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5화 (126/156)

* * *

최고의 레이디 조작단의 지휘에 맞춰 바쁘게 시간을 보냈더니 금세 건국제의 전야가 다가왔다. 저녁에 열릴 전야제 파티는 수도의 온갖 귀족이 모여 나라의 평안을 기원하고 국왕의 치세를 칭송하는 자리였다. 전야제 파티는 한 해 동안 왕실이 주최하는 여러 파티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컸다. 사교계의 주목을 받는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다양한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오늘의 가장 큰 사건은 바로 아가씨가 되실 거예요.”

오랜 대장정 끝에 나의 치장을 완성한 최고의 레이디 조작단이 감격한 얼굴로 완성된 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란히 선 세 사람은 손수건으로 감격의 눈물을 찍어 내며 연신 박수를 치고 있었다.

‘도대체 내 모습이 어떻길래?’

궁금해하는 내게 엠마가 뿌듯한 얼굴로 거울을 가져왔다.

“자, 보세요 아가씨.”

엠마가 든 거울에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내 모습이 비쳤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에 나는 생각을 거칠 것도 없이 크게 감탄했다.

‘와. 뭐냐.’

이건 성인식 때보다 더 미친 미모였다. 최고의 레이디 조작단 삼인방이 저렇게 눈물을 찍어 낼 가치가 있었다.

“……오늘 나 좀 심각하게 예쁜 거 맞지?”

얼떨떨한 내 질문에 엠마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오늘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아가씨가 되실 거예요.”

* * *

오늘의 드레스는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짙은 푸른색이었다. 내게 잘 어울리는 색이라며 최고의 레이디 조작단 삼인방이 적극적으로 추천해준 색이었다. 또 제레인트의 국기에 있는 색이기도 해서 건국제의 전야제라는 파티의 성격에도 잘 어울렸다.

성인식 드레스는 상체의 과감함을 강조했다면, 이번 전야제 드레스는 치마에 신경을 썼다.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드레스를 입은 만큼 치마에 작은 보석을 달아 별이 빛나는 것처럼 연출했다.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보석은 꼭 밤하늘의 은하수를 치마폭에 옮겨놓은 듯 아름다웠다. 이 반짝임은 가만히 서 있을 때보다 움직일 때 더 아름답게 빛이 났다. 나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글 돌며 치마 위에서 반짝이는 보석을 바라보았다.

‘이게 전부 다이아몬드란 말이지.’

다이아몬드는 모두 외숙부인 이샤 후작이 선물해 준 것이었다. 의상 담당인 라나가 디자인을 결정한 이후, 급하게 보석을 구하기 위해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유명한 이샤 영지에 주문을 넣었는데, 드레스를 입을 사람이 나라는 것을 알게 된 후작이 하루 만에 물량을 준비해주었다고 했다. 그것도 최고급 다이아몬드를 무상으로 말이다.

‘한 번 입을 드레스에 쓸 보석으로는 과하지 않나?’

라나 역시 이렇게 고급 다이아몬드를 드레스에 쓰게 될 줄은 몰랐다며 손을 덜덜 떨었을 정도였다.

“움직일 때 더 예쁘게 빛나는 드레스를 입었으니 춤을 추면 더욱 아름다우실 거예요.”

“맞아요. 댄스 타임이 되면 아가씨밖에 안 보일걸요.”

“물론 가만히 서 있어도 아가씨께서 제일 빛나실 테지만요!”

차례로 감탄을 쏟아내는 삼인방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엠마가 시간을 확인하고 그녀들에게 눈짓했다.

“다들 거기까지만 하죠.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니까.”

“그렇죠. 밖에서 기다리고 계신 분도 있고요.”

삼인방과 엠마가 눈빛을 주고받으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응접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해리를 떠올린 것이 분명했다.

“저희는 조용히 자리를 피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요.”

엠마가 남은 시간을 일러준 뒤 삼인방과 함께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여유를 가지고 응접실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응접실로 나서자 역시나 예상했던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리.”

