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2/156)

3장. 변화 (2)

거짓말이야. 내가 아는 기사들은 이렇지 않아.

와이번 위에 제대로 올라타지도 못하고 미끄러져 내리는 기사들을 보며 어쩔 수 없이 눈이 흐려졌다. 와이번이 날뛰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인데.

‘저 기사들은 왜 계속 미끄러지는 거야?’

올라타기에 성공한 기사들이 몇 있기는 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완전히 얼어붙어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있는 기사들이 그 위에서 무기까지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래서야 용기사는 힘들겠는데?”

연무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내 옆에 어느새 리던이 다가왔다. 기사들이 와이번을 탄다는 소문이 저택 안에 파다하게 퍼졌는지, 리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연무장 주변에 몰려 있었다. 이런 소문에 관심이 없어 보이던 엘도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기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와이번을 왕립 기사단에 보내 주는 건 어때? 우리가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왕립 기사단은 말 그대로 왕국 최고의 기사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들이라면 내가 상상하는 용기사의 모습을 훌륭하게 만들어 낼 수 있을 터였다.

“왕자님, 욕심이 너무 많으시네요. 와이번의 뼈를 얻은 걸로 만족하시죠?”

“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니까.”

“그게 자랑은 아니거든요, 왕자님.”

미묘하게 장난기 섞인 리던의 말에 대꾸하다가 나는 문득 이상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전하,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장난을 주고받는 사이였죠?”

“아마, 내가 그대에게 빚을 진 이후로?”

“그게 어째서 제게 장난을 거는 이유가 되는데요?”

“빚은 가까운 사이에서만 질 수 있는 거니까.”

“전 별로 그런 사이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 빨리 빚 갚으세요.”

“그리고 빨리 눈앞에서 꺼져라?”

“왕자님께서 눈치가 빠르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내 말에 리던이 웃음을 터트렸다. 크고 유쾌한 웃음이었다.

왕자의 갑작스러운 웃음에 기사들을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그에게 꽂혀 들었다. 한순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존재감을 보며 나는 새삼 깨달았다. 나에게 귀찮고 하찮은 물고기 취급을 받고 있지만, 사실 이 녀석은 왕국 사람들 모두가 우러러보는 왕자였다.

“정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군, 이브리아 오베론.”

리던이 웃음을 갈무리하며 품속에서 봉투를 꺼냈다.

“받아.”

“이게 뭔데요?”

“빚 갚으라며?”

“돈이에요?”

내 물음에 리던이 받아서 확인해 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나는 미심쩍은 기분으로 봉투를 받아 내용물을 확인했다. 안에 든 것은 금액이 적히지 않은 수표였다.

‘이게 말로만 듣던 백지 수표인가?’

당당하게 백지 수표를 건네려면 두둑한 배짱과 부가 필요했다. 당연히 리던은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진 부류였다.

“제가 얼마를 적을 줄 알고요?”

“터무니없는 금액을 적을 사람으로는 안 보여서.”

개와 고양이처럼 사나웠던 사이였다. 아무리 봐도 이런 신뢰는 어울리지 않았다.

“언제부터 절 그렇게 믿으셨다고.”

기가 차서 코웃음을 치니 리던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에렐에서 처음 만난 그날 그대가 내게 물었지. 악인의 교화를 믿지 않는 쪽이냐고.”

‘내가 그랬던가?’

리던과의 말싸움에서 이겨 보겠다고 아무 말이나 쏟아냈던 터라, 그날의 대화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사실 그랬던 것 같아. 사람이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지. 하지만 이렇게 눈으로 보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가 없군.”

리던의 두 눈이 나를 샅샅이 살폈다. 눈, 코, 입을 차례로 스쳐 간 시선이 다시 눈으로 돌아왔다.

“왕도로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 건가?”

“그게 어디 제 뜻대로 되는 일인가요?”

크게 사고를 친 몸이니 거취도 내 뜻이 아니었다. 이브리아의 왕도 귀환은 온전히 공작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하긴. 쉬운 일은 아니겠어. 왕도의 여론도 그렇고, 공작의 분노도 만만치 않으니.”

