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마법사가 끈질기다는 인세티아 남작의 말은 옳았다. 제럴드는 해리의 계속된 거절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그의 곁을 맴돌았다. 해리는 제 주변을 날아다니는 날파리를 죽여도 되겠느냐고, 몇 번이나 내게 물었다.
해리를 공략하는 데 실패하자, 제럴드는 나를 타겟으로 삼았다.
“불쌍한 우리 동지를 그만 놓아주십시오.”
“그가 가겠다고 하면 당연히 놓아줄 거예요. 하지만 안 간다잖아요?”
“그건 당신이 세뇌했기 때문이잖습니까!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안 있으면요?”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져 제럴드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눈길에 기세등등하던 제럴드가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그……. 제가 구체적인 협박은 생각하지 못해서…….”
“그럼 나중에 다시 오세요. 구체적인 협박까지 생각해서요. 전 지금 좀 바쁘거든요.”
나는 ‘왜 내가 구체적인 협박을 준비해놓지 않았지!’라며 자책하는 제럴드를 내버려 두고, 두 노예 왕자가 일하고 있는 서재로 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왕자님들.”
내 인사에 서류에 씨름하고 있던 두 왕자가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은 마을 복구가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서자 서재로 다시 무대를 옮겼다.
‘단순하게 힘을 보태는 것보다 다른 일로 도움을 주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겠지.’
그날 이후로 두 사람은 여러 자료를 찾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며 강의 범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강이 범람 됐을 때 일어나는 피해를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이 상당한 자극이 된 모양이었다.
“어때요? 잘 되고 있어요?”
나는 리던의 뒤로 다가가 그가 읽고 있던 서류로 눈을 돌렸다. 그것은 에렐이 아닌, 강의 상류와 중류가 있는 벨모른 백작령에 대한 서류였다.
“협상을 하려고요?”
“남작에게 예산을 타내려면 먼저 벨모른 쪽과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예산은 한 번 내어주면, 그게 실제로 집행이 되지 않더라도 계속 묶여 있는 거잖아. 지금처럼 재해 복구로 돈 쓸 일이 많을 때는 그렇게 묶여 있을 돈을 편성하지 않지.”
“맞아요. 그래서 먼저 벨모른과 이야기해서 확실한 계획을 잡으려고 했던 거군요?”
리던은 왕자님답게 예산 집행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내가 그 부분을 지적하자, 그는 금세 제 할 일을 찾아 나섰고, 그 결과가 벨모른과의 협상이었다. 나는 뿌듯한 눈으로 리던을 바라본 뒤 카시안에게 다가갔다. 그는 강둑에 만들 제방의 설계도를 여러 개 두고 어떤 설계를 채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전하. 설계를 고민하시는 건 좋은데요. 예산은 어떻게 하려고요?”
예전부터 묻고 싶었던 말이었다. 카시안은 처음부터 예산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곧장 제방 건설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실제로 일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에렐의 예산을 쥐고 있는 인세티아 남작을 찾아가지도 않았다. 가장 먼저 인세티아 남작에게 찾아가 자금을 확보하려던 리던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질문에 카시안이 별로 개의치 않으며 대답했다.
이렇게 비싼 제방을 짓는데 예산이 중요하지 않다니? 나는 이 태평한 왕자님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어졌다.
“이게 다 얼마짜리 공사인 줄은 알아요? 건설 자재를 구입하고, 인부를 고용하고, 설계비를 내고…… 어라?”
홀로 열을 내던 나는 금세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설계는 어떻게 했어요? 설계도를 만드는 데도 설계비가 들잖아요?”
“맞습니다.”
카시안은 태평하게 대답했다. 나는 점점 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졌다.
“설마 개인 자금을 쓴 거예요? 그런 방식은 안 돼요. 에렐은 왕자님에게 적선 받지 않을 겁니다.”
좋게 말하면 기부였지만, 카시안이 고민도 없이 그런 방법을 택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예산을 따내려고 노력한 끝에 좌절해서 최후의 수단으로 제 개인 자금을 사용한 것이라면 고맙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고민 없이 제 부유함을 이용했다.