엠마와 삼인방이 떠나는 것을 보고 곧 내가 나올 것을 예상했는지 그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뻣뻣하게 서 있었다. 해리의 의상 역시 나와 같은 푸른색이었다. 우리가 나란히 서 있다면 누가 봐도 연인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의 의상이었다.

“잘 어울려요.”

나는 해리의 의상을 칭찬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당연한 인사치레였지만 실제로 의상이 정말 그에게 잘 어울리기도 했다.

‘저 얼굴에 도대체 어떤 옷이 안 어울릴까 싶기는 하다만.’

패션의 완성은 얼굴과 신체라고 했던가. 해리는 양쪽 모두 훌륭하니 거적때기를 입혀놔도 빛이 날 것이 분명하다.

“누구 남자인데 이렇게 잘 생겼나 모르겠네.”

나는 해리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며 씩 웃었다. 이쯤 되면 칭찬에 대한 보답이 돌아올 법도 한데, 해리의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 내가 너무 예뻐서 놀랐구만, 놀랐어.’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 해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내가 예상하던 것과 전혀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표정이 왜 그래요?”

해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심각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표정에 미묘하게 짜증이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짜증 나.”

내 예상이 맞았다. 지금 해리는 잔뜩 심통이 난 상태였다.

“왜 짜증이 나요?”

‘혹시 뭐가 이상한가?’

나는 다급하게 내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 구석은 없었다. 내가 분주하게 스스로의 모습을 살피고 있으니 해리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짚었다.

“오늘 파티에 수도 귀족들은 전부 몰려온다며.”

“그렇죠.”

“그 인간들 전부 이 모습을 본다는 거고.”

“네.”

“바로 그 지점이 짜증 나는 부분이라고!”

해리가 분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영문을 몰라 눈만 껌뻑이고 있으니 해리가 조심스럽게 날 끌어안으며 드러난 목덜미에 살짝 입을 맞췄다.

“이브리아. 내 앞에서만 예쁘면 안 돼?”

“난 항상 예뻐서 그런 건 불가능한데요.”

“그건 그렇지.”

해리는 다소 건방진 내 말에 동조하면서도 여전히 짜증 섞인 목소리로 씩씩댔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수백 배는 더 예쁘잖아! 이런 모습으로 파티에 가면 다른 놈들이 전부 너한테 반해버릴 거라고.”

나를 끌어안은 해리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불안함에 안절부절못하는 해리를 보고 있으니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이렇게 화를 내며 불안해하는 모습이 예쁘다는 칭찬보다 더 좋다면, 그건 내 성격이 나쁘기 때문일까?

“그러니까 다른 인간들 앞에서는 너무 예쁘지 마. 응?”

해리가 울상이 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귀여운 요구에 나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해리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왜 이렇게 걱정이 많아요? 어차피 이 얼굴을 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거든요?”

“그래도…….”

나의 말에도 해리는 여전히 불안한 얼굴이었다.

“난 너밖에 못 좋아하는데, 넌 누구나 좋아할 수 있잖아. 갑자기 네 마음이 바뀌면 어떡해.”

“그런 일 없어요.”

“누구도 그런 장담은 할 수 없어, 이브리아.”

해리가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잔뜩 풀죽은 머리통을 바라보고 있으니 생각이 많아졌다. 만약 해리가 계약자 이외의 인간을 역겨워하지 않았더라면, 파티가 열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설 때마다 불안해하는 쪽은 나였을 거다. 상황을 뒤집어 생각하니 해리의 불안이 조금은 더 이해되었다.

‘어떻게 달래주지.’

이미 입을 맞춰줬는데도 해리의 기분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번 문제는 평범한 위로로 해결하기 힘들 것 같았다. 고민에 빠져 침묵이 흐르는 공간에 조심스럽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 뒤로 엠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가씨. 이제 곧 출발하셔야 합니다.”

벌써 출발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풀죽은 해리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제 가요.”

“으응…….”

해리는 내 손에 이끌려 움직이면서도 연신 내 모습을 힐끗댔다.

“혹시 어떻게 내 모습을 망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거라면 그만둬요. 난 지금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거든요.”

