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화
드디어 축제 날 아침이 밝았다.
“내가 마법사 협회장으로서 간지를 뽐낼 날이 드디어 왔군.”
“으이구. 명색이 공녀가 간지가 뭐니, 간지가. 진면목이라고 해야지.”
“……뭐야, 그레이 너 한국인이야? 간지 뜻 어떻게 알아?”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느낌상 거기에 ‘진면목’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았고, ‘간지’는 여기선 안 쓰는 말이니까 나쁜 말 같아서 놀린 거지.”
말을 마친 그레이는 얼빠진 내 얼굴 표정을 따라 하더니 내 이마에 꿀밤을 먹이곤 재빠르게 방 밖으로 튀어 나갔다.
나를 놀리는 데에만 머리가 저렇게 잘 돌아간다고? 한국인도 아니면서?
정말 존재 자체가 혼란스럽다. 그레이는 가끔 천재 같은데 머리를 왜 나 놀리는 데에만 쓰지.
오빠 때문에 약간 짜증이 나긴 했지만 어쨌든 오늘은 좋은 날이었다.
모든 걸 빠짐없이 완벽하게 준비한 축제 날이었으니까.
첫 번째 순서는 황제 폐하의 인사였다.
그리고 그 광경을 마력석을 이용해 전국에 퍼뜨려야 했다.
이달론이 축제를 진행했을 때는 수도 광장에서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황제의 목소리를 확장시켜 황제의 연설을 전달했다고 했다.
이달론이 하던 걸 그대로 답습하긴 싫었다. 꺼져라, 미역 머리.
나는 수도뿐 아니라 지방에까지 실시간으로 랏샤의 얼굴과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녹화된 걸 보여 주는 것도 아니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중계하겠다고? 전국으로?’
‘네.’
‘……그게 가능해?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어?’
‘우리나라에선 해요.’
중세 시대가 못 한 거지.
그런데! 중세 시대에서 제가 그걸 한번 해 보겠다, 그 말씀이지.
‘……참, 탐나는 재능이야. 공녀.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보지. 그래, 해 봐.’
황제의 응원까지 받으며 마력을 운용하는 방법을 연습했다.
보이지 않는 곳의 석상도 부술 수 있는데 마력석을 움직이는 것 정도야 그리 힘들지도 않았다.
실시간으로 마력을 끊이지 않고 모든 곳에 고르게 퍼뜨려야 하기에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긴 했지만 자신 있었다.
아무스의 목에 올라탄 채 날아가 황궁에 도착했다.
랏샤는 이미 연설 준비를 끝내고 중앙 광장으로 갈 채비 또한 마친 상태였다.
나는 랏샤가 준비해 놓은 마력석과 3일간의 축제 일정을 마지막으로 체크하며 그녀와 함께 마차를 타고 중앙 광장의 건물로 이동했다.
광장에는 축제의 시작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랏샤가 연설을 시작하기 전 광장 양 측면에 마력석을 띄우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화려한 정복 차림에 왕관을 쓴 랏샤가 특유의 여유로운 얼굴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공녀. 준비됐어?”
“네. 폐하 편하실 때 시작하시면 됩니다.”
내 결연한 표정을 본 랏샤는 고개를 까딱이며 씩 웃었다.
“믿음직해. 난 역시 네가 좋아.”
내 옆에 서 있는 아무스가 ‘내 호적수가 드디어 이빨을 드러내는군.’ 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무스. 좀!”
내가 말리자 움켜쥔 주먹을 펴긴 했지만 아무스는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랏샤를 바라봤다.
랏샤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태연한 표정으로 넓은 테라스를 향해 걸어 나갔다.
사람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마력석을 작동시켰다.
전국으로.
이제 이 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지방에 있는 사람들까지 정해진 장소에서 콘서트 전광판 보듯 황제의 얼굴을 크게 보고, 목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손끝에서 전국으로 퍼져 나간 마력의 힘들이 팽팽하게 느껴졌다.
랏샤가 연설을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을 뵙는 자리는 처음이군요. 반갑습니다. 제르노아의 새로운 황제 카라샤펠…… 이하 생략입니다.”
아, 제발. 이럴 때는 농담하지 마시라고요.