“저도 적선하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생각보다 제가 그리 부자는 아니거든요.”
씩씩대는 나를 보며 카시안이 슬쩍 웃었다. 그 미소에 나는 멈칫하고 말았다.
‘카시안이 이브리아에게 미소 짓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었다. 하지만 정작 카시안은 제 미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지 태연한 얼굴로 설계도를 확인할 뿐이었다.
“개인 자금을 쓴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이브리아, 당신 말대로 제방 짓는 데 드는 돈이 한두 푼도 아니잖아요. 내 개인 자금으로는 힘듭니다.”
“그럼 어디서 돈이 난 건데요?”
“중앙에서 지원 받았습니다.”
카시안이 깔끔하게 대답했다. 생각지 못한 말에 서류에 시선이 꽂혀 있던 리던도 고개를 들었다.
“중앙에서 왜 지원을 해줘요?”
“에렐에는 청요석이 생산되죠. 그건 국가적으로 중요한 재산입니다. 그런데 강이 범람하면, 그 중요한 재산을 생산하기 힘들죠. 그걸 근거로 중앙을 설득했습니다. 정확히는, 국왕 폐하를요.”
“폐하께 도와달라고 한 거예요?”
“결과적으로는 그렇네요. 하지만 정당한 자료를 제시하고 설득한 겁니다. 편법 아니에요. 이렇게 중앙에서 지원을 받으면 에렐의 예산도 아낄 수 있으니 좋지 않습니까?”
내가 전혀 생각도 못한 방식이었다. 각 영지는 서로 독립성을 지닌다. 그건 중앙으로부터도 마찬가지였다. 간섭받지 않는 대신 지원도 받지 않는다. 그게 왕국 제도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카시안의 말처럼 왕국의 중요한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거기에 영지의 요청이 있다면. 중앙도 기꺼이 힘을 보탤 수 있었다. 하지만.
“지원을 대가로 앞으로 영지 운영에 간섭할 거예요.”
내 정당한 의심에 카시안이 고개를 저었다.
“합의서를 썼습니다. 지원은 하지만 제방에 대한 권리나, 영지 운영에 대해서는 일절 손대지 않겠다고요. 믿지 못하겠다면 확인해도 좋습니다.”
그러면서 카시안이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방금 그가 말한 내용이 그대로 적힌 합의서였다.
“진짜네.”
무심코 튀어나온 혼잣말이 끝나기 무섭게 리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의자가 요란하게 끌리는 소리를 낸 끝에 우당탕-하고 뒤로 넘어갔다. 의자 없이 홀로 자리에 선 리던이 싸늘한 눈으로 카시안을 노려보았다.
“넌 뭐가 그렇게 쉽나, 카시안 제레인트.”
“편법을 쓴 게 아닌데 왜 그렇게 화를 내십니까, 형님.”
“하.”
카시안의 말에 리던이 헛웃음을 흘렸다.
“넌 이 시험을 받자마자 중앙에, 국왕 폐하께 지원을 요청할 방안을 생각했어. 이게 우연히 나온 것 같아?”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넌 폐하를 뵙는 것도, 그분을 찾아 뵙는 것도 쉽지. 그러니까 곧장 그런 방안을 떠올린 거야. 그런데 나는….”
리던의 말에 카시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머니를 잃은 뒤 리던은 서서히 국왕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대신 국왕은 아름다운 새 왕비 아래에서 태어난 카시안을 싸고돌았다. 애정의 차이는 그때부터 시작되어 두 사람이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졌다.
카시안 제레인트는 사랑받고 의지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리던 제레인트는 그렇지 않았다. 리던이 지적한 부분은 바로 그 애정의 격차, 그가 지금까지 겪어온 삶의 격차였다.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 보겠다고, 내가 참…….”
리던이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에 집어 던지듯이 내려놓고 서재를 나섰다. 리던이 완전히 떠나고,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혔지만 나와 카시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카시안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을 깨달은 얼굴이었다.
