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 Call my name (12) (17/181)

17. Call my name (12)2020.09.26.

소렐 이드리스는 그녀가 머무는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다. 그 점이 그녀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애초에 호랑이와 뱀파이어가 살고 있는 커다랗고 고가 높은 집이니, 아늑한 것을 좋아하는 토끼에겐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집주인이 나름대로 소렐을 무척 신경 쓰고 있다는 거였다.

16606114714078.jpg“공주님.”

이젠 그 민망한 호칭마저 익숙해졌다. 그녀의 예비과정 시간표까지 신경을 써준 남자는 별거 아닌 일에도 섬세하게 관심을 기울였다.

16606114714078.jpg“나는 공주님 귀가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16606114714091.jpg“……네에, 네?”

놀라서 쳐다보면 그는 잘생긴 얼굴로 웃었다.

16606114714078.jpg“귀여워요. 그러니까 누르거나 가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전혀 흉하지 않아요.”

그렇게만 말하고 자리를 피해주던 라이킨은 다시 한번 소렐을 돌아보았다.

16606114714078.jpg“토끼일 때도 귀여웠어요.”

소렐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16606114714091.jpg“그건 저도 알아요.”

라이킨은 의외의 대답에 갑자기 무척 즐거워졌다.

16606114714078.jpg“아, 알고 있습니까?”

16606114714091.jpg“네.”

그렇지만 소렐은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16606114714078.jpg“그런데 왜 가립니까?”

16606114714091.jpg“완전히 토끼일 때랑 귀만 튀어나오는 건 달라요. 사람 머리카락 사이로 토끼 귀가 삐죽 튀어나온 건……, 진짜 괴상하고 혐오스럽잖아요.”

납치당했을 때 그런 험한 말을 들은 건가. 라이킨은 그녀의 의기소침한 얼굴을 보며 어렵지 않게 추측했다.

16606114714078.jpg“전혀요. 가끔 에벌린도 꼬리가 튀어나오거나 손이 앞발로 바뀌는데요. 그건 자연스러운 겁니다.”

그는 소렐에게 분명히 말했다.

16606114714078.jpg“그리고 귀만 튀어나와도 귀엽습니다. 공주님은 예뻐서 뭐든 잘 어울려요.”

아주 진지하게 칭찬한 라이킨은 고개를 슬쩍 모로 기울였다.

16606114714078.jpg“아, 예쁜 것도 알고 있습니까?”

16606114714091.jpg“알고 있어요!”

새침한 목소리가 놀리지 말라는 투로 쏘아붙였다.

16606114714091.jpg“저 예쁜 거 알아요.”

16606114714078.jpg“그럼 너무 의기소침해하지 말아요. 예쁜 사람이 토끼 귀를 가지고 있으면 더 귀엽고 더 예쁜 거밖에 더 됩니까.”

그는 자리를 뜰까, 하다가 소렐의 옆자리에 앉아서 책을 폈다. 불이 꺼질 때까지 가만히 읽으면서 자리를 지키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16606114714091.jpg“라이킨은 칭찬을 아주 잘해주는 사람이네요.”

16606114714078.jpg“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조금 간격을 좁혀도 토끼는 놀라서 피하지 않는다. 움찔거리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있을 정도는 되었다.

16606114714091.jpg“……고마워요.”

일부러라도 그녀의 기분을 북돋워주려고 그런다는 걸 모를 소렐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무척 다정한 뱀파이어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저거 봐. 참 잘 웃고, 다정하고, 칭찬도 잘해주는데 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고개를 흔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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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이 어느 정도 귀엽고 예쁘장한 얼굴이란 건 잘 아는 토끼는 안타깝게도 함께 살고 있는 뱀파이어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라이킨은 소렐을 다시 한번 학교에 데려다주며 주변을 날카롭게 훑었다.

16606114714078.jpg‘한번 제대로 깨져야 정신을 차리지.’

다 갈아엎어버릴까. 영 마음에 안 들었다.

16606114714091.jpg“저기……, 오늘도 데리러 오실 거예요?”

라이킨은 날이 선 눈을 부드럽게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16606114714078.jpg“물론입니다. 혹시 친구들과 어딜 들르기로 했다거나 하면 나중에 해당 장소로 데리러 가겠습니다만.”

16606114714091.jpg“그럴 리가요.”

16606114714078.jpg“오늘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요. 새로운 친구를 여럿 사귈 수도 있고요.”

사귀지 못한다면 그가 직접 만들어서 붙여놓을 수도 있었다.

16606114714078.jpg“가볍게 생각해요. 겨우 예비과정일 뿐이니까.”

16606114714091.jpg“……여기에서 못하면 대학에서는 더 못하는 거 아니에요?”

16606114714078.jpg“대학도 별거 아닙니다.”

