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데뷔탕트 (11)2021.01.20.
결혼한 사이에 결혼반지도 없다면 그건 사람들이 죄다 손가락질해대는 사실혼 관계, 즉 정부나 다름없다는 뜻이었다. 그건 이 보수적인 사교계에서 아주 중요한 표시였다. 당장 약혼을 하면 어떤 반지를 받았냐고 질문이 쏟아지고, 반지를 받은 예비신부는 자랑하듯이 왼손을 슬쩍 들어 보이는 게 관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소렐 이드리스의 손에는 반지가 없었다. 그녀의 남편이라는 남자 역시 그랬다. 폴리아나 그린은 자신이 거기에서 얼마나 위안을 얻고 있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그러니 스스로의 위치를 잘 생각하시고, 어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도 신경 썼으면 좋겠네요.”
독설이었다. 상대방이 듣고 죽어라 아파하라고 내뱉는 지독한 말이었다.
“반지를 못 받았다는 건 아주 치명적인 일입니다. 그럼…….”
그럼 가보겠다, 라는 말로 완벽하게 승리하고 나가려던 폴리아나의 말을 소렐이 뚝 잘랐다.
“그깟 반지야 사면 되는 거죠.”
심드렁한 목소리였다.
“보석이야 많으니까 가공해도 되고……, 아니면 아예 라이킨에게 어울리는 보석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네요.”
헬레인 유산을 전부 다 차지한 마지막 공주에게 돈은 차고 넘쳤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교수님. 많은 보탬이 되었어요. 저는 이제 보석을 좀 고르러 가봐야겠네요.”
소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이킨도 함께 가자고 할 테니, 아마 오늘은 일이 좀 줄어들 거예요. 너무 부하들에게 잔소리하지 말라고 해둘게요.”
공주님께서 일어나셨으니 손님도 마땅히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법, 폴리아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소렐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먼저 자리를 떴다. 타박타박 걷는 발소리가 빠르게 멀어졌다. 찻잔이며 주전자를 담은 수레를 정리한 에벌린이 중얼거렸다.
“자, 이제 제임스 교수님은 아내에게 반지도 안 사준 형편없는 남자가 되었네요. 속 시원하시겠어요, 교수님.”
드르륵, 하고 수레도 티룸에서 나갔다. 폴리아나 그린은 배웅도 없이 홀로 남겨졌다.
*
“글래스턴에만 있다가 엔버네스에 오니 영 어색합니다.”
카메론 셀레스트 교수, 아니, 엘펜하임 소속 글래스턴 총괄 지부장 카메론 셀레스트는 의자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자네도 익숙해지는 게 좋아. 그놈의 뱀파이어가 글래스턴에 있으면 글래스턴에만 있으면 되지만, 이젠 이곳에 오지 않았나.”
왕국의 수도, 엔버네스로. 사교계가 열리고, 의상실을 비롯한 편물 관련 직업을 가진 이들은 밀려드는 주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엔버네스 지부에서 알아서 하면 되지 않을까요?”
글래스턴 추기경은 코안경 너머로 카메론 셀레스트를 쳐다보았다.
“또, 또 그 소리. 자네보다 칼리에르 공을 더 잘 아는 성기사가 어디 있나?”
그래서 결국 이 좋은 방학에 교수는 짐을 싸들고 사교계로 정신없는 수도로 올 수밖에 없었다.
“사교계 일은 추기경 전하께서 다 하시는 거지 제가 아는 일이 없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겸손한 척하기는.”
“지금도 잘하고 계시던데요.”
“저번에 자네에게 혼쭐이 나고서 이번에는 내가 잘하는 걸 하고 있네.”
“뭘 그런 걸 다 기억하시고 그러십니까.”
카메론은 느릿하게 말했다.
“헌데 추기경 전하, 헬레인 공주라는 걸 증명할 수 없다는 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대충 짐작이 갑니다만. 혼인신고서나 출생신고서로 증명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자네 정말 모르는구만.”
“저는 학자이자 군인에 가까우니까요.”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추기경이 내어준 차를 불어 마셨다.
“공주라는 신분이 문제일세.”
추기경은 아주 낮게 말했다.
