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데뷔탕트 (7)2021.01.06.
대마법사가 모습을 감추면서 세상에서는 마법의 흔적이 점점 사라져갔다. 아니, 애초에 약해질 힘이었다. 마법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이들이 그 힘을 탐내고, 여러 사술과 성력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사용하면서 제 이름을 잃은 힘은 점점 빛이 사그라들었다. 소렐은 마법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진 마녀들의 조잡한 사술, 마법사들의 점술과 주술, 그리고 기사들의 성력을 어릴 때부터 아빠의 어깨너머로 가끔 보았다. 또 어떤 건지 이론으로 배우기도 했다.
‘흔한 사랑의 묘약 같은 거구나.’
아빠가 보셨다면 흥미도 생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무뚝뚝하게 말씀하실 법한 사술이 라이킨의 서재에서 발견되었다. 소렐도 잘 알고 있는 사술이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니, 아무리 시골에 있던 그녀라 해도 자주 봤다.
“이게 여기에만 있는 게 아닐 텐데.”
소렐의 고운 이마가 찌푸려졌다. 어떻게 칼리에르 공작저에 이렇게 조잡한 사술을 걸어둘 생각을 하지? 그것도 유서 깊은 가문의 백작씩이나 되는 사람이! 소렐은 먼지를 툭툭 털고 봉투들을 챙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에 또 이런 봉투들이 있을지, 대충 알겠다. 토끼는 자를 쥐고 용맹하게 서재를 나섰다.
“서재는 아주 약해.”
글래스턴에 있는 라이킨의 집에도 이런 게 있는 거 아니야? 소렐은 어깨를 부르르 떨면서 복도를 타박타박 걸어갔다. 저녁식사까지 마친 공작저는 환하게 불을 켜두었지만, 곧 조명이 다 꺼질 예정이었다. 공비전하께서 잠자리에 드셔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술은 미약하기 그지없지만, 내가 보는 앞에서 사술은 안 되지!’
펠릭스 이드리스도 사술이라면 질색을 했다. 헬레인 토끼들의 예언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점술도 기초마저 없다며 멸시했다. 전부 다 애먼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 만들어진 잡술이라 했다. 아빠에게 그렇게 배운 소렐은 그녀가 사는 집에서 사술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기에, 자를 마치 검처럼 꾹 쥐고 타박타박 걸어갔다. 다음 행선지는 다름 아닌 공비의 침실, 그녀가 머무르는 바로 그 침실이었다.
“……공비전하.”
그녀를 만나는 고용인들은 전부 소리 없이 예를 취한 뒤 재빨리 사라졌다. 소렐이 그들에게 인사를 돌려주기도 전에 다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지라, 그녀는 그냥 인사하길 포기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어디 보자.”
소렐은 제 손바닥을 자로 탁탁, 아프지 않게 두드리며 넓은 공비의 침실을 바라보았다.
“오망성을 그린 건가? 어쨌든 공비의 침실이랑, 라이킨의 침실이랑……, 홀?”
그녀는 공작저의 유능한 고용인들이 전혀 모르고 지나갔을 구석들을 전부 다 살폈다. 어차피 이런 사술을 부린 곳은 다 거기서 거기다. 소렐은 바둥대며 그녀가 푹 잤던 침대 위로 올라가서, 침대와 벽이 맞닿은 곳을 살폈다.
“없네.”
없다면 일을 만들어야지. 아직까지도 자를 움켜쥔 그녀는 그녀가 올라가 있던 침대를, 그 넓은 침대를 아주 수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런 뒤 지체하지 않고 사람을 불렀다.
“예, 공비전하, 부르셨어요?”
“당장 침대를 열어야겠어요.”
불려온 하녀들은 칼리에르 공비가 이미 침대 위에 있던 이불이며 베개를 소파에 던져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하, 침대를 연다 하심은……?”
“이 두꺼운 요를 다 들어내고 침대 뼈대를 좀 봐야겠다는 말이에요.”
하녀들은 영문을 몰라 하면서도 일단은 소렐이 와서 낑낑대는 것을 만류했다.
“그러면 저희가 하겠습니다.”
“조심해서 옮겨요. 그런데 이 요들은 새로 세탁한 것들인가요?”
