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데뷔탕트 (1)2020.12.16.
사교계는 번잡스럽다. 고요하고 차가운 대리석과 말라비틀어진 앙상한 겨울나무, 그리고 싸늘한 추위가 익숙한 뱀파이어에게 사교계란 버러지들이 날뛰고, 쓸데없이 말만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갓 스무 살이 된 소렐 이드리스는 사교계에 데뷔를 해야 한다. 아니, 친구들이 할 테니 그녀 역시 데뷔하고 싶을 거다. 게다가 남들이 다 하는 건데, 소렐이라고 못할 게 뭐가 있는가.
“대단한 염병이야.”
샤를렌은 오빠를 향해 찻잔을 들어 보였다.
“오빠가 수도에 나타나면 페르난데스 7세부터 게거품을 물걸.”
“무서워서?”
“아니, 너무 좋아서. 글래스턴 공작이 수도에 ‘공식적으로’ 나타난 게 수백 년 만이잖아. 시켜 먹을 일이 한둘이야?”
“일은 안 해.”
마음만 먹는다면 정치마저 가지고 놀 수 있으면서, 라이킨은 딱 잘랐다.
“안 하긴 뭘 안 하나. 지금 기세로 보니 공주님이 연관되면 엘펜하임이랑도 싸울 기세면서. 그쵸, 아버지?”
샤를렌은 아버지에게는 방싯방싯 웃으면서 가까이 갔다.
“아내 일이 걸렸는데 남편이라면 마땅히 그래야지.”
로렌스는 점잖게 말하면서 신문을 넘겼다.
“그래, 네가 적어도 제대로 작위를 가지고 있는 행세는 한다니 다행이구나. 사교계 시즌 동안 이 좁은 집을 떠난다는 것도 마음에 들고.”
“아버지는 그냥 이 집이 싫으실 뿐인 거잖아요.”
라이킨은 턱을 괴고 중얼거렸다.
“집이란 쓸데없이 계단이 많지 않고 번듯하고 넓어야 제 역할을 하는 거다. 네가 수도로 올라간다니 그나마 다행이구나. 그곳의 집은 좀 쓸 만하지.”
똑같은 타운하우스였지만 훨씬 널찍하고, 훨씬 거대했다. 로렌스 오블리앙 공은 이 와중에도 아들이 수도에 있는 타운하우스로 잠시 간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모양이었다. 그들은 눈앞에 닥친 일은 완전히 무시했다. 그들이 과하게 신경 쓸 일도 아니란 뜻이었다. 아무리 엘펜하임이 그들의 강대한 세력으로 이 나라 사교계까지 들쑤셔서 칼리에르 공을 자극하고 있다 한들, 알게 뭔가. 소렐 이드리스는 헬레인 공주가 맞는데.
“아유, 공주님. 일어나셨구나.”
“에벌린, 안녕히 주무셨어요?”
게다가 그들이 침묵하고 있는 건, 소렐이 길게 하품을 하면서 타박타박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늘 모처럼 늦게 일어났다. 그래서 그런지, 식당 안에 들어서는 얼굴이 몹시 민망해 보였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웅얼웅얼하면서 고개를 푹 숙인 소렐은 괜히 뽀르르 샤를렌의 곁에 가서 앉았다.
“잘 잤어요, 공주님?”
샤를렌이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좀 더 정리해줬다.
“늦잠을 자버렸어요.”
“오늘부터는 학교도 안 가는데 뭐 어때요? 좀 더 자지.”
소렐은 고개를 흔들었다. 다들 잠을 적게 자는 뱀파이어라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그녀 혼자 마음 편하게 늘어져서 잠을 잘 수는 없었다.
“입학 때까지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방학 동안 뭐 할 거예요?”
샤를렌의 물음에 소렐은 눈을 깜빡였다.
“공부……?”
“세상에, 이 좋은 때 공부라니. 하고 싶은 건 없어요?”
“책 읽는 거……?”
샤를렌은 오빠를 바라보았다.
“빨리 올라가.”
수도로 올라가라는 뜻이었지만, 알아듣지 못한 소렐은 남매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아, 친구들도 만날 건데…….”
“공주님 친구들은 지금 전부 다 엔버네스로 출발했을 거랍니다.”
