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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다정함은 거짓이다 (131)화 (131/180)

131화

벨라는 단박에 수치스러운 마음이 차올라 황급히 자세를 고치려 했지만, 그가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있어 버둥거리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뒤이어 자비 없는 손길이 그녀의 엉덩이를 세게 내리쳤다.

“아! 흑…….”

눈앞이 번쩍 튀었다. 처음엔 놀란 마음이 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따끔한 아픔이 서서히 선명해졌다.

여린 살결이 금방 손자국대로 발갛게 부풀었다. 벨라는 저도 모르게 무릎을 당겨 몸을 둥글게 말았다. 고작 한 번 맞았을 뿐인데 엉덩이가 불에 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무심코 아픔을 달래려 손을 뒤로 가져갔다가 그대로 그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양손을 모두 잡히니 지탱할 곳을 잃은 상체가 그대로 침대에 처박혔다.

그는 벨라의 발목을 제 쪽으로 당기곤 허리를 꾹 눌러 엉덩이를 더 치켜들도록 만들었다. 그에게 치부를 드러낸 자세가 딱 죽고 싶을 만큼의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단호하게 내리누르는 힘이 상당히 거셌다. 훤히 드러난 등줄기로 서늘한 음성이 닿았다.

“자세 똑바로.”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몸집을 부풀렸다. 그가 한 손으로 저를 꽉 내리누른 채 옷을 풀어 헤치는 소리가 들렸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잔혹하게 시달렸던 몸이 공포를 머금어 바짝 굳었다.

“흐으, 공작님…….”

그는 나직이 달뜬 숨을 내뱉으면서도 단정하게 물었다.

“왜. 힘들어?”

“……네.”

벨라는 울컥 치미는 울음에 겨우 대답하며 시트에 얼굴을 비볐다. 건조하던 시트가 금세 눈물로 젖어 들었다.

“이건 다 네가 자처한 거야. 그러니 참아. 정 힘들면 입에 뭐라도 물려 줄까?”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굴곡진 선을 다정히 쓸어내리며 건네는 물음이 섬뜩했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고개를 내젓는데 그마저도 시트에 파묻힌 채라 쉽지 않았다.

“아, 그럼 우는 소리가 밖까지 제대로 들리지 않을 테니 안 되겠다. 저 새끼들도 꼬셔야 할 거 아니야.”

그는 무심하게 뇌까리며 제 것을 느릿하게 쓸어 올렸다. 음습한 열기를 품은 채 몸집을 가득 부풀린 것을 뭉근히 갖다 대자 벨라의 몸이 움찔 튀었다. 퍽 애처로웠지만, 안타깝게도 달래 줄 손이 없었다.

“다쳐. 힘 빼.”

시트에 고개를 파묻은 채 엉망으로 흐느끼면서도 벨라는 착실히 그의 말을 귀에 담으려 애썼다.

최대한 긴장된 몸을 풀려고 노력했지만, 그가 이전처럼 자비심 없이 단박에 꿰뚫고 들어왔다.

“아흑! 공, 작님……!”

마치 제 목구멍까지 치밀고 들어온 것처럼 숨이 턱 막혔다.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열락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벨라는 고통과 쾌락 사이에서 마구 휩쓸리며 숨을 헐떡였다. 제 것이 아닌 것 같은 소리가 귓가를 마구 할퀴었다.

그녀의 아랫배를 뭉근히 쓰다듬은 그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벨라는 땀이 흥건한 손을 꽉 말아 쥐며 가느다랗게 흐느꼈다.

그에게 안길 때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건 생각보다 큰 고통이었다. 그를 받아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일인데, 엎드려 있으니 전해지는 압박감이 더욱 거셌다.

그가 몰아붙일수록 눈앞이 새까매지고 등줄기로 저릿한 감각이 타고 흘렀다. 더불어 아랫배로 뭉쳐 드는 감각을 어찌 해소해야 할지 몰라 그저 울기만 했다.

자꾸만 몸에 힘이 풀려 다리가 무너지려 할 때, 그가 또 한 번 엉덩이를 내리쳤다.

“아!”

“무릎 똑바로 세워.”

단호한 일갈에 흐느낌이 짙어졌다. 그러자 엉덩이로 거센 매질이 몇 번 더 내려앉았다.

“아, 흑……. 공작님, 제발…….”

그가 계속해서 손을 높이 쳐들었을 때, 결국 참지 못한 벨라가 울며 애원했다. 한 대 한 대 맞을 때마다 아픔이 고여 어쩔 수 없이 우는 소리가 커졌다.

