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공주님의 남편 (2)2020.10.07.
발레시나스 공작, 로렌스 오블리앙은 며느리라는 존재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들놈은 저 좋다고 달려드는 수많은 미인들을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히 보았다. 사위라는 존재는 또 어떤가. 딸은 남자에게 묶이기엔 자신이 지나치게 유능하다는 절대적인 진실을 냉철하게 내세웠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러나 토끼 귀를 아직까지도 집어넣지 못한 채 공손하게 인사하고, 놀란 마음을 차가운 배 설탕절임으로 가라앉히는 작은 아가씨는 로렌스의 마음을 아주 흡족하게 했다.
“식사를 하기 전에 단 걸 많이 먹으면 물리니까 조금만 먹도록 해요. 만찬을 제대로 준비해놨으니까.”
존재만으로 그녀를 놀라게 한 뱀파이어는 어린아이에게 하듯 아주 다정하고 친절하게 말했다. 소렐은 조금 붉어진 눈으로 뱀파이어의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며 코를 훌쩍였다.
“네.”
착하게 대답하는 것만 봐도 나이만 성인이지 아직 애다. 로렌스는 제 아들놈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저 핏덩이를, 일상적인 그의 기세조차도 놀라서 마법으로 밀어내는 어린 아가씨를 아내로 맞았다고? 벌써 혼인신고까지 했다고? 법적으로 합법적인 결혼연령이라지만 로렌스의 기준으로는 아니었다.
“한번 먹어봐요. 입맛에 맞습니까?”
그러나 아들놈은 아버지가 싸늘하게 쳐다보든 말든 제 토끼를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조금 운 자국이 눈가에 남아 있는 게 안쓰러운지 자꾸만 토끼의 눈가를 쳐다본다. 정작 소렐은 배 설탕절임을 조그맣게 잘라서 한입을 먹어본 뒤, 보스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또 멍청해진 아들은 같이 마주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준다. 얼씨구.
“……궁금하신 것이라도?”
로렌스는 아들이 하는 행동을 보며 픽 웃고 있다가 호기심이 가득한 토끼와 시선이 마주쳤다. 정중하게 용서를 구한 노신사를 보던 소렐이 꼴깍 침을 삼키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저택 안으로 들어온 토끼의 눈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뱅글뱅글 돌아갔다. 궁금한 게 있으면 뚫어져라 쳐다보고, 그걸 눈치챈 라이킨이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앞으로는 좀 더 주의해야겠군요. 오래도록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살아서, 놀라실 수도 있다는 걸 잊었습니다.”
로렌스의 목소리는 라이킨에 비해 좀 더 굵었고, 느릿했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목소리다.
“저도……, 저도 저 말고 다른 수인이나 뱀파이어랑은 전혀 접촉이 없어서 익숙하지 않아 그랬어요. 다음부터는 괜찮을 거예요.”
소렐은 이미 어느 정도 로렌스의 날카롭고 차가운 기세에 익숙해졌다. 라이킨은 그나마 갈무리를 잘하고 있었던 걸까? 그녀는 괜히 상대적으로 훨씬 젊고 매끈한 라이킨을 힐끔거렸다. 그녀는 정말 겁이 많고, 항상 도망만 치던 토끼였는데 고작 몇 주 정도 뱀파이어와 함께 살았다고 이젠 뱀파이어의 저택에서 밥도 잘 먹는 토끼가 되었다.
“그랬으면 좋겠군요. 이제는 한 가족이니, 자주 봐야지요.”
아, 그런 건가. 결혼을 하면 뭐가 더 생기는 거구나. 소렐이 생각하기에 라이킨과 한 소위 결혼이라는 건 일종의 계약이었다. 엄밀히 말해, 아빠와 라이킨이 한 계약이다. 그녀를 지켜주는 관계일 뿐이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진짜 결혼은 아니었다. 라이킨도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고. 하지만 ‘한 가족’이라니.
“계속 이곳에 계실 생각이십니까?”
라이킨은 달그락대며 포크와 접시가 부딪치는 소리에 얼른 소렐이 들고 있던 접시를 대신 받아들며 물었다. 소렐이 ‘자주 보자’라는 말에 당황한 게 분명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오블리앙 공의 기세에 눌려 놀란 손이 아직까지도 떨리고 있든가.