내 말에 해리가 어깨를 움찔했다.

“……혹시 내가 생각을 소리 내서 말했어?”

농담으로 한 말인데 정말 진지하게 내 완벽한 치장을 흐트러뜨리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걸음을 멈추고 황당하다는 듯 해리를 바라보니 그가 슬쩍 눈을 돌렸다.

“어, 음, 농담이었어.”

“잘도 농담이겠네요.”

“아냐! 실수인 척 물을 쏟아서 화장을 지워 버려야 되나, 그런 생각은 절대 안 했어! 정말이야!”

해리의 필사적인 변명에 어쩔 수 없이 눈이 가늘어졌다.

‘했네, 했어.’

“정말인데…….”

해리가 끝까지 변명하며 딴청을 피우다, 곧 무엇인가 생각났다는 듯 내 어깨를 붙잡았다. 동시의 그의 입에서 정체불명의 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등!”

“등?”

“그래, 등!”

해리가 영문을 몰라 눈만 깜빡이는 나를 그대로 돌려세웠다. 순식간에 빙글 돌아 해리를 등지고 서게 된 나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심정으로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해리의 시선은 내 얼굴보다 더 아래쪽을 향하고 있었다.

“해리? 도대체 뭘 보는 거예요?”

해리는 대답 대신 내 등에 손을 얹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작게 중얼거렸다.

“다행이다. 오늘은 막혀있어.”

나는 그제야 해리가 외친 말의 의미를 알아챘다.

‘이번에도 등이 많이 드러나 있을까 봐 걱정한 거구나.’

드레스 뒤쪽을 깊게 드러내 등이 훤히 보였던 성인식 드레스와 달리, 이번 전야제 드레스는 날개뼈 아래 선에서 얌전히 정리되어 있었다.

“오늘은 끈으로 묶여 있네.”

해리의 손이 단단하게 묶인 끈을 타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이게 쉽게 풀리진 않겠지?”

해리가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꼼꼼하게 드레스의 끈을 살폈다. 안전점검을 하는 전문가 같은 태도였다.

“누가 작정하고 풀지 않는 이상 안 풀려요.”

지난 드레스는 등이 크게 드러나 있어 끈으로 뒤를 조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고의 레이디 조작단 세 명과 엠마까지, 네 명이 모두 힘을 합쳐 단단하게 드레스를 조인 뒤 끈을 묶었다. 마지막 매듭은 치마 안으로 넣어 숨긴 뒤 재봉했다. 덕분에 겉으로는 끈의 마지막 부분이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 드레스의 구조를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이 끈을 풀어야 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하긴.”

내 말에 해리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성벽에서 작정하고 네 드레스를 벗기려고 했을 때도 쉽게 되지는 않았…….”

별생각 없이 말을 이어가던 해리가 곧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황급히 입을 꾹 다물었다. 해리가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내 눈치를 살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는지.’

이제 나와 해리는 드레스 벗기는 이야기에 얼굴을 붉힐 만한 사이는 아니지 않나.

‘애를 만드니 어쩌니 하는 사이인데.’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실망한 척 고개를 내저었다.

“음흉해. 드레스를 보면 벗길 생각부터 하나 봐요?”

내 말에 해리가 억울하다는 듯 입을 떡 벌리며 제 머리를 흐트러뜨렸다.

“……진짜로 벗기고 그런 소리를 들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 * *

건국제의 전야제는 모든 수도 귀족들의 행사였다. 평소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유력 귀족들이 모두 참석하기 때문에, 인맥을 만들고자 하는 귀족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자리가 없었다. 특히 인연을 만들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자리였다. 비슷한 나이대의 선남선녀들이 모여 바쁘게 눈짓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탐색하기 바빴다.

하지만 올해의 전야제는 분위기가 남달랐다. 그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짝을 탐색하는 대신 누군가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젊은 귀족 영애, 영식들이 삼삼오오 모여 파티장 입구를 바라보며 떠드는 주제는 하나였다. 과연 오늘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그들은 각자의 주장을 펼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연히 오베론 공녀죠. 요즘 수도의 모든 소문은 그분을 향해 있다고요.”