나는 생각에 잠긴 카시안을 두고 재빨리 리던의 뒤를 쫓았다.
* * *
다행히 리던은 멀리 가지 않았다. 그는 서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회랑에 서서 멍하니 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왕자님.”
내 부름에 리던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동생한테 화풀이하는 소인배라고 생각하지?”
“아뇨.”
“그래. 그대는 아니겠지. 사실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리던이 긴 한숨을 내쉬며 두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카시안은 당연한 방법을 택한 거야.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그 녀석이 가지고 있다고 화를 낼 이유는 없었는데.”
“왜요? 화날 수도 있죠. 저도 제가 못 가진 걸 가진 사람을 보면 가끔 그런 생각 해요.”
“그대가?”
내 말에 리던이 픽 웃었다.
“이브리아 오베론이 못 가지는 것도 있나? 성검이며 대마법사까지 다 그대의 손에 있는데.”
“모두 제가 바라서 얻은 건 아니에요.”
성검 유피테르나 악마 테오하리스는, 정말 우연히 얻은 것들이었다.
“저는……. 이브리아 오베론은, 정작 갖고 싶었던 걸 못 가졌죠.”
진짜 이브리아는 카시안을 갖고 싶어 했지만 끝내 그를 얻지 못했다.
“보셨죠? 제가 그때 얼마나 화를 냈는지.”
그때의 이브리아는 어찌나 크게 화를 냈는지 살인을 시도할 정도였다.
“그걸 내 앞에서 농담으로 말하나? 간도 크다, 너.”
리던이 어이없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확실히 캐서린을 죽이려고 했다며 내게 이를 바득바득 갈던 사람에게 할만한 농담은 아니었다.
“실수했네요. 지금이라도 농담 철회할까요?”
리던은 별 싱거운 소리를 다 듣겠다는 듯 웃었다. 그 웃음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왜 날 따라 나왔지?”
“둘 중에 왕자님이 더 상처받았을 것 같아서요.”
“그대는 상처받은 사람은 아무나 다 따라다니나?”
“설마요.”
‘내가 천사표 캐서린 같은 오지라퍼도 아니고.’
내가 손을 내저으며 부정하자 리던의 눈빛이 기이하게 반짝였다.
“그런데 왜 날 따라 나와.”
“우린 남이 보기에 꽤 친한 것처럼 보이는 사이잖아요.”
“그대가 생각하기에는 어떤데?”
리던이 여전히 기이하게 반짝이는 눈으로 내게 물었다.
“그대가 생각하기에도 우리가 꽤 친한 것 같아?”
“솔직한 말을 원하세요, 아니면 듣기 좋은 말을 원하세요?”
내 질문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리던이 곧 미간을 찌푸렸다.
“……이봐. 이미 그걸로 답이 되잖아.”
“그렇죠. 하지만 전 아무 말 안 했어요. 왕자님이 멋대로 짐작하신 것뿐이지.”
“그거 좀 치사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전 원래 사람이 치사해서 괜찮습니다.”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에 결국 리던이 웃음을 터트렸다. 조금 전의 힘없는 웃음보다 생기가 느껴졌다.
“내가 이브리아 오베론에게 위로를 받을 날이 올 줄은 몰랐군.”
“전 위로의 말을 한 적이 없는데요.”
“그래. 하지만 내가 멋대로 짐작해서 위로받은 거야.”
그렇게 말한 리던이 어느새 웃음기가 사라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멋대로 짐작해서.”
리던이 다시 한번 그 말을 중얼거렸다. 마치 그 말을 제 속에 깊이 새기겠다는 듯이.
* * *
일정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자 해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방에 있을 때는 언제나 그렇듯, 제가 주인인 양 내 침대를 차지한 채였다.
“해리. 이제 이런 건 그만하자고 했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고요.”
“싫어. 이렇게 안 하면 네가 날 보기나 했을 것 같아?”
해리가 부루퉁하게 입을 내밀었다. 나는 그 말에 반박하기가 힘들었다.
해리가 엠마와 그렇고 그런 일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로, 줄곧 그를 대하기가 힘들었다.