“당분간은. 엘펜하임이 이곳을 주시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해서.”
로렌스는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탁자 위에 놓인 우편물을 들췄다.
“게다가 네가 이곳 관리를 너무 안 해놨어. 손 볼 곳이 한둘이 아니다.”
“들어올 때 보니 정원은 나름 깔끔하던데요.”
라이킨은 창밖을 대충 가리키며 포크를 가지고 배 설탕절임을 조각조각 잘랐다.
“마구간만 멀쩡하더라.”
“말은 쓸 겁니다. 공주님이 승마를 하실 거라.”
소렐의 귀가 또 쫑긋 세워졌다. 말! 말이라고?
“여기 말이 있어요?”
“예. 승마는 여기에 와서 할까 했습니다. 어차피 말은 도시 외부로 나가야 탈 수 있으니까요.”
로렌스는 아버지에겐 다소 방어적이면서도 제 공주님에겐 그저 살갑게 구는 아들의 말투를 듣곤 픽 웃었다. 저놈이 어쩌다 저렇게 되었더라.
“어쨌든 이곳에 자주 오는 게 좋겠다. 만에 하나 일이 벌어진다 해도 이곳만 한 곳이 없어.”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라이킨은 딱 잘라 말했다. 나이든 아버지는 냉철한 아들을 안경 너머로 보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소렐은 그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아는지 모르는지, 설탕절임을 받아먹으며 거대한 저택 안을 둘러보았다. 바깥에서는 꽤 우울해 보였는데, 내부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거대한 벽난로 여러 개에 불이 지펴졌고, 그 앞에는 그냥 털썩 주저앉아도 괜찮은 깔개가 깔렸다.
“여긴 멋있어요.”
중얼거리는 말에 라이킨이 소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항상 그가 아닌 다른 곳에 마음을 빼앗기는 공주님은 오늘도 그가 아닌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학교 같아요. 정말 커요.”
라이킨은 접시를 치웠다. 이 저택에는 로렌스 오블리앙 공 혼자서만 덜렁 사는 게 아니다. 마구간지기, 정원사, 주방장, 집사와 비서, 수많은 뱀파이어들이 기척도 없이 다녔다. 그래서 아직까지 소렐의 토끼 귀가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다.
“집 안을 안내해드리지 그러니.”
로렌스의 말에 소렐이 벌떡 일어났다.
“그래도 돼요? 구경해도 괜찮아요?”
어느 정도는, 경계를 아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뱀파이어에게 익숙해진 토끼는 적응이 무척 빠르다. 어마어마한 뱀파이어를 마법으로 밀어내서 용기를 얻은 건지, 소렐은 멀리 떨어진 로렌스에게 재차 물었다.
“……괜찮냐고 공주님께서 하문하시는데.”
대답은 네가 해야지. 아버지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집주인은 내가 아니라 글래스턴 공작입니다.”
아, 그렇구나! 소렐은 글래스턴 공작인 남편을 바라보았다. 라이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요, 공주님.”
“식사 전까지만 돌아와요.”
소렐은 라이킨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로렌스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함께 갈 생각이 없으신 모양이다. 그들은 거대한 저택을 함께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많이 닮았어요.”
“내가요?”
“네. 여기, 눈썹뼈부터 코까지. 뺨이랑.”
소렐이 제 뺨을 양손으로 꾹 눌러 보이는 걸 보고 라이킨은 웃었다.
“머리카락도 눈 색도 다른데요.”
“비슷하다니까요.”
소렐은 열심히 말하면서 제 머리카락을 넘기다가 귀를 만지고는 멈칫거렸다.
“귀엽습니다. 예뻐요.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라이킨은 마치 ‘오늘도 해가 떴지만 글래스턴은 안개가 가득하군요’라는 말을 하듯 여상하게 말하며 걸어갔다. 저택이 어찌나 넓은지 그의 목소리가 울릴 지경이었다. 소렐은 100인 무도회를 열어도 너끈할 넓은 홀을 지나 회랑에 들어섰다. 귀한 그림이 가득 걸린 회랑에서, 그녀는 어렵지 않게 1대 칼리에르 공을 찾을 수 있었다.
“와.”