리던도 내 대답에 납득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의견도 함께 덧붙였다.

“하지만 그대를 다시 왕도에서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글쎄요. 그런 일이 있을지…….”

공작이 날 다시 왕도로 부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원작의 흐름을 생각하면 그랬다.

“왕자님 일행은 이제 왕도로 떠나시나요?”

리던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흘 뒤에 출발이야. 내일은 고생한 기사들을 위해 축제를 연다는군.”

“지금 축제를 할 상황인가 싶은데…….”

여전히 와이번과 씨름하고 있는 서리 기사단원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대로는 용기사는커녕 용시종도 안 되겠다.’

뭔가 다른 수가 필요했다. 심각한 내 얼굴을 보며 리던이 조언을 건넸다.

“축제 정도는 즐기는 게 좋지 않겠어? 에렐의 축제는 왕도의 축제와 상당히 다르거든. 한바탕 즐기고 나면 다른 생각도 나지 않을까 싶은데.”

“에렐의 축제를 잘 아시나 봐요?”

“늘 토벌단이 돌아갈 시기에 맞춰 축제를 열곤 하니까. 난 예전에도 몇 번이나 토벌단장으로 에렐에 왔었고.”

“그렇군요. 엠마와 함께 나가 봐야겠네요. 축제는 저도 궁금하니까요. 왕자님의 조언도 썩 일리가 있는 듯하고.”

“이럴 땐 보통 축제가 있다고 알려 준 사람에게 같이 가자고 제의하는 게 보통 아닌가?”

“그렇긴 한데, 저희가 또 그럴 사이는 아니잖아요.”

“그 말에는 나도 동의해.”

리던이 웃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럼 이게 마지막 인사겠군, 레이디 오베론.”

“부디 원하는 걸 이루시길 바랄게요. 제가 선물까지 드렸으니까요.”

“내가 바라는 게 뭔 줄 알고?”

“보통 왕자님들은 다 비슷한 걸 바라시던데.”

왕권. 그걸 잡지 못하면 리던은 원작에서처럼 죽을 것이다. 그는 그런 제 미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왕권 싸움에는 별로 관심 없지만…….’

내가 준 선물이 이 남자가 쉽게 죽지 않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그건 조금 뿌듯할 것 같았다.

‘사망 엔딩 동지끼리 이 정도는 도와줄 수 있잖아.’

“인사는 감사히 받지.”

리던이 마지막으로 인사하며 돌아섰다. 이게 리던의 말처럼 그와 나의 마지막 인사일 것이다.

“아, 레이디 오베론.”

멀어지던 리던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나를 돌아보았다. 의아해져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가 내 손에 든 수표를 가리켰다.

“그 수표 말이야.”

“왜요? 생각해 보니 역시 백지 수표는 안 되겠어요?”

“아니. 그 수표, 왕립 중앙은행이 발행한 거라, 꼭 거기서 바꿔야 하거든.”

그의 말처럼 수표에는 왕립 중앙은행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어라? 왕립 중앙은행?’

싸한 기분이 목 뒤를 스쳤다.

“전하, 제가 알기론 왕립 중앙은행은…….”

“왕도에 있지.”

“그럼 제가 왕도에 가지 않으면…….”

“그 수표를 못 바꾸겠지.”

‘젠장.’

왕도에 가지 않으면 이건 아무 의미 없는 종이 쪼가리였다.

‘왕자님께서 내게 종이 쓰레기를 주셨군.’

* * *

“어인마니께서 보내는 서신입니다요.”

리던은 제 앞에 서신을 내미는 노인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남루한 행색에 허리까지 굽은 노인이었지만 우습게 볼 수는 없었다. 왕립 기사단이 진을 치고 있는 에렐의 저택에 아무런 소란도 일으키지 않고 몰래 들어온 노인이었다.

당장 사람을 불러 침입자를 단죄하는 것이 옳았으나, 리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노인의 말에서 그의 정체를 읽어 낸 까닭이었다.

어인마니는 원래 산을 타는 채집꾼들의 은어였다. 그들은 자신들 중 가장 노련한 채집꾼을 어인마니라고 불렀다.