엔버네스, 아주 오래된 도시이자 이 나라의 수도였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친구들은 전부 사교계 준비로 바빴다. 라이킨은 샤를렌이 말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소렐에게 조금 더 몸을 숙였다.
“공주님도 엔버네스에 한 번쯤 가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 혼자요?”
라이킨은 슬쩍 웃었다.
“당연히 제가 함께 갑니다.”
“나도 나중에 갈 터이니 걱정은 하지 마렴, 아가.”
로렌스가 신문을 여전히 넘기면서 진짜 ‘아기’인 소렐에게 중얼거렸다. 그가 마시는 향기로운 커피 냄새가 여기까지 건너왔다.
“하지만 라이킨은 바쁘잖아요. 아버님도 바쁘시잖아요.”
“바쁜 건 내가 바쁘지요.”
아주 잘 나가는 변호사, 샤를렌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놈의 오빠는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소렐은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가서 뭘 해요?”
그녀는 엔버네스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라이킨은 그녀의 무릎 위에 냅킨을 펼쳐 올려주며 대답했다.
“공주님의 명함을 쓸 일들이 많습니다. 초대장도 많이 날아올 것이고요.”
“저도 친구들처럼 사교계 데뷔를 해야 하나요?”
친구들은 어제까지도 내내 그게 반드시 하는 일인 양 말했다.
“공주님은 다른 데뷔탕트들과는 다릅니다.”
라이킨은 그리고 그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샤를렌은 다시 한번 찻잔을 들어 입가를 가리며 소리 없이 중얼거렸다.
“옘병…….”
저 꼴을 보자고 여기 와서 아침 식사를 한 건 아닌데 말이다.
“그들이야 결혼을 잘하고, 인맥을 넓히는 게 목적이지만 공주님은 아니시지요.”
사교계에 데뷔도 하지 않고 덜컥 칼리에르 공비에 앉은 소렐은 무척 특이한 경우였다. 그래서 더 주목을 많이 받기도 할 거다.
“아, 이미 결혼을 했으니까…….”
그렇구나. 새삼스럽게 그가 그녀의 남편이라는 어색하고 부끄럽고도 어쩐지 비밀스럽게 좋은 사실이 피부로 와 닿아서, 소렐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오늘 아침은 크루아상과 버섯 크림수프예요. 공주님, 계란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에벌린이 와서 따끈한 크루아상을 놓아주며 물었다.
“오믈렛이요.”
“좋아요.”
소렐은 크루아상을 쪼개다 말고 라이킨을 바라보았다.
“만약에 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물론 공주님께서 저와 놀고 싶으시다면 새 학기까지 우리 둘이서 이곳에 있는 것도 좋습니다.”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샤를렌이 소렐을 끌어당겼다.
“공주님, 당장 엔버네스로 가요. 또래 친구들도 사귀고, 저 뱀파이어한테 새집도 사달라고 해요. 드레스랑 책, 그림, 보석, 부동산, 사륜마차까지 뜯어내요.”
“그런 거야 공주님께서 사내라 하지 않으셔도 다 사드릴 건데.”
스물, 아직 핏덩이를 데리고 뭘 하겠다고, 이 양심도 없는 뱀파이어야. 샤를렌은 눈으로 내내 픽픽 웃고만 있는 오빠를 욕했다. 소렐은 잘 모르겠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엔버네스에는 관심이 없었다. 문득 로렌스가 들고 있는 신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신문을 접어서 보고 싶은 면만 나오게 하는지라, 때때로 뒤쪽의 기사도 휙휙 바뀌었는데 지금은 마침 6면이 소렐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싸늘한 라이킨의 사진인지, 초상화도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칼리에르 공을 둘러싼 수수께끼! 소렐이 그 기사를 미처 다 읽기도 전에 로렌스는 신문을 휙 넘겨서 다른 기사로 덮어버렸다. 결국 칼리에르 공에 관한 기사가 터졌다.
“……엔버네스로, 수도로 가면 뭐가 달라요?”
소렐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딱히 다를 것도 없습니다.”
라이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중얼거리며 소렐에게 수프 그릇을 더 바짝 밀어주었다. 누가 보면 칼리에르 공이 식사 시중을 들고 있다고 생각하기 딱 좋았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라이킨이 곤란해져요?”