“예. 가장 아래에는 거위깃털로 채운 가장 두텁고 푹신한 요를 두었습니다. 전부 새 물건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뼈대를 봐야 하나? 그러다가 소렐의 눈이 사주식 침대의 천장으로 향했다.
“아니, 그냥 둬요.”
소렐은 하녀들에게 손짓을 했다.
“다 들어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가 엉뚱한 곳을 보고 있었어요. 미안해요.”
“전하?”
하녀들은 소렐이 낑낑대며 의자를 끌어 오는 것을 보곤 얼른 그녀의 손에서 의자를 빼냈다.
“혹시 저 천장에 손이 닿는 사람 있어요? 아니, 손이 닿으면 다칠 거예요. 내가 집어 들어야 하는데.”
“침대 천장 말씀이세요? 그건 저희도…….”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소렐은 작심하고 의자를 침대 위로 올렸고, 하녀들은 기겁을 했다. 침대가 지저분해지는 건 둘째 치고, 침대가 너무 푹신해서 의자 위에 올라서는 도무지 균형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었다.
“공비전하, 침대가 마음에 드시지 않으시다면…….”
“아니, 침대는 훌륭해요! 아주 훌륭해요! 아, 정말, 여기에선 균형을 잡을 수가 없네……!”
“의자 위에 올라가시면 위험해요!”
공비전하의 침실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그래서 청력이 좋은 호랑이도, 다른 뱀파이어도 공비전하의 침실로 올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소렐이 침대 위에 의자를 올려놓고, 그 의자 위에 올라서려고 하는 광경을 목격한 에벌린 스튜어트 부인이 놀라서 달려왔다.
“공주님, 위험해요, 왜 그러세요? 세상에, 이 시트들은 다 못 쓰겠네……!”
“그건 정말 미안한데요, 에벌린, 내가 여기를 꼭 좀 봐야 해서 그래요! 으아!”
에벌린은 대단한 힘으로 소렐이 올라타려고 하는 의자를 꽉 붙들었다.
“공주님. 내려오세요. 당장이요.”
“그건 안 된다고요. 저도 내려가고 싶다니까요. 진심이에요!”
“위험하다니까요, 이게 도대체 무슨……!”
그리고 조금 늦게 도착한 라이킨이 문간에 서서 소렐과 에벌린이 씨름을 벌이는 것을 아연하게 바라보았다.
“그러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공주님?”
하녀들이 시트를 주워들며 뒷걸음질 쳤다.
“라이킨! 마침 잘 왔어요. 이리 와봐요!”
소렐은 그의 커다란 신장을 보곤 서둘러 손짓을 했다. 공주님께서 가까이 오라 하시니 그는 일단 가까이 갔다.
“슬리퍼 벗고 침대 위로 올라가요. 어서요.”
에벌린은 얼른 의자를 침대에서 내렸다. 라이킨은 자를 꾹 쥐고 있는 소렐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보면서도 빙긋 웃으며 시키는 대로 했다.
“그리고, 음, 업어요.”
“업으라고요?”
“아니, 어깨에 무등 좀 태워줘요.”
“어깨에?”
“네. 빨리 끝낼게요.”
소렐은 단호하게 말했고, 무척 엉뚱한 말이었지만 라이킨은 그녀가 하는 말에 굳이 의문을 표하지는 않았다. 단지 개구쟁이들이 무등을 타듯 그녀를 태우지 않고, 그대로 그녀를 앞으로 안아 올린 뒤 제 어깨에 걸터앉게 했다.
“됐습니까?”
“네, 됐어요. 일어나 봐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에벌린 스튜어트 부인은 소렐이 커튼이 늘어지고, 나무와 천으로 정교하게 짜인 사주식 침대의 천장을 자로 마구 찌르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좀 더 가까이 가 봐요.”
키가 훤칠하게 큰 칼리에르 공이 소렐이 하라는 대로 군말 없이 해주고 있으니 아무도 토를 달지는 못했다.
“저기, 머리맡 쪽으로.”
소렐은 머리맡 쪽 천장에 붙어서 자로 툭툭 쑤셔보기도 하고,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멈칫거렸다.
“에벌린, 거기 칼 있어요? 칼 좀 줘요!”
“칼이요? 칼?”
에벌린이 우왕좌왕하자 하녀들도 빠르게 움직였다.