“아무리 실세인 백작이든, 이름 쟁쟁한 가문의 자작이든, 그런 귀족들은 알 바가 아니야. 그러나 왕족은 고귀한 혈통이지. 소렐 이드리스가 사교계 한복판에서 토끼로 변한다 해도, 그게 진짜 헬레인 혈통이라는 증명은 안 되잖나.”
헬레인 왕국의 평민일 수도 있다는 뜻밖에 더 되나. 사교계는 그토록 혈통에 집착이 강한 사람들만 모아둔 곳이었다. 아, 물론 혈통을 웃도는 재산이라는 강력한 패가 더 있긴 했다.
“헬레인 왕조의 보물은 우리 엘펜하임 기사단 본부에 전부 다 있네.”
오래도록 승전의 상징, 가장 영예로운 전리품으로서 전시되어 왔다. 그건 엘펜하임 기사단원이라면 지나가면서 한 번씩 볼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였다.
“특히 왕관이란 왕관은 전부 우리가 가지고 있어. 공주가 티아라 하나 없이 나타난다면 그거만큼 망신도 없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였군요.”
“보석은 전통의 상징이자 명예, 그리고 부를 뜻하니까.”
추기경은 이번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
“라이킨, 바빠요?”
소렐이 열려 있는 서재 문을 두드리며 고개를 쏙 내밀었다.
“아니, 괜찮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공주님?”
담배를 비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라이킨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을 가늘게 뜬 토끼가, 용맹하게 사술마저 맨손으로 뜯어내는 헬레인 토끼가 쿵쾅쿵쾅 발을 구르며 다가왔다. 아니, 사실 너무 작아서 발을 굴러봤자 콩콩 소리가 나는 정도지만, 어쨌든 소렐의 기세가 평소와는 달랐다.
“그럼 빨리 옷 갈아입어요. 나가요.”
“어디로?”
“반지 사러요.”
웃으면서 말하는데 어쩐지 모골이 송연하다. 냉혈한 뱀파이어도 어쩐지 진땀이 흐르는 굉장한 기백이었다.
“반지요?”
“네, 반지.”
말간 토끼는 웃으면서 또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공주님이 웃는 게 이렇게 무서웠나? 라이킨은 갑자기 소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뭐 때문인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소렐은 여태까지 장신구 중에서 반지에는 특히 관심이 없었다.
“제가 생각해보니 남편한테 반지 하나 안 사준 쪼잔한 아내더라고요. 큰 걸로 사드릴게요. 가요.”
그는 신음을 삼켰다. 졸지에 네가 쪼잔한 새끼다, 하고 욕을 대차게 먹었다. 공주님이 어디서 뭘 봤거나, 들은 게 틀림없었다.
“반지, 반지요, 공주님?”
게다가 항상 매끄럽던 그의 혀도 술을 먹은 것도 아니면서 마구 뒤엉켜, 멍청한 소리만 하고 있었다.
“네, 반지요.”
소렐은 이미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타박타박 걸어서 다시 서재에서 나가는 중이었다.
“채비 다 하면 현관에서 만나요.”
토끼는 빠르게 가버렸고, 라이킨은 그녀를 붙잡아서 무슨 일인지 물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착한 사람이 화를 내며 무섭다더니, 웃는 낯으로 생글거리는 게 이렇게 오한이 들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는 그래서 이유를 알 만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에벌린?”
“사러 가세요.”
본전도 못 찾았다. 에벌린은 그는 쳐다보지도 않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오늘 이 공작저에서 그녀가 관리감독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더 말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요?”
“충직한 남편은 아내의 말에 따르는 게 마땅하지요.”
“예. 그런데 왜 하필 반지입니까?”
“왜긴요, 교수님께서 하도 까다롭게 고르시느라 늦어진 물건이 반지니까 그렇지요. 공주님이 반지‘만’ 못 받으셨잖아요.”
인자하게 웃은 에벌린은 다시 다른 방향으로 또 걸어갔다.
“에벌린, 그러니까 왜 갑자기 반지……!”
“가세요, 너무 늦으셨네요.”
“젠장!”
“나쁜 말 쓰지 마시고요.”