그는 뜻을 모를 말만 해준 뒤 소렐을 마차에서 내려주었다.

16606114714078.jpg“나는 저쪽에 있는 벨파이어 칼리지에 있을 겁니다. 뒷문을 지나서 거리만 건너면 됩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저기로 와서 날 찾아요.”

그럴 일이 있을까? 소렐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냥 착하게 대답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6606114714091.jpg“네.”

16606114714091.jpg“뭐, 어차피 조금 이따 만날 거지만…….”

16606114714078.jpg“네.”

라이킨은 소렐에게 그저 웃어 보이기만 했다.

16606114714078.jpg“우리 공주님은 예쁘고 귀여우니까,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잘 걸어봐요. 또 압니까, 어제 뱀파이어라던 친구도 생각보다 괜찮을지 몰라요.”

소렐은 사라지는 라이킨의 뒷모습을 보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16606114714091.jpg“그건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라이킨의 말은 의외로 틀리지 않았다. 그녀가 돌아서자, 어제 본 바로 그 뱀파이어 여자애가 쭈뼛대며 다가왔다. 마차가 내리는 곳에 서 있던 걸 보니 소렐을 기다린 게 분명했다.

16606114722607.jpg“안녕.”

그 여자애는 소렐과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두 여학생은 서로를 아주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16606114722607.jpg“저기, 미안해.”

여자아이는 창백한 얼굴을 붉혔다.

16606114722607.jpg“나는 반가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한 건데, 실례가 되는 건지 몰랐어. 미안해.”

누군가에게 주의를 듣고 온 걸까? 그녀는 부끄러워하면서 사과했다.

16606114714091.jpg“뱀파이어도 아닌데 뱀파이어 냄새가 난다고 놀리는 거 아니었어?”

16606114722607.jpg“전혀, 전혀 아니야! 절대로 아니었어!”

여학생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거세게 흔들었다.

16606114722607.jpg“그렇게 생각했구나……, 미안해.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어. 보통은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하면 친근하게 느끼니까…….”

16606114714091.jpg“그래?”

이해할 수가 없네. 소렐은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항상 수인들과 뱀파이어들, 엘펜하임 기사단을 피해 조용히 살았으니,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당연한 일은 전혀 몰랐다.

16606114722607.jpg“나는 사비나야. 사비나 로체.”

이름은 저게 끝인가? 라이킨이나 샤를렌처럼 중간에 이름이 하나 더 있는 거 아니었나?

16606114714091.jpg“……소렐 이드리스.”

소렐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며 대답했다. 이런 때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토끼에겐 모든 게 다 처음이라, 무척 어려웠다.

16606114722607.jpg“소렐이구나.”

사비나는 활짝 웃었다. 딱히 어려울 것도 없이, 그걸로 충분했나 보다. * 사비나는 흔히 생각하듯, 홀로 외로운 뱀파이어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집안끼리 알고 지내는 눈치인 친구들이 꽤 많았는데, 소렐은 덕분에 제법 많은 여학생들 사이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16606114726059.jpg“그럼 소렐은 글래스턴은 처음이야?”

응, 하고 고개를 조심스럽게 끄덕이자 여학생들은 눈을 빛내며 가야 할 곳을 꼽기 시작했다.

16606114726059.jpg“마틴의 제과점에 가봤어? 거기 안 가본 애들 없어!”

16606114714091.jpg“나, 나는 안 가봤는데…….”

16606114726059.jpg“그럼 거기부터 가자. 거기 가서 까눌레랑 홍차를 마시고…….”

16606114726059.jpg“<비비아나>도 좋아. 거긴 스콘이 맛있어.”

16606114726059.jpg“맞아. 근데 대학 다닐 때 필요한 건 샀어? 난 아직 실크스타킹을 못 골랐어.”

16606114726059.jpg“누구 <문학과 사상> 듣는 사람 있어?”

실크스타킹, 홍차와 레이스, 문학과 피아노, 그다음에는 느닷없이 승마와 호신술로 이야기가 넘어간다. 여자아이들끼리 말하는 건 무척 재미있었고,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모두가 그녀에게 친절했다.

16606114714091.jpg‘수인도 좀 섞인 것 같고, 뱀파이어들도 많은 것 같지만.’

소렐은 주변을 조심스럽게 둘러보며 생각했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16606114726059.jpg“으,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을 하나도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16606114726059.jpg“어차피 예비과정일 뿐인데 무슨 상관이야? 나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스하우버로 갈 거야.”

다른 대학으로 가겠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소녀도 있었다.

16606114726059.jpg“옆에 케르고 칼리지 애들 봤어?”

16606114726059.jpg“그래, 정문에서 힐끔대더라. 하여튼 남자애들이란.”

16606114726059.jpg“걔들이랑 마틴의 제과점에 가면 안 되나? 사비나, 아는 남학생 없어?”