조용히 손을 내린 그는 발갛게 부어오른 살을 부드러이 어루만져 주었다. 그러다 손자국이 남도록 꽉 틀어쥐기도 했다.

그의 낮은 숨소리가 그녀의 흐느낌 위로 덧씌워졌다.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 그는 그녀의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 때마다 끊어 말했다.

“그렇게 해서, 밖에 있는, 놈들한테까지, 소리가, 들리겠어?”

그 말에 벨라는 입술을 꽉 깨물어 필사적으로 소리를 참았다. 그래도 차마 참지 못하고 흘러나온 끅끅대는 소리가 침대로 파묻혔다.

“더 노력해 봐. 저 새끼들이 널 여기서 나가게 도와줄지 어떻게 알아.”

그가 한마디 한마디 얹을 때마다 그 말들은 오롯이 물방울이 되어 그녀의 눈가로 스몄다.

벨리아르는 붉은 흔적이 가득한 그녀의 몸을 느릿한 눈길로 훑어 내렸다.

저를 배신한 그녀가 더욱 괴롭길 바랐다. 그래서 일부러 그녀의 마음에 생채기를 낼 만한 고약한 말들만 골라서 지껄였다.

다른 이의 시선이 닿는 것도 싫어 이리 꼭꼭 숨겨 두었는데, 미쳤다고 문밖에 딴 놈들을 세워 둘까.

평소엔 문 앞을 철저히 지키라고 지시해 놓지만, 자신이 방에 들어올 땐 모두 1층으로 물렸다.

“하, 흐윽…….”

거센 악력이 벨라의 턱을 틀어쥐고 고개를 당겨 그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고통과 쾌락에 일그러진 얼굴로 숨을 헐떡대는 모습을 보니 그녀의 몸에 깊숙이 박힌 것이 더욱 몸집을 부풀렸다.

그는 일부러 천천히, 그리고 깊게 움직이며 그녀가 꾸역꾸역 신음을 삼키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하지만 피가 맺힐 만큼 입술을 짓씹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입술 새로 엄지를 집어넣어 이에 짓눌려 혹사당하던 부분을 지그시 문질렀다.

그녀가 밭은 숨을 몰아쉬느라 뜨겁게 내뱉는 숨결이 오롯이 그의 손끝에 스몄다. 짙붉은 눈동자가 깊은 심연에 잠기듯 나직이 가라앉았다.

“엘리아스한테 이 예쁜 입으로 뭐라고 지껄였을까.”

“하으, 아니…… 아니에요…….”

그는 느릿하게 지껄여 대는 입술에 고민 없이 입을 맞추고 혀를 밀어 넣었다. 입안 곳곳을 거칠게 헤집으며 탐미하자 새어 나가지 못한 울음이 일렁일렁 차올랐다.

그 서러운 울음마저 모조리 삼키고, 작은 입안을 저로 빠듯하게 채웠다. 그녀가 흘리는 것은 그 무엇이든 깊은 숲속, 청아하게 고인 샘물처럼 달았다.

입술에서 떨어지자마자 하얀 어깨를 콱 베어 물었다. 어딜 물고 빨아도 이토록 달기만 하니 도저히 가만히 놔둘 수가 없었다.

이미 울긋불긋한 흔적이 가득한 여린 살결 위로 금세 새로운 흔적들이 덧새겨졌다.

“벨라.”

그는 느릿한 숨을 내뱉으며 버릇처럼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천천히, 또 빠르게 허리를 쳐올리며 잘게 떨리는 등허리를 나른히 눈에 담았다.

“나가고 싶어? 내게서 벗어나고 싶냐고.”

벨라는 그의 질문에 순간 번뜩 스친 생각을 애써 무시했다. 꾸준히 그의 손에 길든 그녀는 감히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하…… 흐윽……. 모르겠, 어요.”

벨리아르는 괴로운 듯 시트에 고개를 비비적거리는 벨라의 턱을 쥐어 다시 저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얼굴을 보면 화가 치미는데, 보이지 않으면 더욱 심기가 뒤틀린다.

“벨라, 너는 처음부터 내 거였어. 그러니까 두 눈 뜨고 똑바로 봐. 네가 오롯이 마음에 품어야 할 사람이 누군지.”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던 그는 곧이어 그녀의 안에 제 흔적을 가득 흩뿌렸다. 그러고는 가느다란 숨을 내쉬며 벨라의 등허리를 쓸어내렸다.