젠장 정도면 아주 약한 욕 아닙니까, 젠장. 라이킨은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옷을 갈아입으러 달려갔다. 공주님이 화가 나셨다. 그리고 그는, 누가 화를 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성격이면서 지금 몹시 당황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라이킨은 한숨을 쉬며 진정했다. 그답지 않은 일이었다. 자그마한 공주님이 화를 내는 건 흔하게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하자.
“가요. 저번에 간 그 보석상.”
예쁘게 차려입고 다시 나타난 소렐이 양산을 마치 펜싱 연습용 검처럼 꽉 움켜쥐고 말했다. 아니, 이를 악문 것 같기도 하다.
“공주님…….”
그는 눈앞이 캄캄하여 신음하듯 아내를 불렀다.
“제가 결혼은 처음 해봐서요.”
또랑또랑 말하는 눈빛이 당돌했다. 아니, 화가 잔뜩 났다.
“뭘 꼭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어요. 이제 좀 알았으니까 가요.”
솔직히 좀 부끄럽기도 했다. 통속소설을 읽었던 걸 생각해보면, 결혼에는 반드시 반지가 있어야 했다. 남들은 그렇단다. 그녀는 보석이 너무 많아서, 반지 역시 그저 보석의 일부로 생각했을 뿐인데 그 얼마나 순진하고 한심한 생각이었나. 사회적 통념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그깟 반지 열 개든 스무 개든 사주면 될 거 아냐! 결혼반지도 돈이 많아서 기분에 따라 돌려가며 끼기로 했다고 하고!’
까다로운 귀족사회 같으니. 사람이 중요하지, 그깟 손가락에 거는 동그란 고리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그래도 말해주면 좋았잖아요.”
진작 라이킨이 말해줬다면 소렐은 그깟 반지야 금방 사줬을 거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보석이야 글래스턴 은행금고 안에 잔뜩 쌓여 있었으니까.
“반지 같은 게 없어서 바깥이 시끄럽고,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바쁜 거면 나한테 말해줬으면 좋았잖아요. 나는 사교계 같은 건 진짜 잘 모른다고요.”
남편 하나에 의지한다는 게 이런 때 쓰는 말인가 보다.
“그래도 말해주면 잘 배울 수 있어요. 라이킨이 공작님인 건 몰랐지만, 어쨌든 닥친 일이니까 하려고 노력은 할 수 있다고요.”
그녀는 한 번도 공작님이나 왕자님과 결혼하고 싶다는 꿈을 꿔본 적이 없었다. 그런 꿈을 꾸는 소녀들이 꽤 있다는 것도 통속소설을 읽기 시작한 후에나 알게 되었다. 연애소설의 남자주인공은 그녀의 남편처럼 공작이거나 왕자, 혹은 기사님이었으니까.
“사교계가 그렇게 복잡하고, 라이킨 체면이 목숨보다 중요한 곳이면 말을 해줄 수 있었잖아요. 물론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하지만, 미안한데 나는 아는 게 별로 없…….”
빠르게 말하던 소렐의 어깨가 잔뜩 처지고 좁아졌다. 가끔은 모르는 것도 죄라는 걸 방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 그러니까 폴리아나 그린이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를 그렇게 비난한 것일 거다. 소렐은 정말 천진하게 살아왔다. 가끔은 그 순진무구함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엔버네스의 사교계가 그럴 것이고.
“공주님.”
조용히 듣고 있던 라이킨이 그녀에게로 손을 뻗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작게 쪼그라드는 토끼를 양손으로 조심스럽지만 강하게 잡았다.
“일단 앉아서 말씀하세요.”
무슨 말이든 다 들어주겠다는 투였다.
“……할 말 없어요.”
라이킨은 그래도 소렐을 앉혀놓고, 좀 더 기다렸다. 호기심 많은 토끼가 결국 참지 못하고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그렇게 언론이 심각해요?”
“저들만 심각하지 저는 심각하지 않습니다. 고로 걱정하실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까……!”
“아까?”
라이킨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어서 누가 네 속을 그렇게 뒤집어놨는지 그 망할 이름을 말해봐. 그는 제발 소렐이 그에게 속상한 일을 미주알고주알 다 일러바치고,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놔라 떼써대길 바랐다. 그 나이에 걸맞은 일 아닌가.