내가 웃다가 마력 흐트러지면 어떡하려고 저래.
다행히 옆에 있는 다른 시녀가 눈치를 줬는지 랏샤가 다시 소개를 이었다.
“카라샤펠 로즈 폰 사파테아도 드 제르노아입니다. 여러분은 제 이름을 외우기 힘드실 테니 편하게 황제 폐하라 부르시면 됩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마력을 이용해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살펴봤다. 그들도 환하게 웃으며 전광판 마력석에 나오는 랏샤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행복한 듯 연설 내내 깔깔 웃어 댔다.
“……그래서 여러분과 이 자리에서,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지닌 마법사와 축제를 열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도 우리 제르노아는 더 많은 일들을 해낼 것입니다. 여러분과 저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지금부터 새로운 황제, 새로운 마법사, 좀 오래된 용과 함께하는 축제가 시작됩니다!”
아니, 마지막 멘트가 왜 저래.
잠깐 당황하긴 했지만 황제의 멘트에 맞춰서 축포를 터뜨려야 했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펑! 소리와 함께 축포가 터지자 전국 곳곳에서 음악이 울려 퍼지며 축제가 시작됐다.
황궁 음악대가 힘찬 발걸음으로 행진하고 있었다.
사라진 용들의 모습을 재현한 석상을 선보일 타이밍이었다.
몇 달 전, 이달론이 세워 놓은 석상과 비석들을 내가 부수는 바람에 그곳들은 빈 자리가 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내가 후원하는 조각가들은 내 명령에 따라 아무스에게 용의 모습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조각을 시작했다.
몇 달에 걸친 조각품의 세공 과정을 영상석으로 촬영한 뒤, 그걸 전국 각지에 가져다 두었다.
흰 천으로 덮어 놓은 석상 위로 20배속을 한 조각 작업 과정 영상을 띄웠다.
커다란 바위였던 돌덩이가 조금씩 깎여 나가며 용의 모습이 되는 과정을 본 사람들은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와!”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행진 음악과 어우러지며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게다가 중앙 광장에 설치된 전광판 마력석을 통해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 있는 석상들도 볼 수 있었다.
“저기 봐! 저기 있는 용은 우리 광장 거랑 다르게 생겼어!”
몇 분 후 석상들이 모두 완성되자 재생되던 영상이 끝나 버렸다.
나는 마법을 이용해 순식간에 흰 천을 모두 치워 버렸다.
용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석상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동시에 드러난 용들의 자태에 사람들은 입을 벌리며 감동했다.
나는 공중으로 폭죽을 쏘아 올리며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헤이먼의 미친 과중 업무 문화 재건 어벤져스들이 심폐 소생술을 때려 부어서 복구했다는 그림들도 보고, 훼손되긴 했지만 아직 조금 남아 있는 벽화들도 구경했다.
다행히 오늘만큼은 아빠와 오빠들도 자유였다.
물론 나는 축제를 관리하는 입장이라 마지막 날까지 그리 자유롭진 않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첫째 날의 큰 이벤트는 끝낸 셈이었다.
거리마다 맛있는 냄새가 폴폴 풍겼다.
“산윤솔! 이리 와! 여기 너 닮은 거 판다!”
“그레이! 죽고 싶어?!”
“오빠한테 죽고 싶어가 뭐니, 솔레아.”
“아빠는 왜 나한테만 그래! 그레이가 저보고 팥빵 닮았대잖아요!”
“공녀님. 저희 팥빵 정말 맛있어요……. 잡숴 보고 가세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그게 아니라……. 아이고, 너무 맛있네요. 사, 사겠습니다. 전부 주세요.”
“산윤솔. 통롤러 저거 네가 만든 거 아니야?”
“응, 헤이먼. 맞아. 내가 많이 팔라고 상점에 뿌렸어. 나랑 계약된 상점들이야.”
“아.”
“막내야. 배고프지? 이거, 사 왔어.”
“오빠! 옷에 다 묻히면서 왔네. 아이고, 세상에. 이게 뭔데?”
“……젤라또.”
“고마워. 잘 먹을게. 너무 맛있어!”
“그레이! 자네 여기 있었나!”