사비나 로체는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16606114722607.jpg“알아도 안 가르쳐줄 거야. 어차피 걔들은 다 바보들이거든.”

16606114726059.jpg“케르고 칼리지 다니는데?”

16606114722607.jpg“걔네는 다 신입생들이고, 바보들이야.”

으, 하고 사비나는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16606114722607.jpg“소렐 너도 케르고나 자나이트 신입생들이랑은 만나지도 마. 걔네는 다 애들이야. 머릿속에 운동종목이랑 여자밖에 없거든.”

16606114714091.jpg“여자……?”

16606114722607.jpg“그래. 여자랑, 그런, 부적절한 관계 말이야.”

순식간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여학생들의 표정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들도 마냥 순진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비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16606114714091.jpg“으.”

16606114722607.jpg“맞아. ‘으’야.”

16606114726059.jpg“근데 우리 엄마는 남자들은 죄다 똑같댔어. 젊으나, 늙으나,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도 그런 건 똑같대.”

16606114726059.jpg“어? 우리 엄마도 똑같은 소리 했어! 그러니까 결혼할 생각 하지 말고 대학이나 가래.”

그런가. 엄마가 만약에 계속 쭉 건강했다면, 대학에 입학하는 소렐에게 결혼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을까? 소렐은 재잘대는 소리들을 가만히 들으며 침묵했다.

16606114722607.jpg“아무튼 소렐, 이따가 마틴의 제과점부터 같이 가자. 거기 샌드위치가 아주 맛있어.”

사비나가 붙잡고 말하자 소렐은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16606114714091.jpg“응! 그래!”

매그놀리아 칼리지에 입학 예정인 여학생들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소렐을 보며 생각했다. 올해 같이 입학한 애들 중에 엄청 귀여운 애가 하나 있다.

16606114726059.jpg“자, 다들 앉아요. 벌써 친구가 된 건 이해하지만 수업 시작을 해야지.”

여학생들을 담당하는 매그놀리아 칼리지 담당 교수가 멋진 외투를 휘날리며 척척 들어와서 학생들을 정리했다. 여학생들은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16606114726059.jpg“다들 시간표를 각자 짜왔지요? 수업신청은 끝냈나요?”

부스럭대며 가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꺼내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예비등록과정 이틀째, 슬슬 수업들이 시작되고 있었다. 물론 인기가 많은 수업은 이미 수강인원이 다 차버렸다.

16606114726059.jpg“일단 가장 인기가 많았던 수업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질 테니 다들 움직이지 말아요. 말 그대로 ‘모두’가 다 신청했으니까.”

응? 그런 수업이 있단 말이야? 소렐은 그녀의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시간표를 떠올리며 어떤 수업일지 궁금해했다. 그러고 보니 옆에 물어볼 사람이 있었지.

16606114722607.jpg“소렐.”

소렐은 조심스럽게 옆에 앉은 뱀파이어 여자애를 돌아보았다.

16606114722607.jpg“제일 인기가 많다는 수업이 뭔지 알아?”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소렐은 고개를 흔들었다.

16606114722607.jpg“이번에 매그놀리아 칼리지 신입생들은 엄청난 행운이래. 저얼대로, 저얼대애로 강의하지 않는 벨파이어 칼리지 소속 교수님이 직접! 직접 와서 강의를 하시거든!”

16606114714091.jpg“강의는 잘한대?”

16606114722607.jpg“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벨파이어라고!”

강의에서 그게 제일 중요하지, 중요하지 않다면 뭐가 중요한데? 소렐은 좀 더 물어보려다가 코를 먼저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많이 맡아본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자신 있게 걸어오는 소리, 걸음걸이는 경쾌하면서도 걸음마다 묵직한 무게가 균형 있게 실려 있다. 그리고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거대한 강당을 장악해버린다.

16606114726059.jpg“기초 역사강의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건 또 처음 보네요.”

매그놀리아 칼리지 담당교수가 턱을 괴고 한숨을 쉬었다.

16606114714078.jpg“역사를 아는 건 모든 지식인의 기본소양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얼마나 기특한 학생들입니까.”

라이킨은 아주 매끄럽게 대답하며 웃었다. 그가 근사하게 웃자 강당 전체가 훤하게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학생들은 그가 말하는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꼿꼿하게 허리를 세웠다. 소렐만이 커다란 눈을 연신 깜빡거리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변과 라이킨을 번갈아가며 볼 뿐이다.

16606114714091.jpg‘그냥 아주 작은 강의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학생들과 함께 듣는 수업이란 말인가. 이러면 정말 인사도 못 하겠다. 소렐은 어쩐지 섭섭해서 풀이 죽어버렸다. 그래도 학교를 다니는 동안 아는 사람을 잠깐 만날 수 있다는 게 든든했는데, 이건 그냥 얼굴만 보고 가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16606114714091.jpg‘어쩔 수 없지, 뭐. 어쨌든 교수님이니까…….’