“……여긴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잖아요. 다들 바쁘고 급하고, 라이킨이 자꾸만 내가 보는 신문에서 일부러 사교란을 빼버리는 건 나도 안다고요.”
“도가 넘은 기사로 공주님의 눈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는 아직까지도 어린 소렐이 그 사나운 채찍 같은 기사를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현명한 판단도 했다.
“그뿐입니다, 공주님.”
“내가 반지 사주는 게 싫어요?”
소렐이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아까부터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싫을 리가 있겠습니까. 공주님께서 주시는 건 뭐든 좋습니다.”
“그러면 어서 가요. 반지 사러 가요. 내가 사줄게요.”
아, 이 순진한 공주님을 어쩌면 좋을까. 반지는 아무나 사서 나눠 끼는 게 아니란 걸 소렐은 잘 몰랐다. 보통 예물은 남편이 마련하여 아내에게 건네줬다. 그게 보편적인 풍습이었다. 물론 돈이 아주 많은, 헬레인 왕조와 대마법사의 유산까지 한꺼번에 상속받은 공주님에겐 그런 풍습도 상관없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반지 사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마음대로 찧고 까불어대던 기사들도 좀 가라앉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뱀파이어들도 좀 여유가 생기고, 라이킨의 평판도 무사한 거 아닌가? 그까짓 거, 사면 된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는데, 아니었나? 순진한 말이었던 걸까? 소렐은 더 의기소침해졌다.
“……반지는 이미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미련한 남자가 되었다. 미련하게,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보석을 한참 골라대면서 시간을 끈적대는 사탕반죽처럼 쭉쭉 늘리다 결국 이리되었다. 사실, 아직까지 시간은 남아 있었다.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소렐의 첫 데뷔 날, 그때 선물하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아주 보기 좋게 망쳐버렸다. 라이킨은 그래도 소렐 앞에서는 분노를 숨겼다.
“있어요?”
“예,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우리 공주님을 모시는 데 부족함이 없게 하라고 모두에게 신신당부를 해놓고서, 정작 남편인 제가 중요한 하나를 빠트린다면 말이 안 되지요.”
점점 머리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시간은 분명히 있었다. 딱 조슈아만 알고 있는 장인이 소렐의 저 예쁜 손가락에 걸어줄 반지를 만들어낼, 그래서 가장 알맞은 때에 선물할 시간이 분명히 있었다. 소렐에게 그 기쁨을, 가장 커다랗게 빛나는 환희를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건방진 입이 모두 망쳐버렸다.
“이미 있다고요?”
“예. 주인을 기다리면서 예쁘게 단장 중이지요.”
그는 손을 내밀어 작은 주먹을 한번 잡아보았다.
“이 손에 어울리려면, 많은 준비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것이나 함부로 갖다 댈 손이 아닙니다.”
이렇게 귀하고 예쁜 손에 당연히 예쁘고 커다란 보석을 걸어줘야지. 그는 화가 나서 꼭 쥐어져 있던 주먹을 살살 쓰다듬어 기어이 펼쳤다.
“반지는 제가 드려야지요. 공주님께서 저와 혼인해주시는데 어떻게 반지도 준비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그렇게 못난 남편으로 보였습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난 몰랐……, 미안해요.”
난 왜 이렇게 모르는 게 많을까. 라이킨이 얼마나 답답할까. 소렐은 몰랐다고 말하려다가 그만 또 풀이 죽고 말았다.
“모르는 게 많아서 미안해요…….”
“아니, 공주님께서 미안해하실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잘못하신 것도 없어요. 그저 제가 이 귀한 손에 가장 어울리는 보석을 찾느라 시간을 지체한 잘못뿐입니다.”
아름다운 남자가 부드럽게 속삭이며 고개를 저었다.
“라이킨은 항상 듣기 좋은 말만 하네요.”
소렐은 힘이 쭉 빠져서 중얼거렸다.
“공주님께 잘 보이고 싶으니까요.”
그건 아주 효과가 있었다. * 폴리아나 그린은 그날부로 다시 글래스턴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엔버네스에는 발도 붙이지 말라는 추방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