“아! 빌이네, 야. 산윤솔! 이따 저녁에 보자! 나 간다! 아빠, 나중에 봐요! ……빌! 너 검술 대회 나간다며! 발리는 거 아니냐?”
“난 너 말고 다른 사람에겐 져 본 적 없다!”
“그럼 내가 나가면 지겠네.”
“……나는 가끔 네가 싫어.”
빌과 만난 그레이는 낄낄 웃으며 서서히 멀어졌다.
몇 달간 바빠도 괜찮은 것 같더니 그래도 친구를 만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티온과 헤이먼도 꽤 많은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바빴다.
몇 달 동안 수도와 베르고 영지를 오가며 본의 아니게 안면을 튼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공자님! 공자님!”
“공자님! 여기서 뵙는군요!”
“공자님! 마차로 이동하시지 않고 걸어 다니십니까? 제 마차가 마침 저기 있어요!”
낯선 사람 앞에서도 티온은 최대한 미소를 띤 채 거절했다.
“오늘은 가족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려고 합니다. 사르딘 후작님도 축제 재밌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다 컸다, 우리 아가 불곰도 다 컸어.
헤이먼이 검지로 먼 곳을 가리켰다.
“나 저거 먹고 싶어.”
그러자 정령들이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더니 가게에 던져두고는 음식을 가져왔다.
“자! 분홍아!”
“고마워.”
아니, 잠깐만. 왜 내 지갑에서?
거리의 먹거리를 맛보고 점포 구경을 하며 첫째 날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둘째 날은 헤이먼의 미친 과중 업무 문화 재건 어벤져스 중 음악 팀의 음악회가 있어 참여했다.
첫 곡은 의외로 동요였고, 오페라 몇 곡도 들었다. 2부는 오케스트라 공연이었는데 실수로 깜빡 졸았다가 헤이먼에게 눈총을 받았다.
둘째 날은 그렇게 지나갈 줄 알았는데 그날 밤 오빠들이 나와 아무스를 깨우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원래 축제 둘째 날 밤에는 자는 거 아니야.”
“뭐?”
거리로 나가 보니 사람들이 싸구려 음악석에 녹음해 둔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고 있었다.
구린 음질이었지만 사람들은 흥에 겨워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마법으로 훨씬 멋진 음악으로 만들어 주려다가 그냥, 있는 그대로를 즐기고 싶어졌다.
우리는 그 아름다운 풍경으로 들어갔다.
한창 즐겁게 놀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뒷덜미를 붙잡혔다.
아빠였다.
“이놈 자식들이 시간이 몇 신데 아빠한테 말도 안 하고 밖으로 나가! 사고 나면 어쩌려고!”
“티온도 있고, 아무스도 있잖아요. 아빠.”
“아빠. 우리 네 형제 중에서 솔레아가 제일 세니까 무슨 일 터지면 우린 솔레아 뒤로 숨을게요.”
“그레이! ……하, 얘들아. 그래도 아빠한테 말은 하고 나갔어야지!”
평범하게, 정말 평범하게 아빠한테 혼도 났다.
담벼락 앞에 오빠들, 그리고 아무스까지 줄줄이 서서 다섯 명이 다 같이 손을 드는 벌도 받았다.
결국은 웃음이 터진 나 때문에 모두 춤을 추며 새벽을 맞이했지만.
축제는 정말 듣던 대로 즐거웠다.
셋째 날도 바쁘게 지나가고 저녁이 되었다.
모든 마법사들이 힘을 모아 하늘에 마법 폭죽을 터뜨렸다.
규모만큼 소리가 너무 크면 야생 동물들에게 위협이 될 수가 있어 올해는 소리를 키우지 않고, 하늘에 환한 불빛들이 커튼처럼 일렁이도록 하자고 제안했었다.
그 결과 제르노아의 하늘에 빨갛고, 노랗고, 파란 오로라 같은 마력이 아름답게 일렁였다.
“……예쁘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이내 사랑하는 이의 어깨에 기대기도 하고, 품에 안기기도 했다.
나도 반짝이는 별과 함께 빛나는 마력 오로라를 물끄러미 보다가 가족들을 향해 팔을 벌렸다.