“제가 곤란할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공주님께서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가 막을 겁니다만.”
그는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
“재미있을 거예요. 공주님 나이면 반드시 한번 가봐야 하는 때죠.”
샤를렌이 끼어들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제가 할게요.”
소렐은 꿋꿋하게 말했다. 라이킨은 그녀를 보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공주님, 의무보다는 권리를 누릴 생각부터 하세요.”
그건 몹시 뻔뻔한 건데! 소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박하려고 했으나, 라이킨은 고개를 저었다.
“공주님은 그러셔도 됩니다.”
놀 생각만 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지나치게 눈치가 빠른 토끼다.
* 칼리에르 공이 엔버네스로 가겠다고 결정한 건 다른 귀족들이 이미 도착해버린 것에 비해 무척 늦은 결정이었으나, 딱히 상관없었다. 그는 칼리에르 공이다. 언제 사교계에 등장하든, 그는 어마어마한 관심을 끌 것이다. 그리고 ‘그’ 칼리에르 공은 지금 제 공비가 눈이 동그래져서 티아라를 머리 위에 올려보는 걸 흐뭇하게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그게 마음에 드십니까?”
“저랑 잘 어울려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영 자신 없다는 투로 묻는 말에 라이킨은 더 진하게 웃었다.
“공주님의 눈 색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티아라가 엄청나게 많아요.”
대충 세어보니 열네 개나 된다.
“헬레인 왕국의 보석 컬렉션은 아주 유명하지요.”
라이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전부 글래스턴 은행의 비밀금고 안에 잠들어 있었다. 그는 굳이 이 은행의 소유주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소렐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벨벳 주머니에 끼울 수도 있고, 뺄 수도 있는 보석들까지 따로 넣어둔 티아라는 각양각색이었다. 또한 헬레인 직계 여성만이 사용할 수 있는 권위 있는 물건이기도 했다.
“여기도 또 있군요.”
라이킨의 검은 구두 옆에 40프랑짜리 금화가 굴러다녔다. 펠릭스 이드리스와 헬레인 왕가의 전 재산이 잠든 금고이니, 조명만 조금 켜도 오만 군데에서 광채가 반사되었다. 이렇게 예쁜 보석이 많은 공주님에게 결혼반지를 아무거나 드릴 수가 있나. 벌써 보석을 수십 개나 매입해놓고 마음에 들지 않아 전부 다 퇴짜를 놓은 라이킨은 친절하게 가장 커다란 상자를 소렐에게 건넸다.
“이것도 티아라인가요?”
이건 왜 따로 상자 안에까지 넣어져 있는 거지?
“아마도.”
소렐은 상자를 열어보곤 탄성을 질렀다. 다이아몬드를 엮어 만든 가장 커다란 티아라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라이킨이 유감스럽게도, 그가 공주님에게 선물한 머리띠 같은 티아라는 지금 막 모습을 드러낸 유서 깊은 헬레인 왕가의 티아라 앞에서는 소녀의 장신구 정도에 불과했다.
“……가장 귀한 티아라군요.”
“라이킨도 알아요?”
라이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님의 외할머님께서 쓰시던 겁니다. 어릴 때 본 적이 있습니다. 대대로 여왕, 아니면 왕비가 사용하던 로열 다이아몬드 티아라입니다.”
소렐은 그 대단한 티아라에 손도 대지 못했다. 대신 상자를 괜히 만지작거리다가, 시선을 내렸다.
“어? 여기 뭐가 있는데…….”
그녀는 상자 옆의 넓은 틈에서 커다란 봉투를 꺼냈다. 낡은 봉투는 꽤 두툼했다. 소렐은 봉투를 열고 내용물을 꺼냈다.
“소렐에게. 우리 꼬맹이가 드디어 이 티아라를 가졌구나. 축하한다. 엄마는 무척 기…….”
기뻐, 라는 말을 채 완성하지도 못하고 소렐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눈물이 후드득 쏟아졌다. 쾌활하고 발랄한 엄마의 말투를 어떻게 잊을까. 그녀가 혹시 눈물에 젖을까 봐 멀리 내민 편지를 라이킨이 받아들었다. 그는 긴 팔로 그녀를 감싸 안고,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그러곤 소렐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가만히 안고 팔을 문질러주었다.