이어 그는 그녀의 얼굴이 보이도록 앞으로 뒤집었다. 땀과 눈물로 젖어 엉망인 얼굴이 초점 없이 그를 향했다. 그는 천천히 부드러운 뺨을 쓰다듬으며 멍하니 방황하는 시선을 잡아 얽었다.

“네가 내 곁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은 너와 나, 둘 중 하나가 죽는 것뿐이야.”

너는 죽는 것을 그 무엇보다 두려워하니까. 매번 살려 달라고 빌었으니까.

해서 그는 ‘죽음’이 그녀를 붙들어 놓을 가장 좋은 무기라 여겼다.

맥없이 늘어진 채 숨을 색색 흘리던 벨라는 결국 또 쓰러지듯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벨라의 발목에 묶인 족쇄를 풀어내고 그녀를 안아 들어 욕실로 향했다. 이젠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 욕실에서 나온 벨리아르는 보송해진 벨라를 침대 위로 내려놓고 저도 침대 위로 올랐다.

작은 몸을 속박하듯 뒤에서 틈 없이 꽉 끌어안으며 부드러운 머리칼에 입술을 묻었다.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숨을 들이마시자 코끝을 가득 적시는 단내가 풍겼다. 저를 미치게 하는 향이었다.

그는 꼭 거칠게 그녀를 안고 난 뒤엔 가녀린 몸을 품 안 가득 끌어안았다.

꽁꽁 묶어 두고서도 어디론가 가 버릴까 봐 불안해서 하염없이 보드라운 살결을 지분거리고 또 쓸어내렸다. 이렇게 손에 쥐고 있어야만 마음이 놓였다.

전쟁의 승리, 대륙에 뻗칠 제국의 영예, 황제의 기쁨. 그딴 건 모두 그에겐 먼지만큼의 가치도 없었다. 이 전쟁을 빨리 해치우려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제 성에 이리 단 꿀을 숨겨 두었으니. 누가 꿀을 훔쳐 갈까, 꿀에 발이 달려 도망갈까 두려웠다.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운 꼴이라 낮게 헛웃음을 흘렸다.

“벨라, ……네가 나를 망가트려.”

그는 잠들지도 않으면서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오랜 시간 그녀를 품에 안았다.

* * *

손끝을 까딱일 힘도 없고, 머릿속은 텅 비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별도 뜨지 않는 새까만 밤하늘 사이로 희뿌연 먼지만 둥둥 떠다니는 듯했다.

나가고 싶다.

번뜩 치민 생각이 멋대로 가지를 뻗쳤다.

나가서 어디로든 가고 싶다. 맨발로 흙을 밟고, 뛰어 울창하게 우거진 숲 사이로 몸을 내던지고 싶다. 아무도 저를 찾을 수 없도록.

그리고 그렇게, 조용히 흙으로 바스러졌으면 좋겠다.

모든 생각이 두서없이 치미고 충동적으로 흘러갔다.

맥없이 흐릿한 눈동자가 무언가로 겨우 초점을 맞추었다. 이젠 제 몸의 일부가 되어 버린 반지가 조용히 저를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처럼 고요하고 붉은 보석이 저를 빠듯이 옭아맸다.

눈을 감으면 거대한 짐승이 아가리를 쩍 벌려 제 목을 콱 물어뜯을 것 같았다. 그래서 속절없이 반지에 시선을 얽매였다.

곧 있으면 또 그가 찾아올 텐데.

‘……두려워. 나가고 싶어.’

심장이 거세게 뛰어 대며 저를 쿵쿵 짓눌렀다. 벨라는 번뜩 상체를 일으켜 멍하니 방문을 쳐다봤다.

온종일 그에게 혹사당한 몸은 어디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상태에서 멋대로 움직인 탓에 몸 곳곳에서 찢어질 듯 아우성쳤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침대 아래로 발을 내디뎠다.

그녀는 오로지 문만 보며 위태로운 걸음을 떼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바닥으로 엎어졌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틈 없이 팽팽하게 당겨진 사슬이 보였다. 그제야 멍하니 소리가 샜다.

“……아.”

생각이 느린 만큼 고통도 느렸다. 무거운 족쇄에 콱 걸린 발목이나 딱딱한 바닥으로 쿵 부딪친 무릎이 뒤늦게 둔한 아픔을 몰고 왔다.

나가고 싶다.

누군가가 머릿속에 박아 넣은 것처럼 그 생각만 끈질기게 치밀었다.

벨라의 멍한 눈동자가 굳게 닫힌 문을 담았다.

손을 뻗어도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거리. 저를 묶은 사슬은 딱 그 정도까지만 허락했다.

저를 가둔 그의 울타리가 빈틈없이 목을 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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