아빠와 오빠들은 나를 꼭 안고 자랑스럽다는 듯 한마디씩 건넸다.
“우리 딸. 이제 겨우 한 살 돼 가는데 어쩜 이렇게 뭐든 잘할까.”
“막내, 너무 잘해. 너무 똑똑하고 너무 예뻐.”
“진짜 예쁘다, 레아. 이런 건 처음 봐. 산윤솔.”
“솔레지윤. 잘했어. 자랑스럽다.”
“아, 이상하게 부르지 마.”
괜히 쑥스러워서 몸을 배배 꼬자 아빠와 오빠들은 킬킬거리며 내 머리를 엉망으로 쓰다듬었다.
아무스는 한 발짝 떨어져서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그가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자 하늘에서 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진짜 별은 아니고 마력을 이용한 눈속임이었다.
“용이다!”
어떤 아이의 외침에 모두들 하늘을 올려다봤다.
반짝이는 불빛들이 모여 용의 모양처럼 보였다. 용 모양 별빛들은 마력 오로라 사이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새빨간 오로라 뒤에 숨어 있는 인영을 발견하곤 그의 곁으로 날아갔다.
용과 인간이 함께 하늘을 날아다니며 춤을 추는 것 같은 은하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모두가 하늘을 보고 있을 때, 고개를 내려 아무스를 바라봤다.
그가 내게 손짓했다.
둘이서만 이 인파를 빠져나가자는 것 같았다.
나는 아빠와 오빠들을 꼭 안아 준 뒤 아무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용으로 변신했다.(진짜 졸라 다행히도 내 눈앞에서 옷을 찢어발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변했다.)
아무스와 함께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반짝반짝 빛을 뿜어내자(물론 마법으로 만든 환각이었지만) 사람들이 박수를 쳐 댔다.
다들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밤하늘을 날던 아무스는 조용한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산.”
“응, 왜?”
우리는 언덕에 앉아 서로에게 머리를 기댄 채 마법 오로라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나를 불러 놓고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던 아무스가 몇 분 후에야 조용히 물었다.
“……지금 행복해?”
“응, 너무.”
“……그럼 나 사랑해?”
“……응, 너무.”
“너무 행복한데도 내 생각이 날 만큼 사랑해?”
나는 아무스의 마지막 질문엔 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아무스는 다행이라는 듯 나와 입을 맞춘 채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찬 바람을 잔뜩 맞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지난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어떤 날도 쓸모없는 날은 없었다.
쓰레기 같다고 생각됐던 내 인생조차도. 그런 날들을 모두 견뎌 왔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단 하루라도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될 수 없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게 지금의 내 행복에 나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이유였다.
까무룩 잠이 들려던 와중 문득 일기장 생각이 났다. 서랍을 열어 일기장을 꺼내 펼쳤다.
모든 페이지가 빽빽한 가운데 마지막 한 장만이 백지로 남아 있었다.
당연하게도 펜을 종이에 가져다 대도 더 이상 가로막는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밝아 오는 아침 햇살이 방 안을 환히 비추었다.
나는 빙긋이 웃으며 마지막 문장을 적어 넣은 뒤 책을 덮었다.
『모두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
「동요를 만들었다고?」
「어, 만들 거라고 했잖아. 들어 봐. 다음 순서가 어린이 합창단이야. 내가 가르쳤어.」
「헤이먼! 너 합창도 가르칠 수 있어?」
「작사는 아무스가 도와줬지만, 노래는 나도 잘해. 애들한테 내가 못 가르칠 건 없지. 쉿. 이제 한다, 한다.」
옛날 옛적에 용들이 살았대요.
빨간 용, 노란 용, 파란 용, 하얀 용, 회색 용, 색색깔의 많은 용!
그중에 친구 없는 검은 용은 매일을 울었대요.
아무도 찾는 이 없어 홀로 외로이 매일을 울었대요.
어느 날 빨간 머리 소녀를 만난 용은 너무 좋아서 웃었대요.
가엾은 빨간 머리 소녀도 검은 용이 너무 좋아서 웃었대요.
검은 용과 빨간 머리 소녀는 친구가 됐대요.
검은 용과 빨간 머리 소녀.
둘은 행복하게 살았대요.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