하지만 뒷골목에서 그 말은 조금 다른 의미로 통했다. 뒷골목을 꽉 쥐고 있는 정보 길드원들은 자신들을 정보를 찾아다니는 채집꾼으로 은유하길 좋아해서, 그들의 언어를 많이 썼다.

채집꾼을 뜻하는 메마니는 길드원, 산줄기를 뜻하는 고분성은 길드를 의미했다. 그러니 정보 길드원들에게 어인마니는 자신들의 우두머리, 정보 길드의 수장인 루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리던은 서신을 전해 받으며 노인에게 물었다.

“어인마니가 따로 전하라는 말은 없었나?”

“그렇습니다요.”

“그럴 리가 없다. 분명 따로 전하라는 말이 있었을 텐데.”

“아닙니다요. 저는 분명히 서신만 전하라고 들었습니다요.”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너는 어인마니가 보낸 사람이 아니군.”

리던이 코웃음을 치며 검을 뽑아 들었다.

“분명 중간에서 서신을 빼돌린 놈이겠지.”

리던이 노인의 목에 칼날을 들이밀었다.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요?”

금방이라도 목을 자를 것처럼 바짝 다가온 칼날에 노인이 크게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저는 정말 어인마니께서 보낸 메마니입니다요!”

“네가 진정 메마니라면 서신과 함께 전하는 암구호를 모를 리 없다. 진짜 메마니라면 암구호를 대라.”

“암구호라니요. 그런 건 없습니……”

“암구호.”

리던이 차갑게 말하며 칼날을 목에 더 가까이 붙였다. 날에 베인 목덜미에 얇게 핏줄기가 비치자, 노인이 굽었던 허리를 펴며 가볍게 뒤로 물러섰다. 꼽추 노인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날렵한 몸놀림이었다.

구부정한 허리를 펴고 똑바로 선 노인은 키가 아주 컸다. 체격 역시 상당히 건장해서 조금 전까지 왜소한 노인의 모습으로 보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야! 언제부터 우리 고분성에 암구호가 있었냐?”

불만스럽게 흘러나온 목소리 역시 노인이 아닌 젊은 청년의 것이었다. 이 놀라운 변화를 보고서도 리던은 무심하게 검을 거둘 뿐이었다. 태연한 그의 태도에 노인의 모습을 한 청년이 짜증스럽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나라는 걸 알고 그런 거군. 언제부터 알아봤냐?”

“네가 여기에 들어와서 서신을 건네는 순간부터.”

“뭐? 어째서? 변장은 완벽했는데.”

노인의 모습을 한 청년이 제 모습을 살피며 물었다. 리던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그가 건넨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하얀색 빈 종이 한 장만 들어 있을 뿐이었다.

“서신이 너무 얇잖아. 이렇게 종이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고, 다른 사람에게 입으로 전하라고 할 내용은 더더욱 아니었지. 그러니 네가 직접 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 루크.”

“봉투를 보고 알아차리다니. 반칙이야, 리던 제레인트.”

“반대로 변장술은 완벽했다는 거니까 칭찬이지.”

“내 변장술이 완벽하다는 건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거든. 나 자신도 그렇고.”

상당히 거만한 반응이었지만 루크의 변장술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정보 길드의 수장 루크가 변장의 귀재라는 건 왕국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를 경계하는 자들은 당연히 눈에 불을 켜고 주변 사람들을 살폈지만, 완벽한 그의 변장술을 간파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였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여자와 남자를 가리지 않고 필요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사람. 단순히 겉모습만 따라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습관이며 말투까지 똑같이 복제한다. 예민하게 날을 세워도 그의 변장을 알아차리는 건 힘들었다.

“그러니까 변장술이 완벽하다는 말은 딱히 기분 좋은 칭찬이 아니라고.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 주는 거야말로 진정한 칭찬이지.”

루크가 투덜거리며 얼굴에 덧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 던졌다. 특수한 제작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가면은 겉보기에는 진짜 사람의 피부 같았다.

“그런데 겨우 봉투 하나로 들키다니…….”