“칼! 칼은, 어, 수선하는 곳에!”
“아니, 저기 공비전하의 책상 위를 보면 봉투칼이 있을 겁니다. 가져와주겠어요, 에벌린?”
라이킨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는 소렐을 안고서도 뱀파이어답게 딱히 지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더 잘 볼 수 있도록 침대 천장에 붙여주고서, 자신도 유심히 그쪽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에벌린이 황급히 소렐에게 봉투칼을 건네자, 소렐은 그걸 받아다가 천장 뼈대 바로 위를 쭉 찢었다. 아이고. 저 유서 깊은 침대에 결국 흠집이 났다.
“……성의가 대단하네요.”
소렐은 천을 찢고 안에다 넣어둔 봉투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감쪽같이 꿰매서 없는 것처럼 해뒀으니, 사술을 이루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한 모양이다.
“뭡니까?”
라이킨의 눈이 가늘어졌다. 소렐은 대답하지 않고 손을 뻗었다.
“공주님, 손대지 말고……!”
뚜둑. 그저 숨겨져 있던 봉투들을 뽑아왔을 뿐인데 이상하게 뭔가가 뜯겨져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라이킨은 자신과 소렐 사이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황금색 실들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냥 뜯어내도 괜찮아요. 이 정도는 조잡해서.”
“……위험할 수도 있잖습니까.”
“이 정도는 괜찮다니까요.”
“그게 뭔지 어떻게 알고…….”
“아까 서재에서도 봤어요. 괜찮아요. 이제 내려줘요.”
라이킨은 미간을 약간 좁히며 소렐을 아주 안전하게 내려줬다. 그녀는 서재에서 봤던 봉투와 동일한 형식인 봉투들을 한데 그러모았다.
“으음…….”
소렐이 고민하는 사이, 그녀의 어깨 너머로 봉투에 적힌 발신인을 확인한 라이킨의 눈이 커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그의 목소리가 격앙되자 당장 소렐이 움찔거리며 물러났다.
“공주님, 그거……. 그거 이리 주세요.”
그는 얼굴을 문지르며 손을 내밀었지만 소렐은 고개를 흔들었다.
“다 모아서 개봉해야 해요.”
“당장 태워버릴 겁니다.”
말하는 투가 굉장히 사나웠다.
“아직 안 된다고요. 함부로 만졌다가 다쳐요.”
소렐은 고집스럽게 말하며 그에게서 한 발자국 더 물러났다. 멀어질 때마다 그의 표정은 점점 더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다치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있는 거 다 찾아서 무슨 사술을 부려놨는지 확인해야 해요.”
공주님이 한 걸음 더 멀어졌다. 저건 토끼의 본능이었다. 안다, 알고는 있는데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라이킨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갑시다, 같이…….”
더 멀어지지 말고. * 소렐은 이 한가한 저녁에 저택의 설계도까지 꺼내오게 해서 줄을 죽죽 그었다. 서재에서 정확하게 봉투를 찾은 지점부터, 소렐의 침대 머리맡까지 검은 줄이 한 줄 그어졌다.
“그래요, 홀에서 계단이 엇갈리는 부분이나 아니면 바로 그 아래 부분……. 여기 있을 것 같아요.”
혼자 중얼거린 소렐은 이젠 너무 많아져버린 짐을 내려다보았다. 용감하게 사용하는 자, 봉투칼, 설계도에 수상쩍은 봉투들까지. 게다가 그 봉투들은 하나하나 다 내용물이 따로 담겨 있었다. 아마 두터운 종이일 거다. 라이킨은 봉투에는 손을 대지 않고 나머지 물건들을 들었다.
“가시지요.”
하녀들이 그저 닦아내기만 하던 계단과 계단이 만나는 중앙부분에는 조각상이 장식되어 있었다. 소렐은 한참 동안 그것을 만지작거리다, 결국 대리석과 대리석이 맞물리는 사이에 꽂힌 봉투를 자로 빼내는 데 성공했다.
“……진짜 지독하게 숨겨놨네.”
휴. 소렐은 주저앉아서 한숨을 몰아쉬었다. 라이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지만, 그녀는 설계도에 새로운 줄을 긋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젠 세 지점이 서로 연결되었다. 어느덧 저택 설계도에는 조금씩, 마녀와 마법사에 대해 아는 이라면 누구나 다 알아볼 수 있는 오망성 문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음은…….”