교수님이니까 학교에서 사적으로 얽히면 안 된다. 아무리 그들이 합법적인 부부 사이라 해도. 강의실에서 쏟아지는 눈빛들을 보니, 부부 사이란 걸 들켜봤자 소렐만 손해겠다. 그녀는 조금 입술을 당긴 뒤, 그냥 공책과 필기구만 꺼냈다.

16606114714078.jpg“안녕하십니까.”

라이킨은 인사를 하면서도 소렐을 슬쩍 보았다. 조그만 토끼의 어깨가 조금 처진 건가? 그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는 별다른 감정이 섞여 있지 않았다. 반가운 기색이나 놀란 기색은 전혀 없다. 그저 덤덤할 뿐이다.

16606114714078.jpg‘이거 좀……, 섭섭한데.’

최대한 빨리 왔으니까, 그만큼 좋아해줄 줄 알았는데 토끼는 그냥 멀뚱멀뚱하게 그와 매그놀리아 칼리지 담당교수를 번갈아 보고 있을 뿐이다.

16606114726059.jpg“이번 예비과정에서 역사 부분 강의를 맡아주신 제임스 칼리에르 교수님이에요.”

저거 봐. 가운데 이름은 빠진단 말이야. 그런데 왜 라이킨은 라이킨이라고 부르라고 한 걸까? 소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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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606114761159.jpg“조슈아.”

제임스 라이킨 칼리에르의 충실한 오른팔이자, 실무에 뛰어난 조슈아는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16606114761165.jpg“사실입니다.”

16606114761159.jpg“……내가 뭘 물어볼 줄 알고?”

16606114761165.jpg“들으신 소문이 사실이라고요. 그거 물어보러 온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16606114761159.jpg“내가 몇 번째인데?”

16606114761165.jpg“열일곱 번째요.”

16606114761159.jpg“아직 점심시간도 안 되었는데 많이도 왔군.”

조슈아는 기어이 책상 앞자리에 앉는 뱀파이어를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16606114761165.jpg“아, 왜 이러세요……. 저 지금 엘펜하임 막느라 바쁜 거 안 보이십니까? 위에서 시키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16606114761159.jpg“그 일의 반은 내 도움이 필요하지. 그러니까 말이나 해봐.”

16606114761165.jpg“뭐, 뭘요?”

16606114761159.jpg“정말로 제임스 라이킨 칼리에르가 이드리스의 딸에게 제 가운데 이름을 부르라고 했나?”

16606114761165.jpg“그렇다니까요! 그렇다고요! 사실입니다! 예!”

조슈아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16606114761159.jpg“흐음…….”

그의 앞에 앉은 뱀파이어는 턱을 문질렀다.

16606114761159.jpg“그걸 폴리아나 그린이 아나?”

라이킨이 좋다고 몇 년을 따라다녔는데도 가운데 이름은 전혀 얻지 못한 폴리아나 그린이 알고 있냐고? 조슈아는 한숨을 푹 쉬었다.

16606114761165.jpg“폴리아나뿐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16606114761159.jpg“그건 그렇지.”

호리호리하고 길쭉하며 키가 큰 신사는 나이가 꽤 들어 보였으나 어쨌든 뱀파이어였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뱀파이어다. 그는 깨끗하게 면도를 한 턱에서 손을 뗀 뒤, 까만 뿔테 안경을 벗었다.

16606114761159.jpg“알고 싶지는 않지만 제임스와 이야기는 해야겠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고대 마법을 계승했을 뿐인 헬레인 공주에게 제 이름까지 부르라고 한 거지? 정말로 그 공주를 아내로 맞이할 건가?”

16606114761165.jpg“그건 직접 물어보십시오. 안 그래도 우습게 봤던 놈들이 어제 여럿 실려 나갔다는 건 잊지 마시고요.”

16606114761159.jpg“……나이가 그만큼 되었으면 성질을 다스릴 줄도 알아야지…….”

16606114761165.jpg“그렇죠?”

신사는 지팡이를 툭 짚고 일어났다.

16606114761159.jpg“그러면 내가 아들놈을 혼내주러 가야겠군.”

16606114761165.jpg“아, 잠시만요, 잠시만요!”

조슈아는 신사를 붙잡았다.

16606114761165.jpg“제임스 교수님은 오늘부터 매그놀리아 칼리지 예비과정 강의도 하시거든요. 그러니까, 그거 순전히 사심…….”

16606114761159.jpg“그래서 그것도 혼을 내달라?”

16606114761165.jpg“예, 하시는 김에.”

조슈아는 야무지게 일러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감을 몰아준 상사가 혼나는 것만큼 즐거운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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