먼저 이브리아가 오늘의 주인공이 될 거라는 주장이 나왔다. 여기저기서 맞아요, 그래요-하며 동조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새로이 왕세자 전하의 약혼녀가 된 우드베르슨 양도 밀리지 않는다고요. 오베론 공녀가 수도를 떠난 이후, 사교계는 그분의 독무대였잖아요?”

원래 사교계 젊은 귀족들의 중심은 이브리아였다. 하지만 그녀가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사교계에 발을 끊자, 자연스럽게 캐서린이 중심으로 부상했다.

이브리아와 달리 다정하고 겸손한 캐서린은 순식간에 귀족들의 호감을 샀다. 왕세자와 약혼을 하고서도 의무는 나 몰라라 한 채 카시안만 쫓아다녔던 이브리아와 달리, 캐서린은 왕세자가 수도를 비운 와중에도 그를 대신해 약혼녀로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건국제의 가장 큰 이벤트는 내일 있을 후계자 선택이잖아요. 두 왕자님께서 큰 주목을 받으실 테니, 그 옆에 있을 우드베르슨 양이 더 빛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후계자를 선택하는 사람은 오베론 공녀인걸요. 그분이 더 주목받을 거예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오베론 공녀는 이번 건국제가 끝나면 다시 변방으로 떠나잖아요. 잠깐의 신선한 바람에 그치겠죠. 앞으로도 계속 수도의 사교계를 이끌어 갈 사람은 우드베르슨 양이니까요.”

그 말에 이브리아가 주인공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의 입이 꾹 다물렸다. 금방 떠날 사람과 계속 이 자리에 머물 사람을 비교하면, 당연히 계속 머물 사람에게 마음이 기울게 된다.

아무리 이브리아가 북방에서 소문을 몰고 온 영웅이라지만 캐서린 역시 수도에서 선량함을 실천하고 있는 성녀였다. 이브리아를 향한 수도 사람들의 시선이 호기심과 놀라움이라면, 캐서린을 향한 시선은 감사과 존경에 가까웠다.

귀족들의 감상도 비슷했다. 덕분에 젊은 귀족들의 토론은 캐서린의 우세로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그런 흐름에 쐐기를 박기라도 하듯 파티장의 문이 활짝 열리며 캐서린이 등장했다. 그녀의 양옆을 카시안과 리던, 두 왕자가 에스코트하고 있었다.

“세상에! 우드베르슨 양이 두 왕자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들어오고 있어.”

놀라운 광경에 귀족 영애들이 얼굴을 붉히며 두 손을 그러쥐었다. 왕자님의 에스코트를 받는 건 아름다운 동화를 읽고 자란 모든 여인의 꿈이었다.

“어쩜. 두 왕자님의 사랑을 받다니…… 너무 부러워요.”

“우드베르슨 양은 두 왕자님뿐만 아니라 왕립기사단의 로이츠 경과 재상님의 사랑 역시 받고 계시죠.”

“맞아요. 유명한 이야기잖아요.”

그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먼저 파티장에 들어와 있던 엘과 메이슨이 입장하는 캐서린의 곁으로 다가갔다. 왕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캐서린을 향해 부러움을 담은 시선들이 쏟아졌다.

“역시 오늘의 주인공은 우드베르슨 양이네요.”

“맞아요.”

젊은 귀족들이 입을 모아 동의했다. 지금 가장 빛나는 곳에 선 캐서린을 본다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건 어디서 나오는 빛이죠?”

“아마 입구인 것 같은데요.”

홀린 듯 캐서린과 네 남자를 바라보고 있던 귀족들이 입구에서 시작된 빛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활짝 열린 문 사이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어찌나 빛이 강렬한지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 빛 사이로 조금씩 누군가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밝은 빛과 대비되는 짙은 푸른색의 드레스. 치맛자락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보석. 당당한 걸음과 위엄있는 표정.

“설마, 오베론 공녀……?”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이브리아가 빛 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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