“……줘요. 더 읽을래요.”
간신히 눈물을 그친 소렐은 손을 뻗었고, 라이킨은 다시 편지를 돌려주었다. 이 티아라는 유서 깊은 다이아몬드들을 하나씩 엮어서 만든, 가장 오래된 물건이야. 네 외할머니, 엄마의 할머니 등등, 수많은 용감한 토끼들이 사랑하고 아낀 귀한 거란다. 네게 물려줄 수 있어서 엄마가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얼마 읽지도 못하고서 또 라이킨의 품 안에서 흐어어엉, 울음소리가 터졌다. 그는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우는 소렐을 그저 안아주고, 수도 없이 머리카락이며 드러난 관자놀이에 입을 맞춰가며 달랬다.
“……빨리 읽고 싶은데 못 읽겠어요.”
“괜찮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상관없었다. 라이킨은 이 차갑고 건조한 금고 안에서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었다. 그는 어둑한 천장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저런 서류는 보통 은행 측에 따로 증서라면서 함께 맡기는 편인데, 굳이 저 티아라 상자 안에 따로 보관한 이유가 뻔했다. 사위가 믿을 만하지 않다는 뜻이다.
“좀 앉을까요?”
은행직원 고드윈 씨는 그들에게 간이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소렐은 겨우 진정한 뒤, 두툼한 편지를 살짝 들춰보았다.
“엄마가 티아라 목록을 만들어놨어요. 여기 보석 목록도 있어요.”
그녀는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그 웃음이 이곳에 널린 보석보다도 더 찬란하게 보인다면, 그가 미친 걸까?
“그렇습니까.”
“가볍고 낮은 티아라……, 에메랄드가 박힌 녹색……, 사파이어 티아라는 오블리앙 공께서 선사하신 발레시나스 공작부인의 사파이어와 잘 어울릴 거야. 어?”
엄마가 쓴 편지를 읽던 소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엄마가 어떻게 소렐이 로렌스 오블리앙 공에게 발레시나스 공작부인, 즉 라이킨의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블루 사파이어를 받을 거라는 걸 알았지? 소렐은 깜짝 놀랐다가, 아, 하고 어깨를 늘어뜨렸다.
“엄마는 여기까지도 봤나 봐요.”
미래를 보고 예언하는 헬레인의 귀한 토끼. 그들의 미래를 ‘보는’ 능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했다.
“그러시나 봅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봤다는 말도 안 해줬는데…….”
소렐은 로열 다이아몬드 티아라에 대해서 엄마가 특별히 당부한 말을 다시 한번 읽었다. 사교계에 처음으로 데뷔할 때, 왕을 만날 때, 그리고 결혼할 때 꼭 쓰도록 해!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그녀의 데뷔까지도 하나하나 신경 써주셨을 거다. 즐겁게 웃으면서 준비했겠지. 소렐은 그 생각만 해도 또 눈물이 나서, 턱을 쪼글쪼글하게 만들고 코를 빨갛게 물들였다.
“나 이거 가져갈래요.”
“그래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렐은 훌쩍이면서 엄마의 자세한 설명을 읽은 뒤, 티아라 일곱 개와 그에 어울리는 보석 여러 점을 골랐다. 고드윈 씨는 그녀가 고르는 모든 귀한 물건들을 잘 포장해서 바깥으로 내어갔다.
“다 골랐어요.”
“우는 건?”
“집에 가서 마저 울면서 읽을 거예요.”
소렐에겐 엄마의 손길이 깃든 이 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아빠도 그녀에게 유언장 겸, 라이킨이 가진 것과 합치면 혼인서약서가 되는 신기한 종이를 남겨줬지만 엄마는 아빠보다 더 일찍 돌아가셨다.
“그렇게 하세요, 공주님.”
라이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글래스턴 은행 밑바닥에서 제 공주님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낡은 편지가 나왔다는 건 사실, 엘펜하임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일이었지만 라이킨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공주님이 어머님의 유품을 가진 것뿐이다.
“가실까요?”
엄마가 남긴 게 더 없나, 한참 뒤져본 후에야 그의 자그마한 공주님은 그의 팔을 잡고 금고에서 걸어 나왔다. 소렐은 이제 사교계 데뷔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