소렐은 저택의 동편을 가리켰다. 서재는 서편이니, 가족실까지 확인하고서 라이킨의 침실을 마지막으로 열면 된다. 공작저에 사술이 걸렸다는 사실은 모두가 경악할 일이었지만, 소렐은 파랗게 굳은 고용인들과 라이킨을 두고 씩씩하게 다음 봉투를 찾아냈다. 새빨간 밀랍으로 봉해진 봉투만 봐도 어떤 초를 켜놓고 무슨 주문을 외웠을지, 대충 눈에 보였다.
“어떻게 공작저에 누가 이런 사술을……!”
에벌린 스튜어트 부인은 밀랍과 잉크, 봉투가 숨겨진 곳을 보며 치를 떨었다.
“글쎄요, 에벌린. 적어도 누가 했는지는 드러났군요.”
라이킨은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지금 보통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토끼는 거대한 공작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면서 기어코 다섯 개의 지점에 숨겨진 봉투들을 다 찾아냈다. 물론 늘 그렇듯이 언제나 마지막 지점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천장인가?”
소렐은 라이킨의 침실에 서서 위쪽을 쳐다보았다.
“아니, 어딘지 내가 알 것 같습니다.”
라이킨은 굳은 얼굴로 침대로 다가갔다. 그 어마어마한 염원을 담아 사술까지 시도했는데, 가장 좋은 곳에, 가장 눕고 싶은 곳에 놓았겠지. 그는 자신이 눕는 침대 머리판으로 손을 뻗었다. 칼리에르 공작의 문장이 멋지게 조각되어 있는 그 머리판은 아주 오래되고 귀한 나무로 만든 것이다.
“어어, 손대면 안 된다니까요.”
“날 상대로 한 사술인데 내가 다치겠습니까?”
“다쳐요.”
“그러시는 공주님의 손은요?”
“난 멀쩡하잖아요.”
소렐은 그가 조심스럽게 문장이 조각된 머리판 틈새에 자를 꽂고, 하나하나 딱 들어맞게 짠 조각 부분을 떼어내는 걸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이래봬도 대마법사의 딸이라고요. 저런 사술쯤이야 손으로 만져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녀는 라이킨이 떼어내던 머리판의 앞부분을 대신 들었다.
“게다가,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네요.”
칼리에르 공의 미간이 더 사납게 찌푸려졌다. 평소에도 조금 아귀가 맞지 않는다고 느꼈던 침대 머리판 안에는 봉투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봉투의 표면에는 오망성과 여러 가지 잡다한 마법 관련 문자들이 그려져 있었다. 이곳이 이 사술의 중심이자, 가장 강력한 염원을 담은 곳이었다.
‘가관이군.’
욕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라이킨은 억지로 말을 삼켰다. 소렐이 그의 분노에 반응해서 흠칫흠칫 놀란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싫기도 했고, 또 공주님 앞에서 민망한 일이기도 했다. 그의 기억도 나지 않는 전 약혼녀가 벌인 한심한 짓이 고스란히 소렐의 눈앞에 펼쳐졌다. 게다가 저 추잡한 사술에 소렐이 직접 손을 대다니. 라이킨은 새빨간 밀랍을 향하는 소렐의 뽀얗고 작은 손을 잡아채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다.
“……생각보다 실력이 있는 마녀이긴 했나 봐요.”
소렐이 밀랍을 건드리자 불꽃이 튀었고, 라이킨은 당장 소렐의 손을 잡아끌었다.
“괜찮아요.”
차분한 눈이 그를 돌아보았다.
“다치지 않아요.”
라이킨은 도저히 못 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소렐의 손을 놔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을 돌리지는 못했다. 그가 보지 않는 때 소렐이 다칠까 봐 불안했다. 라이킨은 움찔거리긴 했지만, 소렐이 기어이 봉투를 움켜쥐는 걸 막지는 않았다. 그녀는 마구 튀는 불꽃 사이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러곤 뚜두둑 소리를 내며 강하게 접착되어 있던 봉투들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공주님……?”
“왜요?”
“마법으로 뜯어내시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그녀는 그냥 힘으로 사술을 뜯어내고 있었다. 언덕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약초를 캐던 토끼의 체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