 피라. 피라면 이미 수천 번을 겪은 전장에서 넌더리가 나게 보고, 삼키고, 뿌렸다.
“공주님께 어제 못 드린 선물과 오늘치를 함께 가지고 왔는데요.”
이곳에 놓을까요, 하고 내려놓으려는데 토끼가 움직였다. 커튼을 놓더니, 이번엔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여전히 문에 매달려서 얼굴만 내밀고 있었지만, 어쨌든 문을 열어주었다.
“라이킨은…….”
오랜만에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손에 아직까지는 반지가 걸려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식사했어요?”
그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했다고 대답하려 했다.
“안 했구나.”
“……예, 하지 않았습니다.”
“바빴어요?”
“그것은 아니고.”
라이킨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는 식사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몸입니다.”
“그래도 에벌린은 꼬박꼬박 챙기잖아요.”
“물렸습니다.”
“왜요?”
공주님께서 집요하게 진실을 내놓으라 하시면, 그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공주님을 혼자 식사하시도록 두었는데 제가 뭐라고 음식을 입으로 넘기겠습니까.”
“난 잘 먹었어요.”
사실 못 먹었다는 걸 나중에야 들었다.
“라이킨도 식사는 했을 거 아니에요.”
소렐은 말하다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나가 있는 내내 안 먹은 건 아니지요?”
그녀는 이상하게도 그와 관련된 일에는 감이 좋은 모양이다. 헬레인 토끼의 감인지, 아니면 대마법사의 감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예리했다. 소렐은 묻자마자 대답을 알았다.
“벌써 며칠째인지 알아요?”
라이킨은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표정 관리는 아주 잘해왔는데, 소렐 앞에서는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건가? 어떻게 저렇게 다 아는 거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만 웃어버렸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일주일이라고요, 일주일! 그래도 뭐 좀 먹었죠? 그렇죠?”
아, 그래. 소렐은 모르던 게 아니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그의 마음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 어쩌면 아무것도 몰랐던 건 그인지도 모른다.
“물은 마셨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술도 좀 마셨고요. 담배도 피웠는데요.”
소렐은 입술을 앙다물고 그를 밀어버렸다.
“가요.”
“공주님.”
“꼴도 보기 싫어.”
온순한 토끼도 제법 독한 구석이 있었다.
“제가 공주님을 혼자 두고 괜찮길 바라셨습니까?”
“최소한 밥은 먹고, 잠은 자길 바랐죠! 나도 그랬으니까!”
“공주님은 그러셔야지요. 잘 드시고, 푹 주무시고, 쑥쑥 자라셔야지요. 저는 다 커서 괜찮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해요?”
소렐은 씩씩거렸지만 라이킨은 웃었다. 얼굴이 까칠하다, 반쪽이 되었다 싶었더니 결국 먹지 않아 살이 빠진 거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왜 웃어요? 지금 웃음이 나와요?”
놀리는 건가?
“공주님을 뵈었으니 당연히 좋아서 웃음이 나오지요.”
“나 집 나왔어요.”
“예.”
“우리 싸웠어요.”
라이킨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잘못했지요.”
“아니, 나도 잘못했는데……!”
그는 또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소렐이 조금 더 빨랐다.
“아니라고 또 할 거면 진짜 그냥 집에 가요.”
토끼는 진심이었다.
“안 하겠습니다.”
그는 재깍 말을 고쳤다. 남편은 아내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 법이라고, 오늘도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왜 또 웃어요?”
“좋아서요.”
라이킨은 환하게 웃었다. 소렐이 그의 앞에서 움직이고, 말하고, 화를 내고 있었다. 유리창도, 그 무엇도 그들 사이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