라이킨은 미간을 저절로 찌푸렸지만 소렐은 탄성을 내뱉었다. 날카로운 푸른 눈과 백발에 가까운 금발이 풍성한 미인이었다. 목과 손목, 허리에 보석을 주렁주렁 매단 그녀는 당당하고도 오만하게 상대방을 마주 보고 있었다.
“엄청……, 엄청난 미인이시네요.”
제1대 글래스턴 공작, 앨리스 루이즈 칼리에르 고풍스러운 이름이다. 앨리스, 제임스, 제인. 모두 오래된 이름이기도 했다. 소렐은 아주 거대한 초상화와 키가 큰 라이킨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닮았습니까?”
어딘가 내키지 않는 질문이었다.
“머리색은 이분이 훨씬 밝으시네요.”
“예.”
소렐은 위압적으로 보이는 뱀파이어의 초상화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살아생전의 그녀는 아마도 대단한 존재였을 거다. 여왕이라 해도 충분한 위용이었다.
“먼저 돌아가셔서 작위를 이어받은 거군요.”
“예, 그렇습니다.”
어느새 소렐의 토끼 귀가 사라졌다. 그녀는 초상화에서 좀 떨어진 곳에 놓인 가족 초상화도 들여다보았다. 똑같이 오만하고 위압적이며 차갑게 아름다운 앨리스 루이즈 칼리에르와, 훨씬 젊은 로렌스 오블리앙 공, 그리고 지금과 똑같은 라이킨과 샤를렌이 그려져 있었다. 이 뱀파이어 가족의 역사는 평범한 인간의 역사가 몇 번이나 뒤집히는 내내 똑같았다.
“아름다운 가족이네요.”
소렐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
“보기엔 그럴 듯하지요. 오래 사는 뱀파이어 공작들의 결합이기도 하고.”
어딘가 모르게 빈정거리는 투였다. 소렐은 아예 라이킨을 향해 돌아섰다.
“정확하게 싫은 게 뭐예요?”
라이킨은 자신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눈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저 초상화에서 보이는 모습이 싫습니다.”
툭 대답하고 나니 그가 남에게 절대로 말할 리가 없던 솔직한 대답이다.
“멋진 가족이잖아요.”
“인위적이지요.”
모르겠다. 라이킨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소렐에겐 솔직하게 말했다.
“우리는 결코 저런 가족이 아니었습니다.”
“라이킨은 샤를렌을 무척 사랑하잖아요.”
“예.”
나름 사이가 좋은 남매였다. 라이킨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여동생을 무척 아꼈다.
“아버님도 좋아하지 않아요?”
그는 문득 아버지가 저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졌다.
“나와 아버지 사이에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그럼 어머니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거네요.”
“예.”
라이킨은 짤막하게 대답했다.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떻게 이리 쉽게 소렐에게 솔직히 고백하는 건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
“어떻게 된 거야?”
해가 지고 오랜만에 본가에 들른 제인 샤를렌 칼리에르는 따뜻한 응접실을 둘러본 뒤 오빠에게 물었다.
“나는 공주님이 아버지를 날려버렸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날리다니. 그냥 조금 밀려난 거야. 한 뼘 정도.”
라이킨은 정색했다.
“아니, 어쨌든 간에 마법을 썼다면서.”
그런데 이 다정하고 화목한 분위기는 뭘까. 샤를렌은 소렐 이드리스와 아버지가 사이좋게 카드놀이를 하는 걸 보며 묵직한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것도 아버지를 밀어낼 정도면 꽤나 강력한 마법이었을 텐데.”
“강력했지. 덕분에 결합점이 늘었어.”
“얼마나? 펜싱 하우스에서는 하나였다며.”
“다섯 개.”
“오.”
샤를렌은 입술을 동그랗게 말며 고개를 끄덕인 뒤 카드놀이가 벌어지고 있는 탁자로 걸어갔다.
“재미있어요? 나도 좀 끼워줘요.”
“언제 왔니?”
고개를 든 로렌스가 깜짝 놀라며 딸을 반가워했다.
“세상에,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내가 오는 걸 모르셨을까.”
샤를렌은 아버지와 포옹을 하고, 반대편에 앉아 있던 소렐과도 마주 안았다.
“공주님과 카드놀이를 하는 건 무척 재미있어. 식사 자리도 아주 즐거웠단다.”