‘심지어 키스뿐만이 아니라 남녀 사이의 다른 일들도 함께 공부한다고 했는걸.’
나하고 하지 않은 것도, 이미 엠마와는 했다는 뜻이었다. 사실 해리뿐만 아니라 엠마의 얼굴도 보기 껄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최대한 저택 이곳저곳의 일거리를 스스로 찾아 나섰다. 그러다 보니 아침 일찍 방을 나서 밤늦게야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금 이 시각만 해도 사방이 어두운 밤이었다. 하지만 평소에는 이보다 더 늦은 시간에 방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요즘 많이 바빠서요.”
“뭐가 그렇게 바쁜데? 나랑 잠깐 놀아 줄 시간도 없어?”
“나중에요. 일이 다 끝나면요.”
나중에. 혼자 착각했던 것에 대한 민망함이 사라지면, 내가 멋대로 가졌던 착각에 대한 실망이 옅어지면. 그때는 해리를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이 악마는 그 잠깐을 못 기다려 주냐고.’
해리는 시도 때도 없이 내 앞에 나타났다. 잠시 해리를 잊고 일에 열중하다가도, 그가 나타나 얼굴을 보면 다시 그때의 민망함과 실망이 되살아났다.
“나중에 언제?”
침대에서 늘어져 있던 해리가 몸을 일으켜 나를 보았다.
“정확히 시간을 말해줘.”
“일이 언제 끝날지는 나도 몰라요.”
“그럼 난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요?”
“그럼 난 계속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해?”
해리의 얼굴에 원망이 가득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나는 또다시 그의 눈을 피했다.
“날 안 기다리면 되잖아요.”
“하. 진짜.”
해리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침대에서 내려와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그의 목적지는 내 앞이었다.
“야, 이브리아 오베론.”
해리가 내 이름을 부르며 두 손을 뻗었다. 그는 고개를 돌릴 수 없도록 내 두 뺨을 감싼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한텐 네가 전부야. 이 세상에서 나한테 의미 있는 건, 너 하나뿐이라고. 네가 아니면 난 여기에 있을 이유도 없어. 알아?”
당연히 그럴 것이다. 나는 해리의 계약자였고, 악마는 인간과의 계약이 아니면 마계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알아요.”
“안다고? 네가 그게 무슨 의미인지, 다 안다고?”
해리가 그럴 리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나한테는 네가 전부인데. 왜 너한테는 내가 전부가 아니야?”
해리가 일그러진 얼굴로 내게 물었다.
“나한테는 네가 첫 번째인데, 왜 너한테는 내가 첫 번째가 아니야?”
해리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번뜩이는 붉은 눈이 날카롭게 벼려져 나를 보고 있었다.
“너한테서 나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다 없애버리고 싶어. 내가 네 마지막이라서 그게 이 세상 전부라면, 이 세상 전부를 없애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
그건 악마의 눈이었다.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악마의 감정이 그의 눈 안에서 일렁거렸다.
하지만 그 감정은 순식간에 깊은 눈동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그러면 네가 울어. 그걸 보면 내 가슴에 구멍이 난 것처럼 아파.”
해리가 내 뺨에서 손을 놓고 고개를 숙였다. 땅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머리통이 아주 작아 보였다.
“그래서 난 아무것도 못 해. 그냥 널 기다려. 그것뿐이야.”
나는 잔뜩 풀이 죽은 해리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가볍게 손을 움직여 머리를 쓰다듬자 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기쁨으로 일렁이는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겨우 이렇게 머리 쓰다듬은 거로 좋아하다니.’
어이가 없어져서 웃음이 나왔다.
“마법사요.”
“어?”
“그 협회에서 온 마법사요. 그 사람만 떠나면 같이 놀아요.”
그 마법사는 아주 끈질겼으니까, 돌아갈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동안 나는 민망함과 실망을 떨쳐 버리고 다시 태어나는 거지. 뉴 이브리아 오베론으로.’
그러면 해리도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정말이다? 약속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해리가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