루크가 분하다는 듯 봉투를 노려보았다.

“혹시라도 내가 종이 한 장에 정보를 다 담은 거였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그럼 내가 노인을 학대한 무례하고 경우 없는 사람이 됐겠지.”

“……겨우 그것뿐이냐?”

“그거 말고 더 뭐가 있어? 네가 상당히 우습게 보고 있지만, 난 이 나라 왕자거든. 내가 노인 하나 겁박했다고 세상이 뒤집히진 않아.”

“아, 네, 네. 그러셨죠. 저같이 미천한 놈과는 달리 이 나라 왕자님이셨지요. 언제 죽을지 몰라서 잔뜩 웅크리고 계시지만.”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네.”

잔뜩 비꼬는 말에도 리던은 태평했다.

“이건 뭐, 놀리는 재미도 없고.”

미적지근한 반응에 허탈해진 루크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대충 걸터앉았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루크가 왕자이고, 리던이 그 하인쯤 되는 것으로 생각할 정도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루크와 리던 모두 지금의 상황이 썩 자연스러운 듯 누구 하나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네가 직접 가져온 답은 뭔데?”

리던이 루크에게 물었다. 그는 이브리아와 대화를 나눈 이후 루크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에렐과 오칼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사람이 누구인지, 와이번을 길들이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없는지를 묻는 편지였다.

‘일주일 정도는 걸릴 거라 예상하고 있었는데.’

루크가 에렐에 도착한 건 정확히 이틀 만이었다. 리던은 아무래도 자신이 정보 길드의 유능함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은 1분도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답? 그건 메마니들이 열심히 찾고 있지.”

“……아직 답을 못 찾았다는 거야? 두 가지 모두?”

“당연하잖아. 겨우 이틀 전에 편지를 보내 놓고 벌써 답이 나오길 기대하다니, 너 너무 성격이 급한 거 아니냐?”

루크가 대단히 성가신 사람을 본다는 듯 리던을 향해 혀를 끌끌 찼다. 자네, 이렇게 성격이 급해서 어디에 쓰겠나? 그런 눈빛에 루크가 어떤 행동을 해도 태평했던 리던이 처음으로 발끈했다.

“나도 일주일은 예상했다고. 그런데 네가 직접 왔으니까 벌써 답을 찾았나 보다 생각한 거지. 아니면 무엇하러 네가 이 북쪽 시골 마을까지 오겠어?”

“실망이네. 우리가 답을 주고받을 때만 만나는 사이냐? 답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면 여기 오면 안 돼? 우리 우정이 고작 그 정도였나?”

루크가 상처받은 얼굴로 시무룩하게 리던을 쳐다보았다. 물론 리던은, 그것이 놀릴 건수를 잡은 루크의 어쭙잖은 연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화려하고 떠들썩한 걸 좋아하는 네가, 아무것도 없는 북쪽 시골 마을에, 고작 나 하나 만나러 왔다고?”

리던이 코웃음을 쳤다.

“우리 우정이 그 정도는 안 되지. 답을 주러 온 것도 아니라면 여긴 무슨 목적으로 온 거야?”

제 연기가 통하지 않는 걸 알아챈 루크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날 움직이게 하는 건 언제나 흥미지. 여기 꽤 재미있는 일이 생겼잖아.”

“재미있는 일?”

“와이번 말이야. 기사가 와이번을 타고 싸운다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뭐…… 그런 발상과 시도를 한 것 자체가 재밌잖아? 여태까지 우리는 와이번을 죽일 생각만 했지, 그놈들을 길들여 활용한다는 생각은 못 했으니까.”

루크는 세상의 각종 정보를 쓸어 모으는 걸 업으로 삼는 사람이었다. 그런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면, 당연히 구미가 당겼을 것이다.

“그래서 구경하러 왔어. 그 여자가 와이번을 길들였다기에.”

“단순히 구경만?”

“그러면 내가 고분성의 어인마니가 아니지.”

루크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일부터는 내가 이 모습이 아닐 거야. 그건 아무리 너라도 절대 못 알아챌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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