“저도 재미있었어요!”
소렐은 고개를 반짝 들고 샤를렌에게 말했다.
“발레시나스 이야기도 들었어요. 언젠간 꼭 가보고 싶어요.”
“여름에 휴가를 오면 되지요.”
로렌스는 공주님의 말을 받았다.
“에메랄드빛 바다며 황금색 모래가 있답니다. 바닷바람도 고즈넉하니 좋고요. 항상 맑은 날씨이니, 여름에 꼭 들러요.”
“네!”
“물론 나는 여름까지 이곳에 있을 예정이지만.”
“그렇게나요?”
샤를렌이 깜짝 놀라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너희 둘은 말이다.”
갑자기 붙들린 라이킨은 소렐의 곁으로 걸어오다가 로렌스를 보았다.
“내가 여기 온 게 썩 내키지 않은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내내 발레시나스에만 계셨지, 여기엔 오지도 않으셨잖아요.”
라이킨은 언급하는 것조차 불편한 말을 샤를렌은 아무렇지도 않게 직접 했다.
“추억이 많은 곳이었으니까.”
로렌스는 그리움이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제는 이곳에 와서 머물러도 괜찮겠다, 싶구나. 새 식구도 생겼고. 공주님은 아주 좋은 카드놀이 상대거든.”
“어째서요? 저는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소렐은 엎치락뒤치락하던 카드판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패를 제법 잘 숨기십니다.”
“저는 오블리앙 공이 무슨 패를 가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곧 아시게 될 겁니다. 늙은이의 패야 몇 번 겪다 보면 다 거기서 거기지요.”
로렌스는 탁자 위에 놓인 카드를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이번 판도 공주님이 이겼군요, 졌으니 패자는 좋은 것을 내어드려야겠습니다.”
키가 훌쩍 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뭘 주시려고? 소렐은 그녀를 제외하곤 전부 다 키가 큰 이 집 뱀파이어들과 눈이 마주쳤다.
“가서 비싼 거 달라고 해요.”
샤를렌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비싸고 반짝거리는 걸로.”
“그런 건 저도 많아요. 은행에 있지만.”
순진한 토끼는 정직하게 말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지요. 가서 달라고 해요. 무지 많거든.”
“이 집에 있는 거면 샤를렌 거지요.”
소렐은 ‘그렇지요?’라는 눈으로 샤를렌을 올려다보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관심 없다는 표정이었다.
“나야 가져갈 만큼 가져갔지요. 가지고 싶은 건 내 돈으로 사면 되는 거고.”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샤를렌의 표정이 어쩐지 아까 식사를 하기 전, 회랑에 서 있던 라이킨의 표정과 비슷한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있을 보석은 원래 남매의 어머니가 소유했던 것일 텐데. 소렐은 잘은 모르지만, 귀족들이든 왕족이든 간에 보석은 아주 중요한 의미라는 건 알았다.
“좋은 걸로 줘요, 아버지. 유일한 며느리잖아요.”
“사위를 데리고 와도 좋은 걸 줄 텐데.”
“줄 놈이 너무 많아서 문제면 그건 또 그거대로 골치 아프시잖아요.”
그래서 아버지를 도와드리는 거라는 딸의 뻔뻔한 말투에 다시 돌아온 로렌스는 기가 막히다는 듯 웃었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벨벳 상자가 들려 있었다.
“자, 이걸 가져가시지요, 공주님.”
이게 뭐지? 소렐은 어서 열어보라는 손짓에 조심스럽게 푸른 벨벳 상자를 열었다. 그러곤 숨을 급하게 들이마시며 상자 뚜껑을 홱 덮었다.
“……잘못 가져오신 것 같아요!”
“그건 아닌데요.”
로렌스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 표정이 꼭 라이킨과 같았다.
“어차피 공주님이 주인인 물건입니다.”
노신사는 느릿하게 중얼거리며 파이프를 물었다.
“너희들 것도 아니야.”
남매는 빠지라는 소리이기도 했다.
“발레시나스 공작부인이 가지는 보석이니, 미리 주인에게 가는 게 좋겠습니다.”
새파란 사파이어가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를 가득 두른 채 제법 큰 상자를 꽉 채우고 있었다. 로렌스 오블리앙은 소렐 이드리스를 며느리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